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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군산 구불길 4길: 구슬뫼길] 옥산저수지 수변길을 따라 걷다.

by 마음풍경 2010. 10. 12.

 

군산 구불 길

(4길 : 구슬뫼길)

 

옥산맥섬석허브한증막~남내마을~우동마을~반딧불이와나비대자연~수변산책로~척동마을~청암산~

수변산책로~군산저수지제방~옥산면사무소~돌머리마을~개정동사무소

~이영춘가옥~장군봉~오리말약수터~바지런철쭉분재원~군산역(18.8km, 7시간 30분 소요) 

 

어제 3구간을 걷고 오늘 군산 구불 3길의 종점인 옥산맥섬석허브한증막에서 군산구불길 4구간을 시작합니다.

 ([군산 구불길 3길: 큰들길] 대야의 황금들판 길을 걷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663)

아침이라 그런지 안개가 들녁에 아스라하게 배여있습니다.

 

허브한증막 입구에서 왼편 마을 방향으로 구불 4길이 시작됩니다.

 

올해는 배추도 고추도 농작물들이 모두 흉작이라고 하는데

늘 평화롭기만 한 자연이 왜 이리 심술을 부렸을까요.

여튼 빨간색의 고추를 보니 식욕이 돕니다. ㅎㅎ

 

 작은 고개를 넘으니 남매마을이 나옵니다.

이곳도 예븐 구불길 지도가 잘 되어 있네요.

나중에 이 그림들을 모아서 군산 구불길 기념 손수건을 만들면 어떨까 합니다.

 

남매 마을 입구에서 문종구 효열비를 만납니다.

문종구씨는 일제시대에 군산 제일의 부자였다고 합니다.

들러보지는 않았지만 마을 입구에 관광지로 공사중인 문종구 가옥도 있더군요.

 

 

그나저나 구불길에서 만나는 여러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도시의 깊어진 병을 치유하는 열쇠는 농어촌 시골마을의 활성화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믄득 저 세상으로 떠난 바보 대통령이 생각이 나네요.

 

군산 길을 걷다보니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것은 대부분 풍성한 곡식이 있는 너른 들판입니다.

산길로만 이어지는 타지방보다는 어찌보면 혜택받은 땅이기도 하지요.

물론 그때문에 수탈의 역사도 가지고 있고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탁트이는 황금 들판을 실컷 보게됩니다.

추수가 끝나고 왔다면 조금은 황량한 풍경을 봤을 텐데 이또한 행운입니다.

 

옥산저수지로 가기위해 우동마을 뒷 산길을 오르니 느낌 좋은 숲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숲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넘으니 반딧불이와 나비 대자연 체험장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시설이 낡고 방치된 느낌이 들어 별로 좋지가 않더군요.

 

체험 학습장을 지나 길을 이어가니 본격적으로 옥산 저수지를 걷는 길 입구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오른편 길로 내려서면 수변 길을 걷게되고 왼편길로 가면 청암산 능선길을 걷게됩니다.

 

일단 청암산까지는 등산로를 걷기로하고 그 이후는 수변 산책로를 걷기로 합니다.

마치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먼저 먹고 나중에 짬뽕을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ㅎㅎ

 

등산로라곤는 하지만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참 좋은 소나무 숲길이네요.

 

군산저수지로도 불리는 옥산저수지는 과거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개방이 되지않다가 최근에야 개방이 되었다고 합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동식 화장실도 깨끗하게 설치가 되어 있고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이처럼 참 좋은 자연이 남을 수 있는데

더이상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 말고 지금 이 상태 이대로 보존이 되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어제는 흐린 정취가 있었고 오늘은 높은 가을 하늘이 참 좋습니다.

제가 가는 곳은 항상 그곳 분위기에 맞게 날이 좋으니 항상 복받은 기분이지요.

 

청암산 정상을 가지않고 편안한 우회길을 걸으니 소나무 사이로 저수지 풍경이 바라보입니다.

 

어차피 등산이 아니고 길을 걷는 거라 산 정상을 고집할 필요도 없지요,

마음 가벼운 길을 걷는 행복이 이제는 더욱 크고요.

 

이제 등산로를 접고 수변 산책로를 걸어야겠습니다.

 

수변 길을 걷는데 조금전에 그 많던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주 한적한 풍경이 되었네요.

 

저수지의 모습도 이제 가까이 다가옵니다.

 

 

 일부 구간은 키가 높은 대나무 숲길로 이어지는데 온몸이 시원해집니다.  

 

저수지의 물이 녹조 현상인지 잘 모르지만 수면위에 무언가 잔뜩 덮여있더군요.

 

항상 자연속에서 느끼는 거지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걷는 시간은 행복이 충만한 시간입니다.

늘 일상처럼 가벼이 여기는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고요.

그런 아름다운 길을 걸으니 다시 최창남 님의 좋은 글이 생각이 나서 옮겨봅니다.

 

"지나온 삶에 기대어 선다.

그리움에 기대어 선다. 그리움 안에 삶이 있다.

지나온 삶이 있다.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삶이 있다.

 

그 그리움의 길을 따라 걸으면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만난다.

왜 그랬을까. 왜 그때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왜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을까."

 

 

"지나온 삶을 돌아볼 때마다 깊은 회한에 젖는다.

왜 그랬을까. 왜 사랑을 선택하지 못했을까.

나무처럼 말이다."

 

 

"모든 생명을 위해 여분의 나뭇잎을 생산하던 나무의 마음처럼

왜 사랑을 선택하지 못했을까.

그런 나무의 마음에서 숲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숲을 바라보아서는 결코 숲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기대어 선 삶이 슬프다. 슬픈 삶에 기대어 서 있다.

오늘은 그렇게 살아간다.

이제라도 나무의 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무가 가르쳐준 사랑을 품고 살아간다."

 

 

"사랑 안에 또 다른 삶이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날들이 오늘을 키우고 내일을 살리듯이

그리움은 삶을 사랑으로 살아가게 한다.

사랑으로 품어 안게 한다."

 

 

"숲에만 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도 나무가 있다. 인생의 숲에도 나무가 자란다.

그 나무로부터 인생의 숲이 자란다.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삶의 나무이다.

사랑이라는 삶의 나무이다.

삶의 나무에 기대어 산다."

 

 

삶, 그리움, 나무, 바람 그리고 사랑 ...

가볍게만 한 삶속에 잠시나마 무거운 삶의 의미를 던져주는 말들이지요.

여튼 이런 저런 생각으로 차분하게 길을 걷다보니 군산저수비 제방이 보입니다. 

푸른 하늘과 뭉게 구름 그리고 잔잔한 호수와 정갈하게 이어지는 길이 잠시나마 좋은 친구가 되었네요.

 

 그리고 제방 산책길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찌나 시원하게 펼쳐지는지요.

 

억새가 바람에 살랑거리고 내 마음도 가벼운 새털이 되어 그 바람을 따라갑니다.

 

"내 안에 머무세요.

내 안에서만 인생의 숲이 이루어져요.

사랑 안에서만 삶의 나무들은 마르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어요.

그리움 안에서만 나뭇잎들은 마르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어요."

 

 

"수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생명 충만한 숲으로 자랄 수 있답니다.

그러니 언제나 내 안에 머무세요.

다가오는 삶의 봄을 시기하느라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더라도 맞서지 마세요."

 

 

"언제나 내 안에 머무세요.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과 다투지 마세요. 다툴 필요없어요.

내 안에 머물러 깊은 사랑으로 풍성한 숲을 이루면 바람은 절로 잦아들지요."

 

 

"언제 그렇게 모질고 세차게 불었냐는 듯이

숲 가장자리 어느 나무밑으로 잦아들어 바람도 지친 몸을 누인답니다.

알고보면 바람도 뒷모습이 참으로 쓸쓸하지요.

지친 제 몸 하나 기대어 누일 곳이 없으니 말입니다.

지친 몸을 어쩌지 못해 기웃거리고 서성이니 말입니다."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 가슴이 싸해집니다.

그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내 인생의 그림자가 왠지 쓸쓸해지고요.

세상의 풍경은 이처럼 아름다운데 쓸쓸해짐은 또 무슨 아이너리일까요. ㅎ

이제 옥산저수지를 빠져나갑니다.

 

이곳은 마지막 나가는 길목에서도 미소지을 수 있는 좋은 풍경 하나 남겨줍니다.

 

군산저수지 입구 안내실에 구불 3길 모양의 여행 스탬프가 있더군요.

물론 군산구불길만을 위한 스탬프는 아닌것 같고요.

나중에 구불길 안내 팜프렛을 만들어 이 구불길을 도는 사람을 위한 도보 스탬프 이벤트가 있었으면 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생태탐방로"도 그렇고 최근 1박 2일에 나온 "서울 성곽 스탬프 투어"도 그리하고 있지요.

이왕 걷는 길인데 호들갑스럽지는 않아도

작은 추억의 선물(Souvenir) 하나 남기는 것도 과한 욕심은 아닐것 같습니다.

 

다시 마을을 이어주는 고운 풍경 길을 걷습니다.

 

 구불길 안내판도 계속 친절하게 이어지니 따로 지도를 볼 필요가 거의 없이

안내해주는 길만 따라가면 되네요.

 

옥산면 사무소도 지나고요.

 

점심때가 되서 이곳 식당에서 백반으로 점심 식사도 합니다.

전라도 여행에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값싸지만 수준급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

어제는 청국장 찌개가 맛났는데 이곳은 해물과 호박이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가 맛있더군요. ㅎ

 

식사를 마치고 돌머리 마을로 여유로운 발걸음을 향합니다.

 

마을 이름을 돌머리라 한것은 옛날에는 금강과 만경강이 합류되어 배가 왕래하는 지역이었는데

 점차 토사가 쌓여 육지로 변형되면서 배의 왕래가 끊어지고 더 이상 항해를 할 수 없어

뱃머리를 돌려 나갔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마을 골목길을 지나는데 고운 색의 수세미 꽃이 피어 반겨줍니다.

 

담장에 말리고 있는 시레기들도 왠지 정겹네요.

 

이제 마을을 빠져나가 다시 너른 들판길을 걸어야합니다. 

담 귀퉁이에 조용히 놓여있는 의자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작은 쉼터가 되겠네요. ㅎ 

 

다시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너른 들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네요.

 

불현듯 "조동진의 어떤날"이라는 노래가 생각이나

아이폰에서 음악을 찾아 함께 불러보네요.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쓸쓸한 날엔 벌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엔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갈잎은 바람에 쑥대머리 날리고
강물을 거슬러 조그만 물고기떼

헤엄치고 있을게다
헤엄치고 있을게다

 

버려진 아름다운
이몸을 부벼 외로이

모여 있는곳
모여 있는곳

 

 

아직 채 눈물 그치지 않거든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벌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나가자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고 조용조용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길가에 주저앉아 따뜻한 커피 한잔 마셔봅니다.

지난 여름 얼린 커피만을 가지고 다니다가 이제 가을이 되니 본격적인 길거리 다방이 오픈을 하네요. ㅎ

하기에 보온병과 따뜻한 물 그리고 컵은 필수이지요.

 

주변에는 수확이 한창입니다.

과거에 기계가 없을 때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벼를 베고 수확을 했을텐데

이 너른 들판을 어떻게 했는지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들판너머 아파트도 보이는 것을 보니 개정동도 멀지 않은것 같습니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도 건너갑니다.

갑자기 철길을 따라 걷고픈 마음이 생기네요.

그나저나 걷는 것에도 욕심이 생기니 인간이란 존재는 어쩔 수 없나보네요. ㅋ

 

차가 쌩쌩다니는 큰길을 건너 군산간호대학 방향으로 갑니다.

 

그리고 입구 사거리에서 화살표가 왼편으로 있어 가니 이영춘 마을이 나옵니다.

원래는 입구 사거리에서 직진해서 이영춘 가옥을 먼저 들리고 이곳으로 와야하는데

어제에 이어 2번째 작은 알바였네요. ㅋㅋ

안그래도 구불길 화살푯말이 있는 주변 여러곳에 안내도를 설치하려는지 공사중으로 보이던데

중요 포인트에서는 그런 안내도와 설명이 있으면 더욱 좋을것 같습니다.

 

여튼 마을 입구에 정자가 새롭게 지어져 있어 잠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서개정이라는 멋진 글자체의 정자입니다.

 

정자 바닥에 목침도 있어 잠시 오수를 즐기기 위해 누워서 다리를 정자 난간에 올려봅니다.

오랜만에 이틀을 걸었더니 다리도 피곤하더군요.

 

누워서 보니 지붕 안쪽에 사랑해라는 문구가 참 재미있습니다.

하긴 한국의 슈바이쳐라 불렸던 이영춘 박사의 마음도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이었겠지요.

 

이렇게 누워서 세상을 보니 세상이 뒤집혀 보입니다. ㅎㅎ

사람 사는 세상이 하늘위에 둥둥 떠있다면 어떨까요.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된다면..

 

 30여분 정말 포근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장군봉을 향해 산길로 향합니다.

 

이곳 장군봉 주변에도 산책길과 관련 레저 시설이 많이 설치된것 같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정자도 있고 쉼터도 있고요.

 

능선을 이어가다가 오리알 약수터 방향으로 하산을 합니다.

 

비록 짧은 산길이었지만 들판길을 걷는 지루함을 없애주기에는 딱이네요.

 

오리알 약수터 입구에  군봉 공원 안내도를 만납니다.

군산은 전체 면적도 참 크지만 여러 군데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다양한 모습의 공원도 참 많은 고장인것 같습니다.

 

군봉공원을 빠져나와 해령마을로 향하니 다시 진한 느낌의 누런 들판이 반겨줍니다.

 

황금빛 들판너머 병풍처럼 웅장한 모습의 아파트 건물들을 보니 참 이색적인 느낌이 들고요.

옛날에는 저곳도 그저 너른 들판이었을텐데

그 자연스런 들판이 사람의 욕심으로 차츰 사라져가는 것은 아닌지...

 

이제 군산역이 가까워지는 질 수록 마음에는 아쉬움이 커져갑니다.

 

군산 구불길이 있어 지난 봄과 올 가을 참 행복했었는데요.

 

휴~ 1코스와 4코스의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5월에 설레는 마음으로 오른편 1구간을 걸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니요.

이번 가을에 다시 와서 이 길에서 만난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켰습니다.

 

이제는 무척이나 친근한 안내 푯말이 되었는데 이제 당분간 안녕이겠네요.

 

군산역에서 처음 시작한 군산 구불길을 다시 군산역에 도착해서 마무리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산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크고 멋진 명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최근에 오픈한 새만금 방조제 외에는 가까운 주변에 별다른 관광거리도 없다고 하고요.

하지만 군산 구불길을 걸어보니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감이 넘치는

숨어있는 보석같은 풍경들이 즐비한 곳이 군산인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길을 담뿍 담고 있는 작지만 멋진 조망이 트인 산들도 있고

장수 뜬봉샘에서 흘러 군산 앞바다로 가는 금강도 있고요.

물론 군산이 항구이듯이 서해안 앞바다의 풍경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너른 들판의 풍경은 군산만의 독특한 보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군산 구불길은 아마도 그런 숨어있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 보석들을 하나로 엮어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드는 아주 소중한 존재가 아닐지요.

앞으로 구불5길(물빛길), 구불6길(달밝음길), 구불7길(새만금길)도 생긴다고 하니

올 겨울이나 내년 봄에 다시 한번 군산으로의 여행을 떠나야 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