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인산 자연휴양림에서 닭재 덕산마을까지 -
지난 2월이 내내 포근하여
봄이 일찍오나 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춘설도 내리고
꽃도 온전히 피지 않았는데
이른 꽃샘추위가 왔네요.
3월의 대전둘레 3구간 산행은
봄은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시기에 시작합니다.
참 새롭게 대둘 손수건이 나왔네요.
벌써 3년째여서인지 새로나온
왼편 손수건이 훨 좋아보입니다.
하지만 오른편 남루한 손수건에는
소중한 추억이 남아 있겠지요.
산행 시작 시 여름에는
녹음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만인산 팔각정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온전히 보이고요.
초 봄을 맞이한다는 영춘화도
차가운 날씨에 얼어있네요.
처음에는 개나리인줄 알았습니다.
이런 비슷한 봄꽃 종류로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이 있지요.
이 둘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지요.
차분한 아침 숲길을 걷는 기분이
오늘 산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직접 정기봉으로 갈 수 있으나
지난 길을 잇기위해
태실 방향으로 갑니다.
태실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오는 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파른 길을 1시간여 오르니
시원한 조망이 터지고
정기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오른편뒤로 서대산이 우뚝합니다.
충남에서 가장 높지만 계룡산과
대둔산의 명성에 가려진 산이지요.
하지만 대둘 동쪽편 산행시
항상 친근하게 다가오는 산입니다.
오늘 가야할 능선 전체가 보입니다.
강이 흘러가듯 능선이
참 편하게 이어지지요.
오늘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깨끗한 조망을 볼줄은 몰랐는데
당초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더욱 좋은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때론 앞선 기대가
지나친 욕심을 낳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정기봉을 내려서서 길을 가는 도중에
아직 남아 있는 억새도 만납니다.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봄이 오는데
더욱 선명한 모습의 억새를 보니
제 마음도 잠시나마 저 억새처럼
투명해짐을 느낍니다.
만인산은 자꾸만 멀어지고
식장산은 조금씩 가까워지네요.
작년 산행시 보지 못한 돌탑입니다.
지나간 산객들의 소망이 담겨있는
작지만 소중한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나뭇가지에는 어떤 꽃이 필까요.
예쁜 명자나무 꽃이었으면 좋겠네요.
화려한 꽃은 보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색감의 버섯도 만납니다.
은은한 그 색감이 참 좋더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하늘에
구름이 많아집니다.
요즘 기상청을 보곤
양치기 소년이라고 하던데
오늘은 예보가 맞을것 같네요.
산 능선에서 이런 막막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처럼 산그림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우뚝하지는 않지만
그 풍경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조그만 산 그림자가...
가야할 능선 그 너머로 식장산도 보입니다.
알지못하는 봉우리위에서
여러 돌탑들도 만나고요.
그래도 쓸쓸한 산길이지만
이런 소박한 돌탑을 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을 마주치는 것보다는...
새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을 듣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도시의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만
대진고속도로가 지나는
마달령이 멀지 않은것 같습니다.
1시경에 마달령에 도착했습니다.
머들령이라고도 하지요.
이정표에 정훈시인의
머들령이라는 시가 남아있네요.
이제는 잊혀진 고개길이지만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던 길이었겠지요.
과거에는 단지 산이란 먹고살기위해
단지 너머가는 고개마루였는데
요즘은 산행이라는 이름으로
산 능선을 지나가네요.
능선을 걷는 내 발자국들이
자연을 훼손하기에
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조심 조심 산행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리더군요.
저야 지나면서 잠깐만 듣지만
이곳에 사는 동물들은
어떨가 생각해 봅니다.
마들령을 넘어 충북 옥천과
대전 경계를 따라 가는 산행길에는
산 풍경은 깊고 잔잔한 모습입니다.
다만 산을 파헤친 채석장을 보니
마음이 아픔니다.
작년보다 더 깊게 그리고 크게
인위적인 황폐화가 진행되더군요.
오늘 오신 분들의 마음에도
자연의 소중함을 더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오후가 되니 조금씩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붑니다.
이제 막 고딩이 된 영돌이가 후미 깃발과
제 배낭을 대신 짊어지겠다고 합니다.
대둘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어렸는데
이제 참 많이 큰것 같습니다.
비바람을 헤치고 이제 마지막
힘든 오르막길을 오릅니다.
바람도 더욱 세차게 붑니다.
2시경에 봉화대터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5시간 가까이 산행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닭재까지는 이제
2km가 남지 않았습니다.
정기봉 정상에서는
거의 8km 가까이 왔지요.
닭재로 내려서는 길에서 애정?이
듬뿍한 나무 한쌍을 만났습니다. ㅎㅎ
서로 기대고 부비며 사는 모습에서
우리네 인간들의 닮은 모습을 봅니다.
사람들끼리도 서로 사랑하며
때론 편하게 기대며 사는
평화로운 풍경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가지에 빗방울이 맺혀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닭재 근처 돌탑도 지나고요.
이곳을 지나는데 빗줄기가 굵어집니다.
옅은 안개에 가린 축축한 풍경에서
봄을 더욱 기다려야 함을 느끼고요.
닭재에 도착해서 좌측
덕산 마을로 내려섭니다.
다음번 산행은 다시
이곳 능선에서 이어지겠지요.
계현산성의 안내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요.
삼괴동 덕산마을로 내려서는 길 주변은
조용히 봄비에 젖어 있습니다.
지난 가을의 흔적을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비에 젖은 몸을 이끌고
오늘 산행도 종착점을 항해갑니다.
아직은 겨울 인듯 싶지만
그래도 봄은 오고 있네요.
봄은 화려한 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조용히 들판과 논밭의
한 구석에서 오는것 같습니다.
개구리알들도 부화를 하고
여름철이 오면 치열한
울음소리를 들려주겠지요.
두꺼비 알도 논밭에 있더군요. ㅎ
촉촉한 하지만 매서운 봄비를 맞으며
3시경에 3월 3구간 산행을 마치게 됩니다.
ㅎㅎ 모두가 3이네요..
이유미님의 광릉 숲에서 온 편지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도대체 식물들은 왜 힘겹게
씨앗들을 여행을 보낼까요?
온갖 어려움을 딛고
세상 곳곳에 퍼져
종족이 번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닙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부모가 되는 식물들과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큰 나무 밑에
씨앗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씨앗은 부모의 가지에 가려
햇볕도 받을 수도 없고
한정된 양분도 얻을 수가 없지요.
동물들처럼 능동적으로 자식에게
베풀 수 없는 식물들로선
갖가지 수단을 강구해
사랑하는 씨앗들을 먼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식물들의 이런 이치를 보며
우리 사람들은 어떤 사랑을 하고
어느 만큼 주변을 이해하며 사는지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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