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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괴산 중대봉 대야산 암릉길 - 늦봄. 떨어지는 꽃잎처럼

by 마음풍경 2009. 5. 24.

 

 

괴산 중대봉, 대야산 암릉길

 

2009. 5. 23(토)

 

괴산 삼송리 마을 -> 농바위골 -> 중대봉 암릉 -> 대야산 능선 -> 밀재 -> 용추골

 

 

비가 올것 같은 흐린 날씨에 중대봉과 대야산을 산행하기 위해

오늘도 변함없이 길을 떠납니다.

근데 버스안에서 갑작스런 비보를 접하게 되었네요.

인간의 삶이란 유한하기에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할 숙명이지만

이처럼 허망한 죽음을 보게 될지는 몰랐네요.

그의 별명처럼 정말 바보답게 바보스럽게 떠나가버렸습니다.

 창밖의 시골 풍경처럼 논에서 모를 심는 그 분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싶었는데..

가슴이 많이 무겁고 막막합니다.

 

 여하튼 그런 무거운 마음을 담고 산행 들머리인 삼송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 마을에 와서 중대봉 곰바위를 만나본 지도 꽤 오래 되었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7654992)

 

어제 비가 와서인지 마을을 따라 흐르는 물가의 느낌이 참 차분합니다.

 

인생도 저처럼 흐르고 추억도 흘러 흘러 가겠지요.

 

곰바위가 있는 대슬랩으로 가기위해 농바위골을 걷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바위 산행을 시작하고요.

 

중대봉은 주변 대야산에 가려 산이라는 이름을 얻지는 못했지만

사람도 그렇고 산도 그렇고 거창한 이름만이

그 진 면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겠지요.

 

대슬랩 바위들이 참 예쁜 중대봉입니다.

 

비를 머금은 가파른 바위를 오르는 스릴도 느낍니다.

 

다만 날이 흐려서 주변 조망이 아쉽기는 하네요.

 

애구 바로 오르다보니 곰바위를 그냥 지나쳤네요.

 

귀여운 모습의 바위지요. 저곳에 올라 바라본 주변 조망이 무척이나 좋은데 오늘은 이래 저래 정신이 없네요.

 

바위에 파여진 넓고 둥근 홈을 만났습니다.

이유는 알수 없으나 이 높은곳에

사람이 산 흔적이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요.

 

 물에 비친 작고 소박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우리네 삶도 지나고 보면 저 모습처럼 단순할터인데

산다는 것이 왜 그리 복잡하고 다난한지요.

 

밧줄을 타고 오르고해서 안개낀 중대봉 정상에 오릅니다.

ㅎㅎ 이곳은 올 때마다 안개가 끼여 주변 조망을 보지 못하네요.

 

이 또한 이 산과 나와의 인연이겠지요.

그래도 뿌연 안개속에 색이 참 고운 잎들의 모습이 참 좋습니다.

 

괴산쪽 산들은 모두다 재미난 바위들을 가지고 있지요.

 

같은 바위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왠지 느낌이 달라보이네요.

나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지 생각해 봅니다.

 

혹시 편견이나 아집의 시각은 아닌지

 

사소한 거라도 그 의미가 있는데

그런 의미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은 열려있는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안개속 산길을 걷습니다.

 

아서라 이놈의 인간사

때론 이처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속아닌지..

 

그나마 시원한 바람 불어 답답한 마음과 시선이

조금이나마 열리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 맑은 새소리가 들립니다.

어찌나 그 소리가 고맙던지요.

 

아직은 남아있는 철쭉의 화사함이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주네요.

 

중대봉에서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내내 안개속입니다.

 

하긴 대야산의 시원하고 멋진 조망을 보았다면 더욱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이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산길 조망이 가볍고요.

 

 파란 하늘이었다면 괜히 눈물이 핑 돌았을 것 같고요.

 

참 예쁘네요.

자연속의 꽃 한송이가...

내 가슴에 고이 고이 간직하고프네요.

 

우리네 인간의 모습도 자연처럼

늘 이처럼 예쁘기만 하다면 좋겠습니다.

 

대야산 주능선에 올라서서 정상을 가지않고 바로 밀재로 내려섭니다.

 

지나는 길에 만난 나무의 뿌리들이 왠지 굴곡 많은 삶처럼 보입니다.

 

ㅎㅎ 안개속이지만 그래도 잠시 조망을 주네요.

 

잠시 산길을 벗어나 조망처에서 바라봅니다.

 

주변 무성한 잎들을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것 같네요.

 

차분하고 아스라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런 풍경을 잠시만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행복이겠지요.

 

대문바위를 지납니다.

 

잠시 구름이 하늘로 올라갑니다.

참 아름답네요.

 

산 풍경이 환하게 열립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소중한 조망도 보고 이제 코끼리 바위를 지납니다.

 

그리고 밀재를 거쳐 용추골로 내려섭니다.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눈물이 되어 내립니다.

산행내내 먹먹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힘든 삶. 힘든 세상살이지만

그래도 산이 있어 기댈 수 있고 위로가 되나 봅니다.

 

이렇게 살다가

나도 죽으리

나 죽으면

저 물처럼 흐르지 않고

저 산에 기대리

눈을 감고 별을 보며

풀잎들을 키우다가

언젠가는 기댐도

흔적도 없이 지워져서

저 산이 되리

 

                           - 김용택 시인의 '앞산을 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