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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아침 운무 가득한 수통골 9구간 산행

by 마음풍경 2009. 8. 9.


대둘 9구간 : 수통골 구간 


 

올해 여름은 비도 많고 날도 그리 덥지않아

그냥 거저 먹는다고 할까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사계절중 가장 싫은 계절이 여름인지라

올해처럼 조금 편하게 지나가는 것도 좋겠네요.

 

여튼 오늘도 한달에 한번하는 대둘 길을 나섭니다.

아침에 반짝 내린 소나기로 인해

아파트 정원에 핀 꽃이 참 싱그럽네요.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행하게 비는 오지 않고

하늘로 오르지 못한 구름만 산을 어루만지며 분주합니다.

 

대둘 9구간은 12구간중 유일하게 원점회귀 산행입니다.

원래는 삽재에서 시작해야하나

수통골이 계룡산 국립공원으로 편입이 되면서

삽재에서 도덕봉으로 오르는 길이 폐쇄가 되었지요.

 

그나저나 산 능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구름의 정취가 참 절경입니다.

 

굳이 멀고 높은 산을 가지 않더라도

이런 멋진 풍경을 볼수 잇다니

자연은 늘 평등한것 같습니다.

 

비온뒤의 잔잔한 아침 정취라고나 할까요.

차분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빗물을 머금은 벌개미취의 보라 색감도 참 좋고요.

 

왠지 미소 가득한 환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도덕봉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보는

도심의 풍경..

역시 대둘만의 특색이겠지요.

 

습한 기온에 땀은 생각보다 많이 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맞는 상쾌한 풍경 하나...

참 좋네요.

 

건너편 빈계산 봉우리도 금수봉 봉우리도 모두

구름 모자를 쓰고 있네요.

 

자연을 대하고 있으면

늘 좋다. 행복하다. 아름답다. 는 말만 반복하게 됩니다.

 

나쁘다. 불행하다. 밉다 등의 말은 필요가 없지요.

 

사람사는 세상도 자연처럼 그런 좋은 말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

 

 자연은 늘 한결같은 모습이나

인간은 그러지 못해서일까요.

자연을 대하는 내 모습이 늘 부끄럽기만 합니다.

 

도덕봉으로 가는 계단에 올라서니

아~ 참 좋네요.

 

높은 하늘은 파란 모습을 보여주지만

낮은 하늘은 아직 운무 속에 가려있고요.

 

역시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만남이나 인연처럼

불쑥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니요.

 

이 멋진 풍경을 보고 있으니 문득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납니다.

 

좋은 풍경 앞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가는 새가 있어.

그 새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넣어두고 살다가 살다가

짝을 만나면 그 좋은 풍경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생을 살다 죽어가지

아름답지만 조금은 슬픈 얘기.

 

 

내 삶속에서 가슴에 담을 풍경은 어느 것 일까요.

ㅎㅎ 제 경우는 너무 많아서 가슴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도덕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나

멋진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하기에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풀 한포기 하나 하나가 다 소중한 모습이고요.

 

이제 운무 가득한 풍경에서 파란 하늘이 모습을 보이는

풍경으로 변했네요.

 

오늘 같은 날은 횡재한거지요.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이렇게 하루에 다 볼 수 있으니까요.

 

운무 가득한 자연도 좋고

이처럼 흰구름 두둥실 떠있는

가슴 시원한 하늘도 좋습니다.

 

잠시 길을 벗어나

나만의 숨은 조망처에 들러봅니다.

수통골의 속살을 바라볼 수 있는 이곳..

이곳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은

왠지 참 편안하고 행복한 느낌이 가득 차오릅니다.

 

혼자 산행할때 커피 한잔을 함께하며

외로움과 친구하며 쉬던 때가 생각나네요.

 

조망처를 나와 다시 산길을 걷습니다.

참 편안한 느낌이지요.

나무와 산 길 그리고 새소리의 조화로움

 

자연의 소리를 사진에 담을 수는 없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ㅎㅎ

 

풍경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면 자연의 풍경도, 잔잔하게 전해오는 느낌도

심지어는 소리까지도 사진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요.

 

참 신기하지요.

아침에는 비도 오고 운무 가득한 회색빛 하늘이었는데

이처럼 맑고 고운 하늘을 몇시간만에 보여주니요.

 

여름 하늘이라기 보다는

가을 하늘같은 풍경이네요.

 

원래는 금수봉을 지나 빈계산으로 내려서야 하나

오늘은 한 여름이고 해서 여유롭게 계곡물에 발도 담구려고

금수봉 삼거리에서 바로 수통계곡으로 내려섭니다.

 

지나온 능선 길이 한눈에 보이네요.

 

수통골은 외견으로 보면 별로 특징이 없는 산처럼 보이나

속으로 들어오면 올수록 절경이 가득찬 산이지요.

 

하여 사람의 첫인상도 단지 눈으로 만 볼것은 아니겠지요.

 

이제는 산행은 마무리하고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궈봅니다.

여름 산행만의 묘미겠지요.

 

규모는 작지만 깊은 계곡 느낌이 가득하네요.

 

이처럼 작은 산에 쉼없이 흐르는 물줄기도 있고요.

 

멋진 구름 한조각 이제 잘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입구쪽으로 오니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제법 분주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왠지 정겹게 바라보이네요.

아마도 자연이 함께 하기 때문이겠지요.

 

마지막으로 뒤돌아 도덕봉 풍경 바라보며

짧지만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난

알찬 느낌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내가 사진에 붙잡아두려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들판의 빛과 바람, 구름, 비, 안개이다.

최고로 황홀한 순간은 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삽시간의 황홀이다."

 

                                    - 김영갑님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에서 -

 

저도 오늘 그 "삽시간의 황홀한 자연의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었던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