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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군산 구불길 3길: 큰들길] 대야의 황금들판 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0. 10. 11.

군산 구불길

(3길 : 큰들길)

 

깐치멀농촌체험마을~산곡마을~고봉산~채원병가옥~진남정~최호장군유지~발산초교~

대방마을선돌~오줌바위약수터~대야면사무소~옥구중교~옥흥마을~옥산맥섬석허브한증막(17km, 6시간 소요)

 

지난 5월 군산 구불 1, 2길을 걷고 이번 가을에 3, 4길을 걷기로 생각했었는데

한로(寒露)인 오늘에 그 길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군산 구불길 1길: 비단강길] 금강을 따라 비단강길을 걷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7)

([군산 구불길 2길: 햇빛길] 망해산을 올라 넉넉한 금강을 보다., http://blog.daum.net/sannasdas/13389568)

구불길 3길의 시작인 깐치멀농촌체험마을이 군산역보다는 대야역에서 가까워서

대야역에 하차하여 깐치멀농촌체험마을을 찾아갑니다.

 

9시 30분경에 깐치멀농촌체험마을에 도착해서 군산구불길 3구간을 시작합니다.

이 마을이 지난번 구불2길을 마무리한 곳이라 그런지 주변이 눈에 익숙하네요.

 

마을 담벼락에 가야할 길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구불 3길의 시작입니다.

 

제비가 강남으로 길을 떠나고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여서인지

시든 해바라기의 모습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오늘 걸어가야할 길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담벼락의 물음표처럼 무척이나 궁금하네요.

 

구불길 걷기가 환한미소로 한걸음 한걸음 시작합니다.  

늘 웃고 사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어찌 살아야 늘 웃고 살 수 있을지.

오늘 아침에 행복전도사 최윤희씨의 자살 소식을 갑작스럽게 접하고나니 더더욱 혼란스럽고 어렵기만 한 세상이네요.

 

여하튼 오늘 하루는 마음 가볍게 걷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강이 구불 구불 흐르듯이 군산 구불길도 그 이름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네요.

 

지난 봄에 왔을 때는 초록빛의 봄이 깊어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황금빛 풍경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군산의 구불 3, 4길은 가을에 걸으면 가장 좋을것 같아

여름에 일찍 오려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이제 왔는데 황금 벌판을 보니 그 기다림의 보람이 있는것 같네요.

 

그 지역에서 키운 친환경 농작물이 역시 그 지역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좋은 음식 재료가 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이 될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꽃과 어우러지는 구불길 안내푯말이 참 정겹게만 보입니다.  

 

산곡마을을 지나 고봉산으로 산길을 이어갑니다.

 

노란 탱자나무가 열린 아늑한 길을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지 쉽지 않은 행복감이 있습니다.

 

이 아늑한 숲 터널을 지나면 또 어떤 길이 저를 반겨줄까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기는 참 어려운데

제가 걷는 길에서 아름다운 길은 자주 자주 만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ㅎㅎ

 

5개월이 지나서인지 그때보다 구불길 안내도 참 잘되어 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이 많은 곳이 바로 군산 구불길이지요.

 

누런 빛깔의 평원이 드넓게 펼쳐지는 멋진 풍광이 반겨주네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참 소박한 길..

멋진 풍경은 아니지만 정감이 넘치는 그런 풍경이 가득한 길을 이어갑니다.

 

아산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가 되는 마을에는 지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던 길을 휘돌아 아산 마을로 들어가서 채병원 가옥으로 가봅니다.

 

일반 고택에 비해 조금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는 조선후기 건물이라고 합니다.  

 

입구의 멋진 소나무 조경이 여느 한옥에서 보기 드문 모습인것 같습니다.

 

또한 들어가는 입구가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 모습도 특이하고요.

 

퇴마루에 앉아 잠시 걷던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봅니다.

이곳을 지키는 귀여운 강아지 2마리가 저를 반겨주더군요. ㅎ

 

다시 채병원 가옥을 나와 아산 마을을 지납니다.

 

 그리고 아산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코스모스가 살랑이는 누런 황금 들판 길을 걷습니다.

 

지난 여름에 비도 많이오고 해서 정말 가을이 올까 의심도 했지만

가을이 소리없이 제 곁에 와있었네요.

 

비록 요즘 배추파동으로 세상이 조금 시끄럽지만

그래도 황금 벌판을 보니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지나가는 길마다 감이니 대추니 열매들이 주렁 주렁 달려있고요.

각박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풍요로움 여전히 존재하겠지요.

 

월령마을을 지나니 활를 쏘는 곳인 진남정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진남정 못미쳐 오른편 길로 가니 최호 장군 전시관이 있더군요.

 

이곳은 최호 장군의 위폐를 모신 충의사로

최호장군은 조선 선조때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였고 정류재란 때 전사하신 장군이라고 합니다.

이몽학의 난이라고 하니 얼마전 본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ㅎ

 

다시 길을 이어갑니다.

동네 길을 따라 자전거 타시는 할아버지 모습도 정겹습니다.

다만 시골에 아이들이 뛰노는 풍경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텐데요.

 

원발산 마을을 지나가네요.

 

그리고 대방 마을의 선돌에 도착했습니다.

 

비록 보잘것 없는 돌일지는 모르지만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중한 존재인것 같습니다.

 

대방마을 선돌은 이 마을의 정신적 수호신이고요.

 

 애구 선돌을 구경하고 나서 개정명으로 들어가 점심도 하고

발산리 유적도 구경을 해야 하는데

주변 풍경에 빠져걷다보니 가야할 길의 순서를 놓치고 말았네요.

하여 다시 길을 휘돌아 갑니다.

 

개정면 사무소가 있는 마을로 되돌아 왔습니다.

발산초등학교내에 있는 발산리 유적지를 구경해야 하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서 먼저 식당부터 찾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곳 발산 식당에서 맛난 청국짱 찌개가 있는 백반을 먹었고요.

구불길 안내지도에 나와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주인 아저씨가 구불길에 대해 잘 알고 계시더군요.

음식 인심도 참 좋고요.

 

그리고 선돌마을도 지나고 걷던 길을 다시 걸어 오줌바위 약수터 방향으로 숲길을 걷습니다.

 

오줌바위 약수터는 개정면에서 대야면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에 있더군요.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약수터물로 더운 얼굴도 식히고 다시 고개길을 걷습니다.

 

뒤돌아본 군산 들녁의 풍경이 아스라하게 바라보입니다.

 

당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했었는데 이처럼 푸른 하늘을 보여줍니다.

 

포장길을 걷다가 만나는 흙길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더욱이 이처럼 포근한 나무 숲길을 걷는 기분은 그 기쁨이 배가 되지요.  

 

숲길을 휘돌아가니 이제 대야 들판이 바라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가파른 길도 거의 없고 이처럼 편안한 길만 이어가네요.

 

길 도중에 조망이 있는 정자가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개정면 너른 들판 풍경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식당을 찾느라 헤멘 길도 보이고요 .ㅋㅋ

 

쉼터에 거울이 있어 제 모습 한장 남겨봅니다. ㅎ

 

작은 고개길을 넘어서니 다시 멋진 길이 나옵니다.

 

비록 포장이 된 길이긴 하나 곡선으로 흘러가는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가야할 길은 오른편 길인데 이 길을 걷고픈 마음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가야하는 길 또한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좋은 풍경이 이어집니다.

 

"산길을 걷는다.

산을 지난다."

 

 

"걷는 것은 산길이고 지나는 것은 산이지만

맑아지는 것은 마음이다."

 

 

"내 마음이다.

마음에도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마음에도 숲이 있나보다.

나무들 소리, 새들 소리로 마음이 정겨워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

 

                                             <최창남의 "그것이 그것에게" 책 중에서>

 

당초 너른 들판길을 걸을 생각만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숲길도 있었네요.

아름다운 대방산 산책로를 걸으니 제 마음도 참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숲길에 푹 빠져 걷다보니 어느 새 대야면 소재지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에 이곳에 도착해서 오후에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왔네요.

 

한적한 숲길을 걷다가 갑자기 차 소리로 사람 소리로 번잡한 길을 걷기가 왠지 어색하여 구불길 화살표만 보고 갑니다.

근데 구불길중 '길' 글자가 옆집으로 잠시 마실나간 모양이네요. ㅋㅋ

 

장항선 기차길도 지나게 되고요.

 

근데 이곳에 왼편과 오른편에 화살표가 각각 있는데 오른편 화살표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ㅋ

 

여튼 군산 구불길 덕분에 저도 장항선 기차를 타게 되었지요.

 

기차길도 건너고 연기 피어나는 길도 지납니다.

 

그리고 오늘 걷기의 하일라이트라고 할까요.

큰들길이라는 이름처럼 아주 너른 대야 들판길로 접어듭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빛 들판의 풍요로움이 가득하네요.

 

구불길 이정표도 그 들판을 배경삼아 멋지게 서있고요.

 

지평선이 아스라하게 보이는 황금빛 들판과 함께 펼쳐지는 높은 하늘 풍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봅니다.  

늘 이처럼 평화롭고 여유로운 세상이면 좋을텐데요.

나의 남은 삶도 이 풍경을 닮아보길 바래봅니다.

 

대야들을 가로질러 옥흥마을을 넘어가니 코스모스가 반겨줍니다.

 

화사한 색의 코스모스와 황금 빛 배경이 되어주는 들판의 조화로운 모습들..

자연의 소중함이자 참 좋은 선물이지요.

 

저멀리 옥산맥섬석한증막이 보이는 것을 보니 구불 3길의 종점이 가까워졌나 봅니다.

 

3시 30분경에 군산 구불 3길을 마무리합니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황금빛 가을 들판을 걸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있는 시원한 길이었네요.

내일 이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구불 4길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