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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대청호 주변 드라이브 : 현암사, 벌랏마을, 꽃님이 카페

by 마음풍경 2007. 9. 12.


아직 여름이 온전히 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을을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한 가을의 초입에서 

대청호 주변 길을 따라 한가로운 드라이브를 시작합니다.

  

먼저 찾아간 대청댐 잔디 광장도 많이 정비가 되었더군요.

 

과거 황량한 잔디 만이 있던 이곳에 대청 문화전시관도 생기고요.

 

전시관 넘어 대청댐 물가 쪽으로 멋진 수변데크 산책로도 생겼네요.

 

약 2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분위기가 너무나 좋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있노라니

문득 이주엽이란 가수가 부른 리버사이드라는 노래가 흥얼거려지네요.

Inoue Yosu가 부른 Hotel Riverside를 편곡한 곡인데 조금 퇴폐적이긴하지요. ㅎㅎ

하지만 그 음색이 참 독특합니다.

 

여하튼 빈 의자에 잠시 앉아 흐르는 강물을 따라 함께 흘러봅니다.

향기가 진한 커피 한잔 함께 했으면...

 

하늘이 뿌연 안개속이라 조망이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나중에 새벽 안개를 보러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산책로를 걷다가 난간에 앉아있는 예쁜 새도 만났습니다.

새의 이름은 모르나 꼬리 부분의 색이 참 아름답더군요.  

 

수변데크에서 시간을 잠시 보내고 다시 차를 몰아

문의 마을 가기전 산 중턱에 대청댐을 내려다보고 있는 현암사를 들려봅니다.

 

현암사를 안고 있는 산 전체가 장승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등산로가 이곳 저곳 만들어져 있습니다.

나중에 반나절 산행 코스로 좋을것 같네요.

 

오늘은 처음부터 산행 생각은 접었지만 그래도 모든 활동이 산행으로 수렴되는 것은

직업병이 아닌 취미병인가 봅니다.

 

차도 입구에서 절까지는 그리 긴 거리가 아니지만 10여분 이상을 힘들게 올라야 하지요.

 

초입부터 가파른 계단길이.. 날이 생각보다 덥네요. 땀이 주르륵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이끼의 푸릇함도 더더욱 진한것 같습니다.

 

현암사는 작은 절입니다.

여름의 끝이어서인지 나무에 가려 조망도 없습니다.

 

평일 아침이지만 불공을 드리러 온 분들이 제법 많더군요.

 

등산로 방향에 있는 3층 석탑도 들려봅니다.

 

석등에 올려져 있는 동자승 인형의 표정들이 재미납니다.

 

절 마당에 졸고 있는 개의 표정도 왠지 해탈한 모습이네요.

 

다시 계단길을 내려서서 등뒤로 들리는 불경 소리를 들으며 대청댐을 바라봅니다.

 

온통 희뿌연 회색 빛의 세상이네요.

아침 안개의 여운이 제법 길어집니다.

 

이곳을 며칠전에 왔다면 댐 물의 웅장한 분출을 볼 수 있었을텐데요.

 

소전리 벌랏 마을을 가기위해 다시 32번 지방도를 따라 문의 방향으로 갑니다.

항상 지나도 참 편안한 느낌이 떠오르는 드라이브 길입니다.

 

문의 사거리에서 509번 지방도를 따라 회남 방향으로 우회전합니다.

 

괴곡삼거리에서 이제 좌회전이지요.

직진하면 청남대 방향입니다.

 

꼬불 꼬불 이어지는 한가로운 길을 가다보니

염티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이제 지방도로를 버리고 오른편 소정리 방향 좁은 길로 접어듭니다.

 

 

벌랏마을은 한지 테마 마을이네요.

 

약 7km의 좁은 오솔길을 이어갑니다. 대청호를 끼고 가서인지

주변 풍경이 참 좋습니다.

 

문의에서 소전리 마을까지 버스가 다니네요.

소전2리 마을을 지나고..

 

소전1리 벌랏 마을 입구에 도착합니다.

벌랏마을은 임진왜란때 피난와 살게된 마을이라고 소개를 하던데 무척이나 깊은 곳에 있네요.

 

그리고 벌랏이란 뜻은 마을 전체가 골짜기로 되어 있어

밭이 많은 것이 놀랍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정말 이 깊은 곳에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마을 입구도 참 정갈한 느낌이 드네요.

 

드디어 이 길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아는 분에 말에 의하면 "쎈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이상한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진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느낌이 납니다.

저는 지방로를 벗어나 좁은 길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저도 치히로 가족처럼 차를 몰고 그곳으로 들어갑니다.

혹시 영화처럼 돼지가 되면 어떡하지.. ㅋㅋㅋ

 

관광 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이어서인지

여느 시골 마을과는 조금 다른 세련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시골의 원래 향기가 없는것도 아니고요.

다양한 시골 테마 경험과 민박집들이 잘 적혀있더군요.

 

이런 시설도 주변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노인정에 차를 두고 걸어서 나룻터쪽으로 가봅니다.

 

하지만 가는길 중간에 하수도 공사중이라 잠시 길이 끊어져서 가보지는 못했네요.

 

그래도 이 깊숙한 곳까지 대청호의 물이 드나듭니다.

 

인위적인 시설물들이지만

왠지 느낌이 좋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KBS 6시 내고향의 백년가약 81호 라고 하네요.

여하튼 나중에 시간을 내서 이곳 한지마당에서 한지 만드는 법도 배우고

공예도 배웠으면 좋겠네요.

 

잠시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벌랏마을을 벗어납니다.

휴~~ 돼지로 변하지는 않았네요. ㅋㅋㅋ

 

지방도 입구에서 왕복 약 14km 인 이곳을

낙옆지는 가을에 차를 놔두고 한번 걷고 싶습니다.

 

입구 근처에 월리사 가는 산길이 있는데 걸어서 왕복 4km 정도여서

다음 번을 기약하고 지나칩니다.

1시가 넘어서인지 배가 꼬르륵하네요.. 쩝

 

염티 삼거리로 다시 나가서 우회전하여

회남대교를 건너고 어부동을 지나 세천 방향으로 길을 이어갑니다.

 

참 멋진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올해는 특히 물이 많아서

그 풍요로움이 가슴 가득 전해집니다. 

 

이곳 들판은 벌써 누런 황금 들판으로 변해가네요.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참 오랜만에 꽃님이 카페를 들립니다.

 

과거 이곳에 왔을때 대청호 조망좋지 건물 분위기 좋지

그런데 카페 이름이 참 촌스럽다 생각했지요.

 

하지만 다른 고상한 이름보다 기억하기 쉽고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ㅎㅎ

 

과거 몇년전에 천태산을 산행하고 산우들과 들렸던 곳인데..

벌써 그 기억들도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버렸네요.

 

그나저나 오후가 되어도 뿌연 기운은 가시질 않네요.

그래도 이런 아스라한 분위기가 싫지는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산책합니다.

 

이 호수위에 떠있는 듯 보이는 나무와 돌탑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저멀리 능선너머 계족산도 보일텐데..

한가로움이 가득한 참 좋은 풍경입니다.

 

늦은 점심도 먹었겠다.

이곳에 누워 가을 햇살을 즐기며 오수를 즐기고 싶은 충동이 드네요.

 

하지만 커피 한잔으로 그 유혹을 견더봅니다.

 

아직은 여름의 기운이 강하지만

가을이 조용히 오고 있네요.

화려한 가을의 계절이..

 

화려함과 동시에 쓸쓸함을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의 가을....

올해는 그 느낌들을 온 가슴에 적시고 싶네요.

 

여하튼 반나절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의 대청호 둘레 드라이브였습니다.

 대전에 18년째 살고 있지만 한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특히 벌랏 마을의 그 고즈넉한 느낌은 오래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낙옆지는 이번 가을에 그 길을 걸어서 충만한 느낌을 가득 느끼고 싶고요.

하여 이루고 싶은 작은 희망 하나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