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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경주 남산 용장사지길 - 불상과 석탑의 보물창고

by 마음풍경 2019. 3. 18.



경주 남산 용장사지길



삼릉 ~ 냉골 ~ 금오산 ~ 용장사지 ~

 용장골 ~ 용장마을

(약 6km, 3시간 30분 소요)





1. 삼릉에서 금오산까지



경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때 다녀온 수학여행이다.

물론 그 후로도 경주로의

발걸음은 있었지만

까까머리에 검은 교복을 입고

떠난 10대 시절의 여행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것 같다.


하여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곳을

다시 찾는 기분은 어쩌면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여튼 경주 남산은 많은 산행 코스가 있지만

멋진 소나무가 즐비한 삼릉에서 시작을 한다.


삼릉으로 들어서자

햇살과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로움이

마음을 확 사로잡는다.


그런 멋진 소나무숲으로 들어서니

아달라왕을 비롯해서 신덕왕, 경명왕 등

세분의 신라 왕 무덤이 나온다.


이처럼 아름다운 숲속에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신비로움마저 느껴지고.



문득 산행보다는 이곳 숲에 머물며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숲의 풍경을 담고 싶은 생각도 든다.


다만 다음을 기약해보며

오늘 가야할 봉우리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향한다.


가는 길에 막 피기 시작한

고운색의 진달래도 반갑고.


보물이 가득 담긴 남산이라 그런지

산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바로 신라의 문화재와 마주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보물찾기의

시작이라고 할까.







천년 신라는 불교를 통해

만들어진 역사이기에

경주 남산은

석탑과 석불의 보물창고이다.


초봄이면 산에서 만나는

노란색의 생각나무꽃도 반갑고.


이곳의 불상들은 대부분 얼굴이 없는데

냉골의 여러 문화재 중 유일한 보물인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제666호)은

복원을 해서인지 온전한 모습이다.


능선을 조금 올라서니 조망이 트이고

불어오는 바람도 싱그럽고.


솔직히 경주 남산이 산행으로

묘미가 있지는 않지만

소나무숲으로 이루어진 능선은

묘한 매력이 있다.


염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상사암을 지난다.


상사암에서 금오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오르니

형산강너머 단석산도

아스라하게 다가온다.


멋진 소나무와 어우러지는 암릉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포근한 듯 친근하다.



멋진 조망도 감상하고

좀 더 길을 걸으니

금오산 정상에 도착한다.

주변 조망이 없어

조금은 아쉽지만

무거운 발걸음을 쉬기에는

참 좋다.



2. 금오산에서 용장사지까지



금오산 정상 부근에서 점심을 하고

고위산으로 가지않고

혼자 용장사지가 있는

용장골로 발걸음을 향한다.


이곳은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집필한 장소이기에

더더욱 가고싶었던 곳이었다.


함께한 사람들은 고위봉으로 가고

혼자 걷는 숲길은 참 한적하다.


특히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길에

마주한 고위봉 조망을 보고 있으니

이 길을 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또한 조망처 옆으로

누워있는 듯한

고래 모습의 바위도 멋지고.


사는게 때론 줄다리기 같다.

저 산에 들어가 있을 때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꼭 안고 있는 느낌이 들고

이처럼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눈감으면 애절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 일수록 꼭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상처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우종영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중에서>



멋진 조망을 지닌 능선을 내려서니

용장사지의 3개 보물 중 하나인

용장사곡 삼층석탑과 마주한다.

마치 '그리움의 간격'이라는 의미를 

눈앞에 보여주는 듯하고.




비록 탑의 윗부분은 없지만

참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삼층석탑을 지나

조금 더 내려서니

자연 암반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을 만나게 된다.

보물치고는 참 소박하고.



또한 옆으로는 이곳 3개의 보물중

가장 인상적인 석조여래좌상이 자리한다.




없어진 불상의 머리를 대신해서

오늘은 구름이 머리가 되어주는 듯 하고..



3. 용장사지에서 용장마을까지



용장사지의 3가지 보물을 만나보고

이제 용장골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계곡 건너편 고위봉 능선은

더욱 편안하게 바라보이고.


요즘은 가고픈 산에 오르는 것보다

조금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마음에 끌린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산들을 올랐지만

혹여 정상에는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삶도 그와 같지 않을까.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시간보다

자발적인 백수로 보내고 있는

현재가 더욱 행복한 마음이니..


젊었을 때는 참 많은 것을

붙잡으려 애썼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 생각하니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물론 오늘의 나를 안정적이고

평온하게 해준 지난 시간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는 과정이

자연의 순리이듯이

다 지나쳐가야할 과정인 것을..


이러저런 생각을 하며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니

갑자기 푸른 하늘이 열린다.


봄이 왔다는 소리처럼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도 경쾌하고.


개인적으로 김시습과의 인연은

오래전 다녀온 부여 무량사에서였다.

그 흔적을 이곳에서 다시 찾으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하고.

(부여 만수산 무량사 매월당길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765)


특히 붉은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한 철에 다시

그와 조우를 하는 것 같아

꽃을 보듯 기쁜 마음이 든다.


오늘 보물찾기의 마지막으로

절골 중턱에 숨어있는

역사여래좌상을 찾아본다.


조금 떨어진 주변에

석탑의 옥개석도 뒹굴고..



이제 보물찾기도 마무리하고

계곡 물소리를 따라 산행의

마지막 발걸음을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용장마을로 들어서니

담장에 봄꽃들이 만발하고.


특히 손가락 'OK'모습의

나무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주변이 전기줄 등으로 어수선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픈 마음이 들고.


오늘은 고위봉보다는 용장사지를

택했지만 200% 만족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시원한 조망처에서

그리움의 간격도 새삼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고.


이제 봄꽃이 만개하는

시간이 성큼 다가온다.

올해의 봄은

또 어떤 그리움으로

마음이 설레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