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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올 마지막 눈꽃 풍경을 무등산에서 보았네

by 마음풍경 2009. 2. 22.


 무등산(1187m)

 

 증심사 주차장 - 바람재 - 사양능선 - 중봉 - 서석대 - 입석대 - 장불재

- 중봉 - 중머리재 - 증심사 주차장

 

 올해는 제 고향 산인 무등산과의 인연이 왠지도 깊은 해인가 봅니다.

지난번 1월 눈내리는 날 다녀오고 봄을 기다리는 2월 중순에 다시 무등산을 가게되었으니요.

무등산 계곡에도 봄이 오나 봅니다.

얼음장이 풀리고 물 흐르는 소리도 제법 조잘 조잘거리니요.

 

재미난 모습의 나무를 만났습니다.

그 모양새가 마치 뒤에서 사랑스럽게 껴안고 있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보입니다.

인간도 사랑을 하는데 나무들도 사랑하지 말란 법은 없겠지요. ㅎㅎ

 

쉬엄 쉬엄 오르니 벌써 바람재에 도착하네요.

 

오늘은 그 이름과는 다르게 바람 한점 없고 파란 하늘만 가득하네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

저도 저런 길처럼 남은 삶을 소박하게 살고싶다 소망해 봅니다.

 

살포시 내려앉은 눈내린 길을 걷습니다.

올 해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길이라는 느낌때문인지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네요.

 

햇살도 포근하고 기온도 온화하여 봄같은 느낌으로 겨울 산행을 하게됩니다.

 

바다를 헤엄치는 거대한 바다 거북같은 느낌이 드는 바위를 만났습니다.

 

이제 동화사터에 오니 무등산을 온전히 만나게 됩니다.

 

중봉으로 이어지는 사양능선의 온화함도 느끼고요.

 

마치 흰 꽃이 가득 피어있는 듯한 눈꽃 풍경을 만납니다.

 

 반대 시내쪽은 마치 봄이 온듯 그 기운이 가득한데

 

이곳은 이처럼 멋진 겨울 풍경을 온전히 보여주니

그 느낌이 더욱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 이처럼 아름다운 무등산을 만난적이 언제든가..

단 하나의 내 사랑처럼 마음속에 그렇게 간직하고픈 산입니다.

 

  하지만 왠지도 산 하나 사랑처럼 간직하려니 가슴이 시립니다.

 

이 눈꽃처럼 내 사랑도 마음 아릴듯 느껴져서 일까요.

 

 

마음의 거리만큼 사랑의 가슴 아픔도 사라지면 좋으련만

꼭 그리 되지 않는게 우리네 사랑인가 봅니다.

 

하여 높은 하늘도 시리고 눈 풍경도 시리게 다가오네요.

 

참 이상하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곤 시린 느낌이 드는건

아마도 내 가슴에 담지 못하는 무언가의 아쉬움 때문인가 봅니다.

 

하여 시린 마음 달래기 위해 시선을 돌려봅니다.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고 싶네요. 훨훨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가볍게 떨쳐버리기에는

기슴에 담은 애절함이 더욱 큰것 같습니다.

 

 

눈꽃도 어느 나무에 피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가 참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여 사람끼리도 그 만남과 인연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네요.

 

환상을 보는 걸까요.

매화꽃이 무등산에 핀것은 아닐까요.

 

문득 생각해봅니다.

무등산을 내 가슴에 온전히 담을 수 있을까 하고요.

 

 너무 아름다워도 때론 아픔이지요.

 

가까이 가자니 두렵고

그렇다고 뒤돌아 가기에는 아쉬움이 큰...

 

오늘은 그런 설레임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인것 같습니다.

 

하여 이저 저도 아니라면

그저 그리움이라는 그릇에 담아 두어야 할까요.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선..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 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정희성 시인의 시가 다시금 떠오릅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마음이 무거웠던 걸까요.

다시금 마음을 되잡아 봅니다.

 

어찌보면 그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가슴이 느끼는 그대로 받아 들이면 되지 않을까요.

다시금 자연스럽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그나저나 겨울이 녹아 내리듯 그 흔적도 고드름이 되어 녹아 내립니다.

 

 

나무에 고드름이 열리는 모습은 그리 익숙한 풍경이 아니지요.

 

그나저나 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을 걷는데

멋진 풍경이 참 많아 발걸음이 느릿 느릿 황소 걸음이 되는것 같습니다.

 

가는 겨을을 아쉬워하는 듯 햇살에 비치는 풍경 하나 하나가 어찌나 소담스럽던지.

 

내 사랑 무등산이기에 이런 좋은 선물을 가득 주나봅니다.

 

파란 하늘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산이 참 고맙습니다.

항상 그곳에 있어 주어서

 

지나온 산 길의 발걸음까지도 정갈하게 느껴지네요.

 

저 길을 걷는 내 마음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미리 설레여 봅니다.

 

 ㅎㅎ 벌써 두려움은 잊어버리고 그 가슴에 다가가

온전히 느끼는 기쁨만이 가득해져 버렸네요.

 

사랑의 기쁨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물론 두려움이 있는 걸까요.

잠시 뒤돌아 보기도 하지요.

 

이제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던 그 사랑 품으로 들어갑니다.

 

평화로운 풍경이지요. 조용하고..

사랑의 잔잔한 모습이 아닐까요.

 

하여 지나온 길 또한 시원하고 이제는 그 아픔 또한 아늑해집니다.

 

산에 오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떻게 사는게 정말 잘 살았다고 하는건지를...

 

물론 산에서 그 해결을 바랄 수는 없겠지요.

 

어찌보면 산에 오기전에 그런 무거운 마음은 잠시 그 세상에 놓아두고 와야하는건지도

그래야 그 사랑의 느낌을 온전히 담을 수 있기에

 

항상 변함 없는 친구와 같은 서석대도 오늘은 더욱 예쁘게 단장을 하고 반겨줍니다.

 

 

서석대에서 바라보는 장불재 풍경은 또한 어찌나 곱던지..

 

아픈 사랑속에 있어도 바라보는 세상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이제 서석대를 지나니 정상이 지척입니다. 

 

 비록 최정상은 갈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은 이곳까지만 와도 가슴 벅찹니다.

이 정도의 거리만 서있서도 저에겐 가득한 행복이고 기쁨입니다.

그런 행복과 기쁨은 삶의 큰 힘이 되지요.

 

넉넉하고 평화로운 조망까지 있으니 더이상은 욕심일겁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 아름다움을 언제든 또 볼수 있다는 감사함...

내가 두발로 이곳에 오를  수만 있다면

 

이제 서석대 정상을 내려서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안양산과 백마능선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주변 너덜겅의 풍경도 가득하고요.

 

 

장불재로 내려서니 입석대도 그 뒷모습을 보여주네요.

 

많이 침하가 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든든하고 멋진 풍경입니다.

 

백마능선은 고도를 낮출 수록 그 곡선미가 아름다운 능선이지요.

여하튼 변함 없는 자연의 모습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네 인간들도 이처럼 변함없는 마음을 지니리라...

 

장불재로 온전히 내려서니 다시 그 산은 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그 멀어진 거리 만큼이나 그리움은 더욱 커지겠지요.

 

그런 그리움을 아는지 하늘에 조용히 구름이 깔리기 시작하네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도,  멋진 자연과의 만남도 가득한 하루입니다.

 

다시 이런 저런 인연으로 중봉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물론 지나갈 때의 길과 되돌아 왔을 때의 길은 달랐네요.

이 풍경을 보면서 가을의 새하얀 억새의 정취를 그려봅니다.

 

구름도 흐르고 하늘도 흐르듯

내 삶도 내 사랑도 이처럼 조용히 편안하게 흘렀으면 하네요.

 

아니 그리 되리라 다짐해 봅니다.

 

저 시원하고 탁 트인 조망처럼 그득한 삶의 희망을 생각하고요.

 

그나저나 오전에 봤을 때와는 왠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내 마음이 많이 넉넉해지고 평화로워 진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품속에 잠시 있다와서 일까요.

 

산 그리메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리고 부는 시원한 바람에

내 마음을 가볍게 맡겨봅니다.

왠지 흥이 나서 어깨도 들썩 들썩 하네요. ㅎㅎ

 

홀로 산행은 참 외롭습니다.

인생을 홀로 가는 모습처럼..

 

하지만 넉넉한 조망이 함께 하기에 때론 자유로움이 되기도 하지요.

 

이곳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보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하지만 저 산은 나의 등을 떠미네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하여 오늘은 그냥 내려가라고요.

담번에 올 떄는 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요.

 

 ㅎㅎ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섭니다.

마치 한마리 새가 된양...

 

하늘 높이 나르는 비상처럼..

희망과 기쁨과 행복을 가득안고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영구적인 만남이 있기에..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이라는 어느 시구절처럼

딱 그런 느낌이 드는 풍경도 함께 합니다.

 

조용 조용 마지막 남은 하산길을 따라 가벼운 마음이 되어 그 흐름에 순응합니다.

 

벌써 새인봉너머 해는 저물고요.

 

어느 집 굴뚝에는 저녁밥을 준비하는 연기가 가득하네요.

 

반가이 맞아주는 친구를 만납니다.

언제든 투박한 보리밥 한그릇 주던...

 

문득 몇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산행 후 먹던 이곳 꽁보리밥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괜히 눈물 핑돌아 막막히 하늘 한번 처다봅니다.

 

죽음은 인간의 숙명이기에 그를 탓할 수는 없지만

내 사는 동안 참 잘 살아야겠구나 생각해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 무등산에서의 긴 하루를 마무리 짓는데

하늘에 별 하나 떠 있네요.

구광본 시인의 귀가라는 시를 중얼거리며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하루가 한 생애못지 않게 깁니다.
오늘 일은 힘에 겨웠읍니다

집으로 가는 길 산그림자 소리없이
발 밑을 지우면 하루분의 희망과 안타까움
서로 스며들어 허물어집니다

마음으론 수십 번 세상을 버렸어도
그대가 있어 쓰러지지 않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