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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순천 선암사 매화 꽃길 - 600년된 홍매화 향기를 찾아서

by 마음풍경 2013. 4. 7.

 

선암사 매화 꽃길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선암사 입구 주차장 ~ 승선교 ~  선암사 ~

야외학습장(편백나무 숲)  ~ 선암사 ~ 주차장

(5.5km, 2시간 30분 소요)

 

 

선암사 매화 꽃길은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를 찾아 가는 탐매(探梅)의 길로

600여년이 된 홍매화인 선암매(仙巖梅)

우라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입니다.

 

 

지난 주에는 구례로

산수유를 보러 다녀왔고

이번 주는 순천 땅으로

매화 꽃을 보러 왔으니

올 봄도 여전히 남쪽 지방으로

꽃 구경 다니느라 바쁘네요.

오늘은 매화 구경을 하기위해

선암사 주차장에서 길을 시작합니다.

 

남쪽지방이라 그런지 

화사한 봄꽃뿐만 아니라

주변 산들도 조금씩

연두빛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 같네요.

 

선암사로 이어지는 이 숲길을

마지막으로 걸어본 것이 2009년 가을이니

벌써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늘 그렇지만 세월이란 놈. 참 무섭게 흘러가네요.

(순천 선암사 사찰길 - 조계산 보리밥집을 찾아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59)

 

조용하고 편안한 숲길을 따라 부도탑도 지나갑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 길로 올라가면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순천 야생차 체험관이 있지요.

(선암사 야생차 체험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58)

 

야생차 체험관 입구를 지나고

계곡 길을 따라 좀 더 걸어가니

보물 400호인 선암사 승선교가 반겨줍니다.

조선시대 숙종 때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참 아름다운 아치형 석교이지요.

 

승선교 주변에는 또 다른 작은

아치형 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승선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담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풍경이 가득 담겨있네요.

 

승선교를 구경하고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작은 연못 속에 조그만 섬이 있는 삼인당에 도착합니다.

삼인당도 승선교와 함께 선암사의 독특한 구경거리이지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인

선암매를 보러 경내로 들어섭니다.

작년 봄에 구례 화엄사에서 화엄매라 불리는 

흑매를 보지못해서인지

가까이 다가설수록 마음이 더욱 설레이네요.

(구례 화엄사 암자길 - 지장암에서 연기암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855)

 

먼저 신라시대 만들어진 보물 395호인

삼층석탑이 자리한 대웅전 앞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선암매가 피어있는 운수암으로 가는

담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와보니

당초 예상은 했지만 아직 많은 매화꽃이 피지는 않았네요.

 

선암사의 선암매가 유명한지

선암매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이른 봄에 피는

 매화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탐매라고 부르며 꽃과 자연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고 하는데

하여 이번 발걸음은 단순한 꽃 구경이 아닌

탐매의 의미를 지닌 길이기도 하네요.

 

비록 아직 많은 매화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매화꽃은 풍성한 모습을 보기보다는

그 고고한 자태를 보기위해서는

이처럼 듬성 듬성 피어있는 풍경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매화는 사군자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워지는 꽃입니다.

다른 과실수들의 이름이

대부분 과실의 이름을 따라가는데

매화는 매실 나무이 아닌 매화 나무로 불리는 것을

보더라도 꽃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는 것 같지요.

 

사찰 담장에 피어서인지 몰라도

 더욱 고고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한없이 차분해집니다.

 

꽃중에는 벚꽃처럼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있고

매화처럼 한송이 한송이 피어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꽃이 있는 것 같지요.

 

원통전 뒷 마당에 자라고 있는

600년이 된 거대한 매화 나무를 보고 있으니

잘 살아야 백년을 못사는

우리 삶에 대해 겸손함도 느끼게 되네요.

 

많은 매화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600년된 깊은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매화꽃이 피면

그대 오신다고 하기에

매화더러 피지 마라고 했어요.

그냥, 지금처럼

피우려고만 하라구요.

 

< 김용택 - 매화>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변할까봐 내 마음 선암사에 두고 왔지요.

오래된 돌담에 기대선 매화나무 매화꽃이 피면 보라고

그게 내 마음이라고

붉은 그 꽃 그림자가

죄도 많은 내 마음이라고

두고만 보라고 두고만 보라고

 

< 김용택 - 선암사>

 

오늘은 왠지 저 매화꽃에 그리움이 가득 배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선암사 매화나무 주변에는

매화 꽃뿐만 아니라 이처럼 고운 하얀 동백꽃도 피어있네요.

 

매화 구경을 하고 천불전 앞마당으로 들어서니

낮은 자세로 누워있는 모습인 거대한 와송을 만나게 됩니다.

이 소나무 또한 선암매와 함께 심었다고 하니 600년이 넘었겠지요.

 

은은한 솔향기를 느끼며 주변을 돌아보니

멋진 자태로 피어있는 능수 벚꽃을 만납니다.

 

과거에 여러차례 이곳에 왔을 때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곳이라 큰 감흥은 없었는데

오늘처럼 자세히 이곳 저곳을

찾아보니 정말 아름다운 사찰이네요.

 

하루 종일 이 아름다운 봄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것 같고요.

 

그리고 참 신기한 동백나무도 만났습니다.

 

한 나무에 서로 다른 모습의

동백꽃이 피는 신기한 모습도 보고요.

처음에는 두개의 나무가 서로 붙어있는줄

알았는데 하나의 나무더군요.

 

다양한 봄꽃의 달콤한 향기와

아른한 정취에 취하는 시간입니다.

고단한 삶에서 잠시나마 행복이나

기쁨이라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네요.

 

이 순간 만큼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도 없고

마음 깊이 느껴지는 행복함만이 가득하네요.

 

그동안 많은 꽃 구경을 다녔었지만

이처럼 꽃 한송이 한송이를

오랫동안 바라본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랑의 대상을 향하는 시선이란

늘 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겠지요.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는 가벼움같은 것.

그냥 이 세상에 함께 있어주기만 해도 좋은 존재감.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는

충만함만이 가득해 지는 시간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통해 잘 알려진

선암사 해우소도 지납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실컷 울라고 했는데

오늘은 지붕 공사가 진행중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네요. ㅎ

 

선암사 경내를 빠져나와 편백숲을 가기위해

조계산 생태체험 야외학습장으로 발걸음을 합니다.

 

조계산 장군봉 능선이 바라보이는 이 길은

선암사에서 큰굴목재를 넘어 송광사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요.

 

매화와 벚꽃의 정취에 빠져서 걸어오니

이곳에서는 고운 진달래꽃을 만나네요.

 

체험학습장 길을 따라 걷다보니 향긋한 나무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는 편백숲에 도착했습니다.

 

과거에 이 길을 지날 때는

그냥 숲길이라 생각하고 지나갔는데

편백나무에 관심을 갖고나니

전혀 새로운 길로 보입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딱다구리 소리도 듣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도 듣습니다.

 

그리고 편백나무 우거진 숲길로 들어가봅니다.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진한 편백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선암사 편백숲은 큰 큐모는 아니지만

산사에 위치해서일까요.

주변의 새소리는 더욱 청아하게 들리고

불어오는 바람은 무척이나 상쾌합니다.

 

잠시동안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나서

다시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이 길을 들어올 때는 한적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제법 많네요.

 

조금 시간이 더 지나면 이 계곡에도

초록의 물결이 가득하겠지요.

올 늦가을에는 기차를 타고와서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는 발걸음을 해야겠습니다.

 

매냥 봄은 오고 또 오겠지만 그래도

늘 설레이고 그리워지는 봄날입니다.

오늘 비록 선암매의 풍성한 매화 꽃

풍경은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지에 피어있는

한송이 한송이 매화꽃이 더욱 사랑스럽고 

매화의 은은한 향기는

 이 봄이 가는 내내 내 안에 머물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