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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닐다

섬을 거닐다 : 소매물도 - 등대섬 그리고 남매바위 가는 길

by 마음풍경 2010. 4. 19.

 

통영 소매물도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해상에 있으며

매물도에서 약 1km 정도 떨어진 등대섬으로 유명한 섬입니다.

 

옛날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 중

그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라는 글을 글썽이 굴에 새겨놓았다는 전설도 있고요.

그나저나 제주의 정방폭폭, 게제 해금강 등 서불과차라는 글이 써져있는 관광지가 많지요.

 

여튼 비진도에서 소매물도까지는 다시 뱃길로 약 40여분이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그리고보니 비진도는 통영과 소매물도의 중간에 위치한 섬이네요.

 

매물도 입구에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앉아

오는 사람을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ㅎ

 

배 난간으로 나서니 소매물도와 오른편 등대섬이 모습을 보입니다.

 

선착장 입구에 멋진 주상절리같은 바위 모습도 다시 만나고요.

 

2006년 봄에 산악회를 따라 처음 오고 

벌서 몇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많이 변했겠지요.

 

생각한대로 입구 마을에 펜션과 식당 등의 건물이 많이 생겼네요.

여튼 자연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변한것은 우리네 사는 모습들인것 같습니다.

 

바로 마을을 넘어 등대섬으로 갈 수 있으나 사람들로 붐비는 길로 가기가 싫고

또 남매바위쪽으로 산책로가 연결되었다고 해서 왼편 길로 갑니다.

 

근데 이곳은 사람도 없고 참 한적하네요.

 

저 건너편 매물도도 가깝게 다가오고요.

왠지 횡재한 느낌이지요. ㅎ

 

과거에 이곳에 왔을 때는 가파른 길을 넘어 등대섬을 보고

다시 가파른 길을 넘어온것 밖에 없었는데

이처럼 바다 조망을 바라보며 여유있는 발걸음을 취할 수 있으니요.

 

오솔길을 가다가 바다쪽으로 내려서니 산골쪽으로 남매 바위가 보입니다.

쌍둥이 남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있는 바위지요.

바다 아래쪽에 있는 바위가 암바위이고 저 위에 있는 바위가 숫바위고요.

 

 이곳 남매바위가 있는 해안선에서 바라보는 매물도 풍경이 참 좋습니다.

 

다시 길을 올라서 가니 아까 봤던

남매바위 중 숫바위를 길에서 만납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가까이서 보니 무척이나 바위가 크더군요.

이 작은 섬에 이처럼 큰바위가 있기가 쉽지 않은데 전설이 있기는 있나보네요.

 

걷는 길 중간 중간에 소박한 해안 풍경도 이어집니다.

 

건너편 매물도도 시간이 된다면

저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것 같은데 조금 아쉽네요.

 

해안풍경이 보이는 길을 지나

이제 동백나무 우거진 길을 걷기도 하고요.

 

동백꽃을 보면 작년 봄에 갔던 거제의 지심도가 가장 생각이 납니다.

그곳에서 본 동백의 정취가 아련하니요.

 

소박하고 조용한 그 길에 떨어져있던

선홍색의 꽃잎들이 생각납니다.

 

동백숲길을 따라가니

등대섬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폐교가 된 학교 건물이 나오는걸 보니

이제 이곳부터는 다시 기존의 길로 합류가 되네요.

사람들로 시끄러우니 자꾸만 조금 전 걷던 그 길이 더욱 생각나네요. ㅎ

 

폐교 바로 앞 삼거리에서 망태봉으로 향합니다.

 

긴여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멋진 봉우리도

워낙 상징적이어서인지 무척 친숙한 모습이지요.

 

망태봉 정상 바로전에 과거 밀수 배를 감시하던

매물도 감시서라는 건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망태봉 정상에 오릅니다.

물론 가볍게 오른 정상이라고 할까요.

 

주변에 사람들만 많이 없다면 이 경치를 천천히 음미했을터인데

사람들이 많다보니 어수선하고 또 마음이 왠지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하여 이 멋진 풍경을 배경삼아 보온병과 컵을 꺼내 오후의 커피 한잔 합니다.

좋은 풍경을 바라보며 타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여행 중 가장 편하고 행복한 나만의 시간이지요.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유람선만이

음악 소리를 내며 여유롭게 지나가고요.

 

맛난 커피를 한잔하고 망태봉 바로 아래에

등대섬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조망처에 도착합니다.

 

 그나저나 물길이 열렸는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지나가네요. ㅎㅎ

 

 당초 국립해양조사원(http://www.khoa.go.kr/)에 따르면

오늘은 오후 2시 넘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진다고 했는데 조금 일찍 열린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직 저 하얗게 보이는  등대를 향해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노란 색 표지의 책이 생각납니다.

애벌레가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책이었지요.

 

모두들 바쁜 걸음걸이로 저곳만을 향해 가는 이유가 무얼까 하고요.

 

가서 사진 한장 찍고 돌아서면 그만인데..

하긴 저도 몇년전 저런 모습이었으니요.

 

하여 오늘은 등대를 가지않고

길을 벗어나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빠져봅니다.

 

여튼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리 멀리 배를 타고 오지 않아도 이처럼 멋진 풍경들이 즐비하고.

 

등대 옆으로 있는 병풍바위의 풍경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다만 이곳에 사람들이 없다면

얼마나 더욱 황홀한 느낌으로 다가섰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그건 나만의 욕심일 수도 있겠지요.

 

그나저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섬이 섬처럼 느껴지지 않는

아이러니는 무슨 이유일까요.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잠시 떨어져 있으니

이제 섬이 온전히 섬처럼 보이니요.

 

오던길에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에

쫓기듯 이곳을 오긴 했지만

이제는 여유를 찾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음미해봅니다.

 

바다로 향하는 것 같은 공룡과 같은 능선도 멋지고요.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등대의 모습도 시원합니다.

 

주변 풍광에 빠져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이제 되돌아갈 시간인것 같습니다.

 

오던 길을 다시 따라 갑니다.

 

ㅎ 자연은 참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몇년전에 왔던 그 풍경을 다시보니

그 정취가 그대로 살아나니요.  

 

 

파도소리를 친구삼아 바위에 앉아 휴식도 취해봅니다.

  

 뭍에만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배들도 더욱 붐비네요. ㅎㅎ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더이상 제가 찾아가야할 곳이 아닌것 같다고요.

 

여튼 사람만 없다면 

저 풍경을 응시하면서 좀 더 오랜 시간을 편하게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깊게 남습니다.

 

통영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선착장으로 나섭니다.

그곳에는 파도 소리 혹은 기러기 소리보다는 사람들의 소리도 가득하네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소매물도이지만

이제는 섬이라기 보다는 박제된 예쁜 모습을 지닌

관광 시설로만 남는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합니다.

 

섬이란 기실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하고

붐비는 세상에서 떠나

고독이란것 외로움이란 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자

기회였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끝으로

이생진의 "섬 .. 그리고 고독"

이라는 시를 적어보며 섬 여행기를 마무리합니다.

 

"어디 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섬에 간다고 하면 왜 가느냐고 한다.
고독해서 간다고 하면 섬은 더 고독할 텐데 한다.

옳은 말이다. 섬에 가면 더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내게 힘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고독은 힘만 줄 뿐 아니라 나를 슬프게도 하고
나를 가난하게도 하고 나를 어둡게도 한다.

어떤 사람은 고독해서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고독해서 수화기를 든다.
모두 자기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지혜를 짜낸다.

하지만 고독은 자유로워야 한다.
훨훨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져야 하고
지도처럼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마음대로 만든 공간을 마음대로 누웠다가
마음대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