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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남덕유산 능선길 - 육십령에서 영각사까지

by 마음풍경 2008. 10. 19.

남덕유산(1507m)

 

육십령 휴게소 ~ 할미봉 ~ 서봉 ~

남덕유산 ~ 영각사 입구

(약 13km, 6시간 30분)

 

남덕유산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

함양군 서상면, 전북 장수군

계북면에 걸쳐 있는

덕유산 능선 끝자락 산입니다.

 

덕유능선의 제 1봉인 향적봉은

백두대간길에 속하지 않는데

장수덕유산이라 불리는 서봉과

남덕유산은 백두대간길에 속하네요.

 

남덕유산은 향적봉에서 시작하는

덕유산 종주의 마지막으로

밟게되는 산으로

 

덕유산이 온화한 느낌이라면

남덕유산은 바위 등 암릉이 있는

같은 능선에 있는 산이지만

다른 분위기의 산이다. 

 

 대진고속도로로 인해 육십령고개까지는

대전에서 1시간 30분이면 가는

가까운 곳이 되었지요.

 

주차장에서 바로 왼편 능선으로 오르면

깃대봉으로 해서 백운산으로 갑니다.

 

조선시대 여암 신경준은

산경표(山經表)에서 우리나라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고 있지요.

 

무슨 무슨 산맥이라 하는것은

일제시대에 일본 사람에 의해

교육받고 있는 식민지의 잔재이고요.

 

여하튼 백두대간의 기본개념은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을 흐르는 물이 산에서 만들어지듯이

서로가 서로를 범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뜻이 아닐까합니다.

 

산행 채비를 하고 9시 40분경에

남덕유산 들머리로 접어듭니다.

 

육십령 고개는 높이 734m로

고개가 험해서 도적떼가 많아

고개를 넘으려면 60명이

모여야 한다고 해서

육십령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도로상에는 전북 장수로 되어 있는데

이곳 안내도는 함양에서 만든거네요.

 

지차제간에도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면

더욱 좋은 산을 만들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산행 초입은 오르막이 이어지는

시골 동네 뒷산과 같은 느낌입니다.

 

바람이 산들부는 능선을 따라 가니

첫번째로 오를 할미봉이 보입니다.

 

국립공원 표지 말뚝은 산길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네요. 

 

가물어서인지 마치

늦가을의 느낌이 납니다.

 

땅은 발을 내딛기만해도

먼지가 일어나고요.

 

가을 가뭄이 무척이나 심하네요.

 

현재까지 할미봉을 오르는 길은

그리 심하게 가파르지는 않습니다.

 

이제 할미봉도 지척이고

저멀리 서봉도 바라보입니다.

 

 

할미봉에 가까이 가니

밧줄도 나오고 힘이 드네요.

 

1000미터급의 봉우리를 오르기가

쉽지많은 않겠지요.

 

지나온 능선의 조망은

그런 힘듬을 한순간에 잊게하지요.

 

육십령 도로 건너편 남쪽으로

깃대봉도 백운산도

그리고 장안산 능선도

한눈에 펼쳐집니다. 

 

 산행시작한지 약 50분만인

10시 30분경에

1013m의 할미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육십령에서 2.2km를 왔습니다.

 

할미봉에서 바라본 조망은

참 멋집니다.

 

멋진바위와 단풍이 어우러져

그저 바라만봐도 좋습니다.

 

물론 앞으로 가야할

서봉과 남덕유산 능선도

멋진 그림을 옮겨놓은것 같고요.

 

 그리고 남령고개에서 월봉산과

거망산의 능선도 바라보이고

기백산도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가을 햇살과 단풍의 조화로움은

고운 색감을 선사합니다.

 

 

 바위에 앉아 조망을 즐기며 쉬다보니

가야할 일을 잊어버린것 같습니다.

 

엉덩이를 털며 아늑한 능선길을 따라

서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반송마을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지납니다.

 

그곳에 대포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칩니다.

 

나무 계단이 나오는것을 보니

잠시 하산을 시작해야 하나 봅니다.

 

1000미터에서 다시 800m로 내려섰다가

1500m까지 올라서야하는 이 능선이

보기에는 편해보여도 만만치 않습니다.

 

 

날이 건조해서인지 바위가

비온것처럼 미끄럽네요.

 

최고의 난코스라고 할까요.

조심 조심 내려섭니다.

 

서봉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상의 조망도 좋고

 

뒤돌아본 햇살을 등지고 있는

할미봉의 자태도 신비롭습니다.

 

 

 계단을 내려서면서 바라본 조망은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하네요.

 

단풍이라기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낙엽이어서 그리 보이나 봅니다.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가다

덕유교육원으로 바로 내려서는

삼거리를 11시 20분에 지납니다.

 

육십령에서 4km를 왔습니다.

 

낙엽진 숲길이지만

군데 군데 빨간 단풍도 보이네요.

 

서봉쪽 능선이 보이니

편안한 능선길에서

다시 힘든 오르막길이

이어질것 같습니다.

 

11시 40분에 남덕유 삼거리를 지나고요.

 

오늘 산행에서 오르막을

오르기가 참 힘듭니다.

 

날이 더워서인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무거운 발을 힘들게 내딛으며

오르고 또 오릅니다.

 

등뒤로 보이는 조망은

힘들어서인지 더욱 아늑하네요.

 

 여하튼 한참을 올라선것 같은데

서봉은 아직 먼발치에만 있습니다.

 

 덕유산 11코스에 11번 이정표네요.

 

번호가 11번이니 육십령에서

5.5km를 오는데

약 2시간 10분이 소요됩니다.

 

 힘은 들어도 주변 풍광은

지친 몸을 쉬게해주네요.  

 

산 능선 너머 지리산 천왕봉도

희미하게 나마 보입니다.

 

지나온 능선길은 매혹적이지요.

 

땅에 떨어져 사라질 일만 남은

나무가지에 위태위태하게

달려있는 나뭇잎..

 

얼마나 건조한지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바로 부서져버립니다.

 

땅도 푸석푸석하고..

마치 11월 중순경

산행을 하는 느낌이네요.

 

휴~~ 한참을 오른것 같은데

아직 서봉은 저 멀리 있습니다.  

 

마치 무지개를 바라보며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더운 날에 건조하고 하니

몸이 무거운가 봅니다.

 

그래도 이런 멋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걷기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가까이서 보면 별볼일 없는

단풍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니 좋네요.

 

사람사는 일도 때론

이처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할것 같습니다.

 

 

 우리네 사람사는 세상도

때론 이처럼 떨어져 바라본다면

아름답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가도 가도 높이가 줄어들지 않는

가파른 길의 연속이지만

 불어오는 바람과 친구하며

조망에 취해보기도 하고요.

 

 

이런 시원한 조망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산행이 힘들기에 역설적으로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힘든 길이었지만 참 얄밉게도

지나온 능선은 너무나 아름답네요.

 

나의 굴곡 많은 지난 삶도

이처럼 아름다웠을까.

 

지금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름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벌써 육십령에서 멀리 와있습니다.

 

서봉 정상도 이제 1km도

남지않은 것 같고요.

 

 참 보고 또 봐도 가슴속에

고이 간직하고픈 계곡과

능선 풍경입니다.

 

 

멋진 바위를 보니

덕유산이 아니라 왠지 

가야산의 느낌이 드네요.

 

 

서봉 정상이 얼마남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생긴걸까요.

 

아니면 주변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일까요.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바람처럼

둥둥떠가는 느낌입니다.

 

ㅎㅎ 귀여운 사형제 바위같네요.

 

우뚝한 멋진 바위뒤로

거망산과 황석산 능선이

시원하게 바라보이고요.

 

 

바람이 흘린 땀을 날려주듯이

내 눈에 들어오는 이 풍광이

내 가슴속 생채기들을

날려주었으면 하네요.

 

 

 남덕유산이 같은

눈높이로 들어오는걸 보니

서봉 정상에 도달한것 같습니다.

 

 

서봉이 1492m로 표기되어 있지만

과거 지도를 보면 서봉이 1510m로

1507m의 남덕유산보다

높다고 되어있는데

그래서인지 눈으로 보는 것도

서봉이 더 높아보이는 느낌입니다.

 

 서봉 정상 팻말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그 힘든 오르막은

1차 마무리가 되는거지요.

 

 

1시 10분경에 서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육십령에서 7.5km로

약 3시간 30분이 걸렸고요.

 

비록 남덕유산이 곁에 있어

별다른 정상석이 없지만

주변 조망은 남덕유산보다

뛰어난 것 같습니다.

 

향적봉부터 무룡산과 삿갓봉을 잇는

덕유산 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그리고 무주군 안성면의

 적상산도 바라보이고요.

 

헬기장에서 숨도 돌리고

1시 40분까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타서

멋진 조망을 바라보는 시간은

산행의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잠시 그리움도 떠올리면서..

 

 남덕유산에서 서봉을 바라볼때

능선의 아늑함도 좋은데

서봉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욱 좋은 느낌이네요.

 

 가을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는

느낌도 좋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차도 한잔하고

남덕유산을 향해 길을 내려서는데

예쁜 색감의 나무를 만났습니다.

 

열매인지 꽃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서봉에서 남덕유산까지는

1km남짓한 거리이지만

40여분이 소요되는

쉽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렇게 편하게만 보이는

산길 능선인데요. ㅎ

 

 2시 20분에 남덕유산(1507m)에

도착했습니다.

 

 항상 이곳은 바람 세차게 부는

겨울에만 오다가 다른 계절에 오니

전혀 색다른 느낌입니다.

 

 

 하여 오늘은 몸이 날릴만한

추운 겨울 바람도 없고

편안하고 여유롭게

주변 조망을 즐겨봅니다.

 

덕유산 능선도

겨울과는 다른 느낌이지요.

 

 이곳도 겨울 찬바람만 없으면

아늑한 곳이네요.  

 

 

 남령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월봉산과 거망산 그리고 황석산이

편안하게 바라보입니다.

 

오랜만에 남덕유산 정상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하산을 해야지요.

 

 

 바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계단길이

특징적인 산이 남덕유산입니다.

 

 

이곳은 더더욱 늦 가을의

느낌이 드네요.

 

 

계단길이 제법 가파르지만

편안한 조망을 즐기는

하산 길입니다.

 

 

 

 여하튼 겨울에는 세찬 바람에

압도되어 내려서기 바쁜데.. ㅎ

 

 

오늘은 여유롭게 좌우도 살피고

위도 올려다보며 걷는 시간입니다.

 

 

누가 이렇게 멋지게

돌탑을 만들었을까요.

 

자연인지.. 아님 사람인지.??

 

남령 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곡선미가 아름다운 능선입니다.

 

 

이제 조금 더가면 오른편으로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을 지나겠네요.

 

계곡길은 다른 계곡길과는 다르게

참 지루하고 따분한 길입니다.

 

하지만 군데 군데 단풍의

흔적들은 보이네요.

 

 

 

특히 올해는 말벌 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지요.

 

 4시경에 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4시가 넘어서인지 영각사 입구로

내려서는 길에 비추이는

가을 오후 햇살이 깊고 포근하네요.

 

힘든 6시간이 넘는 산행이었지만

무거운 발걸음과 바람의 교차속에서

멋진 조망과 늦가을의 정취를 

가슴속에 가득 담았습니다.

 

하여 당분간은 가을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것 같네요.

 

제 자신이 이미 단풍으로

깊게 물들었으니요.

 

이 산골짜기에 가을이

오게 하는 이는 누구인가


어느 한나절에 문득

찬바람이 불어오니
여기저기 계곡 물 흐르는

소리들도 잦아든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속절없이 왔다가 가는 것은
사람의 시간이다


살 속에 가시처럼 파고드는

여러 회한이여
길은 묻히고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숨을까


마치 쏟아지듯이 다시 오는 날까지

허공에 머물려고
떠나는 것들의 영혼들과

함께 가고 싶다


두런거리는 소리도 없이

아침저녁 다르게 시드는
풀잎, 떨어져 누운 마른

나뭇잎들에게는 미안하다

-양성우 시 ‘시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