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주차장 ~ 지장암 ~ 대웅전 ~
나한전 ~ 구층암 ~ 화엄계곡 자연관찰로 ~
연기암 ~ 청계암 ~ 미타암 ~ 금정암 ~ 주차장
(약 9km, 3시간 40분 소요)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인도스님인 연기조사께서
대웅상적광전과 해회당을 짓고 창건한
지리산 노고단 자락에 위치한 사찰입니다.

구례의 산수유 구경을 하러 온 김에
가까운 곳에 있는 화엄사를 찾아봅니다.

봄은 방향을 알 수 없는
세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라
하늘은 너무나 맑고 아름다운데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네요.

오늘은 화엄사 경내와 암자를
찾아 걷는 시간입니다.
사람들로 분주한 사찰 경내 보다는
한적한 주변 암자를 찾는 것이
왠지 더 행복한 이유는 무얼까요.

화엄사 본당을 가기전에
먼저 지장암을 들러봅니다.
지장암을 먼저 찾는 이유는
화엄사 입구에 있기도 하겠지만
암자 뒤편에 벚꽃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가장 오래된 올벚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뒷편 계단을 올라서니 만나는 나무가
천연기념물 38호인 올벚나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오래된 350년된 나무로
우리나라 벚나무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었고요.
아쉽게도 올해는 봄이 더디기에
아직 벚꽃의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올벚나무는 왕벚나무, 산벚나무 등
여러 벚나무 종류중 하나이지요.
스님들이 이 나무를 별칭해서 부른다는
"피안앵"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지장암을 나와 본당 방향으로 걷는데
화엄 계곡의 물살이 세차네요.
봄은 어쩌면 산의 계곡에서
먼저 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리산 화엄사라 적힌 불이문을 통해
화엄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입구에 있는 빨간 우체통이
왠지 이색적으로 느껴지네요. ㅎ
길을 따라 대웅전 방향으로 걸으니
보제루 건물이 먼저 반겨줍니다.
꾸미지 않은 보제루 기둥의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네요.
대웅전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건너편 각황전과 대웅전의 배치가
아주 편하게 다가옵니다.
마당에 서있는 각각 보물 132호와 133 호인
동오층 및 서오층 석탑의 모습도 보이고.
배치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서인지
바라보는 마음이 편안하네요.

서오층 석탑이 보물이고 석등은 국보 12호이며
그리고 각황전은 국보 67호로
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화엄사의 명성이 느껴집니다.
일반 사찰은 주불전인 대웅전이
가장 크고 중심 건물이 되는데
화엄사는 각황전이
가장 큰 건물인 것이 특이하더군요.
각황전은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목조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큽니다.
각황전을 왼편으로 휘돌아
108계단을 따라 올라서니
국보 35호인 사사자삼층석탑이 나옵니다.
2단 기단위에 삼층 탑신을 올린 형태로
탑의 중앙에 있는 스님 상은
연기조사의 어머니라고 하며
건너편 작은 석등안의 스님상은
차를 공양하는 연기조사의 지극한 효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탑의 독특한 점은
위층 기단의 4개의 사자 조각으로
불국사 다보탑과 더불어
우리나라 이형(異形) 석탑의
쌍벽을 이룬다고 합니다.
네 사자의 얼굴 표정이 각각 다르게
희노애락을 표현하고 있네요.
웃는 모습도 있고 슬퍼하는 모습도 있고요.
다시 대웅전 마당으로 나와
대웅전 바로 옆에 위치한
원통전 앞 홍매화를 찾아봅니다.
화엄매로 별칭하는 화엄사 홍매화는
조선 숙종 때 각황전을 중건한 후
기념하기 위해 계파선사가 심었다고 합니다.
이 홍매화가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다른 것에 비해 꽃이 가장 검붉기 때문이며
흑매화라고도 불린다고 하네요.
그나저나 다른 봄꽃과 마찬가지로
이나무의 매화꽃도 피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 화엄사 경내 구경은 마치고
모과나무 기둥으로 유명한 구층암으로
담장 길을 이어 걷습니다.
구층암으로 가는 길은
대나무 숲으로 이어져 있어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암자로 들어서니 건물앞에 바짝 붙어서
쓰러질 듯 서있는 석탑이 먼저 눈에 띄네요.
건물을 돌아 들어서니 자연은 닮은
구층암의 승방이 모습을 보입니다.
승방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승방 기둥이 인위적인 흔적이 없는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이네요.
앞 뜰에 자라다 죽은 모과나무로 만든 기둥에는
나뭇가지의 흔적과 나무의 결
그리고 옹이까지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보통 나무로 기둥을 만들때
둥근 형태나 네모진 형태로 변형을 하는데
이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건축을 할 생각을 했을까요.
승방 앞이자 천불보전 앞에 서있는
나무가 모과나무라고 하는데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구층암 요사채 앞 마당의 장독대를 지나
산쪽으로 길이 있어 그곳으로 가봅니다.
산길을 따라 잠시 오르니
귀여운 작은 석불이 있는
기도처가 나오더군요.
구층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제 화엄 계곡 산행길을 따라
연기암 방향으로 걷습니다.
이 길은 화엄 계곡 자연관찰로이면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이지요.
과거에 성삼재 길이 개통이 되지 않을 때는
노고단을 올라 지리산 종주를 하려면
이 길을 꼭 거쳐서 가야 했지요.
물론 요즘도 화대종주라고 해서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이어지는
지리산 종주 길로 이용되지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는 길은
가파른 길이 없어서 편안한 산책 길입니다.
바로 옆이 시원한 계곡이라 더
운 여름에는 몸을 식히는 좋은 장소고요.
정말 화엄계곡 바위에 걸터 앉아있으니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바람에 서걱이는 대나무 숲길을
걷는 기분도 참 가볍습니다.
용소라 불리는 작은 폭포도
잠시 구경을 하고요.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연기암 임도길을 만났습니다.
지리산 자락이라 그런지
하늘도 깊고 구름도 무심하네요.
연기암으로 들어서니 먼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13m 높이의 문수보살상이 반겨줍니다.
S자로 흐르는 섬진강이
먼발치로 보입니다.
구례 오산 사성암에서 바라보는
섬진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요.
가깝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라고 할까요.
연기암은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을 모신 암자로
인도의 승려인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기 전에
맨 먼저 자리를 잡은 곳하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의 풍경이
가람과도 참 잘 어울리고요.
요사채를 등지고 왼편에 바라보이는
왕시루봉 능선이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비록 비법정 탐방로라 출입을 할 수는 없지만
지리산의 참 아름다운 능선 중 하나이지요.
연기암 암자 지붕 너머 바라보이는
섬진강의 조망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가끔 길을 걷다보면 자연과 내 자신이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지요.
이곳 연기암은 왕시루봉 능선과
섬진강 조망만으로도
그런 느낌이 가득한 곳인것 같습니다.
이제 연기암을 빠져 나와
화엄사 주차장으로 휘돌아가는
임도길을 걷습니다.
탁 트인 지리산 하늘도
멋진 그림을 남겨주네요.
화엄계곡을 따라 멀리
새하얀 노고단 능선도 보이고요.
이 길은 화엄사 입구 주차장에서
연기암까지 차가 다니지만
편안한 오솔길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내려서는 길에 먼저 청계암을 들러봅니다.
청계암은 계곡 바로 위에 있어
4계절 내내 계곡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암자인것 같네요.
청계암을 지나 다시 미타암을 만납니다.
미타암의 특징은 멋진 지리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것이고요.
하얀 눈이 쌓였거나 단풍으로 물들 때
바라보면 한폭의 그림같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정암을 들러봅니다.
다른 암자와 다르게
들어서는 길이 참 멋집니다.
다만 암자 건물 지붕이 훼손이 되어
빨리 복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금정암 경내를 둘러보고 내려서는데
화엄사 경내 모습이 나무 사이로 보이네요.
용마루와 처마들이 만들어내는 지붕이
마치 고운 춤사위를 보는 듯 합니다.
연기암 임도길은 차가 다니는 길이라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비록 부분 부분 포장이 되어 있긴 해도
걸으면 걸을 수록 매력이 있는 길입니다.
바람은 어떤 나무를 지나느냐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데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는
싸한게 참 행복한 소리처럼 들리네요.
아늑한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지장암과 올벚나무 그리고 각황전이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보입니다.
당초 화엄사하면 국보와 보물이 많은
고찰이라는 생각만 했는데
화엄계곡을 따라 연기암까지 이어지는 길은
평화롭고 한적하기만한 길이었네요.
또 하나의 좋은 길을 내 기록속에 남기며
화엄사 암자길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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