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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북한산 백운대길 - 10년만에 찾아본 그리움의 산

by 마음풍경 2018. 12. 10.



북한산 백운대길



북한산성분소 ~ 대서문 ~ 위문 ~

백운대 ~ 용암문 ~ 중성문 ~ 북한산성분소

(약 10km, 5시간 소요)




대서문을지나 위문까지


갑자기 추워진 날에 찾아온 북한산은

기록을 찾아보니 만 10년이 흘렀다.


북한산 능선길 - 백운대를 넘어 비봉까지

(http://blog.daum.net/sannasdas/12518636)


10년이면 기억도 흐려지고

그저 빛바랜 추억이 되지만

자연은 여전히 그모습 그대로이고

두눈에 담아보니 다시

설레임이 가슴에 피어난다.


당초 북한산성 12종주를 생각했는데

종주보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백운대만을 오를 생각으로

입구에서 원효봉과 의상봉의

아침 인사를 받으며

위문을 향해 길을 걷는다.







초겨울의 쓸쓸함이

담겨있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것이

겨울 산의 매력임을

새삼 느껴본다.




과거에는 우이동계곡에서 올라왔기에

위문이 나오니 친구처럼 반갑다.




백운대를 오르다.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오랜만에 쇠밧줄을 잡고

바위길을 따라 백운대를 오르니

삼각산이라 불리는

인수봉, 만경대가

익숙한 얼굴로 반겨준다.






백운대 정상에서

펼쳐지는 도봉산 조망은

예전에 다녀온 도봉산의

추억도 생생하게 소환한다.


생각해보니 산에서

옛추억을 느끼고 행복해 할줄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세월이 그만큼 흘러간걸까..

행복하면서도 당혹스럽기도하다.


도봉산 사패산 능선길

(http://blog.daum.net/sannasdas/11695094)





백운대를 내려서다.


마치 옛고향에 온 듯한

기쁜 마음으로 백운대를 내려선다.

하긴 북한산이 있는 서울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인

20대를 보낸 곳이기에

옛고향이라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물론 그 시절의 후반에는

왜 그리 서울을 떠나고 싶었는지..

사랑을 잃고 빈집에 갇힌

기형도 시인의 시 구절처럼

첫사랑의 희미한 그림자를

지우며 도망치듯 떠난 기억도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기만 하다.





참 오랜만에 서울산을 와서인지

옛 추억들도 발길에 채이지만

등뒤로 펼쳐지는 백운대와 염초봉

그리고 노적봉의 조망은

그 시절의 추억만큼

아름답고 고이 간직하고픈

소중한 존재로 남는다.





북한산성 계곡길을 걷다.


산성길을 계속 이어

비봉이나 의상봉 능선으로도

훌쩍 가고도 싶지만

10년이 넘은 등산화가 문제가 생겨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한다.

이심전심이라 할까. ㅎ




계곡은 졸졸 흐르는

물소리도 곱고

겨울의 모습을 간직한

서늘함도 아름답다.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 공터의 사랑 -


산행을 마치고 잠시 커피 시간을 갖는데

고인이 된 허수경시인의

시가 문득 생각이 난다.


사랑도 나도 그대도

다 세월로 간다.

남는 것은 그저

오늘 걸었던 멋진 산과의

추억은 아닐까..


고마운 추억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다 떨어진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는 여유를

남겨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