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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3차 대전둘레 산길잇기 12구간 산행 이야기

by 마음풍경 2007. 12. 9.


- 안영교에서 보문산 시루봉까지-

 

이제 대전둘레산길잇기의 3차 산행도 마무리되어 가는것 같습니다.

1월 1구간에서 시작해서 12월 12구간에서 마무리하니

왠지 숙제를 제대로 한 기분이고요. ㅎㅎ

 

안영교 주변은 아침이라 그런지 제법 쌀쌀합니다.

하얀 서리가 내려 겨울이 다가온것을 느낍니다.

그나저나 한달 한달이 성큼 성큼 지나가네요.

 

안영교를 지나 쟁기봉으로 향하는 천변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 제법 좋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해가 늦게 떠서인지

아직은 잠자고 있는 고요함이 있습니다.

 

쟁기봉에 올라서도 아직은 아침의 기운이 온 세상에 펼쳐져 있네요.

 

아침 안개의 풍경이 오늘 산행의 보너스인가 봅니다.  

 

안개에 살포시 가려진 산 능선 그림자.

문득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화엄사 계곡이 생각납니다. 그 아늑함이. 

 

오늘 산행은 제법 거리가 되어 발걸음을 재촉해야하지만

자꾸만 멋진 풍경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막연한 그리움의 그림자가 고개를 내미는 듯 느껴집니다.

 

그리고 장안봉에서 바라본 구봉산 방향의 풍경은

차갑게 부는 바람마저도 시원하게 해주네요.

 

구봉산도 대전 도심에서 바라보는 앞 모습과 이렇게 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참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곳을 지날때는 대둘 이정표가 없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쉽게 길을 찾을 수가 있을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그전에 모르던 새로운 산 이름이 생겼구요. ㅎㅎ

 

이젠 화려함을 접고 마른 낙옆이 되어버린 모습에서

지난 가을의 화려함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계절이 만들어주는 추억은 잊혀지는 추억이 아니라

새로운 얼굴로 다가오는 추억이지요.

 

샛고개를 내려서서 길을 건너 뿌리공원 방향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차가 다니는 길을 2번씩이나 건너야 하는 산행입니다.

그나저나 과거 이 길은 지나는 차들로 분주했는데

다른 큰 길이 뚫리고 나니 이제는 한가함만이 남는 길이 되었네요.

 

언덕을 넘어섭니다.

왠지 멋진 풍경이 펼쳐질것 같은 언덕길입니다.

 

낙옆길을 밟는 느낌도 좋고 그 소리도 좋네요.

 

하늘은 금방 눈이라도 내릴듯 흐려집니다.

 

 안영천이 흐르는 이곳은 풍경의 깊이가 과거에 왔을때보다 더욱 좋네요.

아직도 수달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겨울의 계절이건만 아직도 푸르름을 지니고 있는 생명을 보며

추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작은 희망을 생각해 봅니다.

 

뿌리 공원에 도착했네요. 작년보다 많이 정돈된 느낌입니다.

평상에 앉아 식사도 하고요. 아마 12구간중 가장 편한 장소에서의 식사겠지요.

 

뿌리공원을 지나 다시 도로를 건너 동물원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곳도 이정표가 잘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결과가 지금까지 대둘을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정성이지요.  

 

사람처럼 두 다리를 벌리고 서있는 나무도 봅니다. ㅎㅎ

 

동물원 철책을 따라 걷는 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사이 하늘도 파란 모습을 보여주고요.

 

하늘에서 구름과 해가 서로 술래잡기를 하는걸까요.

 

낙옆 수북히 쌓인 폭신한 길을 걸어서인지

긴 시간을 걸었건만 그리 힘들지가 않습니다.

 

햇살내림의 풍경도 봅니다.

산에 와서는 땅도 보고 나무도 보고 하늘도 자주 봐야겠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나의 발자국 소리..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어 내는 멋진 음악소리일까요.

 

이제 이 능선을 올라서면 보문산 정자에 도착하겠지요.

 

저멀리 서대산은 하얀 눈으로 옷을 입고 있네요.

문득 하연 눈으로 단순화된 설산이 보고싶네요.

 

까치고개를 지나 보문산 능선을 올라서니 대전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어 시루봉 정자에 도착하고요.

산행한지 약 6시간인 3시경에 도착했네요.

 

벌써 대둘을 하면서 여러번 올라본 이곳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 깊은 느낌이 더합니다.

 

겨울 바람의 알싸함이 얼굴을 스쳐서일까요.

 

아님 구름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하늘때문일가요.

 

오늘은 구봉산도 가깝게만 보이네요. 

 

식장산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하고요.

 

보문산성 위로 멋진 배가 떠있는것 같습니다.

저 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어지네요.

 

벌써 3년하고 3개월을 보낸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안내산행이지요.

저도 2차부터 시작해서 오늘로 26번째 참여한 산행이어서인지

함께한 분들의 정겨운 모습이 하나 하나 떠오릅니다.

 

한달의 한번 인연이라 수치로 보면 가볍지만은

그렇다고 인생의 무게에서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인연들이지요.

 

이제 2007년의 대둘 산행도 마무리합니다.

매번 같은 길이 이어지지만

그 때의 길은 또 새로운 느낌과 의미로 열리겠지요.

 

이상향을 뜻하는 지역을 "샹그릴라"라고 합니다.

그리고 티벳어로 샹그릴라는 "내마음속의 해와 달"이라고 하고요.

내 마음속의 샹그릴라는 티벳의 오지에 있지도 않고

설악산이나 지리산의 능선이나 암릉에도 있지 않네요.

 

대전둘레산길잇기를 다니다보니

날마다 고개를 들면 바라보이는 주변의 친근한 능선들..

바로

대전둘레 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