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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익산 성당포구 마을길 - 금강변 포구마을의 정취를 따라

by 마음풍경 2013. 9. 8.

 

 

익산 성당포구 마을길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익산 성당 포구는 고려에서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이 있던 곳으로

황포 돛배가 떠있는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통적인 포구 마을로

금강변의 정취뿐만 아니라 마을의 대나무 숲과 오래된 고목의 옛 향기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익산 두동마을 편백숲과 두동교회를 구경하고 나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성당포구 마을에 도착합니다.

 

당초 계획은 두동마을에서 이곳까지 익산둘레길을 따라 걸어서 오려고 했으나

산길이 풀로 우거져서 두동마을만 돌아보고 성당포구 마을 까지는 다시 차를 타고 오게 되었네요.

(익산 두동마을 편백숲길 - 두동교회에서 편백숲까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41)

 

성당포구 금강체험관 주차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변을 돌아보기로 하고

제일 먼저 언덕위 정자가 있는 전망대 방향으로 향합니다.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나 걷기위해 만든 길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이곳에도 익산 둘레길 말고 성당포구에서 나바위 성당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전국에 만들어진 길이 500여개라고 하는데 언제 다 걸어볼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ㅎ

(전국 걷기좋은 아름다운 길 - 150여개 목록 및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sannasdas/13390016)

 

한풍정이라는 이름의 정자에 올라봅니다.

금강으로부터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서 정자의 이름도 그리 된거라 생각해봅니다.

성당포구 마을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이지요.

 

정자 옆으로는 수령 500~600년이 된 보호수인 느티나무가 있는 게 특이합니다.

보통은 마을 입구에 당산나무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나무 둘레가 6.2m에 높이가 21m라고 하는데 정말 거대한 나무입니다.

 

구전에 의하면 도승 한분이 싸움터에서 부상을 입고 이곳에서 요양을 하면서

식재한 수목이 이처럼 자란거라 하며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주민들이 당산대신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는 나무의 듬직한 자태가 마치 마을을 수호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긴 이 마을 주민의 어느 누구도 이 나무보다 오래 사신 분은 없기에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나무라 할 수 있겠지요.

 

느티나무를 보고 포구쪽으로 내려서니 성당면의 은행나무가 나옵니다.

이 나무는 전라북도 기념물 109호로 수령 400~500년 정도로 추정이 된다고 하는데

느티나무와 함께 성당포구 마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의 풍성한 모습을 그려보게 되네요.

 

은행나무뒤로 계단 길이 있어서 올라서니 대나무 숲길이 나와 잠시 그 숲으로 들어가 봅니다.

 

강 바람을 막기위해 심은 것으로 보이는 대나무 숲은 무척이나 울창하고 시원합니다.

또한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사진의 좋은 주제가 되기도 하지요.

 

이 대나무 숲을 보니 몇년전 익산 미륵산성길에서 만난 구룡마을 대나무숲이 생각이 납니다.

(익산 미륵산성 길 - 백제의 숨결 무왕길을 만나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32)

 

물론 규모는 구룡마을에는 많이 못미치치만 같은 익산 지역이라 그런지

대나무 숲 느낌은 많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나무 터널길을 걸으며 잠시 사색에 잠겨봅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 나무가 된다면 무슨 나무로 태어나고 싶은가?

길을 걸으며 수많은 나무를 스쳐 만났는데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더 나무를 사랑하다보면 느낌이 오는 나무가 있을 것 같다.

그게 진정한 인연이 아니겠는가...

 

세상 살아있는 동안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은 상호간의 고유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기에

만남도 인연이고 또한 헤어짐도 또 다른 인연의 모습이겠지요.

 

잠시 대나무 숲을 산책하고 이번에는 강변으로 길을 나서봅니다.

과거 성당포구가 있던 이 하천은 산북천으로 금강으로 합류가 되지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변 주변은 잘 단장이 된 공원처럼 보이지만

아직 조성 시기가 짧아서인지 조금은 인위적이고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뚝방을 따라 금강이 바라보이는 철새 조망대로 가봅니다.

여름에는 백로와 왜가리가 살며 겨울에는 가창오리를 비롯하여 수십종의 철새들이 군무를 이룬다고 합니다.

 

이곳 성당 하도습지는 과거 금강하구둑 건설로 인해 완만해진 유속과 퇴적 작용으로 형성된 습지라고 합니다.

금강의 발원지인 장수 뜬봉샘에서 약 380km 지점이라고 하는데 오래전에 찾아본 뜬봉샘 가는 길이 떠오르고

그 날도 오늘처럼 가을 하늘이 참 멋지고 아름다웠다는 추억이 생각이 나네요.

(금강 발원지 : 전북 장수의 뜬봉샘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58

 

강건너 부여땅과 함께 넉넉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금강을 온 마음으로 담아봅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네요.

 

다만 물이 녹조화가 심해서 환경단체에서 말하는 소위 녹차 라테로 변한 모습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강이란 흘러가야 강인데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느껴지고요.

물론 강도 잠시 머물곳도 필요하고 또 세차게 흘러가야 할 곳도 필요하지만

보 공사 등으로 인해 강 전체가 흐르지 못하고 정체된 모습입니다.

 

이 안타까운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예전 잡지에서 읽었던 시골 노인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강을 하수구마냥 물을 쭉쭉 흘러가게 하거나 그렇게 보문 안돼.

우리도 계속 길만 가는 게 아니잖아.

집에 가서 쉬기도 하고 논밭에 가서 일하기도 하듯이 강도 그래.

빠르게 갈 때는 빠르게 가고 느리게 갈 때는 느리게 가고

머물기도 하고 휘돌아가기도 하고.

물이나 사람이나 다 같애.

사람도 구름처럼 자연적인 것을 억지로 하문 안돼.

인위적인 것이란 언젠가는 다 소양없게 돼."

 

 

오랜만에 금강을 만나니 강변 정취와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너무나 좋은데

자세히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들이 보여 '강물처럼'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네요..

자연처럼... 강물처럼... 인연처럼...

 

올 가을에 자전거를 타고 다시 이곳을 와볼 예정이지만

인간의 개발에 대한 욕망과 자연과의 조화는 늘 어려운 문제인것 같습니다.

 

다리에 서서 자연이 보내주는 사랑의 느낌을 가득 담아봅니다.

세상만사가 다 자연만 같다면 좋을 텐데요.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고

또 내 것이 아니면서도 내 것일 수 있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