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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상림(上林) 최치원 공원 산책길 - 천년이 넘은 인공 숲길

by 마음풍경 2009. 6. 7.

 

최치원 공원 상림 숲길

 

 

경남 함양군 함양읍 운림리

 

 

함양 시내에 위치한 상림은 1,100여년전 신라시대에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방지하기위해 만든 인공림으로 천연기념물 154호이며

천년의 숲이라는 별칭처럼 울창한 숲을 걷는 기분이 참 좋고

또 사랑의 나무라 불리는 연리목을 만날 수 있는 산책 길입니다.

 

 

아무래도 여름하면 녹음과 같은 울창한 숲이 생각나는 계절이지요.

하여 예전부터 한번 가고싶었던 함양군 상림으로 길을 떠납니다.

 

비록 인간이 만든 인공물이라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있다면  천연 기념물이 될 수 있겠지요.

 

주차비나 입장료가 없어 더욱 상쾌한 시작입니다. ㅎㅎ

 

이런 곳이 대도시에 있다면 무척이나 혼잡할텐데

함양읍은 대략 2만의 인구이기에 토요일이지만 한가롭고 좋네요.

 

숲으로 우거진 작은 천을 따라 산책을 시작합니다.

 

햇살은 제법 따가웠지만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있어 무척 시원합니다.

 

살랑 살랑 바람도 불어주어 한가로움, 여유로움으로 걷습니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가니 먼저 척화비를 만나게 됩니다.

이 척화비는 고종 8년인 1871년 흥선대원군이 쇄국양이정책을 나타내기 위해 전국에 세운 비석중 하나인데

이곳 함양 상림에 척화비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함양과 상림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눈에 크게 띄는 화려함도 없고 그저 초록의 숲길을 걷습니다.

 

ㅎㅎ 천년이 넘은 지역이라 재미난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보기 드문 연리목도 만나게 됩니다.

특히 이 나무는 수종이 다른 느티나무와 개서어나무의 밑둥이 붙어있다고 하네요.

 

어쩌면 이루지 못할 안타까운 사랑이기에

이처럼 연리목으로라도 만나고 싶은 걸까요.

바라만 보고 만나지 못하는 애닮음도 사랑의 한 모습이라지만

사랑이란 그저 행복하기만 하면 안될까요.

 

다시 길을 걷습니다.

초록의 푸르름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네요.

 

ㅎㅎ 마치 옥수수 뻥튀기 같지요.

 

보통 색이 고우면 독버섯이라고 하는데 이는 자연의 어떤 이치일까요.

 

살아 있는 것일수록 불완전하고 상처는 자주 파고들며

생명의 본질이 연한 것이기에 상처는 더 깊다.

 

상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싫지만 하는 수 없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상처를 딛고

그것을 껴안고 또 넘어서면 분명 다른 세계가 있기는 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 공지영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에세이 중에서 >

 

숲속을 걷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편하게 보듬어 주는 느낌이 듭니다.

 

더더욱 오늘처럼 편하게 걷는 길은

마음도 가볍고 덩달아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늘 무겁기만한 삶이기에 때론 가벼움도 필요하겠지요.

 

8월에 왔으면 예쁜 연꽃들을 보았을텐데

 

그나저나 도심 한복판에 이런 멋진 숲이 있다는 것이 참 놀랍지요.

 

 

화려함은 없어도 담백한 느낌의 이 풍경도 참 매력적입니다.

 

특히 물에 비치는 연잎의 풍경은 더더욱 담백함을 느끼게 하네요.

 

가야할 목적지가 없이 그저 길따라

발걸음 가는데로 걷는 여유로움이 가득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쉬고 싶으면  벤치에 누워

주변 새소리 들으며 편하게 하늘을 쳐다보는 행복감..

 

잔잔한 물에 비추는 내 모습은 어떤 색일까요.

나뭇잎처럼 푸른 색이면 좋겠는데..

희망만 가득한 느낌이길 바래봅니다.

 

천년의 숲 상림에서의 약속은 천년 약속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곳에 남겨야할 약속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네 삶에 영원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걸까요.

천년의 숲길을 걷고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