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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4번째 걷는 대전둘레산길 : 4구간] 만남의 길

by 마음풍경 2012. 4. 8.

 

대전둘레산길 4구간

 

삼괴동 덕산마을 ~ 닭재 ~ 망덕봉 ~ 곤룡재 ~ 식장산 해돋이 전망대(정상) ~

활공장 ~ 식장산 포장도로 좌측길 ~

개심사 임도 ~ 개심사 ~ 고산사 ~ 대성동 삼거리

(약 14km, 4시간 30분 소요/점심 및 휴식 포함)

 

 

 계절은 어느새 4월인데 봄다운 기운을

느끼기에는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올해는 기다림이 더욱 커서인지

봄이 오는 발걸음이 더욱 더디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 이제는 기다림의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오늘 걷는 대둘길 4구간의 주제를 '만남'으로 정해봅니다.

 

오늘도 역시 집에서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삼괴동 덕산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까지 오는 데 무료 환승으로 인해 버스비가

딱 천원이니 오늘 하루 종일 노는데 2천원이면 충분하네요. ㅎ

 

그나저나 오늘 걷는 길의 주제를 만남으로 정했는데 신기하게도

버스 안에서 옛날 대둘길을 함께 했던 분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ㅎ

 

덕산 마을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닭재 능선을 올라서 숨 한번 돌리고

이제 식장산 향해 본격적인 대둘길 4구간을 걷습니다. 

 

겨우내 얼어있던 마음속으로 살랑이는 봄 바람이 불어오듯

산길 주변에도 진달래 등 봄꽃들이 피기 시작합니다.

 

올해 들어 처음 만나는 진달래 꽃이라

그런지 더욱  반갑고 정겹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한번 만나고

영영 이별인 경우도 있지만

산과 들에 피는 야생화는 계절마다 만날 수 있어

늘 오랜 친구와 같은 반가운 만남이 되지요.

 

가야할 능선 너머로 식장산 친구도

어서 오라고 고개를 내밀며 반겨줍니다.

 

아직은 풍성하게 활짝 핀

진달래의 모습은 아니지만

오늘 식장산으로 향하는 만남의 길을

걷는 시간 내내 곁에서 함께 해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오늘도 역시 시원한 능선 조망을 함께 하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능선 길을 걷습니다.

 

 물론 오늘도 역시 걷는 길 도중에 향

기로운 커피 한잔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너무 적막해서 아이폰에서 저음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이하이가 부른 너를 위해를 듣습니다.

감미로운 노래와 부드러운

커피의 향기속으로 잠시 빠져보네요.

 

커피도 마시고 한적한 길을 이어 걷다보니

어느새 화사한 생강나무 꽃이 핀 곤룡재에 도착합니다.

곤룡재는 대전 낭월마을과 충북 옥천 사양마을을

연결하는 고갯길이지만

지금은 아래쪽으로 곤룡터널이

뚫려 묻혀진 옛길이 되었고요.

 

눈앞에 열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 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

나의 핵심을 열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

 

                             <김선우 시인의 꽃,이라는 유심론>

 

 

여리디 여린 고운 색감의 꽃들도 만나고 능선 길을

이어가다보니 식장산이 눈 앞에 가득 펼쳐집니다.

 

물론 이곳은 몇년전 산불로 인해 많이 황폐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나무가 없어서 주변 조망은

더욱 시원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 걷는 길의 매력은 만나야할 친구인

식장산을 걸어가는 내내 바라보고 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만남'이라는 주제를 정했던 것이고요.

 

  올 봄에 발간된 김선우 시인의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라는 시집에서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라는

재미난 제목의 시를 읽어봅니다.

 

(중략)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오르는 길 앞뒤로 멋진 풍경을 바라보느라

가파른 길인데도 그리 힘들지 않게

식장산 주능선으로 올랐습니다.

 

식장산 정상 주변에 서있는 통신 탑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봐도

바로 식장산임을 알려주는 표시이기도 하지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인지 아주 깨끗한 하늘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이 넉넉해지는 조망이 반겨줍니다.

 

오늘 지나온 능선 길 너머

서대산도 이제 이별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4구간을 지나면 당분간은 서대산을 볼 수가 없으니요.

 

바람부는 바위에 걸터앉아 마음을 열고

아스라한 산 그리메를 바라봅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다른 형용사가 필요가 없겠지요.

참~ 좋네요. 그냥 참 좋습니다.

 

시원한 풍경도 구경하고 식장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덕산마을에서 이곳까지 약 8.5km에 3시간이 소요가 되었네요.  

 

주변에는 노란 양지 꽃도 막 피기 시작하고요.

 

식장산 정상에서 가파른 길을 지나 활공장쪽으로 나서니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탁 트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보는 양

대전 도심의 모습이 마치 레고 모습의

장난감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5월에 가야할 대둘 5구간인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아늑하게 다가오고요.

 

전망대 너머 계족산 능선옆으로

푸른 대청호의 모습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전망대를 지나 당초 대둘 길인

세천 유원지 방향으로 내려서려 했으나

식장산 포장 도로 왼편으로 한적한 숲길이

숨어있어 그길로 내려섭니다.

아마도 보만식계의 줄기인

산 능선만을 이어가는 길인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않아 조금은 거친 길이지만

그래도 길의 모습은 이어져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식장산을 여러번 왔지만

이곳에 이런 한적한 길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한적한 숲길을 이어걷다가 포장 길로 나서게 되었는데

이곳에 개심사 방향으로 임도길이 있어서

발길을 그 곳으로 돌려봅니다.

 

식장산 철탑삼거리 입구 도로에서 개심사까지

약 1.8km의 임도길이 개설이 되었습니다.

이 임도를 잘 이용하면 식장산을

한바퀴 휘돌 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새롭게 만들어진 이 길을 걷다보니 추동으로

이어지는 계족산 임도 길이 생각이 나더군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55)

 

대전 시내를 조망하며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길인것 같습니다.

군데 군데 의자도 있어서 쉬어 갈 수도 있고요.

 

아직은 군데군데 공사 흔적이 남아있지만

새소리만 들리는 참 한적한 길입니다.

 

시원한 소나무들이 길가에 펼쳐지는

가볍게 걷기에 좋은 길이고요.

여튼 오늘은 이 길을 혼자 전세낸 기분입니다. ㅎ

 

 편안한 마음으로 임도 길을 걷다보니 개심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잠시 개심사 경내로 들어서서

바람에 불어오는 풍경소리를 듣습니다.

물론 낯선 사람이 반갑지 않은지

개가 짓는 소리도 함께 합창으로 들리네요. ㅋ

 

대전 시내가 이처럼 멋지게

바라보이는 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절의 이름처럼 마음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입니다.

 

 개심사 경내 구경을 잠시하고 포장길을 내려서니 왼편으로

고산사로 가는 산길 이정표가 있어서 다시 산길로 올라섭니다.

 

마음 가는데로 발도 따라 가게 되니

자유로운 마음 때문에 늘 두발이 고생이지요.

정상에서 개심사로 바로 내려오면

1km 남짓 되는데 무려 4km 이상을 돌아 왔으니요.

 

여튼 오늘은 어찌하다보니 당초 계획한 길이 아닌

전혀 생각지 않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되네요.

어쩌면 그게 바로 한치 앞도 알수 없는

인생이고 그 길과 나의 인연이겠지요.

 

 인연을 통해 만남이 이어지고 또 그 만남에는

헤어짐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니고요.

마치 삶의 뒤에는 어김없이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따라오듯이 말입니다.

 

화려한 꽃도 피면 언젠가는

쓸쓸하게 저물어야 하듯이

 죽음이라는 유한성이 있기에

삶이 더욱 아름답고 간절한 것은 아닌지요.

 

문득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 '건축학 개론'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모르고 그저 맵기만 한 매운탕 같은 인생.."

 

제 자신도 길을 걷다가 문득 문득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리고

왜 살지.. 왜 걷지.. 하는 질문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여튼 제 인생도 그저 맵기만한 매운탕과

같은 모습은 아닌지 쓸쓸해 지기도 하네요.

 

만개한 산수유꽃과 매화꽃을

구경하고 고산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고산사는 2010년 2월에 대둘길을 걷다가

잠시 만난 곳이기도 하지요.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26)

요즘은 길을 걷다보면 지난 추억이

가득 담긴 길들을 다시 걷곤 합니다.

 

고산사 경내를 빠져나와 대성동 방향으로 걷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만남이라는 길의 주제에 맞게

오랜 친구같은 식장산도 보게되고 또

우연하게 대둘길을 함께 했던 분도 반갑게 만나고

또 전혀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길과의 만남도 있었네요.

다만 만남은 늘 즐겁고 행복하지만

가끔은 그 만남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자주 인용했던 김선우 시인의 시 중

"어떤 비 오는 날"이라는 시에서

발췌한 글을 적고 마무리합니다.

 

가지고 있던 게 떠났으면

가벼워져야 할 텐데

 

꿈 없이 사는 일이

아주 무거워

 

꿈이 떠나서

몸이 무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