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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문경 토끼비리 길 - 고모산성과 진남교반의 가을 풍경

by 마음풍경 2010. 10. 26.

 

문경 토끼비리길

 

 

 

마성면 신현리 돌고개 마을 ~ 성황당 ~ 석현성(진남문) ~

고모산성 ~ 진남 휴게소 ~ 진남역 ~

영강교 ~ 토끼비리길 ~ 석현성 ~ 돌고개마을

(약 6km, 2시간 소요)

 

 

문경 토끼비리길은 문경 석현성 진남문에서

영강으로 이어지는 험한 벼랑 낸 길로

영남대로 중 가장 험난한 길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옛길 가운데 왕건과 견헌의 이야기가 있는

역사성과 지형적 특성이 가장 구체적으로 보존된 명승 31호입니다.

또한 토끼비리길 주변에는 고모산성과 석현성이 나란히 있고

경북 팔경 중 1경으로 꼽히며 길 박물관이라 불리는 

진남교반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설악산이다 오대산이다해서

단풍이 아름다운 산으로 산행을 했겠지만

주말에는 단풍 반 사람 반인지라 요

즘에는 사람많은 산행보다는

오늘도 한적한 토끼비리 옛길을

걷기위해 문경으로 왔습니다.

 

토끼비리 길 초입인 돌고개 마을 성황당을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의 신현 마을에서

주민분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가네요.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남쪽 방향으로

마을 길에서 3번 국도를 나가기 바로전

왼편으로 들어서서 또 바로

오른편 논둑길을 따라 가야합니다.

논둑길을 이어가면 환경관리사업소 폐수 처리장이 있고

계속 좁은 길을 이어가면 됩니다.

또한 3번 국도에서 환경관리사업소 폐수 처리장 입구에서

바로 고모산성길 이정표를 보고 들어와도 되고요.

 

이리저리 길을 따라 돌고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저멀리 북쪽으로 주흘산도 멋지게 바라보이는 마을이지요.

 

돌고개 마을 뒷편으로 넘어서면 성황당이 나옵니다.

 

성황당은 마을수호신이자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가던 선비와 보부상이

토끼비리를 넘어와 쉬어가던

쉼터의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 제가 걷는 코스는 먼저 진남루를 들러

오른편 고모산성으로 해서 진남휴게소를 거쳐

마지막에는 토끼비리길을 걷는

시계 반대 방향 원점회귀 길입니다.

 

주변에 초가집으로 주막을 재현해 놓았다고

하는데 올 여름 비가 많이 와서

초가 지붕에 보수가 필요한가 봅니다. ㅎ

 

고개를 내려서니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축성한 진남성의 중앙 성문인 진남문(鎭南門)이 나옵니다. 

임진왜란 때 문경새재 3개의 성이 뚫리는 비극을 교훈삼아

외적을 사전에 막기 위해 성을 쌓았다고 하네요.

 

진남문에서 오른편 고모산성 방향으로 향합니다.

 

석현성과 마치 한 성인것처럼 연결이 되네요.

 

고모산성을 오르며 바라본 조망이 정말 시원합니다.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고모산성 남문에 도착했습니다.

 

성벽의 높이가 10m는 넘어보이는데

성벽 모양새가 마치 버선코 같아 잠시 시선을 고정하게 됩니다.

 

신라시대 때 축성한 고모산성(姑母山城)은

한자이름처럼 일명 할매, 할미산성이라고도 합니다.

 

산성이라 그런지 성 내부에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외부의 침략을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하는

일반 성과는 다르게 산성은 살던 곳을 버리고

피해있는 성격이 강하기에

산성이 있는 곳은 비록 산 정상 부근이지만 

물이 있고 많은 사람이 살수 있는 곳에 만들어지는것 같네요.

 

산성 성벽의 제일 높은곳으로 올라섭니다.  

 

성벽 위로 올라서자 발아래

진남교반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 말한것 처럼 이곳은 '길 박물관'이네요.

영강 물줄기, 탄광철도, 신작로, 2차선 국도,

4차선 국도, 고속도로 등 모든 도로의 집결소 같습니다.

 

 왼편 석현성을 지나 산 중턱 병풍바위를 따라 토끼비리길이 있겠지요.

 

이제 고모산성을 내려섭니다.

 

내려서는 길에 마주하는 풍경 또한 참 아름답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

아이들이랑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곳에 이런 저런 인공적인 길이 없었다면

더욱 멋진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었을텐데요.

 

계단을 내려서는데 저수지 터도 보입니다.

산성에서 식수는 필수겠지요.

 

고모산성 남문쪽은 성벽이 축조가

새롭게 정비가 되어 있는데 이곳은 옛모습 그대로입니다.

 

허물어진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단장한 것보다 이 모습이 왠지 더 좋아보입니다.

 

성을 내려서니 진남 휴게소를 만납니다.

 

그리고 진남역 방면으로 길을 이어가네요.

이곳은 길도 많고 강을 건너는 다리도 많아

어떤 다리로 건너가야하는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ㅎㅎ

 

일반적으로 교반은 다리 주변을 뜻하며

따라서 진남교반은 진남교 다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곳 진남교반은 1933년에 경북팔경 중 1경으로 꼽혔으며

현재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문경새재가

제2경인 것을 보면 더 아름다웠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강건너편 토끼비리길의 초입인 병풍바위 풍경도 참 멋집니다.

  

문경 진남역은 현재 기차는 다니지 않고

레일바이크를 타려는 사람으로 붐비네요.

 

레일 바이크를 타려는 사람으로 붐비는

진남역을 지나쳐서 영강을 따라 함께 흘러갑니다.

 

차도 바로 옆으로는 레일바이크가 다니는 철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레일 바이크를 타고 있고요.

 

저도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며 강을 따라 길을 걷습니다.

 

멀리 지나온 고모산성도 보이고

강가의 예쁜 꽃도 저의 길동무가 되어주네요.

 

이제 영강을 따라 걷다가 다시

3번 국도변으로 나와서 다리를 건너갑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굴다리가 나오고 왼편 희미한 길을 따라

바라보이는 굴다리 위를 지나가야 하고요.  

그나저나 이곳의 특징은 주변에 토끼비리길 등을 알리는

이정표가 전혀없어 길을 찾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인공적인 굴다리지만 그래도

 주변에는 참 정감있는 길과 풍경이 숨어져 있었네요.

 

이제 토끼비리길 가는 능선에서 건너편 풍경을 바라봅니다.

 

저멀리 주흘산도 보이고

조금전 지나갔던 고모산성도 지척에 바라보입니다.

 

같은 곳을 놓고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주지요.

하여 세상 사도 한가지의 시선만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참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내도도 보이고 안전 시설도 있는것을 보니

토끼비리길도 멀지 않은것 같습니다.

 

ㅎㅎ 드디어 토끼비리길 안내도를 만났습니다.

오정산 정상으로 가는 길림길에서

오른편이 영남대로 옛길이고 왼편이 토끼비리길입니다.

 

바닥이 반들반들한 바위를 보니 오랜 세월

수많은 옛날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피부로 실감하게 되네요.

 

토끼비리 잔도마루를 넘어섭니다.

토끼비리길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31호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길의 모습을 만날지 사못 기대가 되네요.

 

옛길 중에서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길은

토끼비리를 포함해서 문경새재, 죽령옛길, 구룡령 옛길과

최근에 지정된 대관령옛길이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구룡령 옛길을 빼고는

오늘 토끼비리길까지 합하면 4군데 길을 걸어보았네요.

문경새재 길은 지난 여름을 포함해서 여러번 걸었고,

죽령옛길은 소백산 자락길 때 걸어보았고요.

또한 대관령 옛길은 지난번

강릉 바우길을 걸으며 지나간 길이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마지막 남은 구룡령 길은

낙엽쌓인 늦은 가을에 가볼까하네요.

 

초입에는 그다지 위험한 길이 아닌 평탄한 길이지만

이내 나무 계단길로 이어지는 험한 길들이 이어지네요.

 

애구 절벽위에서 떨어진 돌로 인해

나무 계단이 부서질 정도이니

정비되지 않은 옛날에는 참 위험한 길이었겠지요.

 

이 길이 토끼비리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사연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이며

 남하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절벽과 낭떠러지에 길이 막혀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을때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는 걸 보고

쫓아가보니 길을 낼만한 곳이 보여

토끼가 지나간 길을 따라 벼랑을 잘라

길을 냈다고 해서 토천(兎遷)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또한 '비리'는 '벼루'의 문경방언으로서

강이나 바닷가의 위험한 낭떠러지를 말하는 말인데

이를 합해서 토끼비리 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왼편 낭떠러지로 나무가 많이 자라서

무서움이 덜하지만 과거 나무가 없을 때는

얼마나 스릴이 있었을까요. ㅎㅎ

360㎞에 이르는 동래에서 서울까지의 영남대로 중에

가장 험한 길로 유명했다고 하는 것이 허풍은 아닌듯합니다.

 

이 길은 또한 관갑천잔도, 곶갑천잔도 등으로도 불렸는데

잔도(棧道)는 험한 벼랑에 나무를

선반처럼 내매어 만든 나무사다리길을 말하며,

천도는 하천변의 절벽을 파내고 만든

벼랑길을 뜻한다고 합니다.

 

옛길이라는 것이 앞서 간 옛 사람이

밟고 또 밟아서 생긴 길이기에

그 길을 걷다보면 이 길을 걸었던

옛 사람들의 정취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전혀 다른 시대이지만 마치 동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느껴지고요.

 

물론 옛날에는 삶과 생활을 위해 걷던 길이었고

지금은 나의 존재 혹은 삶의 의미를 느끼기 위해 걷는 길입니다.

 

토끼비리길은 길 한편이 낭떠러지라 

편한 마음으로 걷는 다른 옛길 걷기와는 다르게

마음의 긴장을 풀수가 없네요. ㅎㅎ

 

문득 어느 스님이 말씀하신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마음에 깊이 갈무리되고, 의미를 동반하지 않는 재미는

쉽게 싫증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된다.

싫증과 자극의 악순환은 변태를 낳고 병이 된다."

 

 

"때로는 몸으로, 깊은 사색으로 견디고 체험하고,

그 힘겨움이 여과되면 사는 참맛을 느낀다.

진정한 재미는 같은 것을 되풀이해도

더욱더욱 새롭고 깊이 있는 기쁨으로 오는 것이다."

 

 

"바람소리는 그 소리를 귀로 들을 때 비로소 바람소리가 되고,

꽃 향기는 그 냄새를 코로 맡을 때 마침내 꽃 향기가 되리라"

 

 

토끼비리길을 빠져나오니 이곳에서

토끼비리 길의 안내도를 만나게 됩니다. 

아무래도 석현성이 있는 진남문으로의 접근성이 좋기에

반대쪽에서 오는 경우에는 이처럼 나중에 만나게 되겠지요.  

  

이제 토끼비리길을 빠져나와 석현성으로 나옵니다.

 

성 돌담을 따라 걷는 길도 참 좋더군요.

 

석현성 진남문이 보입니다.

 

토끼비리 길을 걷고나니 너무나 짧아서 

이 멋진 길이 좀더 이어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야 저처럼 취미로

이 길을 걸은 것이 아니라 생활을 위해 걸었기에

위험한 길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았겠지요. ㅎㅎ

 

다시 코스모스 살랑거리는 돌고개 마을로 되돌아 왔습니다.

 

들판위에 우뚝 솟아있는 주흘산을 넉넉하게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좋은 글을 떠올려 봅니다.

 

"옛길을 찾아내고 그 위를 걸음이

'오래된 미래'같아 보인다.

걷다 보면 아마 길에서 옛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길에서 길을 물어 볼 일이다.

왜 강들이 길들이 저토록 굽이굽이 휘었는지

꼭 한번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