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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남해 망운산 바다 조망길 - 철쭉 망울진 능선을 따라

by 마음풍경 2009. 4. 27.

 

남해 망운산


 

(화방사~ 임도 안부 ~ 망운산 정상 ~ KBS 송신소 ~ 수리봉 ~ 서상리)

 

 

남해 망운산(786m)은 경남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4월이면 정상 주변 봉우리와 능선이 붉은 철쭉으로 가득하며

또한 사방으로 펼쳐지는 바다 조망을 바라보며 걷는 능선길이

너무나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만 3년전 이맘때에 남해 망운산 철쭉을 보기위해 산행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이른 산행이었는지 그때는 활짝핀 철쭉은 보지못했지요.

하여 이번에는 멋진 능선에 화려한 철쭉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남해로 길을 나섭니다.

대전에서 8시경에 출발한 버스가 11경에 산행 들머리인 화방사에 도착합니다.

 

조금 낡아보이는 안내도를 보니 설치하는것 못지않게 유지 관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느껴봅니다.

 

화방사 입구에서부터 화사한 봄 꽃들을 보게되니

오늘은 멋진 철쭉 풍경을 기대해 보네요.

 

한시간 남짓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서서 임도길을 만납니다.

숲길을 걷다가 탁트인 하늘을 만나니 마음도 몸도 상쾌해지는 기분이네요.

 

하늘의 시원한 조망 한번 보고 숨도 고르며 이제 본격적인 능선길로 접어듭니다.

 

남해 바다 건너 보이는 전남 여수 땅도 이곳 산에서 바라보니 참 가깝게 느껴지네요.

 

그나저나 망운산 철쭉과 저하고는 인연이 아직은 없나봅니다.

지난주 날이 포근했으면 꽃들이 피어났을텐데

날이 춥고 비가많이 온 관계로 철쭉이 아직 꽃망울로 남아 있네요.

 

아무리 바란다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연의 이치를 제가 어찌 다 이해하겠습니까.

그저 허허 하면서 웃지요.

 

그래도 시원한 하늘과 넉넉한 바다 조망만으로도 충분한 산행의 이유가 됩니다.

 

지난번에 남해 다랭이마을이 있는 응봉산으로 산행을 갔었는데

연이어 남해의 산을 오니 올해는 남해 바다와 인연이 많은것 같지요.

 

임도길에서 30여분 가량 조망이 멋진 능선길을 오르니 정상이 가까이 보입니다. 

 

남해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 금산(681m)인지라 금산이 남해에서 제일 높을 것 같지만

실은 망운산(786m)이 가장 높습니다.

세상사도 그렇지만 인기와 높이가 비례하는 것 만은 아니지요.

 

물론 그렇다고 망운산이 멋지지 않은 산은 아니지요.

12시 30분에 정상에 도착합니다.

화방사 입구에서 이곳 정상까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네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정상석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것 같아 보기 좋더군요.

 

저도 오랜만에 정상에서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정상에 서서 지나온 길을 보니 멋진 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길이었네요.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포근하고 편안한 능선길도 보이고요.

 

 발아래 망운사와 그너머 남해 시가지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남해의 최고봉답게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참 아름답네요.

  

정상에서 바다를 향해 이어지는 능선들을 보니

지난주 다녀온 신안의 우이도 상상봉에서 바라본 불가사리같은 능선들이 꿈결처럼 떠오릅니다.

 

정상에서 아주 넉넉한 식사와 커피도 한잔 하고 1시경에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산과 바다에 펼쳐지는 봄의 연두빛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지요. 

 

감히 이 자연의 색을 우리 인간이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요.

 

항상 자연앞에서는 겸손해야 하는게 우리 인간이건만 무한정 커가는 욕심때문일까요.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자꾸만 자연을 이기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들을 보게되지요.

 

강은 산을 따라 흐르고, 산을 그 강에 길을 내주고..

 

너무나 포근한 능선인지라 무작정 달려가고픈 충동을 느끼게 하네요.

그런 모습이 자연스러운건데...

 

뒤돌아 정상을 바라봅니다.

뒤로 펼쳐지는 풍경 또한 그저 편안하고 아늑하기만 한 느낌이지요.

 

멋진 능선너머 펼쳐지는 바다의 조망은

오늘 당초 기대한 철쭉의 아쉬움을 잊게합니다.

 

망운산 능선길은 시원한 조망도 일품이고 거기다가 편안하고 아늑하기만한 길입니다.

 

하여 일반 산길을 걷기보다는 편안한 언덕을 걷는 기분이네요.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좌우로 멋진 바다 조망의 주변 풍경이 있으니까요.

 

여하튼 망운산 능선 길은 외국의 멋진 트레킹 길을 걷는 기분처럼 느껴지네요.

 

저 언덕을 넘으면 또 어떤 매력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설레입니다.

 

역시 기대한 대로 언덕 하나를 넘으니 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이 반겨줍니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저 멋진 능선을 따라 하산하고픈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하산이라기 보다는 새가 되어 비행을 하고픈 생각이겠지요. ㅋ

 

그래도 새가 될 수는 없기에 이 아늑하고 편안한 길로 발걸음이 따라가네요.

 

이 바위를 보니 자연의 힘이란 서로 이질적인 존재들의 평화로운 공존이라 생각합니다.

 

매바위처럼 보이지 않나요. ㅎㅎ

 

저 편안한 하늘에 지친 마음을 고이 기대고 싶습니다.

 

저 편안한 언덕길에 마음을 내려 쉬게 하고 싶습니다.

 

저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경속에 내 몸과 마음을 풍덩 빠트리고 싶습니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 갈수록

편하게 의지하고픈 대상이 줄어든다는 것이 전 늘 두렵습니다.

 

그런 막막한 삶속에서 그래도 온 마음을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자 기쁨이겠지요.

 

정상 능선을 지나 내려서는 길 또한 아늑하고 편안함을 줍니다.

그나저나 당초 오늘 길의 주제는 철쭉이었는데 이제는 편안함이 되었네요.

 

두발을 내달리면 몸도 붕 뜨고 마음도 붕 떠서

 저 능선을 따라 바다로 날아갈것 같지요.

 

 연두빛 봄 빛깔이 가득한 봄날의 오후이자

풍요로움이 가득한 시간입니다.

 

그런 길을 따라 함께 갑니다.

슬픔, 아픔, 이별 등은 버려두고 행복, 기쁨, 사랑만 데리고 갑니다.

 

욕심이겠지만 산다는 것이 늘 이런 편안한 길만 가면 좋을텐데요. ㅎ

 

내 삶의 궤적에는 이런 행복한 조망만 가득한 길만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롭고 꿈속같은 풍경이 계속 이어지니

이제는 이 행복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행복한 추억은 지나온 삶이 힘들고 어려웠더라도

이처럼 아늑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굴곡없는 삶이 어디 없겠습니까.

작은 희망이라도 내 마음속에 있다면 지나온 힘든 삶도 다 아름답게 변하겠지요.

 

내 주변의 풍경도 내 삶속에 지금처럼 조화로운 모습으로 있어준다면 좋겠습니다.

 

비록 남은 생애가 화려하지 않거나 되려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큰 욕심없이 그저 편안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왠지 하루 하루가 참 소중합니다.

 

자연에서 만나는 인연 하나 하나 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고요.

 

비록 흐르는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팝송의 가사처럼 시간을 병에 담을 수도 없겠지만

 

나에게 이세상에 사는 동안 남아있는 시간만이라도

참 아끼고 소중하게 사용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이란 무한정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소중한 것은 아닐까요.

 

사랑도, 우정도, 우리네 인연도 언젠가는 멈춤이 있기에 애틋함이 느껴지는 것이고요.

 

아~ 참 좋네요.

이런 자연의 멋진 느낌을 작은 가슴에 가득 담아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무심한 구름마저도 소중한 인연이겠지요.

 

그냥 저 구름처럼 현재를 느끼고 애무하고 즐기렵니다.

 

비록 오늘 이후 혹여 이 길을 다시 만날 인연이 없더라도

결코 후회없는 모습으로 지나가고 싶습니다.

 

하산에 앞서 마지막 작은 봉우리에 서있는 나무 한그루가 외롭지만 참 도도한 모습입니다.

저도 저 나무의 모습처럼 살고싶어지네요.

사람이기 때문에 외롭고 사람이기 때문에 그립겠지요.

 

이제 하산에 앞서 마지막으로 바다 조망을 오래 오래 지켜봅니다.

 

오늘은 능선뿐만 아니라 하산하는 길 또한 멋진 바다 조망을 줍니다.

 

발아래 지난번 남해 여행시 들린 식당도 산위에 작게 모습을 보여주네요.

 

바다로 내려 갈수록 하늘의 구름은 더욱 매혹적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저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자연도 저마다 각자에 맞는 짝이 있나 봅니다.

 

연두빛 색감의 풍경이 늘어가는 것을 보니 봄이 점차 깊어가고요.

 

삭막한 시골 돌담에도 봄의 내음이 풍성합니다.

 

그나저나 망운산 철쭉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사 다 생각대로 이루고 살 수는 없겠지요.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해하고 위로하고 그리 살 때도 있을겁니다.

 

"내 평생의 짐들이 이제는 꽃으로 피어나

그래도 길가에 꽃향기 가득했으면 좋겠네"

 

                                   - 정호승의 꽃향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