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역사,사찰

[바우길 3구간 : 어명을 받은 소나무 길] 금강소나무 향기에 취하다.

by 마음풍경 2010. 7. 18.

 

< 바우길 3구간 : 어명을 받은 소나무 길 >

 

보광리 유스호스텔 - 보현사.어명정 이정표 - 어명정 -

술잔바위 - 송이 움막 - 임도 삼거리 - 임도 - 명주군왕릉

 (13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바우길 2구간을 대관령 유스호스텔 앞에서 마치고

이어 바우길 3구간 걷기를 시작합니다.

다만 수철동 계곡 다리를 건너 바로 만나는 삼거리에

바우길 이정표가 오른편 유스호스텔 방향만 있고

거슬러 가는 왼편 방향으로는 아무런 안내도 없어서

잠시 혼란스러웠는데 지도상으로 유스호스텔에서 되돌아 가야하는 길이

이 길 하나뿐인지라 다시 되돌아 걷기를 시작합니다.

 

왼편으로 계곡을 끼고 보현사로 가는 포장된 임도길을 걷습니다.

그나저나 1, 2 구간은 적당한 곳에 바우길 안내 표시가 참 잘되어 있어서 인지

이 길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는게 되려 더욱 이상하더군요.

 

머리위로는 영동 고속도로가 지납니다.

 

빠르게 빠르게 가야 하는 게 삶의 목적이 되다보니

요즘은 길도 사람이 걷는 길은 차츰 희미해지고 

차가 가는 길만 크고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11시 50분경 어명정과 보현사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어명정까지 약 2.7km는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바우길 구간중 가장 가파른 구간이라고 하고요.

 

지그재그 나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니 아주 힘들지는 않습니다.

물론 군데 군데 다니던 사람들이 직선 길을 만들어 놓아 유혹을 하지만

한번 그 길을 가보면 힘만 더 들고 시간 차이도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휘돌아 난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소나무 향내 가득하니 가능하면 깊은 호흡으로 천천히 이 보물같은 길을 걸어야 좋겠지요.

 

아름다운 소나무 사이로 정말 아주 무자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참 좋네요 ㅎㅎ" 

 

마치 소나무가 도열해서 반겨주는 것 같은 아름다운 길이지요.

 

보통 붉은 소나무를 적송이라 부르지요.

하지만 적송은 일본의 잔재이고 진짜 이름은 금강 소나무라고 한답니다.

 

 약 2km 남짓한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니 임도 길을 만나게 됩니다.

 

ㅎㅎ 갑자기 너무 편안해지니 발걸음이 이상하네요.

 

여튼 땀도 식히고 긴장된 근육도 풀면서 임도 길을 한가로이 걷습니다.

 

1시경에 어명정에 도착합니다.

바우길 3구간이 어명을 받은 소나무 길이기에

어명정은 3구간의 랜드마크라고 하겠네요.

옛날에 궁궐에 쓰이는 나무를 벌채 하기전

나무 앞에서 '어명이요?'하고 나무의 쓰임을

 이야기 하는 교지를 외치는 위령제를 했다고 합니다.

 

어명정에서 바라본 강릉 시가지와

동해 앞바다 풍경은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어명정은 이곳에 있던 금강송을 광화문 복원을 위해 2007년에 벌채를 하고

나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제를 지낸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명정 한 가운데에 벌채가 된 나무의 밑동이 있더군요.

나이테에는 이 나무의 역사가 설명되어 있고요.

3.1 운동, 6.25, 그리고 2002년 월드컵까지..

 

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합니다.

 

그리고 술잔바위로 가기위해 다시 조금 가파른 산길을 오릅니다.

 

금강 소나무 숲길은 황홀하게 이어지고 시원한 바람은 여전하네요.

 

피서가 따로 있습니까.

땀 흘리는 산길을 걷다가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보는 것

이게 진전한 피서가 아닐까요.

 

애고 이 근처에 멧돼지가 많을것 같네요.

근데 갑자기 맷돼지를 만나면 어찌해야 하나???

 

바람 소리, 새소리 가득한 산길을 걷는데

재미난 모양의 바위를 만났습니다.

어릴적 땅에 글자를 파고 살포시 흙으로 묻은 다음

 그 글자를 다시 찾는 놀이가 문득 생각이 나네요. ㅎㅎ

 

깊은 숲과 산, 참 맑은 공기,

이런것이 강원도의 힘이 아닐까요.

 

대공산성으로 가는 삼거리도 지납니다.

대공산성 방향으로 가게되면 곤신봉을 거쳐 다시 선자령이나

혹은 반대편 매봉이 있는 삼양목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화살표 방향이 조금 잘못되었지만 술잔 바위는 오른편 길로 가야하네요.

 

1시 30분경에 술잔바위에 도착했습니다.

 

앞에서 볼때는 몰랐는데 바위 끝부분이 진짜 여러개의 술잔 모양으로 패여있습니다.

 

여튼 바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주변 풍경이 참 시원하네요.

 

어제 선자령 능선 길 말고는 어제 오늘 걸은 대부분이 숲길이나 계곡길인지라

산행에서 느끼는 시원한 조망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이처럼 드문 드문 만나게 되서인지 더욱 귀하게만 다가옵니다.

 

술잔바위가 제가 걸은 능선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가 봅니다.

이제 하산길만 남은것 같네요.

 

바람만이 친구가 되어 주는 한적한 시간

그 길가에서 만나게 되는 노란 원추리 꽃 한송이..

아주 작은 것이라 해도 만남의 인연은 늘 소중하고 행복하네요.

 

산 능선길을 걷다가 2시 조금 넘어 임도길을 만납니다.

 

이곳도 참 좋은 조망처입니다.  동해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지네요.

 

작지만 오똑하고 멋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능선도 참 아름답습니다.

 

명도를 달리하는 회색빛 구름의 정취도 참 대단하지요.

 

이제 임도 길을 따라 내려섭니다.  

 

포장된 임도 길은 얍! 하니 어느새 마술처럼 고운 흙길로 바뀝니다. ㅋㅋㅋ

 

과거에는 산행을 하다 임도 길을 만나면 왠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걷기를 하다보니 이제는 산길보다 임도 길이 더욱 좋게만 느껴지네요.

 

아늑한 숲길같은 임도도 있고요.

 

4구간 갈림길을 지납니다.

담번에 4구간을 시작할 때 이 길을 거슬러 와야겠지요.

8월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초가을인 9월에 와야겠는데

그때까지 설레이고 기다리는 마음을 어찌 달래야 할지.. ㅎ

 

조금 더 내려가니 10구간인 심스테파노 길 들머리도 만나게 됩니다. 

그나저나  바우길을 전부 걸을려면 이 길은 여러번 와야겠습니다.

 

편안한 숲길을 내려서니 3시 조금 넘어 명주군왕릉에 도착했습니다.

 

명주군 왕릉은 신라 태종 무열왕의 5대손이자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라고 합니다.

 

명주군 왕릉을 나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요.

ㅎㅎ 정말 럭키하지요. 걷기가 다 끝날쯤에 비가 내리니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자연은 저의 참 좋은 친구라는 생각입니다.

 

명주군왕릉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강릉 시내로가는 502번 버스를 타야합니다.

여튼 이곳은 다음번 4구간 및 10구간을 이어갈때 향후 2번은 더 와야겠습니다.

 

1박 2일동안 바우길 1, 2, 3 구간을 걸었습니다.

 대략 걸었던 거리가 약 40km, 100리 길이었네요.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다양한 느낌의 길이 좋고 

강원도의 숲과 나무 그리고 공기가 좋아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은 참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습니다.

 

문득 강원도 바우 길을 걸으면서 마주치게 되었던

소박한 농부의 모습을 보며 김용택 시인의 글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 마을에서 살았던 옛 농부들은 행복했다.

그들의 삶이 비록 가난하고 누추했더라도

그들은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삶을 느리고 더디게 가꾸며 살았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행복 없는 '무서운' 시대가 된 것은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이땅에서 사라져가는 때문이 아닌가 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없는 시대에 사는 것은 산소 없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다.

우리는 곧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숨이 막힐 것이다.

모든 것이 옛날이 좋았다고는 생각지 않고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옛날이 그립디그리운 것이다."

 

강원도는 현대 도시인이 회상하고자 하는 아스라한 옛날이자 

병든 도시를 치유하는 희망이자 또한 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체 11구간중 3개 구간만을 걸어도 이처럼 마음이 행복하고 충만해지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멋지고 행복한 바우 길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벌써 가슴이 설레입니다.

그 날이 빨리 오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