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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거금도 ② - 조망이 뛰어난 적대봉 산행

by 마음풍경 2010. 3. 23.


적대봉(593m)


오천 ~ 마당목재 ~ 적대봉(봉수대) ~ 매바위 ~ 금산정사 ~ 신평항

(약 9.4km)

 

 

지난 밤사이에 세찬 바람이 불더니만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나 화창한 날입니다.

역시 자연은 내 친구가 맞나봅니다.

친구의 소원을 이리 잘 들어주니요. ㅎㅎ

 

이곳 바닷가는 모래도 좋고 큼직한 몽돌도 이색적입니다.

여름에 해수욕하고 저 돌에 따땃하게 누워 오수를  즐기면 좋겠네요. ㅎ

 

10시경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바라보이는 저 능선 너머에 적대봉이 있겠지요.

 

내동사거리에서 내동 마을쪽으로 들어서니

등산로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5.5km입니다.

 

이곳도 진달래가 조금씩 피기 시작합니다.

 

조금 산행길을 올라선것 같은데

오천마을이 저멀리 바라보이네요.

 

여튼 힘들게 40여분 올라서니 첫번째 돌탑이 나옵니다.

참 조망이 넉넉하지요.

 

하늘은 어찌나 푸르고 깊은지

당초 일기예보에는 오늘까지 황사가 있다고 했는데

예보하고는 다르게 이런 행운이 있습니다.

 

바람은 제법 거세게 불지만

멀리서 바라본 바다는 참 잔잔합니다.

우리네 삶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면

이처럼 아늑할텐데.

 

그 삶속에 들어가 있으면 왜그리 분주하고 힘든지..

 

 이곳 적대봉은 진달래 꽃이 많습니다.

하여 4월 산행을 하면 참 좋겠네요.

 

섬 산행은 거의 해발 0m에서 시작하기에

높지 않은 산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지요.

제법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다만 힘듬만큼 멋진 조망이 다가오네요.

 

멀리서보면 평범한 육산처럼 보이지만

제법 스릴있는 암릉지대도 지나갑니다.

 

세찬 바람까지 불어오니

온몸에 짜릿함이 가득합니다.

 

자연을 맞이하는 마음은

늘상 참 가볍습니다.

 

늘 만나도 부담없는 그런 존재감..

하여 흔할지는 모르지만 제게는 참 귀한 인연이지요.

 

11시 30분경에 535봉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이전 풍경과는 느낌이 또 다르네요.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점없이 맑고요.

이곳에서 멋진 조망을 친구삼아 커피한잔 합니다.

자연과 벗하며 마시는 길거리 다방 커피

여전히 참 맛나네요. ㅎ

 

1시간 반동안 가파른 길을 올라서인지

이 길이 왜이리 편하게 보이는지요.

 

뒤돌아본 풍경도 내가 지나온 길이 아닌듯한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섭니다.

 

 

여튼 오른편으로 용두봉이 보이고 참 멋진 해안선이네요.

 

나란히 있는 금장해수욕장과 익금해수욕장의 해안선 모습도

참 특색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 길을 걷지 못했지만

다음번에 오면 꼭 저 해안선을 걸어봐야겠습니다.

 

저멀리 능선너머 외나라도 방면의 바다 풍경도 아스라하게 다가옵니다.

 

 

 조금은 아슬한 암릉지대를 지나고 나니

벌써 산행한지 2시간이 되었네요.

 

적대봉 정상 주변 능선 모습도 참 편안하게 보이지요.

저 편안한 능선길을 빨리 걷고싶네요.

 

 그나저나 지금은 회색빛이지만

이곳에 진달래 꽃이 만발하면 참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것 같습니다.

 

 

 가슴 가득 시원한 풍경을 이처럼 만났으니

멀리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네요.

 

이제 저 아름다운 능선을 휘돌아가면 정상입니다.

 

능선을 내려서는 길에도 약간의 밧줄이 있습니다.

하여 그냥 능선만 따라간다면 자칫 지겨울수도 있지만

군데 군데 엣지있는 포인트도 있어 전혀 지겹지가 않네요.

 

산길에서 아담하고 귀여운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소나무가 귀한 산이라 그런지 눈에 더욱 들어오네요.

 

산을 오를때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의 산길을 편안하게 걷습니다.

 

편안한 파도를 따라가듯 그렇게 능선을 따라

둥둥뜬 느낌으로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이곳 산은 군데 군데 돌탑이 참 많습니다.

저도 작은 돌 하나 올려봅니다.

작은 소망 하나 남기며..

 

얼핏보면 별것 아닌 바위 같지만

손과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자연의 신비로움이란 참 대단합니다.

 

오늘은 해를 등지고 가기에

저 푸른 하늘에 제 마음을 풍덩하고 빠트리고 갑니다.

마치 바다인양 말입니다.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흔들릴때

이곳을 찾아도 아름답겠네요.

 

 

 능선을 이어가니 또 다른 조망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소록도도 보이고 녹동도 보입니다.   

 

 적대봉은 능선마다 조망이 다 다르네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요.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 참 멋진 곡선미를 지니고 있는 능선입니다.

 

1시 가까이 되어서 마당목재에 도착했습니다.

4.4km 거리를 약 3시간에 온거네요.

코스가 힘든거지 아님 내가 쉬엄쉬엄 온건지 ㅋ

이제 정상까지는 1km가 남았고요.

왼편 파성재 방향으로 가면 도로 건너편 용두봉까지

산행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마당목재에서 잠시 쉬고

이제 정상을 향해 능선을 걷습니다.

 

마치 덕유산 중봉 능선을 걷는것 같이

편안한 시간입니다.

 

물론 시원한 바다 조망은 보너스고요.

 

1시 20분경에 봉수대가 있는 적대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산행 들머리인 오천에서는 5.4km를 왔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오천제 왼편 능선을 따라 오천방향으로 내려서는 등산로도 있더군요.

제가 넘어온 능선보다는 조금은 편하기는 하지만

대신 바다 조망은 그리 없겠습니다.

 

여튼 봉수대 위로 올라갑니다.

 

사방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소록도와 녹동 방향도 보이고

 

오른편으로 나라도 방향 조망도 보이고요.

 

발아래로는 오늘 내려가야할 신평선착장도 보입니다. 

 

 4월 진달래 필때 오면

화려함은 가득하겠지만

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인지

저는 회색빛의 이 단백함이 더욱 좋습니다.

 

정상에서 빵과 커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하고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정상에서 신평항까지는 약 4km이기에

발걸음도 가볍네요.

매를 맞아도 일찍 맞는게 나은건가요.

내려서는 길에 이곳으로 힘들게 오르는 많은 등산객들을 만났는데

저를 보고 부러워하더군요. ㅎㅎ

 

 능선너머 오천항도 잘가라고 하는듯

얼굴을 살포시 보여줍니다.

 

정상에서 10여분 내려서니

적대봉의 랜드마크라고 부를 수 있는

매바위에 도착합니다.

 

이곳부터는 등산객이 많아서 겨우 매바위 사진 한장찍고

사람을 거슬러 내려갑니다.

요즘은 한가한 곳만 찾아다녀서인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왠지 불편하고 어색하네요.

산에서는 그 느낌이 더욱 더하고요.

 

밭사이로 이어지는 작은 길의 모습이

참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아직까지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가네요.

 

 

 

여튼 참 행운입니다.

어제 날씨로는 이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지

비관적이었는데요. ㅎㅎ

 

2시경에 안부에 도착합니다.

신평항을 가려면 이곳에서 왼편 동정 방향으로 내려가야합니다.

처음에는 신평항으로 가야하기에

신평이라는 이정표가 맞나했는데

정상에서 거리가 5.8km로 나와

산행 지도를 보면 도저히 그리 길게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했었는데

이곳 이정표를 보니

어제 걸었던 월포 마을을 지나서 명천 마을 중간으로 내려서는 길이 신평인것 같습니다.

 

이제 바다 조망은 없고 숲길로 접어듭니다.

우아 바람꽃인가요.

숲길 사이 여기저기 예쁜 얼굴을 한 봄 꽃들을 만났습니다.

 

1년을 기다려 피는 꽃.

자세를 낮춰 잠시 그 꽃들을 지켜보네요.

봄이 만개하면 흔한 꽃중에 하나일지는 몰라도

오늘 이곳에서 만난 꽃들은 참 애틋하고 귀한 모습들입니다.

 

숲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바다 조망은 더욱 시원하게 다가오지요.

 

안부 갈림길에서 1km를 내려오니 임도를 만납니다.

정상에서 이곳까지는 2km입니다.

 

그리고 임도에서 신평항까지는 다시 2km를 걸어야합니다.

바다로 이어지는 황토길이 참 편안하게 다가오네요.

 

 

 산길을 걷는 것과

들길을 걷는 것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산길을 왠지 무언가를 얻기위한 길이라면

들길은 마음속 무거운 것들을 버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던 길에 뒤돌아 적대봉 정상을 바라봅니다.

그나저나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는걸보니

이곳이 정말 섬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작은 사찰인 금산정사로 지나고요.

생각해보니 이곳 거금도는 고흥군 금산면입니다.

금산이라는 지명이 우리나라에는 제법 있는것같아

그 이름이 참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편안한 느낌의 동정 마을도 지납니다.

 

거금도에서는 힘자랑 돈자랑 노래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요.

김일선수의 고향이니 힘자랑은 안될것이고

전기가 일찍 들어오고 농수산물이 풍족하여

지나는 마을마다 여느 어촌 풍경과는 다른 풍요로움이 가득하니 돈자랑도 안되고

또한 판소리중 동초제를 창시한 동초 김연수선생의 고향이 또한 이곳 거금도입니다.

동초제는 인간문화재인 명창 오정숙 선생으로 인해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며 

서편제의 애잔함과  동편제의 우람함이 융합된 판소리라고 하네요.

 

파릇 파릇한 보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1박 2일간의 거금도와의 인연을 차분한 마음으로 정리해 봅니다.

 

동정 마을을 빠져나와

국도를 따라 신평항으로 갑니다.

 

날은 참 맑은데 바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부네요.

 

바다 너머 녹동항이 바로보이니

마치 섬에 온것 같지가 않고

육지의 해안선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3시경에 신평항으로 다시 왔습니다.

약 9.4km 거리를 걷는데 5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3시 반경에 녹동으로가는 배가 옵니다.

 

거금도를 들어갈 때는

황사낀 흐린 날씨로 그 모습을 온전히 보지 못했는데

나갈 때는 섬전체가 환한 얼굴로 바라보입니다.

저 능선을 따라 내가 걸었던 흔적들이 있고요.

 

섬이라고 하기에는 배를 타는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내년에는 이곳을 찾는다면 저 다리를 건너와야 겠지요.

물론 저는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거쳐 저 다리를 걸어서

올것 같습니다. ㅎㅎ

그때는 이번에 걷지못한 섬 왼편 해안선도 걷고

이번에 오르지못한 용두봉도 올라봐야겠습니다.

 

4시경에 다시 녹동 금산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이제 1박 2일의 거금도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여행을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구는 시간과 돈이 여유롭기에

그리 배짱이 노릇을 하는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내가 자연을 향해 떠나는 것은

그냥 그 자연이 좋기때문입니다.

평생을 함께할 친구처럼

저는 그곳에서 늘상 행복하고 또한 기쁘고

그곳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늘 새롭게 그런 마음이 샘솟기에

나는 행복합니다.

 

삶에서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 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반성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한번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게 무엇인지...

그것은 지금 우리의 삶이 바쁘고 숨가쁘기에 더욱 필요한 일이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만들어라.

일을 배우고 익히듯. 쉬는 것도 익힐 노릇이다.

나무는 오늘도 나에게 조용히 가르쳐 준다.

휴식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얻어야할

삶의 중요한 자양분임을.

 

- 우종명의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