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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장수 장안산 능선 길 - 비오는 안개속 능선길

by 마음풍경 2009. 7. 25.

 

장안산 및 덕산계곡길

 

무령고개 ~ 장안산 ~ 덕산 계곡(약 4시간)

 

 

 

 장안산을 산행하기위해 무령고개에 도착합니다.

몇년전 겨울에 이곳을 산행할때는 눈이 많이 내려 이 고갯길을 차로 오르지 못하고 걸어서 온 기억이 있네요.

(http://blog.daum.net/sannasdas/5088043)

 

당초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이곳에는 안개비가 내리네요.

우산도 혼자보다는 둘이 있으니 더욱 조화로워 보입니다.

 

살포시 빗물을 머금은 노란 달맞이 꽃이 산행 초입에서 어서 오라고 반겨주네요.

 

무령고개에서 장안산 정상까지는 약 3km 정도의 완만한 길입니다.

그리고 장안산의 높이가 1,237m이지만 무령고개 높이 또한 해발 1,076m이기에 해발 차이가 200미터도 나지 않지요.

 

ㅎㅎ 귀여운 버섯 가족이 풀속에 숨어있네요.

 

안개낀 숲길을 걷습니다.

편안한 발걸음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숲을 따라 흐르는 이 길 또한

먹먹한 그리움처럼 그렇게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이 길위에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가슴에 담고 가는 걸까요.

 

"외롭지 않으세요

고요하네요.

 

그럼 평온하겠네요.

아니요 조금은 쓸쓸하네요. "

 

나무와 풀들이 주고 받는 소리를 듣습니다.

풀벌레와 새소리도 듣습니다.

 

비와 안개때문에 시원한 조망을 일찍 포기하고 나니

자연의 소리가 더욱 명료하게 들립니다.

 

역시 하나를 포기하면 또 다른 하나가 저절로 채워지는게 자연인것 같습니다.

 

여전히 안개 빗길을 걷습니다.

때론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보다 이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도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지요.

 

그나저나 요즘 세상을 보면 참 소통이 없이 답답하기만 하지요.

이처럼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서도 공존하며 사는 자연의 모습이 참 부럽기만 합니다.

 

이런 흙 냄새 나는 작은 고개 길을 넘어가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터인데...

소박하게 산다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은 산길이네요.

 

한 계절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하찮은 풀들도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튼 혼자 있어도 참 아름답고

 

둘이 함께 있어도 아름다운 사랑

그런 사랑만 가득했으면 하네요.

 

걷는 길에 만나는 만개한 나리 꽃들..

 

 때론 꽉 차있는 풍경보다 조금은 비어있음이 아름다운 모습들..

 

잠시 재촉하는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가슴 가득 자연의 신선함이 몰려와 참 좋네요.

 

ㅎㅎ 그나저나 나리꽃은 홀로 피지 못하고 둘이 나란히 피는가 봅니다.

 

그런 모습이 참 정겹고 좋습니다.

홀로 피는 외로움보다는 그래도 함께 하는 것이 좋긴하나 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내음이 참 풋풋합니다.

 

색이 참 고운 동자꽃도 보고요.

 

오늘은 왠지 정상의 의미도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저 산행의 흐름속에 뭍혀있나봅니다.

여튼 장안산 정상을 지나 보통 많이 가는 산행 코스를 벗어나

얼핏 길이 보이지 않는 산길로 가네요. ㅎㅎ

 

내 키보다 더 큰 조릿대도 헤치고 지나고요.

야생 체험 같습니다.

 

1시간을 걸었을까요.

하늘이 열리고 다시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역설적으로 평화는 혼란뒤에 찾아오는가 봅니다.

빛이 있다는 것을 아는것은 그림자가 있는 이치처럼

 

그리고 물소리가 풍요로운 덕산 계곡을 만납니다.

 

당초 날이 더웠으면 더욱 반가운 모습일텐데요.

 

그래도 물 소리가 풍부하고 참 시원합니다.

 

서늘한 기운이 계곡에 가득하고요.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궈봅니다.

차갑고 시린 느낌이 발을 통해 가슴으로 전달되네요.

 

때론 열정적으로 살때도 있지만

또 때로는 서늘한 마음을 지니며 살아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뜨거운 마음과 함께 시원한 그리고 명료한 생각도 함께 지녀야 할 것 같구요.

 

계곡 길을 따라 가볍게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덕산 계곡 입구이자 오늘 산행의 종점에 도착한것 같습니다.

 

산행기를 마무리하면서 버스에서 읽었던 책중 문득 기억에 남는 글이 있네요.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제주의 사진 작가인 김영갑님의 "그섬에 내가 있었네" 글중에 옮겨봅니다.

 

"산다는 것이 싱겁다. 간이 맞지 않는다.

살맛이 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마음의 장난이다.

살다보면 때때로 죽고 싶다는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

현실이 고달플수록 도피처를 찾는다.

그 최종 도피처는 죽음이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당황했다.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잊기로 했다.

죽음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늘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요즘은 다 잊고 살지만 저도 자의든 타의든 그런 때가 잠시 있었지요.

생각해 보면 그런 평상심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자연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산과 들판 그리고 나무와 풀, 새.

이 모든것들이 이제는 내 남은 삶의 나침반이 되었네요.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

자연을 통해 저는 그 믿음을 배웁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내일도 늘 행복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