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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강변,해안

괴산 산막이 옛길 - 괴산호 강가를 따라 흘러가는 길

by 마음풍경 2011. 2. 13.

 

산막이 옛길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주차장 ~ 출렁다리 ~ 등잔봉(450m) ~ 천장봉(437m) ~ 산막이 마을 ~  노수신적소 ~ 강변 데크길(산막이옛길) ~ 주차장

(약 7.5km, 약 5시간 소요/휴식 및 식사 포함)

 

 

매월 첫째주는 인도행 대충방을 따라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길걷기에 참여합니다.

이번 달은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괴산의 산막이 옛길을 걷게되네요.

괴산에서 군자산과 칠보산이 있는 쌍곡계곡으로 가는 길에

칠성면에서 남쪽으로 약 3km를 가다가 수전교 다리를 건너면 산막이 옛길 입구 주차장이 나옵니다.

 

다리를 건너기전에 왼편으로 약 4km를 들어가면 화양계곡, 쌍곡계곡 등

괴산의 여러 계곡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있는 않은 갈론 계곡이 있습니다.

만일 강을 건너 산막이 마을과 갈론 계곡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생긴다면

다리 입구를 기점으로 해서 갈론 계곡 길을 걷고 다리를 건너 다시 산막이 옛길을 걷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코스도 강가를 따라 걷는 참 좋은 길이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11시경에 주차장에서 산막이 옛길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 길을 걷고나면 사랑과 낭만 그리고 추억을 몽땅떨이로 담아갈 수 있는 걸까요. ㅎㅎ

 

산막이 길 가는길의 왼편인 동쪽 방향으로 군자산 능선이 넉넉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군자산의 서쪽 능선으로 비학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요.

아스라한 산그리메가 제 가슴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길을 따라 걷는데 맨먼저 생각지 않은 연리지 나무를 만났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사랑이 성취되고 소망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사랑도 다 마음의 일인지라 마음으로 이루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연리지 나무 옆으로는 고인돌들도 있더군요.

 

고인돌 쉼터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길 걷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괴산호의 풍경도 보이기 시작하고요.

 

멀리 갈론 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아가봉과 옥녀봉도 그 모습을 보여주네요.

 

괴산의 산을 등산하다보면 멋진 소나무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곳도 꽁꽁 얼은 강물을 배경으로 자태가 고운 소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가던 발걸음 멈추고 시 한편 읽어보는 여유로움도 있네요.

 

출렁다리가 있어 사람들을 잠시 개구쟁이로 만들기도 합니다.

 

인위적으로 흔들면 제법 짜릿한 스릴을 느끼겠지요.

저는 그냥 우회를 했습니다. ㅋㅋ

 

주차장에서 900m를 오니 이제 본격적인 등산길이 시작됩니다.

 

초입부터 제법 가파른 길이 시작되네요.

 

등산을 하면 늘 느끼는 거지만 오르기 힘듬만큼 얻어지는 시원함도 더욱 커지는거 겠지요.

 

길을 따라 도열해 있는 소나무 숲길이 참 좋습니다.  

 

아늑하게 펼쳐지는 강가의 조망도 가슴으로 시원하게 들어오고요.

 

때론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눈길을 걷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산행보다는 들길을 자주 걸었는데

오랜만에 산을 올라서인지 수직적인 걸음걸이도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발아래로 괴산댐도 보이고 지나온 길도 보입니다.

 

물돌이가 휘돌아가는 저곳이 한반도 지형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천장봉 근처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모양으로 보일것 같네요.

 

여튼 이처럼 멀리서 넉넉하게 바라보니 참 평화롭지요.

우리네 삶도 한발 혹은 두발 떨어져 바라본다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산길을 오르다보니 어느새 등잔봉에 도착했습니다.

 

등잔봉을 지나 천장봉으로 발길을 이어가는데

ㅎㅎ 재미난 거시기가 있어 잠시 미소를짓게 되네요.

시대가 변해서인지 과거에 비하면 성에 대한 생각도 참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천장봉 조금 못미쳐 한반도 지형이 가장 잘보이는 한반도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한반도 지형의 모양에 비하면 그리 많이 닮지는 않은 형태이지만

그래도 군자산을 배경으로 괴산호와 소나무들과 함께 어울리는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저 길을 따라 갈론 계곡 길을 걷고 싶더군요.

 

한반도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천장봉이 나옵니다.

이제 하산 길만 남았지요.

 

이 나무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고 이처럼 휘고 또 휘었을까요.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떠올려 봅니다.

 

내려서는 길은 아직은 군데 군데가 빙판길인지라 여러 분들이 땅을 사시더군요. ㅋㅋ

반환점인 산막이 마을에 도착합니다.

 

이제 강가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되돌아 가야지요.

 

다만 바로 되돌아가기전에 강가에 있는 노수신 적소로 가봅니다.

마을 길이 댐으로 막혀서인지 군데 군데 폐가가 된 집이 제법 있더군요.

 

노수신 적소는 군자산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한옥입니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마저도 정취가 가득한것 같습니다.

 

수월정이라는 이름의 이 고택은 조선 선조때 영의정을 했던 문인 노수신이 유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주 단촐한 팔작지붕 형태의 한옥입니다.

 

본래는 연하동에 있었는데 괴산댐 건설로 수몰이 되자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하네요.

 

노수신 적소를 나서 되돌아가는데 양철통이 나무에 걸려있는 왠지 정겨운 모습이 눈에 띄더군요.

아마도 키우던 염소 등을 부를 때 쓰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산막이 마을을 등지고 이제 본격적인 산막이 옛길을 걷습니다.

 

강물이 얼지 않았으면 이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는 재미도 있었을텐데요.

 

과거 댐이 건설되기전에는 연하동이라 불리던 이곳에 연하구곡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물밑에 수장이 되어 있지만

주변 풍경만을 봐도 참 빼어난 곳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올 겨울은 날이 무척이나 추워서 여기 강물도 꽁꽁 얼어 강으로 걸어갈수 있었겠지만

최근 몇일 날이 풀려서 지금은 그러하지 못하겠네요. ㅋ

 

 

그나저나 겨울 강가에 나와 이처럼 꽁꽁 언 강가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어릴적에 썰매를 만들어 타던 아스라한 추억도 떠올려 봅니다.

 

 멋진 풍경을 병풍삼아 멋진 소나무 2그루가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보니

경남 하동의 악양 들판에 서있는 부부 소나무가 생각이 나더군요.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

빈가지, 언 손으로

사랑을 찾아

추운 허공을 헤맸네

내가 죽을 때까지

강가에 나무, 그래서 당신

 

                          - 김용택 시인의 "그래서 당신" -

 

 

잔잔하게 가슴으로 스며드는 자연을 친구삼아 길을 이어 걷습니다.

 

천장봉에서 바로 내려서면 만나는 진달래 동산도 지납니다.

얼마나 진달래가 많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진달래 피는 봄에 다시 와보고 싶네요.

 

산막이 옛길은 1957년 괴산댐이 생겨 이 일대가 수몰이 되어

산막이 마을로 가는 길이 없어지자 마을 사람들이 가파른 벼랑을 따라 십리 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2009년에 이 벼랑길을 산책로로 복원을 하였고요.

하여 약 50여년 정도된 길인데 옛길이라 부르기에는 조금 어색합니다. 그냥 산막이 길이라 해도 좋을것 같네요.

 

좁고 험한 길위에 이처럼 나무 데크를 설치하여

지금은 누구든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관광 길로 재탄생하였습니다.

 

바닥 유리를 통해 발아래를 보면 제법 아찔한 전망대도 만들고요.

 

전망대로 나서서 바라보는 주변 강가 풍경이 참 시원합니다.

 

강이 꽁꽁 얼었을 때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강을 따라 여기저기 발자국도 보입니다. ㅎㅎ

 

저 얼음장 밑으로 소곤소곤 강물은 흐를테지요.

역시 강은 강 다워야하고 산은 산 다워야 하겠지요.

다만 우리 인간만이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사람답지 못한것은 아닌지요.

 

느티나무를 걸쳐서 만들어 놓은 이름만 멋진 괴음정이라는 전망대를 보니

너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무가 얼마나 힘들까요.

 

관계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서로가 평등할 때 가장 아름다울것 같네요.

 

요즘 구제역으로 무차별적으로 매몰되는 가축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서로 존중하고 생명의 섭리를 이해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튼 이곳에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게 다닐 수 있도록 시설물과 많은 볼거리를 만드신 분들의 노고는

감사한 마음이지만 인위적인 전망대는 저곳 하나면 충분할것 같은데요.

 

이처럼 좋은 길은 그냥 걷기만 해도 행복할텐데

너무나 많은 인위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요즘 TV에 나오는 젊은 연예인 중에 성형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곳도 이런 저런 볼거리를 추가로 만들어야 사람들이 많이 찾을 거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겠지요.

 

괴산바위도 지나고

 

앉은뱅이 약수터도 지납니다.

물맛이 참 시원하더군요.

 

억지춘향과 같은 옷벗은 미녀 참나무도 지납니다.

 

여튼 조금은 인위적인 지나친 볼거리로 인해 무거운 마음이지만

그런 무거운 발걸음 조차도 가볍게 만드는 풍경이 있네요.

 

괴산댐이 가까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남은 길도 그리 많이 남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멋진 소나무가 많은 망세루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비학산 봉우리 위로 구름 한점 떠 있네요.

참 담백한 느낌의 풍경입니다.

 

늘 자연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늘 다치기만 하는 자연이지만

그래도 아랑곳 하지않고 늘 무한의 사랑을 우리에게 주니까요.

 

우리 인간의 눈으로 봐서일까요.

정말 나무도 사랑을 하는걸까요. ㅎ

 

19세 금이라는 글자에 괜히 웃음이 납니다. ㅋㅋ

 

세상사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테고

저 하늘처럼 가볍게 편안하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행복하겠지요.

 

다시 처음 걷기를 시작한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 본 글귀처럼 사랑과 낭만 그리고 추억을 담아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인위적인 볼거리가 넘치는 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만난 자연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고 또한 애잔하였네요.

잔잔하게 내 가슴으로 스며드는 서늘함까지 더해서...