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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공주 매봉산 길 - 눈덮힌 산림박물관 임도길을 걷다.

by 마음풍경 2011. 2. 6.

 

충남 공주시 매봉산(357.3m)

산림박물관 임도길

 

충남과학고 입구 주차장 ~ 임도 ~ 청벽산 등산로 입구 고개 ~ 

매봉재 갈림길 ~ 매봉 정상 ~ 조망처 ~ 성강리 등산로 입구 ~ 산림박물관 임도 ~ 

숲속의 집 ~ 야영장 ~ 청벽산 등산로 입구 고개 ~ 충남과학고 입구 주차장

(약 11km, 약 4시간 소요)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있는 매봉산은 충남 산림박물관 뒷산으로 

정상 능선 길 뿐만 아니라 임도길이 잘 이어져있는 곳입니다.

매봉산을 오르기위해서 보통은 산림박물관 주차장에서 시작하는데

오늘은 충남 과학고 앞에서 시작해서 원점회귀를 하려합니다.

 

바라보이는 고개에서 오른편 능선을 따라 가면 마티고개가 있는 국사봉이 있고

왼편으로는 금강 조망이 아주 뛰어난 청벽산이 있습니다.

 

잔설이 많이 남아있는 임도길을 따라 걷습니다.

 

30여분 임도를 따라 고개를 올라서서 오른편 등산로를 따라

본격적인 매봉산 등산이 시작됩니다.

 

최근 날이 포근해져서 도심에서는 눈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은 눈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올 겨울에는 눈이 있는 길을 그리 많이 걷지 않아서인지

눈쌓인 풍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네요.

 

나무와 버섯의 평화로운 공존을 보며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사는 의미가 무언지 새삼 떠올려봅니다.

 

소나무 향기가 가득한 숲길을 걷습니다.

 

눈쌓인 낙엽 길을 걷기도 하고요.

 

국사봉과 매봉산의 갈림길인 매봉재에 도착했습니다.

이정표에 성강리보다는 매봉이라 했으면 더욱 좋았을것 같네요.

 

마티고개에서 시작해서 국사봉과 이곳 매봉재를 거쳐

청벽산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입니다.

청벽산 조망처에서 금강으로 지는 해를 보면 참 황홀하지요.

 

매봉재에서 편안한 길을 좀 더 이어가니 매봉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조류 사육장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도 있으나 좀더 걷기위해 연구소 본관 방향으로 휘돌아 갑니다.

 

ㅎㅎ 조금전에는 눈사이로 난 낙엽길을 걸었는데

이번에는 정 반대로 낙엽사이로 난 눈길을 걷습니다.

 

포근한 낙엽과 향긋한 소나무 숲 사이를 걷는 기분은 언제 걸어도 참 평화롭습니다.

 

과거 6.25때 이곳이 전쟁터였나봅니다.

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이 있었나 보네요.

 

금강이 아스라하게 보이는 조망처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오전에 안개가 끼여서 인지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네요.

 

나무에 걸터앉아 간단하게 점심를 합니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산길을 내려와서 이제 본격적인 임도 길을 걷습니다.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어 길을 걷는 재미가 참 좋습니다.

 

과거에는 겨울의 싸한 느낌이 좋아 겨울을 기다렸는데

올해는 겨울이 너무나 혹독해서 인지

날이 조금만 풀려도 금방이라도 봄이 올것 같은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잠시 쉬어가라고 네모 반듯한 모양의 바위가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하여 이곳에서 오후 커피 한잔합니다. ㅎ

길을 걷는 도중에 잠시 쉬면서 차 한잔하는 것이

이제는 저의 큰 기쁨이자 참 소중한 시간이 되었네요.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데

얼마전에 작고하신 박완서님의 산문집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나온 글이 생각이 납니다.

 

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으니까

다음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대신

내가 십 년만 더 젊어질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게 한 가지 있긴 하다.

 

 

죽기 전에 완벽하게 정직한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깊고 깊은 산골에서, 그까짓 마당쇠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나 혼자 먹고살 만큼의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

 

 

깊고 깊은 산골에서 세금 걱정도 안 하고

대통령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살고 싶다.

신역이 고돼 몸보신 하고 싶으면

누렁이라도 잡아먹으며 살다가

어느 날 고요히 땅으로 스미고 싶다.

 

 

나에게 남은 삶의 의미는 무얼까요.

이처럼 늘 자연과 길과 벗하며 살다가

마지막에는 저도 흙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되는걸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임도길을 걷다보니

매봉산을 중심으로 한 등산 안내도가 나옵니다.

매봉산 정상에서 이곳으로 바로 내려올 수도 있지요.

 

이곳도 구제역이나 AI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는가 보네요.

 

멀리 정자가 바라보이고 산림박물관으로 들어오는 불티교 다리도 보이네요.

이곳은 산림박물관뿐만 아니라 금강 수목원과 자연 휴양림 등의 여러 시설이 있습니다.

 

이제 산림박물관을 벗어나 다시 눈쌓인 임도를 걷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올라왔던 고개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오른편 계단 길로 가면 청벽산으로 가게되고요.

 

고개를 넘어 내려서니 청벽산을 배경으로 충남 과학고가 모습을 보입니다.

 

다시 처음 걷기를 시작한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4시간 남짓한 편안한 길이었네요.

눈쌓인 길을 걸으면서도 봄의 기운을 느낀 시간이었다 할까요.

봄이 오면 이곳에 다시 와서 국사봉에서 청벽산까지의 능선 길을 걷고

금강으로 지는 아름다운 일몰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