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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산청 정취암 조망길 - 정취암에서 달팽이 돌무덤 와석총까지

by 마음풍경 2013. 1. 20.

 

산청 정취암 조망길

 

- 정취암에서 와석총까지 -

 

둔철산 생태숲 공원 입구 ~ 정취암 ~ 대성산(정자) ~ 와석총(회귀) ~ 임도 ~ 둔철산 생태숲 입구

(약 6km, 3시간 소요)

 

 

경남 산청군 대성산의 기암절벽에 위치한 정취암

해발 500여미터에 자리하고 있어서 절해고도와 같은 탁트인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고

또한 정취암에서 둔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황매산을 바라보며 걷는 한적한 산길이며

특히 거대한 바위를 쌓아놓은 것 같은 와석총의 기이함은 이 길을 걷는 또다른 묘미입니다.

 

 

산청의 양전리에서 외송리로 넘어가는 지방도로를 따라 비행기를 탄 기분으로

구불구불 오르면 정취암을 알리는 비석이 있는 둔철산 생태숲 공원입구에 도착합니다.

 

최근에 날이 풀리면서 안개가 많아져서 맑은 하늘을 보기기 어려웠는데

이곳은 지대가 높아서인지 하늘도 더 푸르고 깊은 것 같네요.

 

차를 가지고 암자까지 들어갈 수도 있으나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정취암까지 약 1km의 길을 걷습니다.

 

구불구불 올랐던 길도 바라보이고 정말 시원하게 탁 트인 길을 걷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편안한 숲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아담하게 자리한 정취암에 도착합니다.

과거에 구례 사성암을 걸어서 오른 적이 있었는데 정취암을 가는 것도 마치 그때와 같은 기분이 드네요.

(구례 사성암 길 - 오산에 올라 섬진강을 바라보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9)

 

암자 뒤편의 웅장한 바위의 풍경도 멋지고 소박한 느낌의 암자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정취()라는 암자의 이름처럼 정결(淨潔)한 아취(雅趣)가 풍기는 절이네요.

 

신라 신문왕 때 창건한 천년사찰인 정취암은 정취관음보살을 

본존불로 봉안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사찰이라고 합니다.

 

정취관음보살은 극락 또는 해탈의 길로 빨리 들어서는 길 및 방법을 알려주는 보살이라고 하네요.

인생의 올바른 길은 직선이 아니고 어쩌면 이곳 암자에서 바라보이는 저 길처럼 구불 구불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암자를 둘러보고 정취암 응진전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로 접어듭니다.

 

오르면서 바라본 정취암의 모습이 정말 정취가 가득한 그런 풍경입니다.

구례 사성암의 조망이 왠지 시원하면서도 아득한 느낌이라면

이곳 정취암의 조망은 가벼우면서도 포근하다고 할까요.

 

산길을 조금 오르니 정취암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세심대라는 조망처가 나옵니다.

과거에 많은 산을 올랐지만 이곳의 조망 또한 몇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네요.

탁트인 조망에 묘한 여운까지 있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발아래로는 정취암의 전체 모습도 바라보입니다.

지붕이 눈에 덮여있다면 더욱 정취가 가득한 느낌일텐데요.

 

특히 이곳이 마음을 끄는 것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죽은 고목입니다.

죽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주네요.

 

죽음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하는 최고의 선생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삶에는 죽음이 생략돼 있다.

아니 죽음을 모른다.

그래서 삶에 대한 절실함도 희박하고 삶의 밀도 역시 떨어진다.

삶이 절절하고 차지려면 죽음에 직면해야 한다.

 

                           <정진홍 - 마지막 한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중에서

 

사람들은 죽음을 늘 멀리하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지금의 삶이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아닐까요.

죽음은 어쩌면 새로운 삶의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해봅니다.

 

너무 아름다운 조망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길 옆으로 산불감시초소가 나옵니다.

겨울인데도 주민분들이 돌아가면서 이곳에 올라 산불감시를 한다고 하네요.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멀리 희미하지만 아득하게 황매산의 너른 능선이 펼쳐지고

가까이로는 오래전에 가보았던 부암산과 감암산 능선이 보이네요.

(부암산과 감암산 암릉길 - 기묘한 누룩덤 바위를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361)

 

감암산과 부암산은 황매산의 명성에 가려서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정말 멋진 산이지요.

특히 감암산의 누룩덤 바위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신기한 풍경입니다.

 

산불감시초소를 돌아나와 둔철산쪽으로 길을 이어걸으니 대성산이라는 푯말을 만납니다.

 

옆으로는 멋진 정자가 자리하고 있고요.

어찌보면 대성산은 둔철산의 능선에 불과한데

아마도 정취암때문에 대성산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것은 아닐까합니다.

 

정자에 올라서니 가야할 길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오늘은 둔철산까지는 가지않고 바라보이는 와석총에서 임도길을 따라 내려서려하네요.

 

정자를 내려서서 다시 둔철산 방향으로 눈길을 이어걷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는 산이지만 갈림길마다 산악회 이정표가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찾기는 어렵지 않네요.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기에 길은 보이는 것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황매산 방향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이 군데 군데 나오기에

무거운 발걸음을 잊어버릴 수가 있습니다.

철쭉이 피는 봄에 오면 붉게 물든 황매산을 멀리서 바라보는 재미도 좋을 것 같지요.

 

또한 암릉길도 드문 드문 나오기에 육산의 지루함도 잊을 수가 있습니다.

 

하얀 눈만 보이는 길을 걷다가 새빨간 열매를 만나니 그 색감이 어찌나 곱고 아름다운지요.

세상의 모든 자연은 저절로 만들어진것처럼 보이지만 이처럼 귀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주황은 배고픔의 색깔이다.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 사랑에 굶주린 사람,

사랑에 병든 사람이나 병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래서 주황이다.

주황은 마지막 소원의 색이기도 하다.

소원을 불에 태운다면 그 색이 주황이다.

 

                                     < 이병률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걸으니 겨울산의 묘미를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입니다.

 

이제 이곳에서 둔철산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왼편 와석총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5분여 숲길을 가니 거대한 돌 무더기가 봉우리를 이루는 와석총에 도착합니다.

와석총(蝸石塚)은 그 이름처럼 달팽이의 돌 무덤이라는 뜻이지요.

 

과거 감암산의 누룩덤 바위도 신기했는데

이처럼 개개의 돌들이 모여서 거대한 봉우리를 형성하는 모습은 신비롭기만 합니다.

하늘에서 돌들이 떨어져 쌓인 것은 아닐텐데요.

 

쌓여진 돌들 사이를 이리저리 조심해서 올라서니 정상 주변에서 무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봉우리는 대부분 돌로 형성이 되어 있는데 무덤 주변만 흙으로 되어 있으니 이 또한 신기하네요. ㅎ

여튼 이곳 와석총은 신기함과 궁금함 투성입니다.

 

무덤을 지나 조망이 트이는 곳에 서니 지나온 길들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왼편으로 대성산 정자도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길 걷기를 시작한 빨간지붕이 있는 둔철산 생태숲 공원도 보이고요.

 

무덤으로 되돌아와서 앞쪽으로 나가니 둔철산이 한눈에 펼쳐지는 너른 바위 조망처가 나옵니다.

봄바람 살랑거리는 날에 와서 이곳에 누워 한 잠 자면 참 좋겠다 생각해보네요. ㅎ

 

멋진 투구를 쓴 사람의 모습을 한 바위도 보이고요.

정말 둔철산 산행을 할 때 이곳 와석총과 정취암을 빼면 어쩌면 앙꼬없는 진빵일것 같습니다.

 

와석총을 조심 조심 내려와 오던 길을 되돌아 와서 임도길로 가기위해

첫번째 안부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갑니다.

 

앞으로 둔철산 생태공원과 약초공원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 그런지

이곳 저곳으로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더군요.

 

뒤돌아보니 와석총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잘가라고 하는 것 같네요.

물론 인연이 된다면 내년 봄에 꽃들이 만발할 때 다시 찾겠노라고 약속을 합니다.

 

눈쌓인 임도길을 가볍게 걸어서 길걷기를 시작한 공원 입구에 도착합니다.

갈 떄는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갔지만 돌아올 때는 임도길이 잘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된것 같네요.

 

앞으로 이곳은 전원주택단지도 개발이 되서 공원을 포함해서 둔철 한방 힐링타운이 조성이 된다고 하네요.

600미터의 높은 지역에 이처럼 너른 분지가 있기에 전원 주택지로는 최적의 장소인것 같습니다.

나중에 이곳에 땅을 분양받아서 집을 짓고 살고픈 생각도 드네요.

휴~ 우리나라 이곳 저곳 살고싶은 곳은 많은데 몸은 하나인지라 ㅋ

 

다시 차를 몰고 이제는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섭니다.

이곳을 올 떄는 비행기를 타고 오르는 기분이지만 이제는 비행기에서 착륙하는 느낌이 드네요.

 

당초 이번 주말은 길을 나서지 않고 오랜만에 집에서 쉬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SBS에서 정취암을 소개하는 방송이 나오더군요.

하여 갑자기 정취암을 가보고 싶어서 카메라를 챙겨서 계획없이 오게된 곳이나 정말 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벽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절해고도와 같은 느낌이 드는 정취암은

정말 멋진 조망이 일품이고 와석총의 진기한 모습은 또다른 보너스였습니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꽃피는 봄에 다시와서 둔철산을 거쳐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