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들,강변,해안

주남 저수지 제방길 - 겨울 쓸쓸함이 가득 배여있는 길

by 마음풍경 2010. 12. 27.

주남저수지 제방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월잠리

 

 

주남저수지 생태관 주차장 -> 전망대 -> 주남수문 -> 낙조대 -> 주남수문 -> 주남저수지 생태관 주차장 (4km, 1시간 소요)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주남 저수지를 찾아갑니다.

주남저수지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새의 도래지입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람사르 문학관은 2008년 람사르 10차 총회가 열린 기념으로 세운것 같습니다.

 

주남저수지는 크게 주남 저수지를 비롯해서

산남 저수지와 동판 저수지 등  3개의 저수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체 면적도 600만 평방미터가 넘고요.

 

 제방길을 따라 낙조대 부근까지만 걸어갔다 오기로 합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잔잔하게 느껴지는 회색빛 느낌이 참 좋습니다.  

 

겨울의 서늘한 기운도 가득 느낄 수 있어 좋네요.

 

안개 피어오르는 시간에 오면 더욱 황홀하겠지만

강물에 투영되는 자연의 담백함도 작은 감동이네요.

 

주남저수지는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철새가 많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진 작가들이 철새의 모습을 찍기위해 분주하더군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나치며 만나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이처럼 공짜로 보기에 참 미안합니다.

 

 세상에서 자연만큼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이 저절로 생겨나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시선을 가까이해서 봐도 좋고 또 몇걸음 뒤로 가서

멀찍하게 바라보아도 좋은 자연의 풍경입니다.

 

제방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낙조대 부근까지 온것 같습니다.  

 

낙조대로 오니 아직 아름다운 노을의 모습을 보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바라보이는 풍경은 노을이 조금씩 배여드는 것 같습니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산 그리메의 풍경도 참 좋네요.

 

호수에 비추이는 햇살의 반짝임도 황홀하고요.

 

 낙조대를 지나 제방길을 이어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가 뜨는 일출보다는 해가 지는 일몰의 풍경이 더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뜨는 해에 희망과 소망을 실어보지만

저는 왠지 이처럼 차분하고 잔잔한 일몰이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비록 일출의 활기찬 느낌은 아니지만

마무리 하는 느낌으로 가득한 지는 일몰을 바라보면

역설적으로 그곳에는 더욱 깊은 삶의 희망이 보이니까요.

 

인간의 삶 속에서 황혼은 그저 한번 스러지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지 모르지만

자연의 모습은 늘 삶과 죽음을 반복하기에

 

나 또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면 비록 나의 의식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의 느낌, 나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을까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ㅎ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이 올 때

그곳으로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면 참 행복할것 같습니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시간이네요.

문득 생각나는 김용택 시인의 "새들이 조용할 때" 시를 옮겨봅니다.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편안한 발걸음으로 제방길을 걷다보니 람사르 문학관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잠시동안의 짧은 걸음이었지만 

가슴으로 스며들는 감동의 풍경은 온통 가득합니다.

겨울의 서늘한 정감이 가득한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