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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함양 황석산 거망산 능선길 - 봄꽃 향기 가득한 길

by 마음풍경 2008. 4. 27.


황석산(1190m), 거망산(1184m)

 


경남 함양군

 

산행경로 : 유동 - 연촌마을 - 황석산 정상 - 황석산성 -

거북바위 - 북봉 - 1154봉 - 거망산 - 지장골 - 청량사 주차장

(14km, 약 6시간)

 

 

황석산과 거망산은 금원산과 기백산과 함께 남덕유에서 이어지는 능선이 월봉산을 거쳐

천미터가 넘는 황석 거망 능선과 금원 기백 능선으로 분기된 것이지요.

 

여하튼 만 3년만에 황석산을 다시 찾습니다.

(http://blog.daum.net/sannasdas/2091633)

가본지 몇년 지난 산을 다시 찾는 기분은

마치 어린시절 노닐던 국민학교 교정을 찾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변했을까..

아님 아직도 기억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설레임으로.

  

▼ 대전에서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이곳을 찾는 부담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산행 초입은 유동마을이고 실제 산을 오르는 것은 연촌 마을에서 시작하지요.

 

▼ 올해는 아무래도 시간이 한달 정도가 빨리 가는 느낌입니다. 5월 중순의 느낌이 드니요.

 

▼ 멋진 산들을 주변에 안고 사는 멋진 마을입니다.

 

▼ 10여분 한가로운 마을 길을 걷고 9시 40분경에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입니다. 정상까지는 약 4km 정도이고요.

 

▼ 날이 흐리고 비도 가끔씩 뿌리는 날씨이지만 그래서인지 연한 푸름이 더욱 선명합니다.

 

 

▼ 10여분을 더 오르니 기억나는 곳이네요. 길에서 좌측으로 벗어나면 약수터가 있지요. ㅎㅎ 이 친절한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 풍성한 녹음의 여름을 향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루 하루 푸르름이 더해가는 자연입니다.

 

 

▼ 연두빛과 초록빛의 조화를 봅니다. 요즘은 온난화 현상때문인지 봄과 여름의 경계가 애매하지요.

 

▼ 하지만 비바람에 젖어 떨어져 있는 진달래 꽃을 보니 아~ 봄날이 가고 있구나 하는 시간의 무상함도 다시 느껴보네요.

 

▼ 봄은 참 많은 의미를 던져줍니다. 새싹의 탄생이 있는가 하면 또 낙화와 같은 찰나의 허망한 이별도 있고요..

 

▼ 이 절벽 바위도 생각이 납니다. 이제서야 과거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

 

▼ 여하튼 조망도 없고 흐린 날씨에 오르는 경사 길도 상당히 힘들지요.. 그래도 첫번째 능선길이 보입니다.

 

▼ 10시 40분경에 능선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정상이 1.9km 남았네요. 휴~~ 땀도 식히고.

 

▼ 이제 미흡하지만 조망도 트이고 저멀리 황석산 정상도 보이네요.

 

▼ 지난 바람에 그래도 살아남은 진달래 꽃들이 있어 회색 분위기에 약간의 화사함을 주네요.

 

▼ 황대 갈림길도 지나고요.

 

▼ 산벗꽃과 진달래꽃이 사이좋게 이제는 낙화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네요.

 

 

▼ 주능선을 올라서니 그래도 제법 편안 길이 이어집니다.

 

▼ 길에 떨어진 진달래 꽃때문에 걸음 내딪기가 망설여 지는 길입니다.

  

▼ 흐린 날이어서 오늘 기대했던 시원한 조망의 욕심은 길에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 3년전에 왔을 때도 조망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황석산과 나의 인연이 그런가 봅니다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ㅎ

 

▼ 조망이 없어 땅만 보며 꾸준히 걷다보니 황석산 산성이 나오네요.

   이 산성은 조선 태종 10년인 1410년에 축조되었다고 합니다.

 

▼ 안개에 잠들어 있는 산성.. 그곳을 11시 20분경에 조용히 지납니다.

 

▼ 그리고 삼거리에서 정상을 향해 밧줄을 잡고 오릅니다.

 

▼ 11시 30분이니 딱 2시간이 소요되었네요. 근데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겨울 지리산 천왕봉보다 더한 바람이 부네요.

 

▼ 안개에 가려진 날은 눈을 감고 스스로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아주 편하게. ㅎ

 

▼ 헉! 근데 3년전에 봤던 둥근 돌이 없네요. 누가 가져갔을가요. 아님 버렸을까요.

    그때도 그 돌이 이곳 정상에 있는 의미를 몰랐는데.. 이제는 돌이 없으니 더이상 의미를 알 필요도 없어졌네요. 쩝.

 

 ▼ 아래 사진이 3년전에 정상에서 찍은 사진인데.. 이 돌이 어디로 갔을까요. 

  오기전에 이 돌을 생각하고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여하튼 아쉽기는 합니다.

 

▼ 거센 바람에 몸도 손도 꽁꽁... 급하게 정상을 내려섭니다.

 

▼ 정상을 좌측으로 휘돌아 산성으로 내려섭니다.

 

▼ 이 멋진 봉우리를 오늘도 충분히 보고 가지 못하네요. 날만 좋으면 저 바위들을 넘어 갈 수도 넘어 올 수도 있는데

 

▼ 거북바위도 잔뜩 구름속에 있고요.

 

▼ 이곳에서 바람을 맞으며 12시경까지 식사를 했습니다. 겨울 지리산 능선에서 밥먹는 기분이었습니다.

 

▼ 추워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래도 가끔씩 보여주는 풍경은 참 멋집니다.

 

▼ 이제 거망산을 향해갑니다.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 다만 등뒤로 보여지는 황석산 정상의 모습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하네요. 그래도 미련이 많이 남지요.

 

▼ 거북바위에도 들려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정말 좋은데.. 오늘은 구름 안개때문에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 황성산 정상과 거의 쌍둥이같은 북봉을 좌측으로 우회해서 갑니다.

 

▼ 북봉을 지나니 제법 편안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동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자꾸만 움추리게 하네요.

 

▼ 바람때문인지 꽃들도 잔뜩 움추리고 있고요.

 

▼ 한겨울 추위를 인내하고 이제서야 겨우 꽃을 피웠는데 별꽃들도 아직은 인내할 시간이 더욱 남은 모양입니다.

   꽃이 피기는 어렵고 지기는 한순간이니.. 어찌보면 사람의 사는 모양새도 비슷하지 않은가 곱씹어 보네요.

 

▼ 그래도 노랑 제비꽃이 길가에 피어있고 아스라한 안개 산길을 걷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 빗살현호색의 색감이 참 예쁘지요.

 

 

▼ 빗물을 머금은 싹들도 어찌나 소담스럽던지... 희미한 조망 대신에 자꾸만 땅으로 시선이 가서 일까요.

 

▼ 안개낀 산길을 흐르듯 걷습니다. 진달래꽃들과 함께..

 

 

▼ 저 아래 보이는 곳은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햇살이 비추이는 모습이..

 

▼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지요.

 

▼ 그래도 1154봉이 멋지게 안개속에 보이네요.

 

▼ 1시경에 불당골을 따라 장자벌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바람이 심하고 감기 기운때문에 몸이 추워 이곳으로 내려서려고도 했으나

    장자벌 말고 불당골 길은 조금 더 가면 있는 줄 알고 가다가 결국은 거망산까지 당초 계획대로 가게 되었네요. ㅋㅋ

    생각해보니 3년전에는 이곳으로 내려선것 같습니다.

 

▼ 벌써 황석산은 저 멀리 멀어져 있네요.

   저는 산을 다니면서 만남의 의미도 배우지만 헤어짐의 의미도 새롭게 배우게 됩니다.

   만나고 또 그러기에 떠나보내고, 하여 다시 새롭게 만나게 되는.. 영원한 만남도 영원한 이별도 없는.. 그런 의미를.

 

▼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안개 길을 걷습니다. 산죽이 있어 잠시 바람을 피하게 되네요.

 

▼ 1시 40분경에 거망산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 그리고 10여분 올라서니 거망산 정상에 도달합니다.

 

▼ 이곳에서 잠시 휴식도 취하고 함께 산행하신 회원님들 사진도 찍어 드리고. 그 덕분에 정상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ㅋ

 

 

▼ 2시경에 본격적인 지장골로의 하산을 시작합니다. 아직도 바람은 여전히 심하게 부네요.

 

▼ 지장골로 내려서니 바람을 피하게 됩니다. 카메라 든 손이 바람에 꽁꽁 얼었었는데.. 조금씩 풀리는 느낌입니다.

 

▼ 오랜만에 이처럼 풍성하게 꽃을 피운 산괴불주머니를 보게 되네요.

 

▼ 계곡을 내려서는 길은 제법 길었지만 새소리와 물소리에 그리 지겹지는 않았습니다.

 

 

▼ 남쪽 따뜻한 산들은 철쭉으로 봄이 깊어 가겠지만 이 깊은 계곡에는 아직 초봄의 느낌이 더욱 생생합니다. 

 

▼ 작은 계곡 물의 움직임도 방금 겨울에서 잠을 깬 모습이고요.

 

 

▼ 이제야 겨우 봄이 오고 있는 느낌.. 하여 생명력이 더욱 충만한 느낌이 드는 숲속입니다.

 

 

▼ 정비는 되지 않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좋은 계곡이고요.

 

▼ 군데 군데 작은 폭포를 보며 얼굴도 시원하게 씻어보고요. 계곡물이 너무나 차서 오래 발을 담구지 못하겠네요.

 

▼ 건너편 기백산 능선 모습이 보이는걸 보니 이제 하산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3시 30분경에 길로 내려섭니다.

 

 

▼ 그리고 작은 포장 길을 따라 청량사 입구 주차장 방향으로 걷습니다.

 

▼ 멋진 소나무 숲길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목 감기에다 바람도 많이 쐬여 목이 답답했는데 한순간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 숲길을 걷다가 툭 트인 풍경을 보니 어찌나 좋던지..

 

▼ 산에 오면 좋다. 멋지다. 아름답다. 등의 말만 떠오릅니다. ㅎㅎ 그래서 산이 좋은가 봅니다.

 

▼ 3시 40분경에 일주문에 도착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이곳에는 487년 신라 소지왕때 각연대사가 창건한 장수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6.25때 소실되어버렸고요.

   다만 일주문 현판의 "덕유산 장수사 조계문"이라는 글귀를 통해 이곳이 장수사 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요.

   이곳 산들은 남덕유에서 월봉산을 거쳐 이어지는 덕유산의 줄기인것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 기둥이 웅장하고 멋진 일주문.. 계급이야 중요하지 않겠지만 지방 문화재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일주문입니다.

 

▼ 너른 장수사 터를 보고 있으니 이와 유사한 미륵사지의 터가 생각이 납니다. 올 여름 미륵사지를 거쳐 하늘재를 한번 가야겠네요.

 

▼ 시간이 있어 용추사 옆 유명한 용추 폭포를 보러 갑니다.

 

▼ 저 바위가 피바위 인가요. 황석산성 옆의 피바위와 함께 정유재란때 많은 의병들이 몸을 던져 바위가

   피로 물들인 역사의 현장이라고 하는..

 

▼ 높이 15m에 수심이 수십 깊이인 멋진 폭포이지요. 전설에 따르면 이무기가 108일 동안 금식을 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데 하루를 착각해서 용이 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하네요.

심형래 감독의 디워의 영화처럼 이무기는 우리 민족 고유의  아이템인것 같습니다.

 

▼ 봄인 지금도 이처럼 웅장한데 장마철이 지난 여름에는 얼마나 더욱 웅장하고 시원할까요..

 

오늘은 황석산의 멋진 조망은 하지 못했지만 안개낀 산속을 헤매고 걷는 시간이었네요.

빗물에 젖어 산길에 떨어져 있는 진달래 꽃잎이 조금은 안타깝고요.

하지만 땅만 보고 가는 걷는 단순함때문에

내 기억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해 본 시간이 된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은 정리되지 않은 조각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금 홀가분합니다.

 

땅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고 나서인지

집에 돌아와 김용택 시인의 "화무십일홍" 을 시집에서 뒤척이게 되네요.

 

앞산

산벚꽃 

다 졌네

화무십일홍, 우리네 삶 또한 저러하지요.

저런 줄 알면서 우리들은 이럽니다.

다 사람 일이지요.

 

때로는 오래된 산길을 홀로 가는 것 같은 날이 있답니다.

보고 잡네요.

문득 고개들어

꽃,

다 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