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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대전둘레 12구간으로 시작한 2010년 첫 산행

by 마음풍경 2010. 1. 3.


2010. 1. 2(토)

대전둘레산길잇기 12구간

안영교에서 보문산까지

 

 

 2010년 첫 산행을 대둘 12구간으로 시작합니다.

연휴기간이라 먼곳으로 가는 분주함보다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차분함이 좋습니다.

 

이제는 많이도 익숙해진 길이지만

아침 공기의 상쾌함으로 기분좋게 그 길을 걷습니다.

 

지난 몇일 날이 상당히 추워서인지

강물이 군데 군데 얼어있네요.

 

요즘은 날이 옛날처럼 춥지않아

강물이 얼어있는 풍경을 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ㅎㅎ 문득 어린시절 썰매를 지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합니다.

 

밤사이에 눈이 왔는지

군데 군데 눈쌓인 풍경도 봅니다.

 

대둘 길은 언제 걸어도 친근합니다.

빨리 가라 보채는 것도 없고

볼거리가 많은 산도 아니기에

분주한 시선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산 능선에서 바라보는 구봉산 방향 조망도 

참 시원합니다.

 

 

드문 드문 오르막길도 있지만

대부분의 길은 천천히 걷기에 참 좋습니다.

 

물론 이런 길도 경쟁과 빠름을 앞세운다면

그저 스쳐가는 무거운 길이 되겠지요.

  

겨울 산은 참 고즈넉합니다.

나무가지가 가벼워서인지

바람소리 또한 싸한 느낌이지요.

 

ㅎㅎ 반가운 시그널을 만났네요.

작은 시그널에서 인연을 새삼 느껴봅니다.

이 인연을 통해 많은 길과 산을 알았고

또한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요.

 

사는게 그런것가 봅니다.

만나서 인연을 맺고

또 부지불식간에 헤어지고

그러다가 추억속으로 남겨지고요.

 

하지만 그 추억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삶에 있어서 남는 것이 무엇일까요.

재물일까요. 아님 명예일까요.

저는 그저 지나온 삶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고운 추억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세상이 공짜가 아닌 듯

삶이란 살아있는 누구에게나 엄숙한 행위이겠지요.

길을 걷다 만난

이 나무는 넘어지지 않으려 위태위태하게

뿌리로 겨우 버티고 있네요.

 

위태로운 나무의 모습처럼

때때로 사는게 참 힘들지요.

 

그건 아마도 욕심때문은 아닐까요.

버린다고 해도 쉬이 버려지는 않는 욕망이라는 유혹...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것인데

그걸 알기에는 우리네 삶이 너무 빠르고 바쁘지요.

 

말끔하게 포장된 길만 갈수도 없는데

때론 이처럼 눈덮힌 길도 천천히 걸어야 하는데

다른사람보다 빠르게 더 높게 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하지만 삶속에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하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머리로는 잘알고 있어도 그걸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지요.

 

그나저나 오늘 오전에 눈이 온다고 했는데

비가 오네요.

1월 2일 정초에 내리는 겨울비라..

 

 뿌리 공원에 도착하니

이곳도 강물이 꽁꽁 얼어있습니다.

 

ㅎㅎ 겨울은 이처럼 추워야 겨울답겠지요.

봄은 봄다워야하고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요.

 

뿌리공원 다리를 건넙니다.

얼음장밑에도 강물은 조용히 흐르고 있겠지요.

 

정말 이 곳에서 썰매 만들어 타면 좋겠다 생각해 보네요. ㅎㅎ

 

빨개진 볼을 부비며

추운줄도 모르고 놀던 어린시절이..

 

저도 이제는 나이가 먹어가나 봅니다. ㅎㅎ

자꾸 어린 시절 추억이

더더욱 그리워지니요.

 

늘 산길과 들길을 걸으며 느끼는 거지만

그래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처럼 두 발로 걸고 두 눈으로 보며

자연을 느끼고 함께 호흡할 수 있으니요.

 

신년인지라

지나가던 길에 조그만 소망 하나 올려봅니다.

지나는 사람들의 소망으로 자라는 돌탑..

 

동물원 옆을 휘돌아 가는 길은 참 한적합니다.

물론 동물원이 옆에 있는지라

제법 가까이서 음악소리 사람소리가 들리기는 하지요.

 

여튼 낙엽진 쓸쓸한 산길을 걷다보면

겨울은 헐벗은 몸과 마음으로

정갈하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곤 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하고

부끄러운 존재인지 새삼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은 내 자신을 못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넉넉한 자연앞에서 겸손을 배우고

나태해지거나 교만해지지

않기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그래야 내 자신

당당하게

세상과 자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작은 기쁨과 행복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고요.

 

여튼

신년이라 그런 작은 소망을 다짐해봅니다.

 

보문산 시루봉에 도착했습니다.

12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이지요.

 

비가오고 안개가 가득해서

대전시내 조망은 그 안개 속에 가려있습니다.

 

그나저나

그 풍경이 참 담백해서 좋습니다.

내 모습도 이처럼 담백하고 싶네요.

 

이제

2010년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설레임으로 시작하렵니다.

 

가만 가만 조용히

작은 기쁨도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