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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불탄 흔적이 남아있는 대전둘레 4구간 : 식장산 능선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2. 28.

 

대전둘레산길잇기 4구간

(닭재에서 식장산까지)

 

작년 4월에 가려다 식장산 산불로 인해 가지못했던 4구간을  

봄이 오는 문턱에 다시 찾아가봅니다.

 

오늘 이곳 대둘 4구간을 걸으면

2005년 10월 16일에

대전둘레산길잇기 5구간 산행을  처음 시작한 이후

만 4년 4개월 동안 모두 3번째 완주가 되네요.

 

그래서인지 4구간 산행의 시작점에 있는

삼괴동 덕산마을의 느티나무도 이제 무척이나 익숙합니다.

 

마을길을 따라 닭재를 향해 오릅니다.

 

2월의 끝자락은 왠지

겨울과 봄 그리고 가을이 공존하는 느낌이 들지요.

 

전날 비가 제법 많이 와서인지

이 시기면 말라있을 개울가에 물이 풍성하게 고여있습니다.

빛에 비추이는 작은 그림자가 참 아름답네요.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봄이 오는 소리가 가득합니다.

제 인생에서 또 한번의 봄이 또 맞이하나 봅니다.

 

늘상 그렇지만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봄이네요.

설레임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거겠지요.

 

닭재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지난 가을 쌓인 낙옆이 아직 남아 포근한 길을 만들어주네요.

 

작년 봄을 생각해보면 참 많은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했는데

올 다가오는 봄은 또 어떤 추억으로 가득할까요.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저멀리 서대산 봉우리는 구름모자를 쓰고 있네요.

 

서대산은 충남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사람들은 계룡산이 국립공원인지라

가장 높은 산이라 알고 있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하긴 산의 명성이 단지 높이로만 정해지지는 않겠지요.

 

대둘 길은 화려하지도 않고

볼거리가 많은 산행길도 아니지만

내 주변에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벌써 3번째 이 길을 걷지만서도

항상 처음 가는 길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멀리 능선너머 식장산 주능선도 보이네요.

 

능선 왼편으로는 남대전 IC도 보입니다.

버스타고 지나온 길을 다시 산길을 걸으며 되돌아 가네요.

바보짓일까요.ㅎㅎ

영리하게만 사는 세상에서

왠지 이런 어리석음이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닭재를 지나 망덕봉도 오르고 곤룡재도 지나갑니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반복하고요.

 

항상 이 길을 지나며 만나는 길가에 작은 바위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산에 가면 가끔 기억에 남는 바위들이 있지요.

문득 무등산 세인봉에서 만나던 바위도 생각이 나네요.

 

여튼 이것도 작은 인연이겠지요.

내 삶의 흐름속에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런 작은 인연들이 하나둘씩 모여

내 삶을 알차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요.

 

나무 사이로 시원한 조망이 드문 드문 펼쳐지는

산 능선 길을 걷습니다.

바람소리만이 횡하니 지나가네요.

 

산길을 걷다보면 횡한 바람처럼

외로움이 깃들때가 있지요.

 

하지만 산길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도심에서 무겁게만 느껴지는 외로움과는 많이 다르지요.

마음을 가볍게 비우려는 외로움이라고 할까요.

 

애구 식장산쪽으로 가까이 오니 작년 4월엔가

산불로 황폐해진 흔적들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1년 가까이 지났건만 많은 나무들이 아직

화마의 아픔에 신음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거 이 길을 걸으때 만날 수 없었던

시원한 조망을 만나게 됩니다.

 

식장산 주능선이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이 이곳에 있네요.

 

대둘 6구간에서 만나는 시원한 계족산 능선도 화재로 인해 이와 유사한 흔적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산불로 인해 나무가 베여져서 이리된것 같습니다.

 

시원한 조망만을 생각하면

자연의 아픔이 때론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이 되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구절을 다시금 음미해보게 되네요.

  

 불에 타버린 나무들 사이로

아픔의 길을 묵묵히 걷습니다.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나무들만 큰 상처를 받았네요.

그래도 나무들은 세상을 원망하지 않겠지요.

 

여튼 저는 자연 스스로의 치유를 믿습니다.

단지 시간만이 필요할 뿐이겠지요.

 

느리지만 묵묵히 스스로를 아름답게 하는

자연의 위대함을..

 

언젠가 이곳에 더욱 튼튼한 나무들이 자랄것이고

조망보다 더 시원한 숲길을 만들어 줄겁니다.

 

화재로 인한 흔적들을 지나니

이제 식장산 주능선길로 성큼 다가서게됩니다.

 

주능선을 올라서서 왼편 정상 방향으로 갑니다.

이 나무는 어떤 사연이 있어 이리도 휘고 돌고 하였을까요.

 

바람만 간간이 부는 한적한 길을 걷습니다.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조망처에서

지나온 능선 길을 바라봅니다.

조금은 흐려서인지 더욱 아스라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10시 30분경에 시작한 산행이

이곳 식장산 정상에 오니 3시가 넘어갑니다.

 

이제 하산을 해야지요.

오늘은 세천유원지 방향이 아니라

고산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세천유원지쪽보다는 한적해서 좋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아름다운 길이 있어 좋습니다.

 

늘상 느끼는거지만

사는것에 있어 행복이란게 뭐 별거겠습니까.

이런 순간 순간 느끼는 소박함이

하나 둘씩 인연처럼 모여 내 삶의 행복이 되겠지요.

소박함속에는

욕심이나 탐욕이 자리할 수 없으니까요.

 

한적한 느낌이 좋은 고산사에 도착합니다.

식장산에는 구절사를 비롯해서 식장사, 개심사 등의 절들이 있습니다.

 

고산사를 지나 임도 길을 걸어 대성동으로 내려옵니다.

 

4시경에 대성삼거리에서 5시간 30분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글고보니 501번 버스로 일곱 정거장 거리를 되돌아 걸어왔습니다. ㅎㅎ

버스로 10여분이면 갈 거리를

어렵고 힘들게 산을 돌고 돌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눈앞에만 보이는 급한 이익만을 따지는 세상에서

이런 우둔함과 어리석음이

왠지 즐겁고 행복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걷는 매력이

이런것인가 봅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별이 하늘에 빛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별들은 저마다 신에 의해서 규정된 궤도를 따라 서로 만나고 또 헤어져야만 하는 존재다.

우리 모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다.

이 별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소멸하는 것은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다.

이 신의 섭리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이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빛을 받고, 너는 나의 빛을 받아서 되쏠 수 있을 때

별들은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되는 것..."

 

 최인호님의 인연이라는 책에서 만난 글 몇구절 옮겨봅니다.

 

대둘을 통해 알게된 소박한 산과 풍경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이 생각납니다.

참 소중한 그 인연이 고맙습니다.

살아있음이 그래서 행복인가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