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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3차 대전둘레 산길잇기 11구간 산행 이야기

by 마음풍경 2007. 11. 11.


- 방동 저수지에서 구봉산 그리고 쟁기봉-

 

도처에 단풍의 색감이 진해지는걸 보니

이제 올 가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기다렸던 가을의 정취인데

또 이처럼 빨리 지나가버리네요.

 

방동 저수지로 가는 고개길인 돌팍재에 있는 동산도 가을 내음이 물씬합니다.

 

쓸쓸한 낙엽과 화려한 단풍의 묘한 공존이랄까.

그런게 가을인가 봅니다.

 

찻길을 걷다보면 차 소음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는 느끼지 못하는..

이런 소리를 24시간 듣고 살아가는 주변 나무들도 참 대단하지요.

 

 방동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구봉산 들머리를 향해 갑니다.

 

대전 논산간 국도가 지나는 굴다리도 지나고요.

 

지나치는 길에서 만난 작은 나무 의자..

누가 가져다 놓았을까요.

노란색의 은행나무잎과 참 잘 어울리지요.

 

작은 나무 의자를 보면 제 어릴적 국민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책상도 나무 의자도 나무 그리고 바닥도 나무.. ㅎㅎ

 

오늘은 산행 들머리를 만나기전에 빠져나가야 할 굴이 많네요.

이번에는 호남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합니다.

세상 사는 일이 어둡기만 해도 이처럼 환한 빛이 있는 희망의 터널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봉곡동 구봉산 들머리에 도착합니다.

이곳에도 대둘 산길 안내도가 설치되었네요.

1년전 봄에 2차 대둘 시 이곳을 지날때는 없었는데요.

 

제법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서니 지난 달 넘어왔던 능선이 시원하게 나옵니다.

한달이라는 시간의 변화가 이처럼 빠르네요.

 

가야할 능선길의 봉우리도 참 매력적이지요.

커피 향내가 날것 같은 진한 가을 색감이 느껴집니다.

 

대전쪽에서 구봉산을 보면 낮은 산이지만 제법 암릉미가 있지요.

하지만 걷는 능선길은 그저 편안한 육산 길이고요.

 

사람에 의해 나무가 불타 죽어도 자연은 그 죽음까지도 다시 다른 삶의 터전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작년 봄에는 진달래 색감으로 은은했는데

올 가을에는 가을의 잔잔함이 좋습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가을산의 맛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것이 대전둘레 산길잇기의 매력이지요.

 

저멀리 구각정이 보입니다.

 

멋진 봉우리에 멋진 조망.. 오늘도 변함없이 행복 산행이네요.

 

11 코스의 백미인 노루벌 풍경입니다.

노루벌에도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아있습니다.

 

 낙엽깔린 다리도 지납니다.

 

산길을 걷다가 가끔 뒤를 돌아봅니다.

지날�는 느끼지 못한 아름다움을 느끼게되지요.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겠지요. 지난것은 다 아름답다고

 

주변 아파트만 없으면 깊은 산속에 와 있는 풍경이겠네요.

 

가던 길에서 좌측으로 빠져 4층 석탑?처럼 생긴 바위를 다시 만납니다.

작년에 제가 붙인 이름인데.. 5층이니 6층이니 의견이 분분하네요. ㅎㅎ

 

이곳 조망처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정말 좋습니다.

이어지는 능선의 아늑함을 느낄수 있어서요.

 

저 아래 전선만 없다면 좋겠는데

포샵으로 지울까도 했지만 그대로 두기로 합니다.

그것도 이제는 자연의 일부이기에..

 

노루벌의 모습은 각도를 달리해서 봐도 참 좋네요.

사람도 앞모습이 좋은 사람이 있고 옆모습이 좋은 사람이 있는데

노루벌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좋습니다.

 

쉬엄 쉬엄 오다보니 어느새 구각정에 도착합니다.

아이들이 소풍을 왔는지 분주합니다.

 

구각정옆에서 막걸리 한사발하고 다시 발길을 이어갑니다.

멋진 디자인의 글이네요.

 

가야할 다음 봉우리에도 정자가 또 있습니다.

 

예쁜 새를 한마리 만났습니다.

너의 이름이 뭐니 하고 물어보는데 날개짓을 하고 날아가더군요.

 

이제 얼추 구봉산 능선길도 끝나가나봅니다.

 

강아지 모양의 바위라고 하던데??

 

이 모양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헬기장도 지나게 됩니다.

 

 무성한 아파트 숲에서 산과 나무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괴곡동에 도착합니다.

멋진 S 곡선의 길이지요.

 

수확이 끝난 늦가을의 풍경을 보면

휴식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근처 호남선 철도를 따라 KTX는 분주하지요.

 

괴곡동 새뜸마을의 느티나무입니다.

가을에 바라보니 그 연륜이 더욱 느껴지네요. 600년도 넘었다고 하는데

 

느티나무아래서 점심식사도 합니다.

나무아래서 먹는 밥이라 더욱 맛난것 같고요.

 

저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처럼 멋지게 늙어야 하는데

왠지 자신이 없네요.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워야 할것 같은데..

 

이제 다시 갑천길을 향해 짐을 챙겨 떠납니다.

 

볏집을 친구삼아 숨바꼭질이라도 하면서 놀았으면 하네요. ㅎㅎ

 

노란 은행나무 가지 위에 까치 한마리가 분주하고요.

 

갑천을 건너면서 바라본 구봉산의 풍경도 참 좋습니다.

 

그리고 갑천을 따라 억새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 느낌도 좋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둘 12구간중에서 11구간이 가장 좋은것 같습니다.

멋진 조망과 능선이 있는 산도 걷고

이처럼 한가한 마음이 드는 천변도 거닐고요.

 

흐르는 바람을 따라 억새의 춤사위에 내 마음을 잠시 맡겨봅니다.

 

전기줄과 까치의 모습이 단순하지만 느낌이 드는 구도를 줍니다.

 

서편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새들을 보니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네요.

 

여하튼 누에 보이는 하나 하나가 모두 풍요로운 시간입니다.

 

 하여 잔잔하게 흐르는 갑천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함께 풍요로워지고요.

 

작년 봄에는 유채의 물결이었는데 이제는 갈대만이 서걱거리지요. 

 

갑천을 따라 물도 흐르고 잠시 내 마음도 흘렀네요.

다시 쟁기봉을 향해 산길을 이어갑니다.

 

한적하고 포근한 낙옆길이 좋습니다.

 

밟기가 아까울 정도로 고운 길이네요.

조심 조심 발을 내딛습니다.

 

뒤돌아 바라본 구봉산 능선의 조망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 속에 있을때는 느끼지 못하다가

이처럼 멀리 떠나오면 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아이러니.. ㅎㅎ

 

가을의 수채화를 그리듯 그렇게 가슴에 남겨봅니다.

 

쟁기봉을 지나니 안영천이 내려다 보입니다.

이 바위가 멋진 조망처이지요.

 

이제 얼추 오늘 산행도 마무리가 되나 봅니다.

 

안영천 주변 억새의 화려함도 좋습니다.

 

억새도 바람에 흐르고

 

강물도 흘러갑니다.

 

이제 이 강물을 넘어서면 오늘 산행도 모두 마무리 되겠지요.

 

돌이킬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하지만 언제로 돌아가면 제대로 살 수 있을지
그걸 생각하다보면 항상 갈피를 잡지 못했다.

 

- 가쿠타 미츠요, 공중정원 -

 

벌써 3차 대둘도 이제 12구간 딱 한번 밖에 남지 않았네요.

지나온 산길을 되돌아 보면 다시 그 길로 다시 가고픈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듯 추억도 산길도 그렇게 흘러가나봅니다.

추억만 차곡 차곡 쌓이겠지요.

다만 행복만 가득한 추억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