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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지리산 바래봉 철쭉길 - 철쭉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사람 물결

by 마음풍경 2007. 5. 14.

 

지리산 바래봉 철쭉 꽃길

 

 

정령치에 많은 등산객들이 온걸 보니

지리산에도 어느덧 철쭉의 계절이 돌아온것 같습니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역시 그 깊이를 느낍니다.

 

반야봉도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넉넉하고요.

 

몇년전 늦가을에 만복대 산행때 와보고 참 오랜만입니다.

고리봉으로 향하는 산행을 시작합니다.

 

근데 이게 왠일입니까. 산행 시작부터 정체가 시작됩니다.

산 능선을 따라 사람의 물결로 이어지네요.

 

이제 200미터를 왔는데 30여분이 소요됩니다.

바래봉까지는 약 9km 이상을 가야하는데 큰일났네요. ㅎㅎ

 

그래도 고운 빛깔의 철쭉이 있어 약간의 위로가 되지요.

 

고리봉을 오르는 산길 이곳 저곳에도 철쭉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만개한 모습은 아니지만 막 피어나려는 그 모습이 왠지 정겹네요.

 

불어오는 바람은 제법 세차더군요.

거북이 산행이어서 몸이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정령치 뒤로 만복대가 우뚝합니다.

가을이면 이 낙옆송들이 모두 노란 옷을 입고 있겠지요.

 

그러나 고리봉을 1시간 걸쳐 올랐으나

더이상 가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아 뒤돌아옵니다.

산에서의 정체는 도로에서의 정체보다 더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하여 돌아오는 길에 개령암지 마애석불에 들렸습니다.

 

이곳에 보물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가장 윤곽이 뚜렷한 불상입니다.

 

바위에 모두 12부처가 있다고 하는데

마치 숨어있는 그림 찾기 하는 기분입니다. ㅎㅎ

하지만 전부 찾지는 못하고 다시 정령치로 발길을 돌립니다.

 

 12시가 넘어서인지 이제 산행객들이 많이 줄어든것 같네요.

근데 왜 이놈들이 이렇게 얄미운거지요. ㅎㅎ

하긴 첨으로 산행을 되돌아 왔으니 기분이 그렇지요...

정령치에 부는 바람처럼.. 정말 바람맞았습니다.

 

여하튼 정령치 휴게소에서 지나는 차를 얻어타고

오늘 산행의 종점인 내령 마을로 향합니다.

 

그러나 내령 마을로 가는 길은 참 멀더군요.

무려 3번이나 차를 얻어타고 가야만 했으니요. ㅎㅎ

 

걷다가 차가 오면 얻어타다가 하면서 뱀사골 계곡을 내려갑니다.

 

당초 10시 20분경에 정령치에서 산행을 시작했건만이곳

 내령마을 계곡입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1시 30분경에 다시 바래봉을 향해 산행을 합니다.

 

팔랑마을로 향하는 길은 2km 남짓한 임도길입니다.

 

약 30분여분이 소요되어 본격적인 산행길이 시작됩니다.

이곳 마을까지 차를 가지고 올 수 있어 주변에 차들이 제법 많더군요.

 

당초 이 산길은 통행이 금지된 지역이나 철쭉 기간에만 개방을 한다고 합니다.

 

팔랑마을에서 바래봉 능선까지는 약 3km 입니다.

하여 내령마을에서 능선까지는 모두 약 5km 정도가 되겠네요.

 

가파르긴 했으나 그래도 제법 편안한 산길을

1시간여 오르니 드디어 철쭉을 만나게 됩니다.

 

돌고 돌아 만난 바래봉 능선의 철쭉이어서인지 더더욱 반갑네요.

 

사람은 여전히 산길을 줄지어가고

 그 사람만큼이나 철쭉도 피어있습니다.

 

3시경에 팔랑치에 도착합니다.

 

바래봉쪽보다는 부운치쪽이 철쭉이 화려할것 같아

부운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지난주 제암산 철쭉의 물결 못지않네요.

 

저멀리 지리산 주능선도 보이는 듯 합니다.

 

고리봉 방향 능선도 철쭉 풍경의 멋진 배경이 되어주네요.

 

운봉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까지 얼게 할 정도로 시원합니다.

 

저멀리 고리봉이 보입니다. 당초 저 능선길을 걸어 왔어야 했는데.. 쩝

 

하지만 사람들에 밀려 걷는 길보다는

차라리 오늘 택한 산행길이 참 좋습니다.

 

당초 생각지 않은 산행을 해서인지

알지못하는 설레임이 가슴 가득 충만하고요.

 

부운치 방향의 철쭉 풍경도 제법 귀엽네요.

 

물론 바래봉 방향의 철쭉은 화려하지요.

 

바래봉 정상이 보이네요. ㅎㅎ 특이하죠. 그 모양새가

 

바람과 철쭉의 세상입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 정말 좋습니다. 

 

ㅎㅎ 정말 좋네요. 능선의 아름다움도 철쭉의 화려함도..

 

지겹기만했던 사람들도 멋진 풍경으로 서있고요.

 

모든게 다 풍경이 되고 자연이 되고 바람이 되어 흐릅니다.

 

그래도 저 능선을 바라보면 왠지 아쉽기는 하네요. ㅎㅎ

 

팔랑마을쪽 계곡 풍경도 참 아늑하지요.

 

이제 다시 팔랑치쪽으로 내려섭니다.

 

저곳에서 느낀 그 바람과 시원한 조망은 오랫동안 잊지못할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됩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이 꽃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바래봉까지 가고싶었으나 시간이 어쩔지 몰라

그냥 먼발치에서 바라만 봤습니다.

 

잔잔한 초원의 풍경..

 

짧지만 그래도 봄의 화사함을 가득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이제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갑니다.

 

근데 자꾸만 미련이 남지요

 

그래서 그 꽃들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포근한 흙길을 내려서니 저 아래로 팔랑마을이 보이네요.

 

그리고 오를때 봤던 이 나무가 다시 생각이 나고요.

 

과거에는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식당으로 변해버린 분주함으로

가득한 마을을 지납니다.

그래도 이런 초가지붕이 좋고 산길이 좋습니다.

 

5시경 다시 내령 마을에 도착해서 힘들고

어려웠던 바래봉 산행을 모두 마칩니다.

왕복 약 10여km에 3시간 30여분 걸렸네요. 

 

오후 5시가 넘으니 뱀사골 계곡도

조금씩 어둠 속으로 들어가나 봅니다.

하지만 계곡의 물소리는 더더욱 우렁차지요.

그 물소리를 친구삼아 막걸리도 한잔하고..

지리산 봄 계곡에서의 풍류라~~

 

당초 생각지 않은 산행길이어서인지

처음에는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이런 일상에서 벗어난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차라리 행복하고 즐겁게만 느껴집니다.

산행을 하는 이유가 세상 일상에서의 탈출이라고 하면

오늘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던

일상의 산행에서의 탈출이라고 할까요.

이상 엉뚱하게 보낸 바래봉 산행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