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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선자령 겨울능선길 - 새하얀 눈과 바람의 세상

by 마음풍경 2007. 12. 16.

 

선자령 겨울능선길

 

 

대관령 주차장 ~ 새봉 ~ 선자령(1157.1m) ~ 곤신봉 ~ 동해전망대 ~ 전망대 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 시간 : 약 11km, 3시간 30분(식사 포함)

 

 

선자령은 강원도 영동 강릉과 영서 평창의 경계인 대관령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으로 특히 겨울에는 눈이 많이오고 눈꽃이 화려해서

겨울 산행의 백미로 꼽히며 동해 바다의 조망 또한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입니다.

 

 

오랜만에 선자령의 시원한 바람과 눈길을 걷기 위해 먼길을 떠납니다.

 대전에서 약 3시간이 걸려 10시 20분경에 대관령 주차장에 도착하네요.

 

몇년전 능경봉과 고루포기봉을 산행하기 위해 오고 이곳을 온 이후로 처음인것 같습니다.

 

 헐~ 여기서 선자령이 약 5km나 되는데 0.3km라니 아마도 선자령 산행 초입을 이야기하는것 같은데

 

10시 30분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초입부터 제법 바람이 차갑게 부네요.

 

일요일이긴하나 산행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눈꽃 축제가 열리면 인산인해겠지요..

 

음 이곳까지가 딱! 0.3km이네요. ㅎㅎ

 

오르는 길에 뒤돌아보니 건너편 능경봉인가요.. 이곳 주변은 산이름대신에 봉이라는 이름이 많지요.

   아마도 사람이 사는 지대가 높다보니 높은 산도 그저 뒷산의 봉우리처럼 보이는걸까요.

 

선자령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완만한 능선길을 이어갑니다.

 

겨울 바람은 제법 매서웠지만 그 덕분에 파란 하늘과 멋진 구름을 봅니다.

 

과거에는 이곳까지 군사시설이 있었나 봅니다.

 

국사성황당으로 내려서는 길인데 오늘은 그냥 지나가게되네요. 추운 날이라 여유가 없어서일까요.

 

왼편 너머로 용평스키장이 있는 발왕산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1458미터나 되는 산인데 이곳 능선이 1000미터가 넘어서인지 그리 높게 보이지 않지요.

높고 낮음도 모두 상대적이겠지요. 부자와 빈자의 차이도 역시..

 

아늑한 회색빛 실루엣이 펼쳐집니다.

 

능경봉위로 구름 한점 긴 꼬리를 만들며 지나가고요.

 

눈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마음을 맑게해주는 하늘 풍경이네요.

 

파란 솔잎에 쌓인 풍성한 눈도 보고요. 글고보니 올 겨울 들어 제대로 보는 눈입니다.

 

이제 선자령 주능선을 올라서니 시원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풍차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오고요.

 

오른편 가야할 새봉도 가깝지요.

 

등뒤로 펼쳐지는 능선의 아름다움이란 세찬 바람마져도 잊게합니다.

 

바위가 드문 곳인데 이곳에만 불쑥 솟아있습니다.

 

11시 경에 새봉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아 그리고 보니 오늘 산행길이 온전히 백두대간길이네요. 남쪽 능경봉에서 이어지는..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봅니다. 이어지는 산의 흐름도 좋고

 

동해바다의 바다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가까와서 인지 설악산에서 바라보는 동해 바다와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손을 내밀면 금방 바다내음을 맡을 것같은..

 

이제 선자령까지는 딱 절반을 온것 같습니다.

 

오늘도 제 두 눈이 바쁩니다. 이렇게 하늘까지 멋지니요.

 

눈내린 산천의 차분한 느낌도 좋습니다.

하얀눈과 대비되는 하늘의 코발트색 짙은 색감..

 

그래도 바람이 무척이나 차갑네요. 그래도 세찬 바람을 맞으며 능선 길을 이어갑니다.

 

바람이 만들어놓은 하늘의 그림 한점.

 

부드러운 산 능선이 모두 바람따라 나에게 흘러 들어오는 것 같고요.

 

드디어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백두대간길에 이어져있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멋지지만 환경 파괴 측면에서 보면 아쉽기도 하지요.

 

하지만 서해안 원유 유츌로 인한 피해를 바라보면서

이렇게라도 해야 석유를 줄이고 그나마 청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거겠지요.

 

 프로펠러 아래에 오니 바람개비의 소리가 슝슝하며 들립니다.

 

나에게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 차갑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어야 전기가 많이 생산되겠지요.

   더 세차게 불었으면 하는 생각이 ㅎㅎ

 

 여하튼 산행한지 약 1시간 10분만인 11시 40분경에 선자령에 도착했습니다.

 

 백두산까지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ㅎㅎ

  

정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붐빕니다. 기념 사진찍기가 이곳도 만만치 않습니다.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 조망은 역시 기대대로고요.

 

 동해 바다의 조망도 꽁꽁언 몸을 녹일 정도로 후끈 다가옵니다.

 

 

 오른편 초막골 방향으로 내려서서 바람을 피해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12시 10분경에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곤신봉방향 가야할 능선이 이어지네요.

 

 능선을 내려서기 전에 뒤돌아보니 바람개비의 모습이 왠지 로봇처럼 느껴집니다.

SF 우주 영화가 생각이 나고요. ㅎㅎ

 

 하지만 바람개비가 이제 눈에 익숙해서인지 이질적인 서로의 모습에서 왠지 조화로운 상생이 느껴집니다.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정말 좋네요.

 

 선자령을 지나니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입니다.

그래서인지 바람개비도 외롭게 보이네요.

 

 하지만 외로움도 잠시 하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뒤돌아 하늘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스쳐갈 풍경인데.. 행운이지요.

 

 겨울의 쓸쓸함과 함께 짙은 풍경이 몰려오네요.

  

 사람없는 산길을 걷다보니 마치 미래소년 코난의 인터스트리아 도시에 와있는 느낌이 들고요.

 

 바람개비의 바람소리에 다른 바람소리는 잠시 뭏혀버립니다.

 

 그저 시원하게 펼쳐지는 평원과 하늘만 바라보며 걷습니다.

 

 오늘의 산행 주제는 바람, 그리고 바람개비와 푸른 하늘일까요.

 

 이제는 잊혀진 선자령 나즈목을 지납니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보현사 계곡으로 내려서고요.

 

 오늘 바람개비를 너무 많이봐서 꿈에 이들이 살아 걸어올것 같습니다. ㅎㅎ

 

 잠시동안 하늘의 풍경에 푹 빠져봅니다.

 

 찍사인 저로서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지요.

비록 손은 찬바람에 얼어도.

 

  정말 좋다는 말밖에는 달리 말이 필요없는 시간입니다.

 

 능선 너머로 드문 드문 보이는 바다 조망도 좋고요.

 

 아무래도 이런 풍경을 보다보면 좋다 좋다 하니 마음도 행복해 지는것 같습니다.

 

 혼탁한 요즘 세상이 이처럼 단순하고 투명할 수만 있다면..

 

 오랜만에 지나가는 산객들을 만납니다.

 

 저는 이 희미한 흔적이 있는 눈길을 이어가고요.

 

 뒤돌아보니 이제 선자령이 제법 멀어졌습니다.

 

오른편은 대공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입니다.

 

 곤신봉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본 풍경은 정말 아름답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숨겨서 보여주고 싶을만큼 좋습니다.

 

 1시경에 곤신봉에 도착합니다.

 

 정상석옆으로 조그만 암릉이 있더군요. 하여 이곳도 올라봅니다.

 

 바위위에 올라 바라보는 자연의 모습 그리고 바람.. 세찬 바람마저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 순간의 느낌...

 

 이제 약 2.5km 정도만 가면 오늘 산행을 마무리 짓는 동해전망대이겠지요.

 

 1시를 조금 넘어섰는데도 햇살이 약하네요.

 

 비록 쌓인 눈이 적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많이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런 풍경을 보고있노라면 차가운 바람이 부는 시간에도 훈훈한 여유가 생깁니다.

 

 또 한번 우리나라 산천의 매력에 푹 빠져보고요.

 

 1시 반경에 동해전망대 입구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황병산은 더욱 가깝게 보이네요. 저곳까지 가고픈 욕심도 생기고요.

 

 여하튼 동해전망대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왕 있을거면 흉물의 모습이 아닌 쓰임새있는 건물로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바람이 얼마나 센지.. 나무들이 전부 기울어져 있지요. 이런게 자연의 순응일까요..

 

 오늘의 종착점 동해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1월 1일날 이곳에 올라 발을 동동 굴리며 새해 첫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되네요.

 

 저도 셀프 모드로 사진 한장 남깁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찍어 달라고도 못하고.. 쩝 여하튼 무척 춥습니다.

 

 여하튼 동해전망대인데 동해 모습이나 봐야지요.

 

 바다가 아니라 파란 옷을 입고 있는 또 다른 작은 산처럼 느껴지네요.

 

 겨울 바다라.. 말만 들어도 낭만과 젊음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ㅎㅎ

이제는 그런 정취를 접은지도 오래되긴 했지만서도.

 

 이제 아쉽지만 다시 되돌아 나갑니다.

 

 하늘과 바람 그리고 해.. 그속에 바람개비와 나란 존재 하나 덜렁 있네요.

 

 바람의 고향은 어디일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파란 하늘일까요. 아님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너머일까요.

 

 발왕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아봅니다.

그리곤 바람을 마음 깊숙하게 느껴봅니다.

  

 오늘 하루 바람 참 잘 맞았다고.. ㅎㅎ

 

 이처럼 시원하게 바람 맞아본게 언제든가..

겨울 산행의 또다른 묘미이겠지요.

 

 해도 기울고 산행도 마무리하고.. 또 하나의 추억도 만들어봅니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을

제 마음껏 흔들어 놓는다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다.

 

꼭 붙들고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도

뒤돌아 보지도 않고

떠나가고 만다.

 

불어올 때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

지나가고 나면 홀로 남는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더라도

바람이 어느곳에서 떠나가더라도

바람의 표현은 언제나 똑같다.

 

바람은 바람일뿐

잡을 수가 없다.

 

용혜원 시인의 바람이라는 시를 선자령 능선 길에서 읊어봅니다.

바람이 지나고 나면 나만 홀로 남는걸까요.

겨울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가득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뺨을 스치는 알싸한 겨울 바람의 느낌은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