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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옛길 1구간 : 산수동에서 ~ 원효사까지

by 마음풍경 2009. 12. 27.

 

무등산 옛길 1구간

 

1구간 : 산수동 ~ 충장사 ~ 원효사

(7.75km, 2시간 40여분 소요)

 

 

당초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눈내리는 무등산 옛길을 걷고 싶어

빛고을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산수동 오거리에서 무등산장 방향으로 약 1km를 걸어 오르면 

무등산 옛길 걷기 시작점이 나옵니다.  

 

 70년대의 소박한 골목길에서 걷기가 시작됩니다.

 

ㅎㅎ 단위는 다르지만 무등산 높이도 1,187m이고

무등산 옛길 걷기 길이도 1187이네요.

그리고 무등산장을 가는 버스번호도 1187이고

공원사무소 전화번호도 1187입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길에서

걷기를 시작하니 왠지 마음이 가볍네요.

 

잣고개를 넘어가야하기에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니 광주 도심이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길 이정표는 너무나 친절하게 잘되어 있어

혼자와도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천천히 걸어야 하는 길이어서 

황소걸음 길인가 봅니다.

전라도 말로 "싸목싸목길"이면 더욱 친근할것 같은데. 

 

이곳은 300미터마다 이정표 기둥이 서있습니다.

기둥을 만날때마다 숫자를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도 있지요.

 

이곳 길은 정말 스틱이 거의 필요없는 길입니다.

그래도 가시는 분들 중 다수가 스틱을 이용하시더군요.

천천히 걸으며 잠시 스틱은 배낭에 끼워두어도 좋을듯 하던데

 

당초 눈이 온다는 말에 눈내리는 무등산 옛길을

걸으려 했는데

ㅎㅎ 하늘은 파란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의 팔자나 운명이 정말 있기는 한걸까요.

어차피 제로섬인 인생인데

올해 마이너스면 내년에는 플러스인 삶이지 않을까요.

 

무진고성이 있는 잣고개에 도착합니다.

어린시절 이곳에 자주 올라온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참 세월이 빠르게 흐르지요.

 

이제 잣고개를 넘어

4수원지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작은 샘터도 지나고요.

지금은 물이 말라있더군요.

 

처음으로 차길을 건너갑니다.  

 

작은 휴식터에서 따뜻한 커피도 한잔합니다.

집나오면 고생이라더니

요즘은 길가에서 다방 커피 타서 마시는것이 일상이 되었네요. ㅎㅎ

주변에 무진고성의 동문이 있던 자리라고 하는데

이제는 터만 복원되어 있습니다.

 

인위적인 길을 만들긴 하지만

그래도 자연의 피해를 가급적 최소화하려는

마음이 좋아보입니다.

 

저는 그래서 차를 버리고

이렇게 두발로 걷는 삶을 택했습니다.

 

흙길을 밟으며 휘돌아가는 시간이 참 행복하네요.

 

ㅎㅎ 길을 따라 또 다른 좋은 길이 이어지고요.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이 걷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무등산 옛길은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 길입니다.

하지만 이 철조망에 열쇠를 걸어 사랑의 약속을 한다는데

조금은 억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과거 80년대 군사독재시절 이곳 저수지에서 의문사한

이철규님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릅니다.

차라리 어두운 과거를 잊지말자는 그런 길이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정치적으로 넘 민감한가요.

 

중고등학교때 이곳으로 소풍온 기억이 새삼 떠오르고요.  

 

청풍쉼터에 김삿갓의 시비가 있네요.

이곳이 과거 김삿갓 시인이 화순 적벽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라고 합니다.

김삿갓 시인은 화순 적벽 근처인 동복에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하니

이 길의 의미가 남다르네요.

 

이제 1구간의 1/3정도 온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시인이 걸었던 길을 따라

저도 함께 걷습니다.

 

사람은 죽고 사라지지만

이처럼 길은 남아있습니다.

 

ㅎㅎ 이곳에도 연리지가 있네요.

 

서어나무라고 하는데

지난번 외연도에서 본것과 무척이나 흡사한 그런 모습입니다.

사랑이 이곳 저곳에 떠돌고 흔하게 회자되는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바람도 없고 겨울이 아니라 왠지

늦가을의 느낌이 가득합니다.

 

화암 마을로 들어섭니다.

 

따스한 햇살이 있어

마음도 포근해지네요.

 

이제 주막터에 도착합니다.

과거 이곳에 무인 판매 막걸리를 팔았다고 하는데

이제는 팔지 않는다고 하네요.

하긴 술이 너무 앞서면 호젓한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이곳에 사는 귀여운 개와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쉼터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제 1구간의 2/3 정도 온것 같습니다.

 

이곳에 옛길 순환로 안내판 설치 공사가 있더군요.

장원봉을 거쳐 신양파크 입구로 내려서는 길인것 같습니다.

너무 사람이 몰리는 것을 대비해서 주변 길도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롭게 단장하면 좋을것 같네요.

 

조선시대 의병장인 김덕령 장군의 혼이 모셔있는 충장사 입구에서

1구간의 끝인 원효사까지는 숲속의 길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가벼운 걸음걸이와 마음으로 명상의 길을 걷습니다.

 

원효봉 너덜겅을 지납니다.

무등산에는 너덜겅이 참 많지요.

 

이곳에 서서 바라보니

무등산이 하얀 옷을 입고 서있네요.

 

 애인을 만나러가는 것 같은 설레임이 

갑자기 밀려오네요.

어서 가고파서 발걸음도 서둘게 되고요.  

항상 설레임은 행복합니다.

때론 아픔이 가득할지라도

 

길은 길로 이어지는데

인간의 삶의 길은 어떤 길로 이어질까요.

그 길은 무한할까요.

 

조릿대 숲 길도 지납니다.

 

시원 시원한 삼나무 숲길도 지나고요.

 

약 2시간 30여분이 소요된 무등산 옛길 1구간이 이제 끝나는 것 같네요.

이곳에서 2구간을 가지않고 바람재를 통해 아까 만났던 새로운 순환길을 따라

원점회귀 걷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참 가볍고 편안한 길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이기도 하고요.

이제 이곳 무등 산장 주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2구간 걷기를 준비해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