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가을 바람 살랑부는 대전둘레 10구간

by 마음풍경 2009. 9. 12.

대둘 10구간 : 빈계산~방동저수지 구간

  

대전둘레길을 한달에 한번씩 걷다보면

한달이 참 빠르게 지나가고

또 새롭게 다가옴을 느낌니다.

 

대둘 12구간중 가장 짧은 거리인

10구간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난밤에 비가 내려서인지

숲길을 걷는 기분이 촉촉하네요.   

 

수통골 아래 주차장에서

빈계산을 오르는 잣나무 숲길은

참 한적하고 편안합니다.  

 

다만 이 길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서일까요.

 

나무의 뿌리가 드러난 모습이

왠지 측은해 보입니다.

 

지난 가을 떨어진 낙엽으로

덥여있어야 할텐데요. 

 

가을인가 보네요.

가는 길가에 낙옆 하나

조용히 떨어져 있습니다. 

 

대전둘레산길은 화려함보다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픈 길이지요. 

 

저 길을 지나면 무지개가 있을까요.

 

사람은 죽을때까지 희망을 품고

사는건가 봅니다.

 

 

빈계산 정상 못미쳐 도덕봉이

보이는 조망터에 도착합니다.

 

여전히 늘 좋은 풍경이지요. 

 계룡산은 구름에 가려있습니다. 

 

약 1시간을 왔을까요.

빈계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사람들은 소망을 하나 하나 쌓아 

크고 작은 돌탑을 만듭니다.

 

모든 소망들이 다

이루어지면 좋겟네요.  

 

이제 수통골의 주능선을 버리고

남쪽 능선을 따라 가야 하네요. 

 

뒤돌아본 금수봉 능선은

주능선상에서 볼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만나는 사물이나 인연들도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습은 달리 보일 수 있겠지요.

 

눈으로 판단한다는것이 어렵습니다. 

 

여튼 가을인가 봅니다.

 

푸르기만 하던 들판도

조금씩 누런 느낌이 들고요. 

 

시원한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숲길을 걷는 느낌이 느낌때문에

산에 오르나 봅니다. 

 

물론 아기자기한 조망도 좋고요. 

많이 온것 같은데 가야할 거리는

 저멀리 아직 한참입니다. 

 

자연과 도심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지요.

 

그렇다고 동네 산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처럼 멋진 바위도

보여준답니다.  

 

너른 너럭바위를 다시 만납니다.

 

10구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 할까요. 

 

이 바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가장 시원하지요.  

 

억새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정말 가을이 오나보네요.

 

올 가을은 여느 가을보다

더 설레이고 기다려집니다. 

 

환하게 꽃핀 억새도 좋고

푸석푸석 말라버린

황금빛 억새도 만나고 싶습니다. 

 

고마리 꽃도 예쁘게 피었습니다. 

 

 대전에는 산성이 많은데

이곳에도 성북동 산성이 있습니다. 

 

숲길에서 만나는 작은 벤치 의자

쉬어가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이삭여뀌 꽃인가요.

생화는 그때는 알았다가도

일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되어

 이름이 가물가물하네요. 

 

내 기억력도

한계절을 지탱하기가

쉽지않은것 같습니다.  

 

잎사귀에 방울 방울

맺혀있는 물방울,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볼 수 있는 풍경이지요. 

 

천천히 걷는 여유라고 할까요.

 

쉴 수 있는 공간에서는

쉬는게 대둘 산행의 원칙이네요.  

 

대도시 주변에는 어디나

도시화가 가속화됩니다.

 

 이곳도 도시 모습으로

더욱 풍성해(?) 졌으니요. 

 

아직 자연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저 곳도

언제 도시의 모습으로 다 변할지...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듯

매혹적인 나무와 숲길을

만나게 됩니다. 

 

방동 저수지가 보이는 것을 보니

산행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올해는 봄에 비가 많이 와서인지

저수지 물이 참 넉넉합니다. 

 

성북동쪽 다랭이 논도 아름답네요.

 

누런 가을에 보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아직은 덜익은 밤송이지만

앞으로 가을의 햇살을 듬뿍받아

토실한 밤을 보여주겠지요.

 

다음달에 걷게될 구봉산이

선명하게 바라보입니다.

 

가을 구봉산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여름 한철 화려한 연꽃은 사라지고

가을을 준비하나 봅니다. 

 

산행 종점인 방동저수지에

도착합니다.

 

하늘의 햇살은 아직 따사롭네요. 

 

어제 다녀온 산행기를 쓰다가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 하늘을 바라보니

바라본 하늘이 

어제 하늘과 닮아있네요. 

 

바람따라 하얀구름 흘러가고..  

 

우리네 인생이 구름처럼

덧없음이라 해도

 나는 그런 시간이 여전히

소중하고 또 소중합니다. 

 

단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충만한 기쁨인지..

 

그래서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애무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어제 산행을 마치고 나서

KBS 다큐멘타리 3일을 보는데

올 6월에 다녀왔던

장성 축령산이 나오더군요.

 

축령산 편백나무 숲 에너지를 통해

말기 암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의

힘겹고 애틋한 모습을 보여주고요.

 

사람과 자연은 떨어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만 잊지않고 있었서도

그런 힘든 모습은 없었을텐데요.

 

하긴 나 또한 그들의 모습처럼

과거 자연을 잊고 나무와 숲을 잊고

욕심만 가득 채우고 살았었으니...

 

이제는 잊지않고 살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 항상 변함없이 있는

자연..산, 나무, 숲, 강, 바람,

얼마나 소중한 나의 친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