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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 4 코스 : 월출산 기 충전 길

by 마음풍경 2010. 2. 21.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

 

4코스 : 월출산 자락, 기 충전 길(16.5km)

 

천황사 -> 기찬묏길 -> 성풍사지5층석탑 -> 기찬랜드(기 건강 센터) -> 도선암 ->

도갑사 -> 욍인박사 유적지 -> 구림마을(도기박물관)(6시간 소요)

 

  

이제 남도유배길의 삼일째이자 마지막 날 걷기입니다.

이틀동안 45km를 걸었고 이제 16.5km가 남았네요.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 1코스 : 다산초당에서 영량 생가까지,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21)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 2,3 코스 : 영량생가에서 월출산까지,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22)

어제까지는 몸이 가벼웠으나 자고나니 몸이 무겁네요.

마치 지리산 종주 마지막날 같은 기분입니다.

다리도 천근만근이고 배낭을 맨 어깨고 아프고요. ㅎㅎ

 

 여튼 9시 20분경에 마지막 날 걷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이곳 천황사 입구까지는 아주 친절하게 노란 화살표와 리본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아무런 시그널도 찾을 수 없어

등산로 입구에 있는 월출산 국립공원 직원분께 물어보니

정약용 남도 유배길 자체를 잘 모르시더군요.

단지 기찬묏길을 가려면 차길을 따라 탑동까지 가야한다고 말하고요.

여튼 길을 따라 걷습니다.

 

맑은 하눌에 펼쳐지는 월출산의 아침 풍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산 중간에 빨간 구름다리도 보이고요.

 

설령 천황사에서 탑동까지 월출산 자락으로 길이 있다고 해도

이처럼 조금 떨어져 걸으니 월출산 조망이 뜻밖의 선물이 됩니다.

 

과거에 등산을 할 때는 그저 암릉이 멋지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조금 떨어져 바라보며 걸으니

참 월출산이 멋진 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느껴집니다.

 

차 길을 걷다가 논둑길도 걷고

잘못해서 작은 개울도 건너고 왔다갔다 합니다. ㅋㅋ

그래도 왠지 기분은 좋네요.

 

저 산 속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소중한 풍경이지요.

사는게 때론 줄다리기 같습니다.

 

저 산에 들어가 있을 때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꼭 안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처럼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눈감으면 애절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느낌이 또한 좋습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를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꼭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움의 간격'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중에서 -

 

 

이제 좌측 탑동 약수터 방향으로 들어갑니다.

 

이곳 탑동 약수터에서 기찬랜드까지 5.5km가

기 조성된 월출산 기찬뫼길입니다.

앞으로 월출산 천황사 입구부터 미암면 흑석산 산림욕장까지의 약 40km를

다섯구간으로 나눠 월출산 100리길 기체험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근데 이곳에서 노란 화살표와 시그널을 만났는데

왼편 약수터 방향으로 시그널이 보이는걸 보면

천황사에서 부터 이곳으로 숲길을 따라 오는 길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제가 아침부터 알바를 한거겠지요.  ㅎㅎ

 

오른편 멋진 두륜봉이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길을 걷습니다.

근데 같은 배경에 사람이 걷는 아무 멋진 사진을 "월간 산" 잡지를 통해 봤는데

아무리해도 쌩으로는 그 모습처럼 나오지는 않습니다.

왼편에 무덤도 있고 오른편에 시설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요,

아무래도  그 사진은 뽀샵을 해서 일부를 지우고 또 첨가한 것 같네요.

 

이런 모양의 바위를 보니

서울 근교의 불암산이나 수락산 봉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륜봉을 지나 잘 닦여진 편안한 길을 걷습니다.

 

나무로 우거진 아주 매력적인 길도 걷고요.

 

지리산길에서 만난 하늘 길과 조금 유사한 느낌이네요.

 

 비록 흙길이 아닌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월출산 기를 받아서인지 기분은 참 상쾌합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이곳 월출산에서만 볼 수 있는 거겠지요.

 

길을 걷다 만난

정자에 올라가 봅니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영암 들녁이지요.

 

물론 등뒤로 펼쳐지는 바위의 배경도 아름답고요.

 

아주 길고 멋진 다리도 만납니다.

너무나 잘 정비되어서인지

지난 이틀 동안에 만난 길과는 많이 다르지요.

 

지자체가 이런 일로 예산을 쓴다는 것이

과거 성장 일변도의 정책과 비교한다면

참 많이 변하고 발전한 거겠지요.

 

여튼 걷는 길이 많이 생기는 것은

우리의 후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시가 있는 명상의 길인가요.

잠시 발걸음을 멈춰 소리내어 시를 읽어봅니다.

알려지지 않은 시지만 참 진솔하고 담백하네요.

 

저도

여행을 떠날 때 시 한권과 음악이면 참 행복하지요.

 

오늘은 그 시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길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자연스럽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암 실내체육관도 보이고 영암 시내를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기찬묏길은 길들이 참 다양합니다.

나무 길도 있고 흙길도 있고 바위길도 있고요.

 

하늘은 어찌나 곱고 깊고 아름다운지..

오늘도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물론 몸은 무겁지만 서도요.

 

숲에 있으면 무언들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쉬엄 쉬엄 걸었는데도 탑동에서 벌써 3.5km를 왔네요.

이제 기찬 랜드까지는 1.4km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녹동서원 옆을 지납니다.

 

그리고 돌고래 모양의 바위도 만나고요.

 

 징검다리 모양의 바위 길을 건너는데 어릴적

냇가 징검다리를 건너던 생각이 납니다.

 

11시50분경에 기찬랜드에 도착했습니다.

걷기를 시작한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네요.

 

이곳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12시 30분경에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당초 기체험관에서 여행자 여권에 도장을 받을려고 했는데

오늘이 일요일인지라 휴관이어서 담당 공무원이 없다고 합니다.

하긴 주5일 근무인지라 그 사정은 이해를 하나 조금은 아쉽더군요.

발마사지도 무료로 해준다고 하는데 쩝

 

관광이라는게 주로 주말에 하는건데

차라리 지차제에서 직접 운영을 하지말고

전문 단체에게 위탁을 주거나 아님 주말에는

시간제를 고용해서 활용하면 좋을것 같은데.

 

여튼 도장을 포기하고 기체험관 뒷편으로 시그널이 있어 이어갑니다.

 

근데 그 많던 시그널이 이곳에서 다시 사라져버립니다. 흑흑

기존 길과는 다르게 가야할 길이 막막해서

이곳에서 걷기를 멈출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왕온것 계속 찾아서 가볼 생각을 해봅니다.

하여 이틀동안의 경험도 있고해서

다시 지도를 펴고 가야할 방향만을 정하고 걷습니다.

 

월출산은 주능선뿐만 아니라 주변 지능선 봉우리들도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네 삶도 개그 프로그램처럼

1등만을 기억하는 씁쓸한 모습이 아니었으면 하네요.

 

정처없는 발걸음일까요.

그저 가볍고 편하게만 보이는 세상 풍경입니다.

 

구름 또한 한가로이 지나갑니다.

 

가야할 목표에 대한 불확실함은 있지만

그냥 걷는 발걸음에는 한가로움 만이 가득합니다.

하늘도 보고 먼산도 바라보고요.

 

 왼편으로 대동제 저수지를 끼고

녹암 마을도 지나고 주암마을도 지납니다.

 

다행히 차가 다니는 큰 길로 나가지 않아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오솔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월출산 구정봉쪽 멋진 능선이 실루엣처럼 다가오네요.

 

여튼 왼편으로 월출산을 끼고 가면 되기에

시그널이 없어도 가는 길의 방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가장 빠른 길로는 가지 못해도

사는게 그렇듯이 이렇게 휘돌아가가도 하고

또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길을 만나기도 하고요.

그게 인생이겠지요. ㅎㅎ

 

만일 이곳에 노란 시그널들이 있다면

그것들이 있는 것만 보고 가느라 주변 소박한 풍경을 놓칠 수도 있는데

 

차라리 전화위복이라고 할까요.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더욱 여유로운 걸음이 된것 같습니다.

 

여튼 오늘은 오전과 오후가 상반되는 길을 걷습니다.

오전에는 아주 잘 닦여진 정해진 길이라면

오후에 만난 길은 내 느낌대로 시선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걷는 쌩 길이니요.

 

우아~ 길을 따라 걷다보니 2시경에 다시 눈에 익숙한 이정표를 만났네요.

그냥 지도만을 보고 느낌으로 걸었는데 제대로 오긴 온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난 1.5km 길이의 임도 길을 따라 왼편 도선암 방향으로 갑니다.

 

다시 숲길을 걷습니다.

 

 지리산길이나 여느 임도 길을 걸을 때 자주 만나던 그런 느낌이라 그런지

참 친숙한 친구같네요.

 

물론 월출산의 멋진 풍경이 배경이 되어주는 멋진 길이고요.

 

여튼 월출산을 휘돌아가며 다양한 모습을 담게됩니다.

 

월암사지 문화유적 발굴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위쪽에 도산암이 있고요.  

 

잠시 발굴터로 들어가서 새롭게 지은 도선암을 먼발치에서 보고 나옵니다.

 

당초 생각은 숲 임도를 따라 도갑사로 바로 연결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ㅎㅎ 2시 30분에 임도길이 끝나고 다시 논밭 길로 나섭니다.

 

오른편으로 군서면이 보이고 길을 따라 내려서면 도갑사로 가는 작은 길이 나오겠지요.

 

가던길에 할머니 한분을 만났는데 작은 바위를 싣고 논으로 가시더군요.

산쪽에서 내려오니 등산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시기에

그냥 월출산을 휘돌아 걷는다고 말슴드렸네요.

여튼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사는 삶이지만

그속에도 고단한 생활은 있겠지요.

 

어찌보면 아름다운 삶을 만드는 것은

하루 하루의 작은 일상일지도 모르고요.

 

월산 마을과 월암 마을에서 바라본 월출산의 뒷 모습은

참 넉넉하네요.

 

시리봉과 노적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릉이가 대단하고요.

 

잠시 길가에 앉아 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잔합니다.

오늘도 역시 준돌의 노천 풍경 카페 되겠슴다.

 

마치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창가에 앉아 차 한잔 하는 기분이 드는

 

차도 마시고 다시 남은 길을 걷습니다.

물론 몸도 무겁고 어깨도 여전히 아프지요.

지리산 종주의 마지막 1시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도선암 입구에서 1km를 왔네요.

 

도선국사가 출가한 곳이라고 하는데

영암하면 왕인박사와 함께 도선국사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3시 10분에 도갑사 입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다시 노란 시그널을 만납니다. ㅎㅎ

그리고 도갑사를 들리지 않고 바로 오른편 구림마을로 향합니다.

 

장수발자국이라 하는데 설명하는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ㅋ

 

 죽정 마을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죽정 마을의 랜드마크라고 할까요.

멋진 가로수 길을 지납니다.

 

가을 단풍핀 계절에 와도 참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도로 확장 공사 등으로 인해 이런 멋진 길들이

자꾸 사라져 가지요.

 

ㅎㅎ 가로수 길 중간에 1박 2일 영암편 촬영지인

안용당을 지납니다.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차들이 들어가더군요.

 

이제 2박 3일간 걷기의 종착지인 구림마을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3시 50분경에 구림마을에 도착합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약 6시간을 걸은거네요.

 

작년에 이곳 구림 한옥 마을을 오고

또 이렇게 유배길을 따라 다시 올지는 몰랐습니다.

하여 길 건너 한옥마을에 들리지 않고

이곳에서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3일동안 60여km인 150리 길을 걸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몸도 힘드는게 정상이겠지요.

 

하지만 마음은 왜이리 편하고

머리는 그저 한없이 가벼운지요.

걷는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마약인가봅니다.

평생동안 중독이 되어도 좋은 그런 마약입니다.

 

길은 이제 내게 운명이자 늘상 그리워하며

변함없는 사랑이라는

사실이 참 고맙습니다.

 

끝으로

언젠가 신문 사설에서 본 구절이 생각나 옮겨보네요.

 

 "왜 사람들은 걷는가, 왜 걸으려는 것일까.

정작 길을 걸어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욕망과 경쟁으로부터 떠나기 위해서 길을 걷는다고,

쉼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경쟁으로부터 떠나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아무 욕심도 없어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게 된다고,

그래서 자신을 묶어놓고 있는 온갖 관념과 습관의 줄을 놓아버리고자 걷는다고 말한다.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 눈에는 걷는 사람들이

'사서 고생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걷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는 사람을

'안됐다'고 말한다.

따사로운 햇볕, 맑은 바람결,

거기 흔들리는 작은 꽃들을 그들은 도저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