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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둘레길 (5) : 수철 마을에서 세동(송전) 마을까지

by 마음풍경 2009. 10. 11.

 

지리산 둘레길

(수철 마을에서 세동마을까지)

 

수철마을- 고동재 - 쌍재(약수터) - 상사폭포 - 방곡마을 - 점촌마을 - 동강마을 - 구시락재 - 운서마을 - 세동마을

약 17km(7시간 30분 소요)

 

 

지난 봄 1박 2일로 인월에서 운봉을 거쳐 주천까지 새롭게 열린 지리산길을 걷고 난후

올 한해가 가기전에 아직 가지 않은 나머지 길을 가고자 생각 했는데

아름다운 계절인 10월에 그 길을 다시 걷게 되었네요.

 

당초 지리산길 안내에는 인월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코스지만

오늘은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산행 기점인 수철 마을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더군요.

대전에서 함양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함양에서 산청까지 와서

또 택시를 타고 수철 마을까지 가야합니다.

 

여튼 대전에서 새벽에 일어나 가는 버스안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어서인지

9시경에 오늘 긴 걸음의 시작인 수철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ㅎㅎ 마을 회관 입구에 있는 지리산 길 이정표를 찾지 못해

조금 방황도 했지요.

 

이 다리를 건너 계속 직진하면 됩니다.

 

수철 마을은 무쇠로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던 철점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곳에서 다시 남쪽 방향으로 새로운 지리산 길이 시작되겠지요.

어찌보면 지리산 둘레 길을 직사각형으로 표현하면 

동북쪽의 직각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북서쪽의 변곡점은 주천이고요.

하여 현재까지는 직사각형의 위쪽만 길이 열린거라 할 수 있고요.

 

가을 농촌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황금빛 풍경입니다.

 

오가는 사람도 없고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기분 참 좋네요.

 

바라보이는 능선 너머에는 왕등재가 있고

그너머로 대원사 계곡이 있을터인데요.

막상 이곳에서는 그런 거인과 같은 느낌은 나지 않고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뿐이네요.

 

감나무에는 주렁 주렁 예쁜 빛깔의 감들이 열려있고요.

 

포장된 임도길을 걷는 것이

흙길보다는 부담되지만

하늘이 너무 좋아서 그저 걷습니다.

 

오늘 하루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의 애무는 조화롭겠네요.

 

ㅎㅎ 포장길을 걷다보니 이제 내가 원하던 흙길도 나옵니다.

건너편 왕산과 필봉산을 바라보는 조망도 느낌이 좋습니다.

 

약 1시간을 넘게 걸어서 고동재에 도착했습니다.

수철에서 방곡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고동형으로 생겼다고 해서 고동재라고 한답니다.

 

산부추 꽃인가요.

유독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는 보라색 꽃들이 많지요.

 

쌍재로 향하는 길에 시원한 조망이 터지는 조망터에 서서

바라보이는 풍경만큼 시원한 바람도 함께 맞아봅니다.

 

저멀리 오늘 가야할 방곡 마을과 추모 공원도 살포시 보이네요.

 

건너편 지리산 왕등재에서 쑥밭재로 이어지는 능선도

불새와 같은 모양의 구름 호위를 받는것 같습니다.

 

 용담꽃 같은데..

야생화는 한계절 피고 지는 이치로 다시 보려면 꼬박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그 이름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애구 제 머리의 부족함을 탓해야지요. ㅎㅎ

 

11시 넘어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합니다.

 

기존에 걸었던 지리산길 코스중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라 감히 생각해 보네요.

 

사방 팔방 바라보이는 시선에는 막힘이 없습니다.

 

저멀리 지리산 주 능선인 하봉과 중봉도 바라보이고요.

 

바람에 살랑거리는 억새와 파란 하늘

그리고 멋진 모습의 구름

자연스러움이 가득 가득합니다.

 

 

 

 왕산(923.2m)과 필봉산(848m)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산청 시내에서 보면 필봉산만 우뚝하게 보이던데요.

 

지나온 수철 마을과 주변 풍경도 참 평화로운 기분이 듭니다.

 

이곳에서 미리 준비해온 보온병 물로

따뜻한 커피 한잔도 마시고요.

세상에 이런 호강이 어디 있겠습니까.

천국이 따로 없지요.

 

행복으로 충만한 마음가득 안고

이제 다시 설레임의 길을 떠납니다.

 

지나는 길에 구철초도 반겨주고요.

 

12시경에 쌍재를 지납니다.

이제는 다시 포장된 길을 걸어야 합니다.

 

임도 길을 가로질러 계속 능선을 가면 왕산으로 가고요.

 

임도 길을 이어가니 작은 샘터도 만나네요.

 

지리산 길은 크게 2가지 느낌이 있는데

산 정상을 거치지 않고 7~8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의 소박함과 함께

이런 평범한 풍경도 지극히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는것..

 

그런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

 

가을 내음 물씬 나는 자연을 한껏 즐길 수 있다는것..

물론 발품만 팔면 다 공짜이지요. ㅎㅎ

 

이곳 근처에 다행히 간이 매점이 있어

그곳에서 라면도 먹고 두부도 먹고 막걸리도 딱 한잔만 했네요. ㅎㅎ

 

 이제 계곡을 따라 길을 이어갑니다. 

 

작은 계곡이지만 제법 멋진 모습을 지니고 있네요.

 

아~~ 아름답네요.

바라보이는 소박한 풍경이.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오다보니 상사폭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상사폭포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절절함이 담긴 전설이 깃든 작은 규모의 폭포네요.

 

작은 규모의 지리산 무채지기 폭포를 만난 느낌도 들고요.

 

상사폭포 계곡에서 하늘도 바라보며

시원한 물에 땀흘린 얼굴도 씻어봅니다. 

여름이라면 풍덩 알탕을 했을것 같은데요.

 

다시 계곡 숲을 따라 지리산 길을 이어갑니다.

돌담으로 길을 만든 모습이 지리산길의 특징이라 할수 있겠지요.

어찌보면 과거에는 말이 달리는 차길과 사람이 다니는 인도길이

완전히 구분이 되었던 거네요.

지금보다 더 인간 중심의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약 2km 남짓한 숲길을 빠져나오니 멀리 추모공원이 시야에 나옵니다.

 

ㅎㅎ 10월에 이 길을 걷는 것은 참 행복이지요.

 

2시경에 방곡 마을에 도착합니다.

작은 정자에서 잠시 발걸음도 쉬고요.

 

이곳은 함양산청사건 양민 학살 추모 기념관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민족의 비극이지요.

 

자연은 이처럼 평화로운데

왜 인간의 역사는 항상 비극과 슬픔만이 가득할까요.

여튼 그런 무거움도 이런 자연의 모습앞에서는

가벼워지네요.

 

길을 걷다 지리산길을 묻는 분의 문의에 대답도 해주고 걷습니다.

가는 길에 재미난 바위를 만납니다.

짚신을 만들때 사용하던 틀과 닮았다고 해서 신틀 바위라고 한답니다.

 

이제 점촌 마을을 지나 동강 마을을 향합니다.

 

 시원함이 가득한 여느 시골길 풍경입니다.

 

그런데도 참 가슴을 사로잡는 풍경들이 가득합니다.

 

이제는 친구처럼 익숙한 지리산길 이정표를 보니 참 반갑네요.

 

3시경에 동강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걷기를 한지 6시간이 지나가네요.

 

산과 강 그리고 들이 함께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당초 지리산길 코스는 수철에서 동강까지가 11.9km의 하나의 독립된 코스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길을 계속이어 세동마을까지 가기로 합니다.

 

또 다른 코스인 세동을 향해 작은 고개길을 올라갑니다.

뒤돌아본 풍경이 참 정감이 가득 하네요.

 

가보지는 않았지만

한참 우리나라에 바람을 일으켰던 산티아고 순례길보다도

더 좋은 느낌은 아닐까합니다. 

신토불이라서 그럴까요. ㅎㅎ

 

여튼 구시락재를 향해 다시 걷습니다.

 

세상에나

앞으로 가는 길도 참 정취있고

뒤돌아본 길도 정말 낭만적이네요.

 

과거 김종직 선생이 쓰신 유두류목에 나오는 고개인

구시락재에 도착합니다.

 

아 좋네요.

참 좋네요.

 

금계마을에서 창원마을로 가는 하늘이 보이는 아름다운 길과 함께

이곳 역시 참 멋진 지리산길이 아닐까 하네요.

"지리산 길 2대 명품 길" 풍경이라 이름지어봅니다.

 

구시락재 고개를 넘으니 운서마을에 3시 40분경에 도착합니다.

운서마을은 휴천면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좁은 마을이라고 하네요.

마을의 1/3이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해있고요.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는 감나무의 풍성함이 가득하고요.

인심 또한 산처럼 넉넉하겠고요.

 

 

걷도 쉬고 하는 지리산길

그 행위가 마치 사람의 삶을 닮은것 같습니다.

 

쉬지않고 무작정 걷거나 달리면 탈이 나듯이

우리네 삶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엄천강이 유유히 흐르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에 식사나 숙박이 쉽지 않은데

참 조망 좋은 곳에 있는 숙박시설이네요.

 

 

강과 산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참 익숙한 느낌입니다.

 

 

 송문교를 건너면 문하마을이 나오고 이곳에서 마천이나 함양 등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지요.

 

 

여튼 다리를 건너지 않고 한적한 차길을 걷습니다.

 

황금빛 벌판의 풍요로움도 가득 담고요.

 

차로 지나치면 전혀 모를 수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풍경들..

 

이런 만남때문에 걷기가 더욱 매력적인것 같네요.

 

5시 가까이 되어서 세동 마을에 도착합니다.

 

ㅎㅎ 익숙한 안내 팻말입니다.

1년전쯤 가을에 매동마을에서 금계를 거쳐 이곳 세동 마을까지

처음 만들어진 지리산 길 1, 2 코스를 걸었었지요.

이후 벽송사 길은 최근 일부가 폐쇄되고 또한 이미 가본길이라

당초 계획대로 이곳에서 오늘 지리산 길 걷기를 마무리하게 되네요.

 

세동에서 마천 택시를 불러 금계 마을 숙소까지 가서

짐도 풀고 지친 발도 풀고 하루를 정리합니다.

 

잠을 자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밤 하늘이 정말 아름답네요.

 

소박하게 비추는 작은 반달과 주변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오늘 하루의 분주하고 느낌이 가득했던 시간을 잠시 떠올려봅니다.

 

낯선 길을 찾아걷는 설레임과 

만나는 순간마다 큰 감동을 주는 자연의 모습..

그 모든게 다 나에겐 행복입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어떤 새로운 행복과 감동이 찾아올지

설레임에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