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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세종 영평사 구절초 길 - 구절초 가을 향기에 빠지다.

by 마음풍경 2013. 9. 26.

 

 

영평사 구절초 길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441

 

 

 

세종시 장군산 영평사는 초가을에 구절초 꽃으로 유명한 사찰로

절 주변 및 뒷산이 새하얀 구절초 꽃 물결로 화려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으며

영원한 평화라는 절 이름처럼 꽃길을 걸으면 마음에 소박한 평화가 스며드는 곳입니다.

 

 

집에서 멀지않은 영평사로 이른 구절초 풍경을 보기위해 발걸음을 향합니다.

 이번 주말부터 구절초 축제라 사람들로 붐비기 전에 다녀오기로 하네요.

 

장군산 영평사 현판이 있는 일주문에도 축제 준비로 분주한 모습입니다.

 

경내로 들어서니 꽃 축제 개막식과 산사 음악회를 위해 많은 의자들이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영평사는 조계종 마곡사의 말사로 대한민국 전통사찰 78호인 수행 도량입니다.

과거에는 공주시에 속했는데 지금은 세종시로 편입이 되었지요.

 

구절초는 해열및 해독 등 다양한 효능이 있으며 특히 9월 9일 이 풀을 채취하여 매달아 두고

여인의 손발이 차거나 산후 냉기가 있을 때 달여 약으로 써 왔기 때문에 구절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물론 꽃을 말려서 차로 마시면 향기도 더욱 진해지고 맛도 풍부해지기에

사찰내에 구절초 전문 찻집도 있습니다.

 

영평 다원을 지나니 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장독이 즐비한 풍경도 만나게 되는데

영평사의 특이한 것 중 하나가 전통 장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영평식품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노동을 통해 수행을 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스스로 자급자족하는 모습도 참 좋은것 같네요.

 

꽃하면 늘 봄만을 생각하는데 구절초를 비롯해서 들국화로 불리우는

쑥부쟁이와 벌개미취가 없다면 단풍이 오기전 가을의 허전함을 어찌 채울 수 있을까요.

 

흔들리는 몇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본적이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적 있는가?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저도 잠시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자세히 바라봅니다.

한송이 한송이가 다 왜 이렇게 조화롭고 예쁜지요.

 

 뒷산으로 올라서니 경내에 있는 흰색 의자가 마치 구절초 흐드러진 정원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아직 이른 철이라 뒷동산에 구절초가 만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넘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한 것이 더 여유롭고 편안하네요.

 

흰꽃 세상에 눈이 적응할 무렵 갑자기 붉디 붉은 꽃무릇을 만나니

내 마음의 색감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올해는 보지 못할것만 같았던 꽃무릇을 만났으니 오늘 발걸음이 일석이조가 되네요.

 

꽃 한송이, 풀잎 하나 그리고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마저도 정갈하게 다가서는 시간입니다.

 

이제 산 능선으로 이리저리 이어지는 길을 따라 본격적인 구절초 꽃구경을 나섭니다.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 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 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 구절초꽃 - 김용택 >

 

 

아름다운 꽃 세상을 바라보며 달리 어떤 수식어가 필요하고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요.

하여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싯구만 중얼거려 봅니다.

그나저나 꽃이 가득한 강물이고 달빛 가득한 하늘이네요.

 

수십만송이 피어있는 이곳에서는 구절초꽃은 귀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꽃 한송이 한송이가 전부 다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세상사는 일이 늘 저 고개숙인 소나무처럼 무겁고 힘들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은 존재하고 사는 동안 그걸 느낄 자격은 있다는 것은 아닌지요.

 

하여 저물어가는 하늘을 배경으로 묵묵하게 서있는 저 소나무에서 희망을 봅니다.

 

꽃 풍경에 취하고 멋진 길에 빠져 싸목싸목 오르니 어느새 사찰 경내가 발아래 펼쳐집니다.

 

끝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꽃길도 계속 이어지고요.

 

아~ 좋네요. 참! 좋네요.

꽃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길의 아늑함이 더해지니 마치 행복이라는 구름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저는 자연이 주는 이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선물에 늘 감탄하고 한없이 좋아만하는 철부지인가 봅니다. ㅎ

 

철부지면 어떻겠습니까.

늘 새롭고 늘 감동하고 늘 사랑할 수만 있으면 그리 살고만 싶습니다.

 

여름 한철 노란꽃으로 피어나던 민들레도 이제는 홀씨만 남았네요.

자신을 버림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는 숭고하고 고귀한 자연의 모습이겠지요.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던 꿈을 실현한다는 뜻이다.

 

 

관계를 맺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관계를 맺는 순간, 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를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사랑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된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던 것들이 저마다 이름을 하나씩 갖고 있으며,

저마다 소중한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 관계 맺음 - 안도현 >

 

 

과거 가을에 피는 들국화인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를 구분하는 법만 열심히 찾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꽃들 내면에 담겨있는 아름다움이나 인연의 의미를 생각해보지 못한것은 당연하고요.

 

이제는 남의 눈치만 보거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가식적인 삶을 사는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족하고 스스로 행복하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중입니다.

자연은 늘 저에게 삶의 길을 알려주는 스승이지요.

 

영평사의 구절초 꽃 구경을 마치고 경내를 벗어나는데

영평사 홈페이지(http://www.youngpyungsa.org/)에 쓰여진 주지스님의 인사말이 생각이 납니다.

 

모든 존재의 본 고향은 행복의 땅, 광명의 땅 극락의 땅입니다.

본 고향이 행복의 땅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도 일찌기 불행의 나락에 떨어졌던 일은 없습니다.

지금 이대로 그 모습 그대로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행복이란 멀리 아득하게 있는 것은 아니고

오늘 잠시 머물렀던 구절초 향기 가득한 이곳이 아닌가합니다.

사람없는 한적한 영평사 구절초 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