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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지리산 천왕봉 정상길 - 중산리에서 백무동으로

by 마음풍경 2007. 6. 17.

 

지리산 천왕봉(1915.4m)

 

 

 중산리 주차장 입구 ~ 중산리 매표소 ~ 칼바위 ~ 법계사(로타리 대피소)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 대피소 ~ 하동바위 ~ 백무동 주차장

(약 15km, 7시간 30분)

 

 

오늘 산행하는 날이 제 생일이네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인간이기에 귀빠진날 어머님 품같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기분은

여러번 가본 지리산이지만 그 인연이 무척이나 기분좋습니다.

하여 이성부 시인의 지리산 시집을 배낭에 담아 가는 길 내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의 느낌를 따라 산행 추억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 산청을 향해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바라본 하늘은

오늘 산행의 아름다움을 미리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 가는 길에 밤머리재에서 내려다본 세상 풍경은 어찌나 시원한지..

 

▼ 건너편의 웅석봉도 시원한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멋지게 솟아 있습니다.

 

▼  편안한 국도 길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밤머리재를 꾸불 꾸불 넘어 찾아가는 지리산도 더디지만 좋은 풍경을 주네요.

 

▼ 중산리 마을을 지나 매표소 오르는 길 옆에서 9시 20분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더이상 버스가 갈 수가 없지요.

 

▼ 마을 숲길을 따라 산죽을 그늘 삼아 걸어가는 기분도 참 좋더군요. 하늘의 구름은 어찌나 시원하던지..

 

▼ 이 멋진 하늘만 쳐다보다가 잠시 돌맹이에 채여 넘어질뻔 했습니다. 그래도 자꾸 하늘로만 시선이 갑니다. ㅎㅎ

   문득 버스에서 읽은 시 중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저도 가슴이 뜁니다.

 

    "중산리에서는 산이

     바라다보이는 것이 아니라

     올려다 보인다 조금 멀리 조금 가까이

     흰구름 뭉치 천왕봉 언저리에 걸려 있다

     그리움도 손에 잡혀 가슴이 뛴다"

 

 

▼ 중산리 매표소는 이제 시인의 마을로 이름이 변경되었지요. 산행 시작할 때 시집을 펼쳐 시 한구절이라고 읽고 가면

   산을 오르는 것이 단순한 등산이 아닌 입산임을 느낄 수 있을텐데요.

 

▼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오른편으로 가면 지난 2월에 올랐던 순두류 방향입니다.

   옛날에 지리산을 두류산이라고도 불렀답니다. 백두산과 흐름을 같이 하는 산이라는 의미로..

   하여 지리산에서도 순한 산세를 지녔다고 해서 순두류라고 하고요.

   여하튼 이제 6km에 가까운 가파른 천왕봉까지의 산길을 시작해야지요.

   그리고 백두간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 시작을 걷습니다.

 

▼ 10시경에 칼바위도 지납니다. 이제는 반가운 친구와 같은 바위이지요.

 

▼ 조금 오르니 장터목으로 오르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겠지요.

   오늘도 주말이라 산행객들이 제법됩니다.

 

▼ 처음부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망바위에 도착했네요. 깨진 알과 같고 또는 남녀가 키스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바위지요.

 

▼ 날은 제법 더웠으나 오르는 길은 대부분 숲에 가려져 있어 드문 드문 시원하게 터지는 하늘을 봅니다.

 

▼ 멋진 하늘을 바라보며 있으니 그 하늘속으로 빨려 올라가는 기분을 느낍니다.

 

▼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르고 또 오르니 머리위로 천왕봉이 그리고 법계사가 보입니다.

   아 !하늘이 너무나 깊게만 보이네요.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은 어찌나 시원한지.. 땀에 절은 몸이 한순간에 가벼워집니다.

 

▼ 높고 또 높은 산이건만 이 곳에서는 천왕봉 정상이 고향의 뒷산을 바라보는 느낌이네요.

 

▼ 그리움을 찾아 지리산을 왔건만 왠지 그 그리움은 사라지고 이렇게 멍하니 천왕봉 하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 제석봉 너머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도 그 모습을 보이고요.

 

▼ 두발로 온몸으로 올라 바라보는 이 충만감.. 마음이 급해지네요. 빨리 오르고 싶어서 ㅎㅎ

 

▼ 11시 30분경에 법계사에 도착합니다. 벌써 약 2시간의 산행을 했습니다.

 

▼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치는 곳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곳 깊숙히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점심이 무료 공양이라고 합니다. 도시락을 괜히 가져왔다는 생각이 ㅎㅎㅎ

 

▼ 지리산 천왕봉을 배경삼은 법계사가 너무나 고와서 괜한 질투가 납니다.

 

▼ 그다지 큰절을 아니지만 조용하고 차분한 산사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바위위에 석탑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 법계사를 뒤로 하고 가장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힘들어도 그만큼의 보람을 주는 조망입니다.

 

▼ 또한 발도 무겁긴하지만 하늘 한번 보고 잠시 가벼워진 한걸음을 내딛습니다.

 

▼ 이 하늘을 보고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이 조망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 항상 이 길을 오르며 만나게 되는 나무도 변함없이 또 만나게 되네요.

   자연의 변함없는 영속성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게 변하고 자연도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지만 기실 그대로인 영속성...

 

▼ 개선문도 지나고요.

 

▼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한없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곤 나도 바람이 되어 흐르고 싶습니다.

 

▼ 이제 많이 올라왔는지 저멀리 반야봉도 보이고 지리산 능선도 더욱 뚜렸해지네요.

 

▼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편하고 넉넉한 반야봉이지요.

 

▼ 천왕봉 전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뒤뚱 뒤뚱 다시 산길을 걷습니다.

   밥을 먹고 나니 더욱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있기에 또한 시원한 바람이 있기에 정상을 향해 걷습니다.

 

▼ 천왕샘에서 시원한 물로 목도 축입니다. 오늘 천왕샘은 물도 많고 참 시원합니다.

   지리산은 물마저도 참 넉넉합니다.

 

▼ 오직 지리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생각합니다.

   막막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느낌...

   나의 삶도 저처럼 넉넉하게 흐르고 또 흐를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 이제 이곳만 넘어서면 정상에 도달하겠지요.

 

▼ 정상 발걸음이 바빠지지만 그래도 등뒤로 펼쳐지는 이 풍경들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지요.

   오늘 산행은 등산이 아닌 입산이고 싶으니...

 

▼ 1시 30분경에 정상 능선에 올라서니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 간신히 정상석을 찍습니다. 추운 겨울에 오면 참 외롭게 보이는 정상석인데..

 

▼ 1915m의 산.. 하지만 높아보이지 않고 한없이 넉넉해 보이는 산.

   그런게 지리산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 정상에서의 시원함, 분주함 등을 뒤로 하고 제석봉을 향해 내려섭니다.

 

▼ 아 ~~ 장대한 지리산 주능선.. 금방이라도 달려 갈것만 같은 설레임..

 

▼ 반야봉 너머로 노고단도 그 모습을 수줍게 보여주네요.

 

▼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도 내것인양 느껴집니다. ㅎㅎ

 

▼ 통천문을 지나 내려서니 이제 신선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것 같네요.

 

▼ 2시경에 제석봉에 도착했습니다.

 

▼ 이곳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의 풍경이 가장 멋진것 같습니다.

  물론 중봉에서 바라봐도 참 멋지지요.

 

▼ 세월이 참 많이 흐르니 그 상처도 조금씩 아무는것 같습니다. 올때마다 그 느낌이 다릅니다.

   야윌대로 야윈 나무들을 보면 그래도 그리움을 느끼고

   바람에 살포시 흔들리는 푸릇한 풀들을 보면 애틋한 사랑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것 같아 이제는 기분이 좋습니다.

 

▼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장터목을 향해 내려섭니다.

 

▼ 저멀리 반야봉이 오라는 듯 넉넉한 미소를 보입니다. 저 반야봉에 올라 뜨는 달을 보고싶네요.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와 길을 비추는 것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이성부 시인의 싯구절이 가슴을 촉촉히 적십니다.

 

▼ 혼자 산에 오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지요. 저 나무들처럼

 

▼ 하지만 동시에 편안함, 비어있음도 동시에 느낍니다.

 

▼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막막함으로 다가오고요.

 

▼ 내가 저 나무가 된듯 그렇게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아무생각없이..

 

▼ 그리곤 눈을 감습니다. 그러면 텅빈듯 가벼워집니다. 무거운 육신이 한없이 가벼워집니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도 가볍게 떠서 날려가는것 같습니다.

 

▼ 한없이 있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겠지요.

   2시 20분경에 장터목에 도착합니다.

 

▼ 그곳에서 오늘 산행의 마지막으로 세상 풍경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저 산들이 친구처럼 다가옵니다.

 

▼ 그리곤 하늘로 시선을 돌려 멋진 구름도 바라봅니다.

 

▼ 백무동으로 내려서는 길에는 나무들로 인해 시선이 좁아지지요.

 

▼ 하지만 뒤돌아보니 장터목쪽으로 멋진 풍경이 다가오네요.

 

▼ 전혀 다른 세상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 숲길을 지나면서도 드문 드문 멋진 하늘을 보여주네요. 하늘만 실컷보는 하루인가 봅니다.

 

▼ 구름이 다양하게 하늘에 그림을 그리지요. ㅎㅎ

 

▼ 인간이 어찌 자연을 흉내낼 수 있겠습니까.

 

▼ 한참을 내려온것 같았는데 이제 망바위를 지나네요. 벌써 3시가 넘었습니다.

 

▼ 백무동의 숲길은 거칠고 또한 깊습니다. 그 숲사이로 비추는 햇살도 귀하지요.

 

▼ 잠시 전화기를 꺼둘 필요도 없겠지요. ㅋㅋㅋ

 

▼ 약 6km 정도의 내리막 바위길... 다리도 힘들고 몸도 힘들기 시작합니다.

   역시 지리산은 눈덮힌 겨울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바위가 눈속에 가려지니 그 산길이 얼마나 포근해지는지. ㅎㅎ

 

▼ 얼추 내려왔는지 하늘도 온전히 보입니다. 진한 구름 또한 멋진 그림을 보여주네요.

 

▼ 어느 산을 가던 가장 반가운 숫자잊니다. 이제 500미터가 남았지요.

   때론 커지는 숫자보다는 줄어드는 숫자가 반가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많고 커지는 숫자만이 대우받는 사회 세상에서 이처럼 줄어드는 것에도 반가울 수 있는 산이 참 좋습니다. ㅎㅎ

 

▼ 이제 백무동으로 거의다 내려섭니다.

 

▼ 한신계곡과의 갈림길에 도착하고요. 한신계곡으로 발걸음이 따라 가려고 하네요. ㅎㅎ

 

▼ 이제 산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내려설때는 힘들었지만 내려서고 나면 다시 걸어온 길이, 그 시간이 아쉽기만 합니다.

   5시경에 주차장에 도착해서 장장 7시간 30분에 걸친 오늘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오늘 하루는 참 행복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이런 멋진 노을을 보여주니요. 자연이 주는 생일 선물일까요.

 

▼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편의 노을 사진집을 펼쳐보는 것 같습니다.

 

▼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느껴봅니다.

 

▼ 멋지게 흐르는 노을을 보며 지나간 오늘 하루의 시간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 그리곤 미소짓습니다. 행복했다고요. 산이 있고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어서.. 그속에 잠시동안이나마 내가 있을 수 있어서..

 

생일날 다녀온 지리산 산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자연은 오늘 너무나 많은 생일 선물을 주었지요.

가슴이 벅찹니다. 행복합니다.

돌아오는 노을을 배경으로 시를 읽습니다.

그리곤 이성부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마음 속으로 읊어봅니다.

 

"언제나 정신 새로 만들기에 알맞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를 본다 사람마다 자기의 길을 찾아가고

 그러기에 사람마다 스스로 외로움을 데불고 사는

 사연이 아주 잘 보인다.

 흐르는 물이 저를 벗어 제 속을 맑게 보여주듯이

 내 속을 드러내는 나를 내가 본다.

 이 얼마만에 맞이하는

 내 젊음이냐 설레는 자유냐"

 

이상하게도 과거 지리산을 다녀오면 한동안 그 그리움으로 인해 가슴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무거운 그리움보다는 자유를 주네요. 자유로움을..

그러기에 고맙습니다. 산이 변함없이 거기에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