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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가을길 - 단풍과 억새가 어우러진 풍경

by 마음풍경 2009. 11. 1.

 

 

무등산 가을길

 

 

원효사(무등산장) 주차장 -> 꼬막재 -> 규봉암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군통제소 -> 중봉 -> 중머리재 -> 새인봉 -> 증심사 주차장

(약 15km, 8시간, 식사, 휴식 포함)

 

 

 오늘이 벌써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찌보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준비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올해들어 벌써 3번째 무등산을 갑니다.

다른 해보다도 이상하게 올해 더 자주 가게 되는것 같네요.

 

여튼 아침 안개 낀 풍경을 버스에서 보면서 빛고을 광주를 향합니다.

 

무등산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르막길에 아직 남아있는 단풍의 모습도 만나고요.

 

겨울을 거쳐 봄과여름까지 치열하게 보낸 나무의 삶이

낙엽에 남아있는건 아닐까요.

 

여튼 수북 수북 쌓인 낙엽을 보며

계절의 변화가 참 빠르구나 생각해 봅니다.

언 땅에서 새싹이 솟아날때가 바로 얼마전인것 같은데..

 

오성원 편백나무 숲길를 지나네요.

여느 나무 보다 편백나무 숲은 공기가 참 달고 만나다는 느낌이 들지요.

 

꼬막재를 넘으면 이제 오르막길 고생은 거의 끝난거지요. ㅎㅎ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하늘의 구름도 웃는 얼굴로 반겨줍니다.

 

 신선대 억새 평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 오면 무등산만의 편안하고 넉넉한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롭게 이정표도 생겼네요.

 

신선대 북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억새의 풍경이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무등산 정상 능선을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요.

 

 주변 둘레 산길을 걷는 느낌으로 규봉암을 향해 편안한 발걸음으로 걷습니다.

 

드문 드문 시골 풍경 가득한 조망도 바라보이고요.

 

규봉암 입구 너럭바위에서 함께 온 산우분들과 점심식사도 합니다.

이곳은 주변에 너럭 바위가 많아

삼삼오오 모여 휴식도 즐기고 도사락도 먹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산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꿀맛아지요.

식사를 마치고 규봉암에 도착합니다.

 

주변에 멋진 바위들이 참 많은 곳이지요.

 

특히 규봉암 암자 주변 풍경이 예사롭지않고요.

용아장성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설악산 봉정암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입석대,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의 3대 대표 풍경이라 합니다.

 

최근에는 늘상 겨울에만 오다가

오랜만에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에 오니

그 운치가 남다릅니다.

 

멋진바위와 단풍의 조화로움이 참 아름답지요.

 

무등산은 같은 산인데도 여러 풍경과 다양한 느낌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규봉암을 뒤로하고 지공너덜길을 지납니다.

 

바위들이 마치 강처럼 흐르는 너덜길이지요.

저멀리 장불재도 보입니다.

 

안양산과 백마능선도 바라보이고요.

 

회색빛 바위사이로 노란 단풍나무 한그루

 

여러 단풍나무속에 있었으면 그저 평범한 풍경일텐데... ㅎ

 

화려하지는 않아도 고운 단풍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오네요.

 

규봉암에서 이곳 장불재까지는 참 편안한 산길이지요.

장불재에 도착하니 억새밭너머 입석대 풍경도 보입니다.

 

물론 그 왼편으로 서석대도 고개를 내밀고 있지요.

 

다른 산에서는 찾기 힘든 넉넉하고 큰 봉우리..

이래서 무등산인가 봅니다.

 

 

 당초 가을 억새피면 가보려고 했던 백마능선도

그 능선 곡선미가 참 아름답지요.

 

이번에는 가지 못하지만 내년에 오겠다 약속해봅니다.

 

이제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향합니다.

 

뒤돌아보면 백마능선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지요.

 

 

억새가득핀 저 능선을 걸어본지도 벌써 몇해가 지났네요.

 

입석대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네요.

물론 과거보다는 바위들이 많이 허물어진 느낌이고요.

 

최근에 등산길을 보수정비한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산도 깔끔하고 길도 깔끔한 느낌이 좋습니다.

 

 승천암 바위옆도 지납니다.

 

오전에 비해 하늘의 변화가 심하네요.

파란 하늘이었다가 다시 회색빛 구름이 가득하니요.

 

무등산 정상도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은 모습이고요.

 

장불재에서 이곳 서석대로의 오르막길에 흘린 땀이

세찬 바람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네요.

 

그나저나 이곳에 오면 항상 아쉽지요.

군 철책이 사라지고 언제 편하게 정상을 오를수 있을가 하고요.

 

아마도 통일이 되고 나면 그런 소망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요.

하여 무등산이 바라는 소망과 통일의 소망은 같은가 봅니다.

무등산의 아픔과 통일은 함께 얽혀있기에..

 

ㅎㅎ 이곳은 최근 개통된 무등산 옛길의 종점이지요.

안그래도 올 겨울 눈내리면 이 옛길을 따라 이곳에 다시 올 생각인데요.

오늘은 종점에서부터 예습을 해봅니다.

 

무등산은 사방이 탁 트여 좋습니다.

어서 내려가라 등을 떠밀지도 않고요.

 

 서석대도 그냥 지나칠수는 없지요.

그런데 지난번보다 서석대 바위 중간 부분이 많이 바깥으로 나온것 같네요.

하여 시간이 더 지나면 허물어 질것 같은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이대로 오래오래 있으면 좋은데..

 

서석대를 지나 중봉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에 보이는 조망도

무등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지요.

 

억새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참 가벼운 마음이 되네요.

 

중봉 방향으로 내려서니

억새의 풍경이 더욱 풍요롭습니다.

 

혼자 그저 무작정 걷고픈 느낌의 길이지요.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 하나 하나가 따로 따로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항상 바람에 무리지어 움직이는줄 알았는데

 

뒤돌아서 지나온 길을 바라봅니다.

지난 겨울과는 또다른 감동을 주네요.

 

중봉이 915m라고 하지만

주변이 넉넉한 풍경이어서인지

그리 높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 이곳에서 중얼거리던 노래도 생각납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양팔을 벌리고 한마리 새가 된듯 노래했는데요.

 

이제 중머리재를 향해 내려섭니다.

 

이곳 능선에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네요.

 

 

 

빛내림이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선물해주는 다양한 모습들

 

이 모든 풍경을 그저 아무 댓가없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때론 미안하지요.ㅎㅎ

 

그나저나 지난 2월에 만난 소나무는 여전히 멋진 모습입니다.

 

왠지 오래 오래 친구하고픈 그런 나무고요.

 

만남 그리고 인연이란게 무얼까요.

늘 함께 할 수는 없다해도 같은 생각으로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

그런 변함없는 친구만 있어도 큰 행복이겠지요.

 

그런 친구가 산이어도 좋고 나무여도 좋고 바위여도 좋습니다.

 

사람들 모습이 보이는걸 보니

이제 중머리재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가을 바람과 억새 그리고 스산한 느낌..

 

살포시 단풍도 그 옆에 함께 합니다.

 

이제 장불재도 저 멀리 멀어져 보이네요.

 

하여 가야할 새인봉은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요.

지난것도 가깝고 다가올것도 가까운 그런 법칙은 없겠지요. ㅎㅎ 

  

중머리재를 지납니다.

 

그리고 새인봉 가는 능선길로 접어듭니다.

 

시원하고 너른 풍경만을 접하다가

다시 숲길을 걸으니

마치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드네요.

 

나무 가지 사이로 멋진 새인봉도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새인봉 주변은 기존 무등산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지요. 

 

무등산의 앞 모습을 넉넉한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이기도 합니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평범한 능선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네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면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인생의 모습처럼..

 

이제 가을 단풍과 어우러지는 새인봉의 풍경을 감상할 차례입니다.

 

 

이곳 새인봉에서 지는 노을을 보면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데..

오늘은 구름이 끼여 볼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새인봉 능선을 따라 여러 바위 봉우리들이 이어집니다.

 

발아래 펼쳐지는 가을 단풍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네요.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이라했나요.

눈내리는 날 무작정 왔던곳

해지는 날 지는 해를 한없이 바라봤던 곳.

 

삶이 힘들고 외로울때

나를 위로해주던곳

등을 두드리며 이제 되었다고

내려가라고 하던곳

 

몇십년전 추억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무등산의 숨어있는 아름다운 능선이 새인봉입니다.

 

ㅎㅎ 나무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위도 친구가 되지요.

이곳 바위도 늘 그자리에 서서 반갑게 맞아줍니다.

 

이제 새인봉과 무등산을 넉넉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조망처에 서서

오늘 하루의 산행을 정리해 봅니다.

 

오늘 하루 시간도 참 행복했네요.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하루종일 가슴에 담았으니

부러울것이 따로 있겠습니까.

 

저멀리 노을의 여운을 느끼며 하산을 시작합니다.

 

멋진 풍경이 가득한 곳이

도심에서 이렇게 가깝지요. ㅎㅎ

과거에는 한과 눈물이 가득한 비극의 고장이었지만

그런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무등산이 있어 복받은 도시이기도 합니다.

 

 잠시 해가 얼굴을 보여주네요. ㅎㅎ

 

오늘 이곳에서 멋진 일몰까지 본다면 지나친 욕심이라 생각해 봅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넘치기에..

 

해도 이제 저물어가고

마지막 산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중앙식당 닭볶음을 애프터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증심사 정비 사업으로 해서 식당도 새롭게 지었더군요.

 

제 마음의 큰바위 얼굴인

무등산

오늘도 역시 저에게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10월의 마지막날

문득 이 시가 생각나네요.

여튼 2009년 10월도 이렇게 흘러갑니다.

세월이 간다는 회한이 아니라 아름답고 행복한 느낌으로..

 

이 산골짜기에 가을이 오게 하는 이는 누구인가
어느 한나절에 문득 찬바람이 불어오니
여기저기 계곡 물 흐르는 소리들도 잦아든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속절없이 왔다가 가는 것은
사람의 시간이다
살 속에 가시처럼 파고드는 여러 회한이여
길은 묻히고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숨을까
마치 쏟아지듯이 다시 오는 날까지 허공에 머물려고
떠나는 것들의 영혼들과 함께 가고 싶다
두런거리는 소리도 없이 아침저녁 다르게 시드는
풀잎, 떨어져 누운 마른 나뭇잎들에게는 미안하다

-양성우 시인의 ‘시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