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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둘레길 (4) : 운봉에서 주천까지

by 마음풍경 2009. 6. 29.

 

지리산 둘레길

(운봉에서 주천까지)

  

운봉읍 - 옛 양묘장 - 행정마을 - 서어나무숲 - 가장마을 - 질미재 - 덕산저수지 -

노치마을 -회덕마을 - 구룡치 - 솔정자 - 내송마을 - 주천면

[14.3km, 6시간 소요]

 

다음날 아침에 채비를 하고 다시 지리산길을 떠납니다.

당초 장마비가 온다고 했는데 하늘은 무척이나 맑게 개였습니다. 

 

요즘은 지리산 케이블만 문제가 아니고 지리산 댐도 문제인가 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게 가장 자연스러운건데..

 

이번 구간 시작점은 운봉읍에서 찾기가 쉽지 않네요.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친절한 마을 분의 안내를 통해 올바른 시작점을 찾았습니다.

이곳 삼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반대(등 쪽) 방향으로 가야하네요.

 

이 길은 정령치로 가는 60번 지방도 길이고

차길을 따라 조금 가면 양묘 사업장 정문으로 들어가게됩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바래봉이 구름에 살포시 가려있습니다.

 

 

오늘은 바래봉에서 고리봉 그리고 정령치를 거쳐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온전히 바라보며 가는 길이지요.

 

 

물론 초입부터 햇살을 피하지 못하는 뚝방길이 이어지고요.

하지만 운봉도 해발 500m 가까이 되는 지역이라 참 공기가 선선합니다.

 

엄계 마을을 지나고 저 멀리 서어나무 숲이 보입니다.

 

서어나무 숲이 있는 행정마을 입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을을 지나 숲으로 갑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촬영 당시 그네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원래 장소는 남원 광한루일텐데요.

 

나무들의 키가 크고 무성한 숲이어서인지 참 시원합니다.

 

 

그나저나 아스라한 지리산 능선이 오늘 산행의 하일라이트이겠지요.

 

 

철쭉 피는 계절에만 가보았던 바래봉과 그 주변 능선..

이렇게 푸르름속에 바라보니 그 느낌이 왠지 더욱 선명하고 애틋합니다.

 

자연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요.

하늘, 구름, 산, 능선, 나무, 땅, 그리고 바람까지

 

내가 그 자연 속에 있으므로 해가 되지는 않을지요.

 

바래봉을 지나 고리봉 그리고 만복대로 이어지는 능선이 참 아름답게 바라보이는

지리산 길입니다.

 

 

60번 도로를 따라 마을 입구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넙니다.

 

여름 햇살이 무더울것 같은데

오늘은 옅은 구름도 끼고 바람도 불어주어

참 행복한 걷기가 되네요.

 

지리산 능선 정상을 향해 가는 그런 길이 아니라

그 산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며 가는

그리움이 가득한 길입니다.

 

쉼터와 화장실이 있는 가장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 당산 나무 아래에서 쉼없이 걸었던 발을 쉬게 합니다.

쉼없는 삶속에서 잠시나마 이렇게 쉴 수 있다는 느낌이 어찌나 좋은지요.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가장 마을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갑니다.

 

덕산 저수지를 끼고 다시 뚝방길을 버리고 이제

산길로 접어들고요.

 

소나무 숲길이 참 향기롭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걷는 길도 흐르고

이 길을 따라 내 마음도 흐릅니다.

 

나는 배짱이처럼 한가로이 길을 걷는데

벌은 생존을 위해 바쁘네요. ㅎㅎ

 

발은 무거울수록 마음과 머리는 가벼워지는 이치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걷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가벼워질 수 있는 까닭에

그저 걷는게 이리 좋은건가 봅니다. 

 

노치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 마을은 고리봉에서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위에 있어

빗물이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편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된다고 합니다.

 

 

노치마을에서 회덕마을로 향합니다.

 

 

회덕마을의 옛이름은 "모데미"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모였던 마을이라는 뜻이고요.

 

마을 입구에 억새로 지붕을 이은 샛집도 보입니다.

 

 

지리산에서 억새를 베어와 지붕을 얹었다고 하는데 6.25때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하네요.

이 집은 53년에 다시 지은 집이고요.

 

이제 회덕 마을에서 내송 마을로 향합니다.

이 길은 과거 화전민들이 장보러 다니던 옛길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멋진 당산나무 쉼터도 있고요.

 

 작은 돌다리를 건너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겠네요.

 

주변에 복분자 열매도 익어가고요.

 

보라색 꽃들도 참 화사하게 반겨주네요.

 

아스라한 구름에 가려 있지만 지리산 능선도 더욱 가까워지고요.

 

참 넉넉하고 조용한 옛길입니다.

가던길에 작은 고개길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잠시 누워 하늘도 바라보고요.

행복한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이 내게 있어

감사하고 또 감사할뿐입니다.

 

사무락 다무락이라는 작은 돌탑도 만납니다.

다무락은 담벼락이라고 한답니다.

사무락은 어떤 일을 바란다는 소망이라고 하고요.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고 액운을 막아 화를 없애고자

지날 때 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돌탑에 작은 소망 하나 올려보았습니다.

 

좁지도 그렇다고 아주 넓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숲길입니다.

 

6월에는 보라색감의 꽃들이 가장 만개한 시기인것 같지요.

 

80년대까지 사람들이 이용했던 길이라 그런지

정말 편하고 분위기 있는 멋진 소나무 숲길이고요.

 

능선 왼편으로 정령치에서 이어지는 지리산 구룡계곡과 육모정이 있어

산행 시그널도 제법 있습니다.

더운 여름철 가볍게 산행도 하고 계곡도 즐기면 참 좋은 코스지요.

 

새소리와 함께하는 솔향기 가득한 시간..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길입니다.

 

용소나무라고 하던데

무슨 깊은 인연이 있어 이리도 꼬여 휘감고 있는 걸까요.

 

 

한적하게 숲길을 걷다보니 구룡치에 도착합니다.

오늘 걷는 길에서 해발 580m로 가장 높은 지점이지요.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이 시작됩니다.

 

나무 사이로 주천면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대편은 깊은 산속 풍경이고요.

 

마지막으로 작은 봉우리 하나를 가파르게 오르고 나니

마을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고 이제부터 정말 하산이 시작됩니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한적하고 평화로운 산길이 나오네요.

 

 오늘 여러차례 꽃창포를 만나게됩니다.

 

깊은 숲길을 빠져나오니 하늘이 훤히 트입니다.

 

왠지 깔끔한 느낌의 내송마을도 지납니다.

 

 

 

큰길가로 나서니 정령치 오른편으로 만복대 능선이 바라보이네요.

 

구룡 고개를 넘어왔으니 이곳에도 주막은 있어야 하겠지요. ㅎㅎ

 

 

행정교를 넘어 어제부터 시작한 인월에서 주천까지의 지리산 길 걷기를 정리합니다.

 

운봉에서 주천으로 이어지는 지리산길은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고 합니다.

과거 구룡치를 넘나들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고

그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옛 이야기가 들리는 그 길을 걷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