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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사찰

태백 귀네미마을 배추고도 길 - 온전한 사랑의 가치를 느끼다.

by 마음풍경 2010. 9. 5.

 

태백 귀네미마을 배추고도 길

 

 

 태백의 고냉지 채소 단지로 유명한 귀네미 마을을 향해 갑니다.

태백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태백 어디를 가든 하늘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멋진 소나무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듯 능선위에 나란히 서있고요.

 

뭉게 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만 바라봐도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귀네미 마을은 하장 방향 35번 국도를 타고가다

오른편 길로 빠지는 태백의 동북쪽 가장 끝에 있는 곳으로

1박 2일 및 다큐멘터리 3일 등의 촬영지입니다. 

귀네미라는 뜻은 마을 입구가 소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귀넘이에서 귀네미로 바뀌게 되었다고 하네요.

마을 길 입구에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 이정표가 반겨줍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약 3km가니 마을이 나옵니다.

그리고 계속 산 임도 길을 이어 배추밭으로 올라서니

산 능선에 온통 배추밭 풍경만 가득하네요.

 

물론 한여름이 지나서인지 이곳 저곳에 배추 수확이 한창입니다.

 

이곳은 편안한 능선처럼 보여도 해발이 천미터가 넘는 곳이지요.  

 

사람의 몸이 아프면 병원으로 가야하고 마음이 아프면 여행을 나서야 한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감동을 주는 자연속으로 스며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 KBS "감성다큐 미지수"라는 프로그램에서

70년대 영화배우였던 문숙이라는 분이 나오더군요.

지금은 하와이에서 혼자 자연속에서 명상 체험을 알리고 있는 일을 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분의 지난 30년의 흘러간 시간 이력이 참 가볍지 않더군요.

1976년에 천재 감독인 이만희 감독의 삼포가는길에 출연하여 그해 신인배우상도 받고

이만희 감독과 마치 영화 같은 사랑에 빠졌지만 그해 갑작스런 이 감독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땅을 떠나 30년을 방황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자신을 버리고 저 세상으로 떠난 사랑이 죽도록 미웠다고

해서 모든걸 버리고 그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방황도 하고,

그러다가 몸도 마음도 아프고 했지만

그런 모든걸 치유하고 위로해준 것은 자연이라고..

그 자연을 통해 삶도 죽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그래서 이제는 그 사람을 용서하고 자신을 용서한다고,...

 

사람의 아픈 몸과 마음 그리고 지친 영혼까지도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연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름답고 감동적인 자연을 눈앞에 대하고 있으면

내 속에 있는 모든게 가벼워집니다.

그런 가벼움이 내 몸과 마음의 약이 되겠지요.

 

평화롭기만 한 귀네미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으니

그 의미가 더욱 뚜렸해 지더군요.

 

 그나저나 이처럼 하늘을 배경으로 배추가 자라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배추고도가 맞기는 한것 같습니다. ㅎㅎ

 

특히 이 능선길은 고개만 넘어서면 바로 환선굴이 있는 삼척이고

덕항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길입니다.

하기에 과거에 배추밭으로 인해 백두대간의 환경이 파괴된다는 말들도 많았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자연만 따로 살 수도 없고 인간만 따로 살 수도 없겠지요.

어쩌면 이처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는 것이 올바른 생태계가 아닐지요.

 

비록 차로 편하게 오른 길이지만

그 아름다움의 감동이 적거나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멀리 태백까지 저와 함께한 제 차도 오늘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보겠네요. ㅎㅎ

 

"인생에서 여행보다 더 큰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없어.

어쩌면 외롭고, 지루하고, 슬프고, 무기력할 때

우리가 달려가야 할 곳은 차가운 바다이거나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곁인지도 모르지."

 

                        <최갑수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저는 오늘 그 여행 길을 바다나 강가가 아닌

높고 높은 이 태백 시골 마을로 설레이는 마음을 갖고 달려온것 같습니다.

  

"그는 여행중독자다.

늘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그에게 길 밖에 있는 시간은 미루나무처럼 불안하고, 먼지처럼 황량하고,

날 선 연필 칼처럼 위협적이다.

 

 

"여행은 아스피린처럼, 파스처럼, 잘만든 문장처럼, 불후의 재즈처럼,

연예의 입술처럼 그의 상처를 치료했다.

덜컹거리는 열차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든, 버스 안에서 졸든,

비행기 창문으로 뭉게구름을 바라보든, 낯선 도시의 여관방에 홀로 남겨져 빗소리를 듣든,

바닷가를 헤매든, 깊은 산속에 버려졌든, 다만 이곳에 있지 않음이

그에게는 곧 여행이었고 행복이었다.

여행은 삶의 진짜 속살을 보여주었다."

 

 

"여행도중 만나는 사람과 기차와 꽃과 들판과 노을이 좋았을 뿐이다.

생은 그곳에서 충분히 아름다웠으므로

길 위에서야 그의 몸은 단단해졌고 정신은 투명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배낭을 맨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길 위에서 꽃과 구름의 말을 배우고 바람의 표정을 읽었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며 나무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박히듯,

그는 여행을 떠나 길을 따라 돌면서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

 

                                              <최갑수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삶속에서 느끼는 사랑의 황홀이 이런걸까요.

오늘 이곳 귀네미 마을에서 만나는

신비롭고 시원한 풍경, 달콤한 바람의 속삭임

그리고 가슴으로 스며드는 애잔함 속에는 사랑이 있네요.

사랑의 황홀이 느껴지네요.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지나갈 길다면 긴 인생의 여정 속에서

이곳과의 인연은 극히 짧은 시간이고 순간이겠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늘 사랑의 감동과 희열만을 주는 자연이 늘 고맙습니다.

오늘도 저는 이곳에서 몸과 마음의 가벼움을 느끼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