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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영춘화 눈꽃핀 길을 따라 갑니다.

by 마음풍경 2010. 3. 10.

 

 

영춘화 눈꽃 핀 길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봄눈으로 새하얗습니다.

하여 오랜만에 맞아보는 봄눈 풍경을 담기위해

카메라를 들고 출근길을 나섭니다.

 

나무 가지마다 소복 소복

참 귀엽고 소담스럽네요.

 

ㅎㅎ 자연의 모습이란

때론 참 다양하게 보여주지요.

 

보도블록에 쌓인 눈이 참 예쁜 글자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자연이 만든 멋진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이제 본격적인 봄눈 길을 걷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많아서

주변 어느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행복하네요.

늘 오늘 아침처럼만 행복했으면..

 

늘 건너다니던 다리 풍경도

오늘은 새하얀 풍경으로 변했고요.

 

갑자기 날이 추워서인지

터주대감 오리들이 보이지 않네요. ㅎㅎ

 

길가 담장을 따라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영춘화가 오늘은 하얀 눈 이불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카메라를 들고 나오고 싶은것도

이 눈에 덮인 영춘화가 생각이 나서이지요.

 

ㅎㅎ 역시 예상대로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대상으로

살 수 있는것도 무한한 행복이고 행운이겠지요.

 

원래는 이런 봄 풍경을 맞아야 하는데

눈 풍경까지 더해주니 말입니다.

 

근데 난데없는 봄눈에

일찍 핀 꽃들이 너무나 춥겠지요.

제가 아침 출근 시 가장 좋아하는 사색의 길을 지납니다.

 

그 길 옆으로 노란 영춘화 꽃이 만발하고

또한 봄눈으로 만든 꽃들도 함께 합니다.

 

음악을 흥얼거리며 이리저리

사진 찍기도 분주하고요.

 

 그나저나

이런 날은 산으로 들로 나가야하는데

 

봄눈 내린 들판에 나가면

그 풍경이 얼마나 활홀할까요.

 

도심의 풍경도 이처럼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겨울이 가나 봅니다.

 

자연은 가장 멋지고 화려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그 계절과 이별하지요.

 

우리네 삶의 마지막도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까요.

 

ㅎㅎ 욕심이겠지요.

그저 아무런 흔적없이

가벼이 떠나는 것이 아름다움 아닐까요.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쉬엄 쉬엄 걷다보니 벌써 연구소로 들어왔네요.

 

자연의 아름다움에는 경계가 없는것 같습니다.

사람들만 늘상 나누고 가르고 담을 만들겠지요.

 

짧은 아침 출근길이지만

오늘은 마냥 강아지처럼 즐겁고 또한 풍성합니다.

 

봄눈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지요.

정호승 시인의 "봄눈"을 찬찬히 읽어봅니다.

 

나는 그대 등 뒤로 내리는

 봄눈을 바라보지 못했네

끝없이 용서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그대 텅빈 가슴의 말을 듣지 못했네

 새벽은 멀고 아직도 바람에 별들은 쓸리고

내 가슴 사이로 삭풍은 끝이 없는데

나는 그대 운명으로 난 길 앞에 흩날리는

 거친 눈발을 바라보지 못했네

 용서 받기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날들이 지나

다시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사막처럼 엎드린 그대의 인생 앞에

붉은 무덤 하나

 흐린 하늘을 적시며 가네

 검정 고무신 신고

봄눈 내리는 눈길 위로

그대 빈 가슴 밟으며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