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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가리왕산 이끼계곡 길 - 아름다운 장구목이골 이끼 풍경

by 마음풍경 2009. 8. 2.

 


정선 가리왕산


장구목이 골(이끼 계곡) 약 5km, 약 2시간

 

 오늘은 8월 첫날로 올 여름 휴가철 피크라서 그런지

대전에서 새벽밥을 먹고 출발했지만 영동 고속도로의 극심한 정체로 인해

대전에서 진부 IC를 빠져나오는데만 무려 7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도 고속도를 빠져나오니 강원도 산골의 풍경은 참 좋습니다.

도시에서 보는 하늘보다는

지리산이나 덕유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하늘 빛이 참 깊고 고운것처럼

이곳도 고도가 높아서 인지 하늘이 참 곱네요.

 

날은 흐린듯 햇지만 하늘엔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있고요.

 

여튼 3시 가까이 되어서야 당초 산행 출발점인 장구목이 골에 도착합니다.

산행 입구에 물레방아가 이색적인 곳이지요.

 

이곳에서 가리왕산 정상은 약 4.5km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 왕복 3~4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곳에 오기까지 지쳐서 일까요.

서두르는 마음 보다는 그저 짧은 시간이지만

넉넉하고 편하게 보내고 싶어 이끼 계곡까지만 가기로 합니다.

 

꿩의 다리 꽃인가요.

여름에는 이와 비슷한 종류의 꽃이 참 많지요.

여름은 날이 더워서일까요. 꽃잎이 아주 작은 꽃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멋진 계곡이 나오기 시작하네요.

이 계곡에 내려서 있으니 서늘하다 못해 춥기까지 합니다.

 

 상쾌한 공기와 물소리가 너무 좋아

애라 이곳에서 알탕이나 하면서 보낼까 하는 작은 유혹도 들더군요. ㅎㅎ

 

그래도 먼길을 고생 고생 하면서 왔는데 이끼 계곡 주변까지는 가봐야 겠지요.

 

가리왕산에도 야생화가 참 많습니다.

특히 이곳 계곡에서 보라색 노루오줌을 자주 보게 됩니다.

 

길가에 베여진 나무 밑둥을 보니 근방이라도 살이 돋아 날것 같네요.

이 나무가 베여진 이유가 무얼까요.

혹 사람들의 산행에 방해가 되어서 였을까요.

문득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생각납니다.

인간의 편함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해친 자연으로 부터 결국 인간이 버림받을것라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무얼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산행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가로운 계곡 산책입니다.

 

새소리와 물소리만 가득한 이곳에

노루오줌 꽃들이 마치 반겨주듯이 순서대로 줄지어 피어잇네요.

 

30여분 입구에서 올라서니 땀도 나기 시작하고

슬슬 이끼 가득한 계곡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곳도 과거에는 이끼가 참 바위에 풍성했는데 사람의 발길이 잦아서 까요.

그 흔적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네요.

 

자연은 생명의 시작과 끝이 모두 조화롭게 이루며 살아가는 생태계입니다.

아주 새로운 푸릇함도 보고 이제는 성장을 멈추고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도 보고요.

 

여튼 먼 시간을 힘들게 왔지만

이 풍경 하나로 모든 무거움이 말끔하게 가시는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바빠지고 서두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하지만 세찬 물소리를 내며 빠르게 지나가는 계곡을 바라보니

역설적으로 흐르지 않고 정지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자연은 분주함 속에도 여유로움이 가득하고 

그런 여유로움을 배우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튼 참 좋습니다.

함께 걷는 정다운 친구처럼 산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지고

 

물과 바위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토양삼아

파릇하게 자라는 이끼의 색감이 어찌나 좋던지요.

 

이끼의 푸르름을 통해 생명의 시작을 잠시 느껴봅니다.

 

정말 오늘이 여름의 절정인 8월 첫날인가 싶을만큼 이곳은 서늘한 느낌만이 가득합니다.

 

물줄기가 약해지고 물소리도 들리지않는 곳에 오니 가리왕산 정상도 버리고

또 조금가면 나오는 임도까지 가야한다는 생각도 버리게 됩니다.

 

하여 시원한 이끼 계곡을 좀 더 느끼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뒤돌아 섭니다.

정상만을 고집하는 산행의 관행을 오늘은 가볍게 버리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 텐트나 치고 한달이고 살다 나가면 좋겠네요.

올 여름이 다 갈때까지 ㅎㅎ

 

계곡을 따라 세차게 흘러가는 물은 다 같은 물인것 같아도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리고 나면 각 물방울 하나 하나 마다

지나온 사연은 제 각각 일겁니다.

 

어떤 물방울은 처음부터 계곡 바위를 따라 흘러왔고

또 어떤 물은 나무를 타고 뿌리로 흘러 이곳까지 왔고요.

 

하기에 자연 하나 하나의 인연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쉬이 흘러간다 해도 지나온 무게만큼은 만만치 않겠지요.

 

작은 계곡물이 모여 큰 폭포를 만들고

그 물이 다시 강을 이루어 결국은 바다를 향해 가겠지요.

 사람들의 인연도 이처럼 만나고 또 함께 흘러 어디로 가게 될까요.

늘 행복만 가득한 꿈결같은 세상이면 좋겠네요.

 

잠시 바위에 걸터 앉아있는데 흘러가는 물이 묻습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이처럼 늘 행복할건가요

 

........ 행복해야겟지요.

그리 되도록"

 

서늘한 마음을 지니게 됩니다. 이곳 계곡에 앉아 있으니..

 

우리네 삶 또한 이처럼 작은 폭포에 불과할지도 모르는데

나의 흔적이 다른 폭포로 이어지는 흔적이 되는지도 모르는데

 

인연이란 그리 그리 이어지나 봅니다.

내가 남이 되고 그러다가 또 다른 세찬 물줄기가 되겠지요.

 

서로가 서로의 존재가 되고 자연스런 흐름이 되는 이치를

이 풍경을 바라보며 새삼 느낍니다.

 

다시 엉덩이를 털고 하산을 이어가봅니다.

근데 참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가 않네요.

 

오를때 보지 못했던 풍경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고요.

 

이제 계곡 물소리의 분주한 소리도 아스라해지고

다시 새소리 들리는 숲속을 거닐어 봅니다.

 

ㅎㅎ 나뭇잎 하나가 공중에 떠 있네요.

내 남은 삶도 아무 근심 걱정없이 저 나뭇잎처럼 가벼웠으면 좋겟네요.

 

오늘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내 온몸에 담습니다.

꾸며낸 가식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그저 자연이 주는 순수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2시간 정도의 짧은 여정이었으나

가벼워지네요. 참 편해지네요.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인해 지치고 지루했던 하루였는데

그래도 자연이 오늘 내게 준 소중한 선물인가 봅니다.

 

흔하디 흔한 풍경

자주 보는 익숙한 풍경이라 해도

새롭고 귀하게 바라보는 노력을 해보렵니다.

그저 무심한 눈길보다는 조그마한 것 하나에도

소중함이 깃들여 있다는 마음으로 달리 대하도록 해보렵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남도 자연도 나를 사랑할 수있기에..

그 간단한 이치를 늘 알면서도 잊어버리는 것은

나의 게으름일까요.나의 부족함일까요.

그래도 자연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