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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변산 쇠뿔바위봉 암릉길 - 신비로운 바위 풍경

by 마음풍경 2008. 10. 5.

 

변산 쇠뿔바위봉

 

가락골 저수지 ~ 옥녀봉 ~ 비룡상천봉 ~ 동 서 쇠뿔바위봉 ~

지장봉 ~ 청림마을(약 8km, 4시간소요)

 

 

작년 12월 겨울 처음으로

쇠뿔바위봉을 산행한 후(http://blog.daum.net/sannasdas/11863210)

아직 단풍의 화려한시기는 아니지만 가을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됩니다.

한번 간 산을 다른 계절에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우리나라 산의 또 다른 매력중 하나이겠지요.

 

 요즘 아침만 되면 안개가 가득합니다.

부안을 향하는 안개낀 길가에 코스모스는 한들거리며 함박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기도 하고 또 꽃의 계절이기도 하네요.

물론 이 꽃들 지고나면 쓸쓸한 낙옆 뒹구는 외로운 시간이기도 하고요.

 

 

가락골 마을을 들어서 산행 들머리인 가락 저수지로 오니 이곳도 가을 꽃들이 반겨줍니다.

 

 

아침에 비해 안개는 많이 걷혔지만 그래도 멀리 바다쪽은 회색빛이네요.

 

가을에는 비슷한 종류의 꽃들이 많아 구절초, 벌개미취 등과 함께

그냥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쑥부쟁이도 활짝 웃는 얼굴로 반겨주는 듯 하고요.

 

땀을 흘리며 능선에 올라서니 개암사 울금바위 모습도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도 제법 선선합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좋은 날씨이지만 뿌연 하늘에 가려 조망이 없네요.

하늘에 떠 있는 성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의상봉이 오늘은 흐릿합니다.

 

산행 시작한지 약 2시간만에 동쇠뿔바위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산행은 이곳에 도착하기전까지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산길이지만

이곳부터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마치 전반전과 후반전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산행입니다.

 

고래등 바위를 오른편으로 내려서서 휘돌아

다시 밧줄을 타고 동 쇠뿔바위 정상에 오릅니다.

바라보이는 건너편 서 쇠뿔바위봉도 지척이네요.

 

 이곳에서 넉넉한 모습의 고래등 바위를 바라봅니다.

 

작은 봉우리지만 깊이가 있는 조망을 주는 곳입니다.

 

다시 고래등 바위로 되돌아 나와 조금전 올랐던 봉우리를 다시 바라봅니다.

지난 겨울 이곳에 왔을때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이 풍경을 바라볼 때

무척이나 무서웠는데 오늘은 포근하게 바라보입니다.

 

그리고 서 쇠뿔바위봉에 올라 지장봉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뿌연 안개에 가려 그 형체만 겨우 알 수가 있네요.

 

그래도 동쇠뿔바위봉은 내가 해를 등져서 인지 반대쪽보다는 또렷한 풍경을 줍니다.

하지만 사람의 평범한 눈인지라 작년 겨울 풍경보다는 조금 부족하네요.

 

ㅎㅎ 나무에 부안 우각봉이라 되어 있네요.  

한글로 하면 쇠뿔 바위봉이 되겠지요.

 

이제 서 쇠뿔바위봉을 뒤돌아 나와 바라보이는 지장봉을 향해 갑니다.

 

사람의 발걸음은 작은 포폭이지만 참 대단하지요.

잠시 내려선것 같은데 쇠뿔바위봉이 저 먼발치에 올려다 보이니요.

 

 

지장봉도 그 위용은 여전하지요.

 

그 옆구리에 아직도 그자리에 서있는 거북바위도 반갑고요.

하늘로 올라야 할텐데 아직 한 걸음도 올라가지 못했네요.

 

지장봉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멋진 조망이 있는 곳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 하는 것은

산행 중 가장 행복한 나만의 시간입니다.

 

 잠시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몇년처럼 되었으면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네요.

이제 지장봉도 뒤로하고 하산을 계속합니다.

 

빨간 감이 주렁 주렁 매달린 감나무 너머로 지장봉이 보이는 것을 보니 청림 마을 입구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이곳은 작지만 멋진 봉우리들이 가득 숨어있는 보물과 같은 곳입니다.

 

청림마을에 내려서서 쇠뿔바위봉을 바라봅니다.

 

 아~~ 가을을 가득 느끼는 그런 풍경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 서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가을이 성큼 내 앞에 다가서 있는 느낌이네요.

 

 

감이 진한 색으로 익어가면 가을도 그만큼 깊게 익어가겠지요.

 

한층 무거워지고 지겨워진 삶의 무게감때문에 처음에는 산행 발걸음이 힘들었는데

가을 향기와 싱그러운 바람 그리고 멋진 쇠불바위봉의 풍경 및 조망이 있어

잠시 동안이지만 가을 바람 처럼 가벼워졌나 봅니다.

 

- 꽃향기-

 

내 무거운 짐들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

버리고 싶었으나 결코 버려지지 않는

결국은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온

아무리 버려도 뒤따라와 내 등에 걸터앉아 비시시 웃고 있는

버리면 버릴수록 더욱더 무거워져 나를 비틀거리게 하는

비틀거리면 비틀거릴수록 더욱더 늘어나 나를 짓눌러 버리는

내 평생의 짐들이 이제는 꽃으로 피어나

그래도 길가에 꽃향기 가득했으면 좋겠네..

 

 

정호승 시인의 시처럼 내 무거운 삶의 짐들도 꽃으로 피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