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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거금도 ① - 신평항에서 오천리까지 걷다.

by 마음풍경 2010. 3. 22.


거금도


신평항 ~ 월포 ~ 명천 ~ 청석 ~ 몽돌해안 ~ 오천

(약 11km, 3시간 30분)

 

 

거금도를 올 봄에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월간 산" 잡지에 섬 명산으로

고흥 남쪽에 있는 거금도 적대봉이 나오더군요.

하여 이번 주말에는 멀리 거금도를 향해 길을 나서봅니다.

 

대전에서 고흥반도 남쪽 끝까지 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광주까지 2시간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광주에서 벌교. 고흥을 거쳐 이곳 녹동까지 2시간 30여분의 버스를 더 타야하며

또한 이곳 녹동 금산선착장에서 다시 철부선을 타고 가야합니다.

금산석찬장은 녹동항에서 조금 소록도 방향으로 떨어져 있지요.

 

거금도로 가는 배는 30분마다 자주 있더군요.

다만 거금도에 항구가 2군데라

매 정시에는 신평항으로 가고 30분에는 금진항으로 갑니다.

저는 1시에 신평항으로 가는 배를 탑니다.

 

항구 옆으로 녹동과 소록도를 연결하는 소록대교가 있더군요.

과거에는 배로 다니던 섬인데

이제는 차를 타고 건너는 섬이 되었네요.

 

소록도에 가본지가 대학다니던 80년대 초반 무렵이니 참 오래되었네요.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방파제 저 멀리 거금도가 보입니다.

하긴 배길로 20여분 정도면 가는 아주 가까운 거리지요.

오늘은 황사가 심해 흐릿한 모습으로 바라보이네요.

 

쨍한 날은 아니지만

섬으로의 여행은 언제든 설레입니다.

 

섬은 그자체가 곧 산이지요.

 정상 우뚝한 봉우리가 적대봉일것 같습니다.

내일 저 능선길을 걸을터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뱃길 오른편으로 내년에 완공이 되는

소록도와 거금도를 이어주는 거금대교 공사가 진행중이고요.

마치 로켓 발사대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이러다가 우리나라 모든 섬들이 전부 다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섬 주민들이야 고립을 탈피해서 좋기는 하겠지만

배를 타고 섬을 가는 그런 낭만은 점차 사라지겠네요.

 

20여분 가니 벌써 거금도 신평항이 눈앞에 보입니다.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큰 섬치고는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지지가 않았지요.

다만 70년대 추억의 이름인 레슬링 선수 "김일"의 고향이라면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요. ㅎ

 

 

거금도 옛 이름은 절이도(折爾島)로

이순신장군이 1598년(무술년) 7월 24일 절이도 앞바다에서 만난 적선 11척 가운데

6척을 통째로 포획하고, 적군의 머리 69급(級)을 베어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요.

 

1시 30분경에 이곳 신평항에서 섬 남쪽 반대편인 오천리까지

시계방향으로 걷기를 시작합니다.

 

섬내 버스를 타고 가면 30여분도 걸리지 않겠지만

이런 소박한 풍경들을 천천히 마음에 담기 위해서

조금 긴 시간이지만 발품을 팔아 걷게됩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는 없겠지요.

 

남녁의 섬이라 그런지

황사가 가득해도 봄빛의 푸르름은 선명하네요.

 

군데 군데 마늘과 양파밭들이 즐비합니다.

 

신평 마을을 따라 돌담길도 이어가고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본 풍경은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처럼

청량함이 느껴집니다.

 

내륙에는 황사가 아주 심하다고 했는데

그래도 이곳은 바람만 조금 세차게 불지

다행히도 그렇게 심한편은 아닙니다.

 

신평항 마을 길을 넘어오니

27번 국도 길을 만나 걷습니다.

근데 배를 타고온 섬인데 국도가 있네요.

내년에 다리를 연결하는것을 생각해서

그리한가보네요.

여튼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정말 한가한 국도입니다.

 

당초 낮에 비가 조금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비는 오지 않습니다.

월포제를 따라 걷습니다.

 

거금도는 섬처럼 보였다가도

또 육지의 시골 마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진도나 완도처럼 섬이 커서이겠지요.

 

걷는 길에

담장 벚꽃들도 화사하게 반겨주네요.

 

올해 처음보는 벚꽃이라 그런지

너무 반갑네요.

작년 섬진강 매화마을 풍경도 아스라하게 떠오릅니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하나 하나 시간속에

차곡 차곡 쌓여진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까요.

 

 노란색의 예쁜 개나리가

저도 있어요 하네요. ㅎㅎ

 

길을 걷다가 늘상 그렇지만

오늘도 회색빛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해봅니다.

오늘은 모든게 회색이라 그런지

바닷 바람이 가슴속을 횡하니 스쳐갑니다.

외롭다는 것..

잠시 그런 외로움이 지나갑니다.

 

2시 10분경에 월포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저의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듯

화사한 색감의 동백을 만나게 되네요.

 

피어있을 때보다도

낙화 후의 모습이 아름다운 꽃

 

스러지는 시간속에서도

오늘은 왠지 화사하게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남루해진 얼굴로도

그 처연함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자연을 통해 참 많이 배운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어리석은 것이 우리네 인간 마음인가봅니다.

 

잊어버릴만하면 불쑥 나타나는

욕심이라는 괴물때문에

늘상 후회하고 아파하고 하지요.

수선화 색감이 너무나 고와

잠시 모든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있네요.

 

 

월포 마을을 지나

고갯길을 넘어섭니다.

이곳에도 적대봉 등산로가 있네요.

 

 홍매화인가요.

날이 좋으면 매화향기도 맡아볼텐데..

 

3시 조금 넘어 명천 마을에 도착합니다.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도 취하고요.

그나저나 거금도는 참 풍요로운 시골인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나라 섬중에서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온 섬이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박정희 대통령이 김일 선수의 소원을 들어주어서요. ㅎㅎ

70년대에 전기가 공급되었으니

해산물 가공도 일찍 발전이 되었을터이고요.

 

길을 걷다가 회색빛 나무 군락을 봅니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남천 2구 마을을 지납니다.

 

거금도 섬을 하늘에서 보면 절반은 푸른 색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온통 마늘밭이고 양파밭이니요.

 

거금도는 전국 조생종 양파의 약 70%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겨울철 내내 따뜻한 기후에 해풍을 맞고 자라서

매운맛이 강하지 않고 단맛이 강하고 수분이 많다고 하네요.

작년 여수앞바다의 사도에 갔을때

그곳 마늘이 참 매웁지도 않고 맛있었는데..

 

이제 다시 해안선 길을 따라갑니다.

지금까지는 보이는 느낌이 어촌이라기 보다는 농촌의 풍경이었네요.

 

해안선으로 길이 다가서니 멋진 바다 풍경이 반겨줍니다.

 

하여 해안길을 따라 걷기위해 바닷가로 내려섭니다.

 

멋진 해안 풍경이 숨겨져 있었네요.

 

그냥 길을 따라 지나갔으면 만날 수 없는 풍경이겠지요.

 

흐린 황사 하늘때문에 하늘과 바다가 구분이 되지 않는 풍경이지만

바위에 철석이는 파도 소리만 들어도 좋습니다.

 

여튼 이제서야 섬에 왔다는 실감이 드니요. ㅎㅎ

 

이곳이 지도상에 나와있는 몽돌해안 중 하나인가 봅니다.

 

물이 빠져나갈 때 싸르르하는 소리는

어디서나 변함이 없습니다.

 

회색빛 바다라 그런지

그 소리가 더욱 명로해집니다.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오로지

파도소리만이 들리는것 같고요.

 

 해안길을 걷다가 다시 도로로 올라섭니다.

동백나무 숲이 방풍림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4시 20분경에 소원동산에 도착합니다.

 

이곳 정자에서 바라보는 해안선 풍경이

황사로 인해 선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참 시원합니다.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난후

다시 오늘 종점인 오천을 향해 길을 이어갑니다.

 

ㅎㅎ 마치 꼬리달린 고래같습니다.

과자중에 고래밥이라고 있지요.

그 고래밥을 생각나게 하는 귀여운 섬이네요.

 

이 작은 섬은 썰물때는 이곳과 연결이 될것 같지요.

 

휘어지는 포말의 곡선미가 참 아름답고요.

 

멋진 해안 풍경을 두리번 두리번하며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오천리가 나옵니다.

 

입구에서부터 봄꽃들의 향연이 가득합니다.

 

올봄은 3월에도 자주 눈이 와서인지

왠지도 봄이 멀게만 느껴졌었지요.

 

근데 이곳에 와서

아 지금이 봄이구나

봄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지금이 봄이예요 겨울은 지났어요,"

 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네요.

 

초록의 마늘밭과 하얀색의 봄꽃들의

조화로움이 참 아름답습니다.

 

멋진 봄 풍경을 보다보니

문득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라는 노래가 듣고싶어집니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같은 여유로움이 좋아서일까요.

 

하긴 황사만 아니면 오늘 이곳에서의 풍경이

딱 그런 느낌일텐데 말입니다.

 

오천은 기존에 지나쳤던 마을에 비하면

상당히 큰 마을입니다.

 

 ㅎㅎ 돌로 만든 재미난 집도 만나게됩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데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만한 그런 모습이네요.

어쩌면 이미 나온지도 모르고요.

 

오천 마을을 지나 해안가쪽 길로 내려섭니다.

 

저멀리 내일 오를 적대봉이 한눈에 바라보이네요.

 

바닷가에는 몽돌 풍경이 가득 펼쳐지고요.

 

5시경에 내일 적대봉 산행의 시작점인

내동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건너편 하얀파도 펜션 민박집에

거쳐를 정합니다.

규모도 제법크고 참 멋진 조망이 있는 그런 숙박시설입니다.

 

밤이 되어 갈수록 바람은 더욱 세차지고

황사 내음도 진해집니다.

내일 아침이면 이런 모든게 전부 사라지고

맑고 화사한 봄 하늘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