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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여주 여강길(2) : 바위늪구비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5. 30.

여강(麗江)

 

 

2코스 : 세물머리 길 일부(3.2km, 30분 소요)

개치나루터(부론면 사무소) ~ 흥원창 

 

3코스 : 바위늪구비길(22.2km, 7시간 소요)

흥원창 ~ 섬강교 ~ 자산 ~ 닷둔리해돋이산길 ~ 강천마을회관 ~

여성생활박물관 ~ 바위늪구비 ~ 남한강대교 밑 ~

오감 도토리 마을 ~ 대순진리회 ~ 목아불교박물관 ~ 금당천교 ~ 신륵사

 

어제 여주버스 터미널에서 부터 개치나루터(부론면 사무소)까지 

1코스와 2코스 일부를 걷고

(여주 여강길(1) : 옛나루터길과 세물머리길을 걷다 -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79)

오늘은 부론면에서 9시에 여강길 걷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원래 코스는 법천사지를 거쳐야 하지만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기에 바로 개치나루터에서 걷기를 이어갑니다.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제방 흙길이 참 좋습니다.

 

물론 이곳도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나중에 다시 이곳에 온다면

이 아름다운 풍경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물론 조금 걸어가니 삽질은 여전합니다.

그런데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들이 강 흙을 퍼서

그 옆에다가 옮긴다고 왔다 갔다 하는걸 보니

정말 삽질하고 있네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근처에 공사장을 피해 옹색하게 모여있는 새들을 보니

마치 터전을 빼았기고 쫓겨난 철거민들처럼 처량하게 보이더군요.

모두들 공사장 방향만 쳐다보고 있는것 같고요.

 

흥원창을 향해 제방길을 걷는데

서산대사의 선문답시라는 글귀가 새겨진 비석을 만납니다.

 

"눈 덮힌 들길을 가는 도중에

함부로 발자국을 내지 마세나

금일의 나의 발자취는

필히 뒤에 오는 이에게 이정표가 되느니"

 

눈 덮힌 들길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데

하물며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강을 이리 훼손하는 것이

우리 후손에게 진정 해야할 일인지

 

9시 30분경에 흥원창에 도착합니다.

흥원창은 조선시대의 세곡을 거둬들여

보관하던 창고였다고 합니다.

 

 이제 여강길 2코스는 끝이 나고

마지막 3코스 바위늪구비길이 이어집니다.

3개의 코스중 가장 긴 코스이지요.

 

이곳은 치악산 금대리 주차장에서 시작해서

원주시를 거쳐 이곳까지 이어지는

60km의 섬강체험의 종점이기도 합니다.

 

이제 섬강교를 향해 길을 이어갑니다.

 

짧은 거리이지만

아마도 처음으로 강변길의 느낌을

지척에서 가져보는 소중한 시간인것 같습니다.

 

흐르는 강을 옆에 두고 너른 흙길을 걸으며

주변 고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여강 길의 참다운 모습일텐데요.

 

 그런 좋은 느낌을 이곳 섬강 길을 걸으며 겨우 알게 됩니다.

 

이제 다시 강변 길을 뒤로 두고 차길을 따라

해돋이 산길 방향으로 갑니다.

 

다리위애서 바라보는 섬강의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니 조금전에 걸었던 그 길이

얼마나 멋진 길이었는지 다시금 알게 됩니다.

 

몇 달전인가 월간 산에 여강길이 소개되면서

이 풍경을 예로 들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이야기 했는데

진짜 보여주어야 풍경은 정말 참혹한 모습인데

왜 그런 풍경은 외면했을까요.

아마도 조선일보 계열사여서 그런걸까요. ㅎㅎ

 

여튼 섬강교를 건너 닷둔리 마을길로 들어갑니다.

 

다리를 건넜기에 다시 경기도 여주땅이지요.

 

이곳에는 새롭게 만든 여강길 시그널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여강길 로고도 들어가 있고요.

 

마을이 참 아늑한 느낌이 들더군요.

 

마을을 벗어나도 걷는 느낌이나 마음이 더더욱 좋아집니다.

 

길을 걸으면서 입으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무언가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걷는 발걸음마다

참 좋다 정말 좋다를 연발하게 됩니다.  

 

차길 입구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서 마을을 만날때만 해도

여느 시골 마을처럼 그냥 편하게 느껴졌는데

 

마을을 지나 이어지는 평야와 같은 너른 풍경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저 길을 휘돌아가면 무언가 아름다운 모습이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들고요.

 

당초 오늘 흐리고 비도 온다고 했는데

 하늘은 더욱 맑아지기만 합니다.

일기 예보가 어제와 정반대네요. ㅎ

 

11시경에 해돋이 산길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강천마을까지 2km 구간이 왼편에는 강물이 흐르고

오른편으로는 산 숲이 이어집니다.

이곳을 소개하는 글을 보니 "신비로운 기운까지 감도니

신선이 걸었을까 싶은 곳"이라고 했던데

정말 그 글이 딱 맞는 표현인것 같습니다.

 

남한강 저너머에는 어제 걸었던

청미천 주변의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길은 정말 황홀하네요.

오늘 오전에 걸었던 길은 어제와는 정 딴판이죠.

천국의 길을 걷는 기분입니다.

 

 숲속을 걷다가 다시 하늘이 보이는 길도 걷고요.

 

이제 강천마을이 보입니다.

해돋이 산길은 천천히 걸어서 대략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ㅎㅎ 욕심이겠지요.

 

강 건너에 도리마을도 보입니다.

 

강천마을 입구 강천매운탕 음식집은

입구에 본인이 스스로 도장을 찍을 수 있게

여행자 여권 도장을 비치해 두었더군요. ㅎㅎ

 

이제 여성 생활사 박물관 방향으로 갑니다.

 

길은 그저 평범한 시골길이지요.

 

시간이 된다면 이런 곳을 들러 보고 가도 좋겠지요.

 

이제 차길을 벗어나 바위늪구비 길로 들어섭니다.

 

당초 예상은 했지만 입구에서 부터

공사중이라는 팻말이 보입니다.

 

천연기념물인 단양쑥부쟁이가

서식하는 늪지인데 이제는 찾아볼 수가 없겠지요.

 

그래도 아직은 이곳까지 공사의 손길이

미치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가는 길에 방해물은 없네요.

 

하여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네요.

 

 푸른 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그런 아름다움을 비춰주는 강물..

 

물의 깊이를 예측할 수 없어 옛날 마을사람들에게는

이무기가 산다는 전설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아름다운 곳이 사라진다니

다시금 안타까움이 저며옵니다.  

 

이 길을 따라 남한강교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네요.

 

비록 햇살이 뜨거운 시간이지만

이런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다면 그래도 참 행복할텐데요.

 

멋진 하늘 풍경과 함께 시원한 바람 한줄기 불어주네요.

 

지금까지는 참 좋았지요.

이제 슬슬 공사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제 저 남한강대교 다리에서 보았던 황폐화된 바로 그 현장이지요.

인간이 결코 자연을 정복하거나 이길 수는 없는건데

나중에 닥칠 자연의 복수를 어찌 감당할지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 영향이 미치면 어떡하나요.

 

 여전히 답답한 마음을 안고 작은 마을 길을 따라

공사 현장을 빠져나옵니다.

 

다시 7번 지방 도로로 나와 신대촌 마을을 지나갑니다.

 

2시경에 남한강대교 길 아래를 지나고요.

이제 다시 당초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야지요.

 

그리고 가능하면 차길을 벗어나고자

강가쪽 좌측 농로로 가봅니다.

 

하지만 이 길도 조금 가다 공사 현장에 막힙니다.

 

이런 고운 풍경을 보며 강가를 걸으면 참 행복했을텐데.. 쩝

 

다시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걷습니다.

원래 이 도로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인데

4대강 공사로 인해 무시무시한 덤프 트럭이

수시로 오가니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지옥같은 길입니다.

그래도 길을 가야지요. 2시 반경에 오감 도토리 마을을 지납니다.  

 

대순진리회 본부도 지나고요.

 

42번 국도 아래 길도 지납니다.

 

3시경에 목아불교박물관 입구를 지납니다.

 

우리네 인간이 사랑하는 까닭이 무얼까요.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우리네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걸까요.

살아있다는 우리네 삶이 소중하다면

다른 생명의 삶도 함께 소중해야 할텐데..

 

목아박물관을 지나 식당가가 있는 마을에서

여강길 시그널이 있는 강가쪽으로

다시 나서보지만 길은 공사중이라 막혀있고

여전히 강을 보며 덤프 트럭을 피해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비록 여강길 시그널은 잠시 차도로 나서지만

 

다시 강변길을 갈 수는 없고요.

여전히 공사중 출입금지이니요.

 

준설에서 발생하는 저 산처럼

많은 골재들은 다 어떻게 처리할건지요.

아마도 시멘트가 되어서 다시 강으로 돌아가겠지요.

마치 떠나온 고향을 나중에 시체가 되어 되돌아가는 것처럼.

철조망까지 처져있으니 더욱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날은 덥고 딱딱한 아스팔트 길을 내내 걷고

거기다가 먼지와 굉음을 내며 덤프 트럭들은

수시로 지나가니 몸도 마음도 지쳐가네요.

물론 고달사지가 그런 뜻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사지가 참 고달프게만 느껴집니다. ㅎㅎ

오늘은 천국과 지옥을 오전과 오후에

나란히 경험하는 정말 독특한 하루입니다.

 

4시 10분경에 차가 더욱 많이 다니는

금당천교를 지나 고개를 넘으니

신륵사로 가는 참 좋은 길을 만납니다.

휴~ 이제 살았네요.

 

그리고 4시 30분경에 1박 2일의

여강길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어제 오늘 합해서 모두 16시간을 걸었네요.

신륵사 매표소에서 마지막으로 걷기 도장을 받습니다.

 

 그리고 신륵사 경내로 들어가봅니다.

4대강으로 죽어가는 물고기의

영혼을 달래는 퍼포먼스입니다.

 

 더 남한강변 쪽으로 나가봅니다.

 

이곳도 역시 심난한 풍경만 가득합니다.  

 

이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느낌만 가득하면 좋을텐데.

 

나중에 여주보가 완성이되면

이곳도 물에 잠길수도 있다고 하던데

바위에 피어난 찔레꽃도 사라지겠네요.

 

 이제 다시 되돌아 나갑니다.

신륵사가 있는 이곳 조포 나루터는 마포, 광포, 이포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나루로 불릴 만큼 번성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여튼 우리강을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 참 무력하네요.

 

힘과 권력 그리고 자본을 가진 자들이 저리 불통이니요.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4대강을 찬성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남길 필요는 있겠지요.

역사는 기록할겁니다. 이 작은 몸짓도..

 

꼭 부처님 상이 있는 곳만 대웅전은 아닐겁니다.

강을 사랑하는 소중한 가치를

마음에 간직한 사람들이 모두 부처일테니요.

 

"아, 너는 없고, 없는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강은 흐르고..."

 

이 싯귀가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이제 여주 대교를 건너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여강길을 걸으며 아픔을 보았고

때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걷는 이틀 내내

제 가슴에는 안타까움만 가득합니다.

마치 야생화를 전부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겉만 번지르하고 고운 향기는 없는

인공적인 원예 꽃들만 심으려하는 것은 아닌지요.

원예꽃만 심으면 그 주변 땅값은 사람들의 욕심을

채울만큼 가치가 높아지나 보지요. 쩝

왜 잘먹고 잘산다고 하는데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자꾸만 속물 사회가 되는 걸까요.

그래도 와보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노루길, 아홉사리길, 섬강길, 해돋이 산길 등

아직 여강 길에는 소중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소중함들이 더 사라지기 전에

와보길 참 다행이다 생각해 봅니다.

여강 길 후기를 마무리하려는데

신문에 실린 글 몇구절이 생각이 납니다.

 

"인간만 살고자 하면 인간도 살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한다고 강바닥을 헤집고 있습니다.

얼마전 보호종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는 곳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생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인간에게 이들을 죽일 권리를 누구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개발과 편익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지요.

이렇게 오직 인간만이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들다가

결국 인간마저 사라질 지구가 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과 인간끼리 보편적인

가치관을 통해 서로 상생하고

또 인간도 자연에 순응하면서 어머님 품같은

자연과 상생하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비록 암울한 세상이지만 그리 믿어보렵니다.

절망이 있으면 언젠가는 희망의 빛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