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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지리산 둘레길 (6) : 금계 마을에서 인월까지

by 마음풍경 2009. 10. 11.

 

지리산둘레길

(금계 ~ 인월)

 

 

금계마을 - 창원마을(언덕 사진명소) - 등구재 -

삼신암삼거리 - 장항교 - 장항쉼터(먹거리)

- 배너미재 - 수성대 - 백련사 - 중군마을 - 인월면

(약 19.3km, 8시간 소요)

 

금계마을에 먼동이 트네요. 

금계라는 이름처럼  지리산 천왕봉 아래 칠선계곡과

엄천강의 풍경이 참 아름다운 마을입니다.

그리고 금계마을의 과거 이름은 경상도 사투리로

징검다리라는 뜻의 노디목이었다고 하네요..

 

지리산 천왕봉 능선을 바라보며

맞는 아침이 상쾌하고 신선합니다. 


 

새벽안개와 아침 밥을 위해

장작불을 때는 연기가 함께 어우러지네요.

 

저멀리 제석봉도 보이고 천왕봉과

중봉과 하봉도 실루엣처럼 바라보입니다.

 

이제 아침 해도 산 능선너머로 훌쩍 떠있네요.

하여 떠나야할 채비도 서둘러야 하고요.

 

민박집에서 아침식사를 맛나게 하고

9시경에 이틀째 지리산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긴 약 20km 거리인지라

마음의 채비를 단단히 합니다.

 

창원마을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합니다.

걷는 길 주변에 가을의 정취가 가득 배여있습니다.

 

참 많이도 아쉬운 부분이지요.

몇몇 주민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년에 왔을 때에 비해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작물의 피해가 많은것 같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길을 걷는

그 마음 하나만 얻어가도

넘치고 충분할텐데

하찮고 작은 물질적인 욕심까지 채우려 하는건지.

한편으로는 마음이 답답하네요.

 

창원 마을로 가는 길은 지리산길의 운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논과 밭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

어제 피곤한 발걸음도 가볍게 하네요.

 

오늘도 역시 하늘은 제게 큰 선물을 안겨줍니다.

 

금계에서 창원마을로 넘어가는 길에 만난

하늘이 보이는 길 풍경..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 졌지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한참을 바라보고

조심스럽게 렌즈에 담아봅니다.

 

지나는 사람이 있으면 있는데로 좋고

없으면 없는데로 그 한적함이 좋습니다.

 

 


 누군가는 이 길을 바라보며 넘어가고

또 누군가는 이 길을 등지며 넘어오겠지요.

지리산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소중한 모습들입니다.

 

고개를 넘어가니

창원 마을이 한눈에 바라보이네요.

 

애구 길가에 철이른 가을 장미라니요.

근데 넘 풍성한 모습입니다. ㅎㅎ

 

창원 마을은 옛날에 넉넉한 곳간이 있는 마을이어서인지

주변 곡식들도 더욱 풍성해 보입니다.

 

 이런 멋진 색감의 자연을 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네요.

조금 더 지나면 수확이 끝난 황량함만 있을텐데요.

 

풍요로운 곡식들을 보니 1년동안 애쓰신

농민들의 마음도 풍요로웠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그리 하지 못하니.. 쩝

 

어제는 이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다고 하던데

아직은 아침이라 드문 드문 사람만 보이고

한가해서 좋습니다.

 

작년에는 등구재를 넘어와서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서서 마을 앞 당산나무 쉼터에서 쉬었는데

마을의 피해가 있어서인지 마을을 거치치 않고

이곳으로 새롭게 길을 낸것 같네요.

 

어쩐지 마을 입구에서 등구재로

접근하는 길이 조금은 낯설었던것 같더니만

이런 이유가 있었네요.

여튼 층층히 이어지는 다랭이 논 풍경이

지리산 능선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전북 상황마을과 경남 창원 마을을 이어주는 도 경계인

등구재에 도착합니다.

금계에서 이곳까지 약 2시간 가까이 걸렸네요.

 

휴 2시간 동안 거의 오르막길을 걸었으니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인가요. ㅎㅎ

 

다랭이 논으로 유명한 상황마을입니다.

 

논에 메뚜기떼도 많더군요.

옛날 어린시절 볶아 먹던 기억도 나고요. ㅎㅎ

 

가는 길에 배도 출출하고 해서 상황쉼터 간판을 내건

 간이 매점에서 파전으로 점심도 때우고요.

이 코스는 중간 중간에 간이 매점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여튼 이곳 주민들도 피해만 있는게 아니라

작은 이익도 있어야 하겠지요.

매점 주인께서 파전뿐만 아니라 호박전,

감자전, 고구마전도 보너스로 주셔서

배가 무척이나 부릅니다. 확실한 점심 한끼가 된것 같고요.

이곳은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참 순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 왠지 마음도 훈훈해집니다.

 

막걸리 한사발에 맛난 전으로 배도 채우고

다리가 풀리는지 저 흐르는 길처럼 뒤뚱 뒤뚱 걷게 되네요.

 

다랭이 논에 추수를 하지 않았다면

더 멋진 풍경이었을것 같은데..

그래도 이만큼도 행복하네요.

 

멋진 나무 한그루와 싱그러운 길

그리고 짚 냄새 상큼한 시간입니다.

 

이제 등구재를 벗어나 매동마을로 향합니다.

 

배도 부르지 힘든 고개도 넘어왔지

막걸리 한잔의 가벼운 취기도 있지.

노래 가락도 흥얼거려 보네요.

 

마치 무지개를 보며 따라 가는 기분이 듭니다.

 

저 구름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 깊고 푸른 하늘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요.

 

Somewhere Over the rainbow ~~

흥얼거려보네요.

그리고 장진영 주연의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순간 스쳐갑니다.

 

 상황 소류지 쉼터를 지납니다.

이곳에서 다랭이 논 풍경이 멋지게 보이지요.

 

저멀리 덕두산과 바래봉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곳

 

휴~ 논으로 들어갔다가 진흙뻘로 발이 빠질뻔 했네요.

ㅎㅎ 지난번 선유도 여행때 바다 뻘에 빠진 기억이 떠오릅니다.

 

일년전에 다녀본 익숙한 길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인지

익숙함과 낯섬이 반복하네요.

 

자그마한 한옥 민박집도 그사이에 다 지어졌고요.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건만 자연은 계절의 변화만 있을뿐이지

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감은 느낄 수가 없네요.

우리 인간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느껴지는 시간인데요.

주름도 팍팍 늘고 머리숱도 듬성 듬성 해지고요. ㅋㅋ

 

매동마을로 가기위해 숲길을 걷는데

길섶이라는 찻집 팻말이 눈에 띱니다.

ㅎㅎ 이 이정표가 문제였지요.

저는 가는데 15분 그리고 오는데 10분이 걸린다고 생각해서

오르막길 조금 가면 되는줄 알았습니다.

근데 지도가 손님을 위한 방향이 아니고

길섶을 중심으로 한 방향이었네요. ㅋㅋ

 

여튼 10여분 제법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갤러리가 나옵니다.

 

소박하고 아담한 모양의 건축물이 맘에 들더군요.

 

갤러리에 주인장은 안계시고 멍멍이 한마리가 지키고 있습니다.

 

15년 동안 이곳 주인장께서 지리산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더군요.

사진마다 제목은 없었지만 눈에 익숙한 풍경들도 많더군요.

 

여튼 주인장에게서 맛난 차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더니

앞으로 가야할 길이 창창인데..

2시가 넘어서인지 마음도 조금 조급해지고요. ㅎㅎ


 

그래서 다시 길을 나섭니다.

 

 

 

 


하지만 되돌아 가는 길이 아니라

바로 내려서서 매동 마을로 직접 가기로 합니다.

매동마을은 작년에도 지나간 길이기도 해서..

 

그래도 마을을 내려서는 풍경이 참 정감이 있어

마음만 바쁘지 발걸음은 황소걸음이네요.

 

이 길도 지리산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것 같네요.

 

정말 바래봉 능선을 바로 바라보며 걷는 느낌도 참 좋습니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풍경도 정감이 넘치고요.

 

 마을을 내려서니 마천을 거쳐 실상사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지방도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인월 방향으로 차다니는 길을 조금 걸었습니다.

 

작년 이곳에서 지리산길 걷기를 처음 시작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인월에서 매동마을까지 지리산길이 연결되어

이곳으로 산행이 이어지지 않고 매동마을 뒷 산을 따라 더 가서

장항교 앞으로 지리산길이 이어지는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매동 마을을 지나 도로를 더 가니 지리산길 이정표를 만납니다.

 

이제 다시 원궤도로 돌아온거겠지요.

가끔은 생각지 않던 벗어남도 즐거움이네요.

지리산길도 하나의 틀이라 생각하면 답답해 질 수 있을테니까요.

 

장항교를 건너 3시경에 장항 쉼터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아직은 약 8km가 남았네요. 휴~~

하여 벤치도 있고 해서 다리도 풀고 물도 마시고요.

어제 오늘 벌써 약 30km를 걸었기에

발도 몸도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사서 고생일까요.

아니지요. 내 스스로 자청해서 걷는 고생이니

개고생은 아니고 즐거운 고생(?)이 정답이겠지요.


 

장항 마을은 주변 산세의 지형이 노루의 목을 닮았다해서

노루 장자를 써서 장항 마을이라고 한답니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지만 수많은 동네의 이름도

그 나름대로의 뜻이 있지요.

특히 사람의 이름은 주로 오래살고

출세하고 등의 의미를 지닌다면

사람이 사는 마을의 이름은 주변 자연의 색깔과

의미를 나타내는 점이 다른것 같습니다.

 

우리네 이름 석자도 자연의 의미를 지닌다면 더 좋을것 같네요.

하긴 제 이름을 따져보니 나무 목, 물 수,

돌 석이 각각 하나씩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가 산과 강과 같은 자연을 좋아하나 봅니다.

ㅋㅋ 넘 오바한것 같습니다.

 

오늘 넘어야할 마지막 고개인 배너미재를 향합니다.

 

가는 길에 지리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멋진 당산 나무를 만났습니다.

 

참으로 기품이 넘치는 그런 나무입니다.

 

나무도 오래되면 영혼이 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기운이 가득 느껴집니다.

 

사람의 모습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고요.

 

오늘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그 느낌에 휩싸여 보냅니다.

 

오른편으로 일성 지리산 콘도가 보이고요.

과거 저곳에도 간적이 있었는데

주변이 이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모습들인지는 몰랐었네요.

 

그나저나 이곳 마을도 지리산길이 개통되서 농작물의 피해가 많은것 같습니다.

 

서투른 글로 써놓은 금지 팻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욕심 가득한 인간의 추한 모습들이 떠오르고요.

이처럼 멋진 산 풍경을 보고 길을 걸으며 무엇을 배우고 가는지.. 원

이곳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애쓰게 키운 작물

차라리 조금씩만 돈주고 사가면 더욱 좋을텐데

이 동네 마을 길을 이용하는 사용료라는 기분으로요.

그래야 지리산길도 오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거구요.

 

아쉽고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숲길을 걷습니다.

아름다운 길만이 위로가 되네요.

 

 3시가 훌쩍 넘어서인지 이제는 마주치는 사람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저 나무와 친구하며 새소리 들으며 걷습니다.

 

3시 30분에 배너미재를 넘어갑니다.

이름이 특이하지요.

과거 근처 운봉이 호수일때 배가

이곳으로 넘나들었다는 전설이 있고요.

운봉의 주천이 배마을이었고 또한

근처 고리봉이 배를 묶어두었다는 지명도 함께 엮어집니다.

 

문득 생각나는 황매산 배바위도 그렇고

과거 공룡시절에는 높은 산이 있는 곳도 바다였을 수 있었으니

전혀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닐것 같습니다.

 

배너미재를 넘으니 다시 한적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너무나 아까워 조심 조심 걷고픈 그런 숲길이고요.

 

정상을 넘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조금은 편안한 발걸음으로 가는 옛길..

몇번의 지리산 길을 걸으며

힘이 들더라도 가장 빠르게 정상을 향해

오르고 내리는 등산 길이 아니라

사람이 자연스럽게 짐을 지고

걷는 그런 길을 알았습니다.

 


사람사는 길도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요.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배너미재에서 10여분 가니 수성대를 만납니다.

이곳 물은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고 하네요.

지리산길에 요긴한 식수 공급 장소입니다.

 

수성대를 지나자

이제 숲길과 흙길은 끝나고

다시 포장된 임도길이 나오네요.

 

포장된 길은 편하게는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울퉁불퉁한 흙길이 더 편한건

어떤 이치일까요.

 

황매암 갈림길을 지납니다.

오늘은 시간 사정상 바로 임도길로 내려섭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하늘을 보며 편하게 걷는 기분도 좋습니다.

 

마치 어제와 오늘의 지리산 길 걷기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황매암으로 갔다면 이 길에서 다시 만났겠네요.

길도 한번 갈라지면 영영 못보는 것보다는

이처럼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그런 길이 좋습니다.

 

이제 차소리도 들리고 세상사는 동네로 접어드나 봅니다.

 

지리산길을 걷기전에는 그저 평범한 시골 풍경이었을텐데

이제는 어느것 하나 가벼이 지나칠것이 없네요.

 

하여 지리산길을 통해

소중함의 의미를 배웁니다.

화려하거나 웅장한것만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고

이처럼 잔잔하고 소박한 풍경 하나도

가슴 가득한 충만감과 가슴으로 저며드는 감동을 준다는 것을...

 

그런 진실을 산과 강 그리고 들과 나무가 가르쳐줍니다.

 

4시 20분경에 중군 마을에 도착합니다.

중군 마을은 임진왜란때 전

군, 중군, 후군 중 중군이 주둔했다고 해서

중군동이라 불리어졌다고 합니다.

 

 ㅎㅎ 지금까지 지리산길을 통해 만난 마을중에

가장 센스가 있는 마을이네요.

마을의 특산물인 잣과 꿀을 이렇게 멋지게 홍보를 하는

참 귀여운 모습입니다.

 

중군 마을을 지나 아마도 강을 따라 가야하는 것 같은데

그냥 차길을 아무 생각없이 그냥 걷다보니

지난 봄에 인월에서 운봉을 갈때 지나갔던 월평 마을에 도착했네요.

 

5시가 가까이 되어서인지

해도 이제 서편으로 저물고요.

내 두 다리도 지쳐가네용~~ ㅎ

 

몸과 다리는 지치고 힘들어도

마음은 참 가볍습니다.

자연의 많은 느낌을 가득 가득 담았기 때문일까요.

마음은 하늘로 날아갈 듯 가볍네요.

 

아침 9시부터 시작한 걷기가 약 8시간이 경과한 

오후 5시경에 마무리 하게됩니다.

 

지난 봄 인월에서 시작한 지리산 길이

가을이 되어서 다시 인월로 되돌아 왔네요.

 

현재까지 열려있는 지리산 길은 전부 걸어본것 같습니다.

남원 주천에서 산청 수철까지 약 70km 거리를..

 

앞으로는 주천 혹은 산청에서 시작하는

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야 하겠지요.

그 길 또한 하루 빨리 열리기를 바래봅니다.

 


지리산 길은

언제가도 좋은 길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더욱 운치있어 좋고요.

 


이제는 아무때나 찾아도 무척이나 

반가운 친구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지리산길과 저하고는..

이번 겨울에 눈오는 날 새롭게 열린 지리산길을 걸어보길

다시 소망하고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