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족산 용화사에서 구즉까지 -
봄 꽃의 화려함은 성숙함으로 변하고
이제 치열한 여름의 초입으로 들어섭니다.
지난 해 2차 대전둘레산길잇기시
6구간이 마지막 구간이었는데
벌써 9개월이 지났네요.
시간이란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하늘과 구름이 참 맑고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용화사에서 계족산 봉황정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옮깁니다.
뜨거운 햇살때문인지 숲의 그늘이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자꾸만 하늘을 보게 되네요.
벌써 너무나 깊고 파란 하늘속으로
제 자신의 마음을 빼앗기고요.
용화사 뒷편의 바위가 마치
미륵상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봉황정까지는 짧은 거리지만 가파르기에
호흡이 거칠어지네요. 땀도 제법 나고요.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습니다.
항상 봉황정을 오면 비가 왔는데
오늘은 이게 왠일입니까.
사방이 툭트여 있습니다.
시가지와 대전 둘레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요.
하늘의 뭉게 구름은 왜그리
아름답고 싱그러운지..
저 구름위에 누워 하늘을 둥둥
떠나니고 싶은 기분입니다.
막연한 만족감이 느껴지네요.
계룡산 능선도 손을 벌리면 잡힐듯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여하튼 오늘은 대단한
대전 풍경을 조망합니다.
바람은 왜그리 시원하던지..
축축한 몸이 한순간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네요.
저멀리 대둔산 능선도
손짓하듯 다가서고요.
이곳에서 계속 머물 수는 없겠지요.
아직 갈길이 너무나 많이 남았는데요.
계족산 정상을 지나 산행을 이어갑니다.
대전 능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요.
계족산에서 장동고개로 내려서는 이 길을
작년 이길을 오를때는 안개속
풍경을 보여주었는데
짙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반겨주네요.
저 나무도 내 마음인양 한없이
하늘을 동경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내려서는 내내 한걸음 한걸음이
왜그리 아쉽던지..
이 풍경을 가슴 깊게
심어놓았습니다.
장동 임도길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휴식의 의미를
알게되더군요.
바쁜 삶속에서도 휴식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이제부터는 멋진 조망보다는
시원한 숲길입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시그널이지요.
이제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네요.
장동 고개도 넘어갑니다.
철길도 지나고요.
소박하지만 예쁜 꽃들이
반겨주는 철길..
어린시절 철길에서 놀던 추억을 생각하며
선로 위를 두손을 벌리고 걸어보았습니다.
어릴적에는 쉽게 갔는데
이제는 균형을 잡기가 어렵네요.
시원시원하게 하늘로 향한
미루나무도 보고
포근한 숲길을 걷기도 합니다.
회원님들과 맛난 식사도 하고
편안한 능선길을 걷다보니
벌써 대청호 주변에 도착했네요.
가을에는 누런 빛깔로
사람을 유혹하더니만
이제는 초록의 녹음으로
내 마음을 흔드네요.
대전둘레잇기를 하면서 항상 느낍니다.
꼭 큰 산에만 가야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대전 주변에도 멋진 곳이 많다는것을...
이제 본격적인 강가 걷기가 시작됩니다.
산길만 걷다가 이런 강가를 걸으며
만나는 인연들도 참 다양합니다.
무언가 막막하다는 느낌이 드는
바다와는 달리
친숙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강의 풍경
이처럼 돌다리를 만들어 걷는
재미나는 경험도 하게됩니다.
작년 9월때 보다는 주변에
물이 풍부한것 같습니다.
풀들도 더욱 무성하고요.
한낮이 되어 제법 뜨거운
햇살을 안고 갑니다.
더운 날이지만 주변 풍경과
불어오는 바람에 발길을 이끕니다.
철교도 지나고 고속도로도
지나고 또 지납니다.
잔잔한 호수와 같은 금강..
얼마후면 철거가될 굴뚝과 자연도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저곳에 건너가서 한잠 자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ㅎ
애구 조금은 힘든 지역을 지납니다.
가기가 힘들기보다는 악취 냄새가
더욱 견디기가 힘들지요.
인간이 만든 이 더러운 물이
자연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미안합니다. 자연에게..
그래도 흐르는 물은 넓은 마음으로
깨끗한 얼굴만을 보여주네요.
갑천과 금강이 만나 공주로
흘러가는 합류지점에 왔습니다.
저 흐르는 물을 따라 흐르고 싶네요.
둥둥떠서 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해거름 깔리는 강가의 풍경과 친구하며
강가에 내려서면 이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는 무얼까요.
그리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낚시질을 하고 있는 풍경도 보고요.
강물에 비치는 햇살이 곱더군요.
멀리 불무교 다리가 보이는 것을 보니
길고 긴 오늘 둘레잇기도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나 봅니다.
주변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느낌
어느 광할한 목초지를 걷고 있다는 느낌..
이곳이 정녕 대전의 풍경인지요.
시원하고 또 시원하고
이런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하고 또 행복합니다.
우거진 풀들로 인해 알바도 하고
내 키만한 풀들을 헤치고 가는
경험도 좋더군요. ㅎㅎ
이 다리를 건너면 오늘 하루의 산행도
모두 마무리가 되는 거지요.
오늘 하루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대전 시가지의 조망을 이처럼
멋지게 본지가 처음인것 같습니다.
깊고 깊은 하늘과 하얀 뭉게 구름이
그 풍광에 멋진 배경이 되어 주고요.
너무나 아름다운 강가를 걷는데
이성복시인의 강이라는 시가 생각나더군요.
강이 흐르는 방향을
알 수 없었네
잔잔히 밀리는 수면을
보곤 알 수 없었네
멀리 낮은 산들의 어깨에 기대
강은 흐르고 있었네
다만 우리에게 남은 모래,
큰 물이 지나가고 잘게 부서진 모래
우리가 멎은 자리에서 강은 흘렀네
모래뿐인 삶 앞에서.....
모래로 허망하게 끝나는 삶이라 해도
오늘과 같은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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