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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양산 천성산 능선길 - 연두빛 봄 풍경 가득한 길을 따라

by 마음풍경 2008. 4. 11.

 

경남 양산 천성산(922.2m)

 

 

룡사 입구 주차장-홍룡폭포-화엄늪-천성산-천성산 제2봉-집복재-공릉능선-매표소

(6시간, 약 14km)

 

 

2008년 4월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서 산수유가 피고 벗꽃이 피는 소리로 분주하던데

집 주변에 쓸쓸히 떨어져있는 목련 꽃과 바람에 쉬이 흔들리는 벗꽃을 보니

이제는 다시 낙화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까워오나 봅니다.

그나저나 참 오랜만에 오늘은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으로 산행을 갑니다.

원효대사의 전설이 많은 곳이며 천명의 승려가 성불했다는 뜻인 천성산으로..

경부고속철도 건설때문에 그리고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유명해진 산이기도 하지요.

머리속에 잊혀졌던 도룡뇽이 왜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그리도 필요한가를 알게해준 산입니다.

 

8시에 대전을 출발한 버스가 11시 30분에 홍룡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등산로 안내판을 한번 보고 가야할 길을 짐작해봅니다.

 

주차장에서 흥룡사까지 오르는 시멘트길에서 만난 파릇한 꽃들은 오늘 봄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까요.

 

생명이 막 피어나듯 봄꽃도 새로운 얼굴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4월의 산은 여러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래쪽은 꽃들이 만발한 봄이지만 저 위 능선은 아직 삭막한 겨울 느낌입니다.

 

새끼를 밴 염소도 봄꽃 정취를 느끼며 분주히 식사를 하고 있네요. ㅎㅎ

 

20여분을 걸어오니 홍룡사 홍룡폭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갈수철인 봄이라 이처럼 멋진 모습을 볼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넘 시원하네요.

 

약 25m 높이의 이 폭포는 양산 8경 중 하나라고 합니다.

 

관음전과 어울리는 풍치가 멋진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것 같습니다.

 

폭포의 정취에 빠져있다보니 오늘 산행 목적을 잊을뻔 했네요. ㅋ

    다시 홍룡사로 되돌아와서 원효암 방향으로 12시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이 많이 늦었지요. ㅎ

 

산행길은 처음부터 무척이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입니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땅에 있는 사물 하나 하나가 더욱 뚜렷하게 다가 온다고 할까요.

 

보라색 노랑색 제비꽃들도 수줍게 피어있고요.

 

꽃을 보면 늘 느끼는 거지만 색이 참 곱고 예뻐요.

 

땀도 제법 흘리면서 1.4km를 40여분에 오르니 화엄늪으로 가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산행이 이어집니다.

 

이 길부터는 우측으로 천성산 정상을 끼고 도는 8부 능선길이어서 제법 편한 길입니다.

 

별꽃과 현호색도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네요.

날은 흐리지만 그래서인지 색상은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천성산 정상은 군사시설이 있어 가지 못하지요.

 

천성산이나 광주 무등산이나 아쉬움을 여전히 지니고 있지요.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정상까지 다닐 수 있을까요.

 

편안한 길을 이어가니 화엄늪 억새 능선이 시원하게 다가오네요.

 

물론 바람 또한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로 차갑게 붑니다.

 

날이 흐리고 구름이 끼여 그리 선명한 풍경은 되지 못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제법 오늘 산행에 어울린다 생각해 보네요.

 

작은 능선너머 양산 시내 모습도 조금씩 들어나고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천성산 정상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구름이 넘어가고 또 이어지는 모습을 보니 언젠가 늦가을에 다녀온 지리산 만복대 풍경이 겹쳐지네요.

 

1시 10분경에 화엄늪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아~~ 철지난 억새의 모습이지만 어찌나 아름답던지..

 

천성산은 암릉과 억새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산이네요.

 

억새 서걱거리는 가을에 온다면 또한 얼마나 황홀할지..

 

직진하면 석계리 용주사 방향으로 내려서는 것 같고 저는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편 방향으로 갑니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넘어갑니다.

이곳은 봄이 아니라 마치 늦가을이나 겨울처럼 느껴지네요.

 

정상 아래부분에는 지뢰지대여서 철조망으로 막혀있지요.

 

정상을 이어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구름안개 사이로 가끔씩 보여주는 풍경도 참 소중합니다.

 

1시 25분경에 화엄벌에 도착했습니다. 약 5km 정도 산행을 한것 같습니다.

 

이 높은 곳에 늪습지가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거센 바람을 피해 바위 옆에서 간단하게 김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대전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따끈한 우동을 먹은게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할까요. ㅎ

 

식사를 마치고 커피도 한잔 하고나서 1시 40분에 다시 천성산 2봉을 향해 산행을 이어갑니다.

 

천성산 2봉은 능선을 타고 곧장 넘어가는 아주 편안한 산길이지요.

 

 

정말 이곳은 아직 봄이라기 보다는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느낌입니다.

 

능선 건너편은 지도를 보니 울산 웅상읍인것 같습니다.

천성산을 사이에 두고 동북쪽으로는 울산지역이고 남동쪽으로는 부산

   그리고 서쪽으로는 양산이 사이좋게 사네요.

 

정상을 가지 못한 아쉬움에 뒤돌아 편안한 능선길을 바라봅니다.

 

능선상에서 만난 정상석.. 922m를 대신해서 897m의 정상 비석입니다. 정갈한 느낌의 비석..

 

 

이제 저멀리 천성산 2봉이 넉넉하게 다가옵니다.

원래 1봉은 원효산이고 2봉이 천성산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읍단위 시골에 가도 아파트의 풍경이 새삼스럽지 않지요.

 

천성산은 가을에 다시 와도 참 좋은 산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억새밭 때문이지요.

 

편안한 길을 이어가다보니 2시경에 은수고개를 지납니다. 물론 계속 직진입니다.

 

오르막을 지나 임도길도 만나고 임도길 건너편 멋진 풍경도 봅니다.

 

벌써 4월 중순으로 향하는데 진달래의 꽃망울을 보니 이곳은 아직 3월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 시골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멋진 산을 이렇게 가깝게 대하며 살 수 있으니 복받은 겁니다. ㅎㅎ

 

때론 사람과 산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벌써 천성산 1봉은 저멀리 희미한 구름속에 머물러 있네요.

2시 30분에 해발 812m의 천성산 2봉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천성산 공룡 능선을 찾아가기위해 짚북재 방향으로 향합니다.

 

물론 아직 이곳은 봄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겨울이라는 느낌이고요.

 

지나온 천성산 2봉도 잠깐 사이에 구름에 가려지네요.

오늘은 구름의 변덕이 심한 날입니다.

 

그래도 군데 군데 수줍은 미소를 띠고 반겨주는 진달래..

개인적으로는 봄꽃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이 아닐까 합니다.

    꽃잎을 따서 입에 넣고 싶으나 소박한 색감을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네요.

 

이번 산행에서도 역시 재미난 바위도 만납니다.

 

능선길에서 좌측으로 빠지면 내원사로 통하게 되어있습니다.

내원사는 지율스님이 기거하는 비구니 절이지요.

 

건너편 정족산 아래 주남 계곡으로 이어지는 아스라한 풍경도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리고 성불암 계곡 위로 오늘 가야할 공룡 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676.9m의 봉우리가 제법 우뚝하고요.

 

또한 계곡 좌측의 작은 능선도 왠지 마음을 이끄네요.

 

멋진 조망을 보고 다시 내려서니 3시 15분경에 집북재에 도착합니다.

 

그리곤 676.9 봉우리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낙옆사이로 솟아오른 새싹들의 모습에서 초봄의 흔적을 다시 되살려 봅니다.

 

어쩌면 천성산 1봉과 2봉을 넘어오면서 느낀 겨울의 풍경이

이제 조금씩 봄으로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3시 40분경에 676.9 봉우리를 지나고

 

구름에 가려 조금은 아쉬운 모습이지만 바위 조망터에서 그 구름의 변화를 바라봅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도 취하고요. 생각해보니 점심식사후 쉼없이 이곳까지 왔네요.

 

다시 능선길로 접어들어 잠시 가니 이제 본격적인 천성산 공룡 능선길이 시작됩니다.

 

스릴있는 바위길과 이를 더욱 스릴있게 해주는 구름.. 그리고 진달래의 풍성함이 어우러지네요.

 

 

구름 안개속을 걷다가도 갑자기 환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 저 봉우리만 넘으면 오늘 산행도 거의 마무리가 되겠지요.

 

파릇파릇한 싹들이 새롭게 피어오르는 나뭇가지의 풍경과 바위가 멋진 대비가 되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름없는 저 봉우리에 이름을 붙인다면 삼각봉이라 하면 어떨까요. ㅎ

 

이제 성불암 계곡의 끝이 저멀리 보이네요.

 

물론 거리상으로는 얼마되지 않겠지만 가야할 암릉길이 만만치 않네요.

 

능선 오른편 주남계곡 옆으로 조계암이 있는것 같습니다.

 

700미터 높이의 정족산도 구름속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고요.

 

이곳은 이제 본격적인 봄의 내음이 느껴집니다.

 

아~~ 가을의 단풍보다도 더 가슴을 저리게하는 저 연푸른색의 풍경들..

 

 

이곳은 이미 진달래 꽃들이 지고 잎들이 나고 있네요. 참 허무하죠 꽃의 개화 시간이 너무나 짧음이..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저 계곡의 봄이 나를 향해 가슴을 활짝열고 안아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을..

 

정말 천성산 계곡의 봄이 나에게 Free Hug를 하는 느낌이 드네요.

 

물론 저도 팔을 벌려 그 가슴속으로 내 몸을 담아봅니다.

 

행복은 이런게 아닐까요.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풍경을 소중한 인연처럼 만난다는것..

 

여린 잎의 연두빛 색감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

 

당장이라도 저 넓은 봄의 숲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꾸만 시선이 멀리가서 위험한 암릉길을 걷기 힘들긴 하나 조심 조심 내려섭니다.

 

그 길을 걷다가 딱! 이 풍경을 마주하면서 몸이 움직이지 않더군요.

하여 잠시 바위에 앉아 이 풍경을 오래 오래 지켜봅니다.

 

산행을 하던 중에 가끔 산을 내려가기 싫을때가 있지요.

이곳이 정말 그런 곳이네요.

 

그래도 어쩝니까.. 산에서 영원히 살수만은 없기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요.

 

주말이 지나고 다음주가 되면 당분간 멍하니 이 풍경들만 떠오를것 같네요. ㅎㅎ

    사랑의 그리움이 이보다 더할까요..

 

 녹차밭인가요. 듬성 듬성 키우는 여유가 멀리서 내려다 보니 좋습니다.

 

이곳 산하동 계곡처럼 천성산은 깊은 계곡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바위와 어우러지는 멋진 소나무도 많고요.

 

5시경에 휴 제법 힘든 밧줄길을 내려섭니다.

    처음에는 4시반이면 산행이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도 주변 계곡 풍경이 멋지게 이어지니 힘든줄은 모르겠습니다.

 

뚜렷한 산길이 없어 조금 알바를 하면서 바위길을 내려서고 하니 이제 거의 다 내려온것 같습니다.

 

5시 15분에 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약 3km 정도인 공룡능선길에 1시간 30여분이 걸렸습니다.

 

성불암 계곡 길을 따라 이제 편안한 길을 이어갑니다.

 

계곡길을 걷다가 다람쥐를 만났습니다. 

다람쥐도 봄이라 준비해야 할것이 많은가 보지요.  

 

그리고 주변 꽃들도 겨울이나 초봄의 느낌보다는 이제 제법 성숙해지는 봄의 계절입니다.

 

전라도 강진땅에 피는 진달래도 경상도 양산땅에 피는 진달래도

지역에 상관없이 다 같은 우리나라 산하에 피는 꽃이겠지요.

지역을 나누고 경쟁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겠으나 꽃들은 아무런 구분이 없겠지요.

벗꽃도 그냥 우리나라 이곳 저곳에 피는 여러 꽃중 하나일뿐

그 꽃을 일본 꽃이라 칭하는 것도 역시 사람들의 일일테니..

 

천성산 터널 공사로 인해 내원사 계곡의 수량이 무척이나 줄었다고 하던데

이곳 계곡은 그래도 제법 세차게 물이 흐르네요.

 

지나온 계곡을 다시 발걸음을 멈춰 바라봅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천성산의 계곡의 아름다움이 유명해 소금강산이라 했다는데

   그 명성이 다시금 느껴집니다.

 

봄을 일깨워주듯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을 배경삼아

   다소곳이 자라는 연두빛 싹들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도 씻고 내원사 입구 주차장에

5시 30분경에 도착하면서 오늘 긴 산행을 모두 마칩니다.

 오늘 하루는 먼 길을 다녀온 시간이었지만 늦 겨울에서 봄에 이르기까지 긴 흐름을

한순간에 모두 느껴본 정겹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