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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과 주변길

무등산 옛길 2구간(원효사 ~ 서석대) - 무아지경의 길

by 마음풍경 2009. 12. 27.

 

무등산 옛길 2구간

 

2구간 : 원효사 ~ 제철유적지 ~ 서석대(4.12km, 2시간 소요) 

하산구간: 서석대 ~ 장불재 ~ 중머리재 ~ 증심사 주차장(6km, 2시간 소요)

 

 

무등산 옛길 1구간 걷기를 마치고

(무등산 옛길 1구간(산수동 ~ 원효사)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499)

무등산장 주변 식당에서 보리밥으로 맛난 점심식사를 하고

2구간이 시작하는 관리사무소 옆으로 가봅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펼쳐지는 무등산 주능선의 풍경이 정말 장관이지요.

 

마치 하얀 알프스 산 아래 마을에 와있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곳을 오기전에 찾아본 

무등산 관리사무소 홈페이지(http://mudeungsan.gjcity.net/)에는

지난번 폭설로 인해 2구간을 잠정 폐쇄한다고 되어 있어

와보고 안되면 임도길을 따라 장불재로 넘어가려 했는데

다행하게도 길을 다시 열려있어 토끼 걸음으로 뛰어가봅니다.

 

1구간의 절반 정도라 부담도 적지요.

하지만 2구간은 주로 편안한 걷기 구간보다는 힘든 산행 구간이 대부분이고

또 옛길 종점인 서석대에서 증심사로 하산하는 길이 약 6km 정도되니 이 또한 만만치 않는 거리입니다.

 

다시 27번부터 40번까지의 길을 하나 하나 세며 갑니다.

 

이곳은 과거 군부대로 인해 출입이 통제되던 지역이라 그런지

그만큼 자연 생태가 잘 보존된 곳입니다. 

그나저나 더운 여름철에도 무등산 옛길은 대부분 숲으로 이어지기에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참 좋을것 같고요.

 

무아지경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과거 철을 생산하던 제철 유적지를 지납니다.

 

 

근데 유적지 모습도 좋지만 툭트여 바라보이는 무등산 전경도 정말 좋습니다.

 

햇볕이 너무 좋아 혹시나 제가 저곳에 도달할때는 하얀 모습이

전부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도 생기네요.

 

하지만 저곳이 천미터가 넘는지라 그런 조바심은 기우이겠지요.

 

 제철유적지 바로 위에

김덕령 장군이 칼을 만들던 주검동이라는 유적지가 나옵니다.

 

옆 바위에는 "만력계사 의병대장 김충장공 주검동"이라 새겨져 있네요.

 

눈덮인 작은 산길을 이어가니 제법 넓찍한 길을 만나게 됩니다.

 

ㅎㅎ 물통거리라네요.

 

과거 물건을 나르던 길이라 그런지 제법 길이 넓고 평탄합니다.

 

넓은 치마 바위도 지나고요.

근데 왜 치마바위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설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도를 높일수록 눈 풍경이 많아집니다.

길도 제법 미끄럽고요.

  

당초 생각보다는 그리 가파르거나 힘든 산길은 아니네요.

하긴 지리산길도 그렇고 옛 사람들이 그저 삶을 위해 넘나들더 길은

정상을 가지 않고 바깥쪽으로 휘돌아 가는 길이 대부분이지요.

그시대 사람들은 걷는 것이 일상인데

따로 등산이라는 취미가 필요하지는 않았겠지요.

 

이제 주능선으로 접어드나봅니다.

 

정상 봉우리가 바로 머리위로 보이고 바로 옆에 달도 떠있고요.

 

하늘과 주변 구름이 참 매혹적입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길만을 걷다가 이처럼 시원한 하늘을 만나면

그 시원함이 배가 되는것 같지요.

 

과거 정상에 있는 군부대에 지원하는 보급품의 종착지라고 합니다.

당시 흔적을 남겨둔 것이고요.

 

조금은 편안한 길을 걷고나니 다시 길이 가파라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눈도 더욱 풍성해 지고요.

 

중봉방향 사양능선도 한눈에 바라보입니다.

 

오늘은 하늘이 참 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아스라한 그리움이 가득한 그런 느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눈꽃 풍경도 만나고요.

 

눈꽃이라기 보다는 빙화라고 하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지난 2월 만났던 그런 풍경을 12월에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한 해가 다 가지도 않았는데 추억은 참 깊습니다.

 

항상 아름다운 추억만을 마음에 간직해야 할텐데요.

설레이고 황홀함만 가득한..

 

여튼 탁트인 조망이 있는 눈길을 걷다보니

마치 눈이 덮인 태백산이나 덕유산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주변 조망까지 이처럼 시원하니 정말 행복하네요.

 

이와같은 멋진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감사 또 감사할 뿐이지요.

 

괜히 눈이 오지 않는다고 투정했나봅니다.

더 행복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사람이 욕심이 많아지면 투정이 늘어나는가 봅니다.

그래서 늘상 부족하고 또 후회하는 그런 사람이겠지요.

 

눈에 익숙한 서석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도 올해들어 4번째네요.

 

머리위로 무등산 옛길의 종점인 서석대도 살포시 보이고요.

 

등뒤로 보이는 사양능선도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하늘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몇년전 지리산 반야봉에서 바라보던 모습이후 가장 황홀한 그런 하늘입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이 한순간에 사라질까봐

발걸음과 마음이 왠지 급해지고

눈에 들어오는 이 풍경밖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네요.  

 

긴 인생을 살다보면

소중함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본성일수도 있겠지요.

 

파란 하늘에 달까지 떠있어

조금전 걸었던 자연의 숲길이 무아지경이 아니라

이곳이 정말 무아지경입니다.

  

이런 대단한 풍경을 온 가슴으로 만나는데

어찌 작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서석대를 향해 마지막 오르막 길을 오릅니다. 

 

언제오든 무등산이 저를 실망시킨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어느 계절에 와도 늘 새로운 감동으로 저를 맞아주고요.

그래서 결국 내 영혼이 잠들 곳은 이곳밖에 없나 봅니다.

 

서석대에 오르기 전 조망처에서 바라본 서석대의 풍경 또한

무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조용히 바라만 봅니다.

그리고 카메라에 조심조심 담아봅니다.

 

참 아름답다고

너무나 귀한 풍경을 보고 있다는 느낌밖에는

 

너무 황홀한 풍경에 취해

뒤를 돌아봐도 보이는 것은 멋진 자연의 모습뿐

 

잠쉬도 쉴틈을 주지 않습니다.

눈과 마음이 호강하네요.

 

바람이 차가운것이 아니라

너무 아름답고 소중해서 눈물이 핑 돕니다.

 

여튼 지난번 가을에 본 서석대를

이렇게 겨울이 가기전에 다시 보게 되었네요.

 

참 세계 어느곳에 알려도

부끄럽지 않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자연 풍경입니다.

 

도심 가까이에 이처럼 멋진 산을 가지고 있는 빛고을은 참 행복한 도시입니다.

비록 과거의 깊은 상처와 한을 지니고 있지만.

 

마음에 응어리진 한이란게 뭐 별거겠습니까.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용서하는 마음으로 풀어야지요.

물론 세상은 아직 환한 모습은 아니지만

 

서석대 전망대를 지나 올라서니 무등산 정상이 가깝습니다.  

 

이곳에 오면 항상 그립고 설레는 마음이지요.

 

그리고 무등산 옛길 2구간 걷기도 끝나는 것 같습니다.

 

원효사 입구에서 약 2시간 정도 걸린 짧은 산행시간이지만

눈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얻어가는 무게감은

너무 무거워 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언제와도 멋진 풍경과 아쉬운 마음이 교차하는 그런 풍경이지요.

군부대가 없다면 저곳까지 올라가 볼텐데 하는..

그나저나 저곳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이름이 518 방공포대라고 하네요.

하여 관련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광주와 전남 화순, 담양 등 3개 지역에 걸쳐 있는

'어머니의 품 같은' 무등산의 맨 높은 곳에 자리한

이 부대의 통상 명칭은 공군 제8331부대로,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월부터 '518부대'로 불리고 있다.
'518'이라는 부대 명칭이 붙여진 것은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

공군 제1방공포병여단이 창설 시기 등을 감안해

전국 각지 방공포대의 명칭을 순서대로 매기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전남지역 모 방공포대 명칭이 '519'로 명명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부대 관계자는 "5.18 항쟁과 부대명이 같아 깜짝 놀라는 이들이 많다"며

"그러나 5.18부대는 1980년 5월 항쟁과는 전혀 무관하며

항쟁 27년만에 우연히 붙여진 고유 명칭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 걷기가 마무리 된것은 아니지요

이제 입석대를 거쳐 장불재로 하산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이제 하산하는 넉넉한 마음만 지니며

시원하고 멋진 풍경만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하늘 구름 그리고 산과 조망

어느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자연이 만들어준 밥상을

참 편하게 받아들었을 뿐이고요.

 

인간이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자연을 상처나게 만들고 아프게 만들지요.

그런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지..

 

화순 방면의 안양산 풍경도 오늘은 더욱 멋집니다.

 

하늘도 깊고 산도 깊고

바람도 내 마음속으로 깊게 흐릅니다.

 

정말 하늘이 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세상이 늘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만 간직할 수는 없을까요.

 

내려서는 길 동쪽 방면으로  

화순 적벽의 모습이 살포시 보이는것 같네요.

 

장불재 풍경도 마치 그 앞으로 하얀 꽃들이 만발한 정원을 지니고 있는것 같고요.

 

서석대에서 입석대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보는 백마능선은 언제 보아도 참 아름답습니다.

 

편안하고 또 넉넉하고요.

 

그나저나 올 가을에 억새 가득한 백마능선을 밟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꼭 다시 걸어봐야겠습니다.

 

이제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해가 저무는 하늘로는 석양 느낌이 가득해집니다.

 

물론 해를 등지고 바라보는 입석대와 서석대 풍경은

여전히 푸르름으로 가득하고요.

 

 

오늘은 어느 풍경 하나 그냥 쉽게 지나칠게 없습니다.

 

아니 나중에 사진 편집을 할때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

그게 더 걱정이 됩니다. ㅎ

 

백마능선의 촛대봉이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같아 시선을 땔 수가 없네요.  

 

그래서 저도 잠시  그 산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나마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너를 보고있다고

너도 나를 보고있느냐고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처럼 싸한 기분을 가슴에 담고

이제 장불재를 내려섭니다.

 

이곳에 오기위해 새벽부터 분주한 하루였습니다.

 

하루종일 즐거움과 황홀감 그리고 애틋함과 애잔함을 느끼고

또한 가슴으로 눈으로 어루만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몸도 지치고 내려서는 발걸음은 무겁지만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이제 정리하려 합니다.

 

내려서는 길에

오늘 하루 행복했냐고 스스로 반문해봅니다.

 

물론 무척이나 행복했지요. 황홀했지요.

하지만 그 행복에는 왠지 허전함이 함께 하네요.  

 

  인생이란게 오늘처럼

늘 행복할 수 만은 없기에 두렵지요.

 

하여

무한할것 같은 행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무거운 걱정이 때론 앞서기도 합니다.

 

하긴 그게 인생이겠지요.

기쁘고 행복하다가 때론 슬프고 가슴 아프게 사는것이..

그저 그날 그날 주어진 대로 자족하며 살아야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내려서는데 과거 보리밥집이 있던 곳이

이제는 없어지고 단정한 모습으로 반겨주네요.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추운 겨울날 함께 먹었던

보리밥의 추억이 있는 곳인데 한편으로는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사람도 없는 어두운 길을 걷다보니 증심사 입구를 지납니다.

오늘은 주말인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지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늘에는 뽀얀 모습의 달만이 비추고요.

 

오늘 하루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멋지고 아름답고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뒤에 길게 누워있을 그림자 또한 왠지 조금은 허전하고 쓸쓸하네요.

늘상 행복만이 가득한 세상이 아니라는걸 알기에 그런걸까요.

그러한 하루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떠오른 글 몇구절 옮겨봅니다.

 

"당신 참 안됐어요. 당신 마음에는 그리움이 없네요.

        당신 참 불쌍해요.

당신 마음 안에는 당신이 정해 놓은 해야 할 일들 밖에 없잖아요.

 

        당신 참 슬프겠어요. 그리움이 없으니 설렘을 알 수가 없잖아요.

다시 만나는 기쁨도 가질 수 없잖아요.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오랜 동안 그리워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알 수가 없잖아요.

 

 당신 참 바보예요.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요?

당신은 잘 견디는 것만 알지요?

견디지 않고 살아가는 법은 배운 적이 없지요?

 

그래서, 당신은 참 불쌍해요.

살아간다는 것은 말이에요.

견디는 것이 아니에요. 

        아픔을 견디고, 고통을 참고,

슬픔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에요.

        눈물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움을 묻어 놓는 것이 아니에요.

 

        산다는 것은 말이에요.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외롭다고, 안아달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에요.

        삶이란 살아 있는 것이에요.

살아 있다는 것은 마음의 말을 하는 것이랍니다.

       

당신은 참 어리석어요.

삶이란 다 그렇게 힘든 것이라고,

모두들 그렇게 산다고,

        그러니 당신도 남들처럼 그렇게 견디며 살라는

거짓말에 마음을 빼앗겼잖아요.


당신 참 불쌍해요.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이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내게 하세요.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내 마음에 대고 말해 주세요.

제가 전해 드릴게요.

 당신이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당신이 오랜 세월 그리움 마음에 묻고

지내고 있었다고 말이에요.

이제야 마음의 말을 전한다고 말이에요.  

 

        삶이란 그렇게 마음의 말을 하는 것이랍니다.

살아 있는 것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